# 60
레벨업 속도는 9.8m/s^2 060화
같은 시각, 윤성은 알리야, 압둘라와 함께 봉고차에 타고 있었다.
미군이 아지트를 타격하기 직전, 이슬람 과격주의 군인들은 일제히 차를 타고 아지트를 빠져나갔다.
모든 것은 알리야의 계획대로다.
차의 뒷 창문으로 보이는 아지트 근처는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미군 폭격기들이 쏟아 부은 포탄 때문.
이어서 수직 이착륙 전투 헬기 일곱 대가 상공에서 CIA 헌터자원 관리부의 요원들을 투입했다.
“들어가면 안 돼!”
윤성이 소리를 질렀지만 차 안에선 아무리 빽빽 악을 써도 소용없다.
마지막으로 헬기에서 내린 것은 스티븐.
제임스는 아직 상공에 있다. 약 10여 미터 높이에 있는 전투 헬기 안에서 무전기를 들고 작전 지시를 내리는 중.
그 모습을 본 알리야가 봉고차에서 내렸다.
“느려터진 새끼. 안 들어가고 뭐 하는 거야.”
모래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알리야는 실눈을 뜨고 적들을 내다보았다.
미군들이 있는 곳까지는 약 300미터 정도의 거리.
미군 쪽에서도 이쪽을 보고 있을 테지만 인질들의 신원 확보가 최우선이라 먼저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알리야는 거리낄 게 없다.
“압둘. 부탁한 것은?”
알리야의 말에 압둘라가 차 안에 있던 대공포를 꺼내어 내밀었다.
알리야는 대공포를 어깨에 걸치고 헬기를 조준했다.
보통은 이런 재래식 무기로는 헌터용 전투 헬기를 파괴할 수 없지만,
“마, 마정석이!”
윤성의 눈이 커졌다.
대공포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마정석을 가공해 만든 미사일이다.
“어떻게 저런 물건을?”
“폭탄도 설치했다니까? 이 정도쯤이야.”
미사일 제작자 압둘라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놈들은 내가 여기 합류했는지 모르지. 그래서 이런 무기에 대한 대응이 안 되어 있어.”
미사일엔 자신이 있다. 사거리와 명중률은 물론이고, 폭발시의 살상력도.
-쿠우우우우!
발사된 미사일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가 제임스가 탄 헬기의 옆구리에 꽂혔다.
-콰앙!
헬기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경악한 미군 헌터들이 추락하는 헬기로부터 피하고 있었다.
마정석 미사일이라니.
미군 부대 내에서도 취급하기 어려운 무기다. 게다가 이 폭발력을 볼 때 A급 이상의 최고급 마정석을 가공했음이 분명하다.
“테러 조직 따위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조작계 상급 헌터가 있다고?”
스티븐이 경악했다.
하지만 추락하는 제임스를 구출해야 한다.
스티븐은 역장 마법을 펼쳐 헬기를 받아내려고 했지만,
-피이이잉!
마정석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생긴 마력 파장이 너무 짙었다. 스티븐의 역장 마법은 헬기를 떠받치지 못했다.
-콰앙!
추락한 헬기가 굉음을 내면서 폭발했다.
“제임스!”
스티븐이 비명을 지르며 헬기 안으로 달려갔다.
알리야는 대공포를 장난감처럼 빙글빙글 휘두르다가 어깨에 걸쳤다.
“휴우. 굉장한 파괴력이군.”
이런 종류의 무기를 처음 써본 그가 혼잣말로 감탄했다.
그는 털레털레 봉고차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압둘?”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압둘라는 기절한 상태였다. 그리고 신입이 없어졌다.
약 5분 전, 알리야가 자리를 비웠을 때.
봉고차에 타고 있던 압둘라가 알리야의 대공포 미사일 발사를 구경하는 데 정신을 팔았던 순간, 윤성은 자리에서 살짝 뛰어올랐다.
높이는 약 10센티미터.
떨어지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랜딩 자세를 잡았다. 팔의 각도는 평소보다 좀 낮았지만 허용 범위 안이다.
<최종 속력=1.56㎧, 낙하 거리=0.12m, 낙하 시간=0.16s>
<랜딩 성공!>
물리값으로만 보면 사실상 거의 쓸모없는 수준이지만 윤성에게는 랜더의 손목시계를 통한 랜딩의 기본값 보정 능력이 있다.
300점의 버프. 지속 시간은 하루.
이제는 A급 헌터의 힘과 순발력을 지니게 된 윤성은,
-콰앙!
곧바로 압둘라의 턱을 돌려버렸다.
갑작스러운 습격이기도 했고, 조작계열 헌터인 압둘라에겐 그걸 피할 순발력도, 견뎌낼 힘도 없었다.
이어서 윤성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방독마스크
-종단 속도의 단검
-랜더의 코트
서둘러야 한다. 헬기를 폭파시킨 알리야가 돌아오면 지금은 이길 방법이 없으니까.
윤성은 빠르게 장비를 착용하며 봉고차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직 알리야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치솟는 불길을 구경하는 중이다.
<랜더의 전투화 발동!>
윤성은 곧바로 300미터를 사선으로 점프했다. 어떤 각도로 뛰어오르더라도 높이는 결국 300미터다. 그 높이에 이를 때까지 수평으로도 장거리를 날 수 있다는 뜻.
그의 몸뚱이는 알리야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사막은 탁 트인 곳이고 결국에는 발각될 것이다. 그 전에 아지트에 가야 한다.
모두가 위험하다.
‘아지트에 마정석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고!’
마정석 폭탄.
마정석을 뇌관에 연결하여 시한부 점화 마법을 걸어놓은 폭탄이다. 크기와 비교했을 때 그 위력은 재래식 무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 보호마법이 걸려있는 건물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위력.
그것이 무려 12개나 아지트 건물에 설치되어 있다.
미사일은 제임스가 건물 내로 빨리 들어가지 않아서 조급해진 알리야가 쏘아버린 것뿐이다. 진짜 폭발에 비교하면 에피타이저 수준.
하지만 아지트 내에 설치된 마정석 폭탄들이 일제히 폭발하면 미군은 전멸이거나 전투력이 급감할 거다.
그 후에 알리야의 군대가 돌아오면…….
-콰앙!
윤성은 랜딩 자세를 잡으면서 착지했다. 알리야는 약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고, 봉고차에 돌아와서 기절한 압둘라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 같았다.
-쫄쫄쫄.
점프로 인해 300점 만큼의 버프가 더 추가된 윤성의 감각 능력에 물소리가 잡혔다. 윤성의 시선이 예민하게 움직였다.
지하수로!
바로 아래쪽이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맨홀이 보였다.
주먹을 꽉 쥐고,
-꽈아앙!
힘껏 맨홀 뚜껑을 내리찍었다.
맨홀이 두 동강 나는 것을 확인한 윤성은 곧바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수로는 아지트로 연결되어 있을 터. 이대로 달려가서 헌터들을 구한다.
-타악!
수로 바닥에 떨어진 윤성이 고개를 들자, 그 앞에는 놀란 얼굴의 헌터들이 서 있었다.
뭐야? 자력으로 탈출했잖아?
하지만 숫자가 적군. 상급 헌터들만 나온 건가?
“마, 마스크?”
방독마스크를 쓴 괴한이 나타나자 헌터들은 긴장했다. 알리야 패거리 중 하나일 거라고 짐작한 모양이다.
성질 급한 녀석 하나가 윤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콱!
윤성은 간단히 막아냈다.
점프로 300점, 랜더의 시계에 의한 버프 기본값으로 300점. 그리고 원래 가지고 있었던 능력치.
윤성의 능력치 전반은 800점에 이르렀고 지능은 1,000에 가깝다.
기껏해야 A급인 헌터 팀의 공격이 별로 위협적이진 않다. 게다가 무기도 없다면.
“'ana ealaa aljanib alkhasi bika.”
통역 마법이 아직 남아 있는 윤성이 편안하게 아랍어를 구사했다. 난 당신들 편이라는 뜻.
헌터들은 여전히 윤성을 경계했지만 적의를 보이진 않았다. 일단 공격해봤자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위에는 알리야가 있습니다.”
윤성이 아랍어로 설명했다.
“여기로 나가면 위험해요.”
지금 윤성의 힘으로 과연 알리야를 이길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600점 버프를 모든 능력치 전반에 나눠 가진 윤성 역시 현재는 S급에 이르는 전투력을 가졌지만, 알리야 또한 중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S급 헌터다.
일단 이 상급 헌터들을 안전한 곳으로 빼내야 한다. 수로는 아직 한참 남아 있으니까. 뒤로 더 이동하면 나가는 다른 출구가 있을 거다.
그걸 발견할 때까지는 이들을 계속 진행시킨다.
“저는 아지트로 갈 겁니다. 미군이 위험에 처해 있거든요.”
“혹시, 마스크맨이십니까?”
이시열이 한국어로 물었다.
비록 한국에서 한참 떨어진 중동에서는 당연히 마스크맨에 대해 알려진 게 없지만, 이시열은 한국인이다. 마스크맨 같은 유명인사를 모를 리가 없다. 그 트레이드 마크인 방독마스크도.
“맞습니다.”
윤성도 한국어로 대답했다.
이시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혹시나 해서 물었던 것뿐이다.
한국에 있어야 할 마스크맨이 어떻게 여기에 있겠는가?
그런데 정말 이곳에 있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마스크맨은 우마르만큼 반가운 지원군이었다.
“맞아! 우마르!”
이시열이 소리쳤다.
“우마르?”
처음 듣는 이름에 윤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라크의 S급 헌터입니다. 지금 위험에 처해 있어요.”
“위험에 처하다뇨?”
“지하수로에 거대한 마수가 있었습니다. S급 마수가요!”
“뭐라고요?”
윤성이 황당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전말은 이랬다.
우마르를 필두로 지하수로를 이동하던 탈출팀은 곧 지하수로에서 거대한 마수와 마주쳤다.
그것은 알리야가 길들였고, 풀어놓은 것.
구울.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속에서 좀비와 동일시되며, 흔히 잡몹으로 취급되지만 그것의 실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끔찍하다.
아랍의 신화 속에 나오는 식시귀. 인적 드문 곳이나 묘지를 배회하며 인간의 육체를 먹고 사는 사악한 악마.
하이에나로 변신할 수 있는 강력하고 끔찍한 마수.
“구울이 이곳에 있다고요?”
놀란 윤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우마르 씨가 혼자서 그놈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있어 봤자 거추장스럽다면서 빨리 피하라고 했고요.”
“이런.”
“마스크맨!”
이시열이 말했다.
“당신이라면……. 당신은 헌터 스쿨에서도 S급의 마족. 그것도 보스를 처치한 경력이 있잖습니까?”
“그렇긴 한데.”
그때의 버프는 지금의 세 배짜리였는데.
윤성이 침음을 삼켰다.
“부탁입니다. 우마르를 도와주세요.”
“알겠어요. 일단 전부 피하세요.”
“고맙습니다.”
“땡큐.”
“당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헌터들이 차례로 인사하며 윤성을 지나쳤다.
가볼까.
윤성은 어깨와 팔을 풀고는 수로 안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