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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52화 (5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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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52화

14. 하인스

샤샤의 알은 다른 리자드맨의 알과 다르다. 크기도 무늬도 색깔도 모든 것이 우월하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왕이다.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난, 모든 리자드맨 중 가장 크고 힘이 세며 영리한 존재.

하지만 샤샤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잔뜩 겁을 먹었다.

그 정체불명의 마수가 들어와서 리자드맨 수하들을 모두 박살 내버렸던 날 이후로 처음이다.

“키이이…….”

샤샤가 창을 양손으로 꼭 쥐었다.

“자. 이제 끝내볼까.”

마지막 리자드맨의 목을 쳐버린 윤성이 말했다.

그가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쒸익!”

샤샤가 윤성을 향해 창을 휘둘렀지만,

-우뚝!

윤성은 그것을 맨손으로 잡아버렸다. 그리고는,

-콰직!

두 손으로 부러뜨렸다.

“말이 통하는 놈이니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해독제는 어디 있냐?”

샤샤의 몸이 덜덜 떨렸다.

“빨리 말해!”

“어, 없.다.”

“뭐라고?”

“보, 보스. 방에 있. 다.”

“어이! 헛소리하지 마! 네가 해독제가 없을 리가!”

윤성이 샤샤의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며 윽박질렀다. 샤샤는 잔뜩 움츠러들며 뒷걸음질을 쳤다.

신차민을 힐끗 살펴보니 안색이 많이 안 좋다.

-퍽!

조급해진 윤성이 샤샤의 명치를 후려갈겼다. 그리 세게 친 것은 아니지만 B급 헌터 수준의 힘이다.

D급 던전의 보스인 샤샤한테는 너무 강력했다.

마치 생쥐를 망치로 후려친 꼴. 아무리 힘 조절을 해도 치명적이다.

주저앉은 샤샤가 힘겹게 숨을 토하며 신음했다.

“장난하지 마라. 지금 기분이 매우 나쁘니.”

“진. 진. 짜. 없. 다.”

샤샤가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서둘러 자신의 가죽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바닥에 툭툭 던져놓는 옷가지 어디에도 해독제는 보이지 않았다.

“보, 보스방에서. 안. 갖고. 나왔. 다.”

“미친…….”

독을 주로 사용하는 샤샤는 일반적으로 해독제를 항상 휴대한다.

지금 그게 없다는 건 보스방에서 쫓겨날 때 해독제를 챙기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는 건가?

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

“너희들, 계단 입구에서부터 경비를 서잖아. 침입자가 어떤 놈이었는진 모르겠지만 보스방에서 탈출할 때까지 시간이 있었을 거 아냐.”

윤성이 말했다.

“근데 해독제를 안 가지고 나왔다고?”

“그, 그놈은 보. 스 방. 안에서. 나. 타. 났다.”

“망할.”

윤성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대체 뭐 어떻게 하면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움직여야 한다.

“야, 이 파충류 새끼야. 너는 나랑 같이 간다.”

윤성이 샤샤의 목덜미를 콱 움켜쥐었다.

“보스방까지 안내해라.”

윤성은 그 거대한 샤샤를 ‘집어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샤샤는 생전 처음 느끼는 속도감에 공포에 질렸지만 윤성의 운전은 완벽했다.

샤샤는 어느 종유석에도 부딪히지 않고 엄청난 속력으로 던전 안을 질주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샤샤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최대한 빨리 보스방에 이르려는 윤성의 계산 때문이었다.

-탁! 탁! 탁! 찰방찰방. 탁! 탁!

모든 리자드맨들을 다 쓸어버리며 왔기 때문에 시체만 가득한 그곳에서 윤성의 발소리만 울려 퍼졌다.

샤샤는 윤성에게 붙들린 상태로 손가락으로 방향을 지시했고, 윤성은 그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약 5분 후.

윤성은 아래로 한 층 더 내려가는 커다란 홀을 만났다.

아래에서부터 스멀스멀 번져 나오는 꽤 흉흉한 기운. 윤성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여기가 보스방이군.

윤성은 아래를 향해 빛의 탄환을 한 발 쏘았다. 조명탄처럼 사용한 것이다.

떨어지는 빛을 통해서 깊이를 가늠해 보았다. 제법 깊지만 랜딩을 한다고 생각하면 대단치 않은 것이다.

10여 미터 정도? 친절하게 사다리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윤성이 그런 걸 쓸 리가 없다.

-쿵!

먼저 샤샤를 아래로 집어 던졌다. 샤샤는 비명 소리를 내며 떨어졌는데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럼 내려가기 전에.’

윤성은 인벤토리에서 방독마스크를 꺼내 썼다.

레이드 팀이 만약 아래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 신원이 들통나지 않게.

-휙!

뛰어내린 윤성은 랜딩을 했고, 이윽고 눈앞에 메시지창들이 떠올랐다.

<최종 속력=16.99㎧, 낙하 거리=15.58m, 낙하 시간=1.80s>

<랜딩 성공!>

<랜딩 버프 :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315.58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힐링, 남은 시간 86,400초>

<영구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1점.>

랜더의 손목시계 덕분에 버프 기본값 300점이 추가되었다.

버프 스킬은 힐링. 약한 독은 힐링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우 17미터 높이에서 나온 힐링이다. 웬만한 외상은 잡을 수 있겠지만 중독된 것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보스를 때려잡고 해독제를 구한다. 그리고,

‘먼저 들어간 레이드 팀은?’

윤성은 방 안을 살펴보고 놀라고 말았다.

리나, 박형철, 김유정.

세 사람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함께 들어간 듯 보이는 리자드맨 일곱 마리도 마찬가지다.

벌써 전멸이라니? 시간 벌이는 꽤 할 줄 알았는데?

“확실히 레벨이 다르긴 하군.”

윤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샤샤의 왕좌를 쳐다보았다.

마족.

뿔과 날개의 크기, 피부색 따위를 볼 때 A급 상위권 정도인 것 같다. 아르동이나 바토리보다는 한 수 아래인 듯하지만.

황당하다. 무슨 놈의 던전이 입구에서는 E급 스켈레톤, 중간부턴 D급 리자드맨이었다가, 보스방에선 A급 마족이 나오는 거야?

“이번엔 샤샤가 오긴 왔구나. 아깐 떨거지들뿐이어서 김이 샜지.”

마족이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묻지. 리자드맨들의 해독제를 가지고 있나?”

윤성이 대꾸했다.

“그깟 뱀독 때문에 해독제를 필요로 하는가? 인간의 몸이란 참으로 연약하구나.”

왜 마족 놈들은 말투가 하나같이 중2병 가득이지?

윤성이 인상을 찡그렸다.

마족은 피처럼 붉은 와인을 잔에 따라 마시며 웃었다.

“인간, 한잔하겠는가?”

“내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딱 2분 준다. 해독제를 찾아서 내놔.”

마족은 등 뒤의 수납장과 책상들을 힐끔 살펴보더니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 던졌다. 받아보니 해독제다.

“리자드맨 전사장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이거 확실하냐?”

윤성이 샤샤에게 물었다. 떨어지면서 어디가 부러졌는지 샤샤는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윤성이 쓰러진 헌터들을 향해 이동했다.

<힐링 발동!>

버프로 얻은 스킬로 헌터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지능이 높은 덕에 외상은 금방 치유되었지만 의식을 차리지는 못했다.

치료하면서 윤성이 마족에게 물었다.

“이 녀석들은 네가 이렇게 만들었나?”

“그럼 누가 했겠느냐?”

“당당하네? 뒤지고 싶냐? 너 아르동 모가지 누가 땄는지 모르지?”

아르동의 이름에 마족이 움찔했다.

“바토리 님을 아느냐?”

“하하.”

윤성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됐다. 얘기해서 뭐해. 그보다 너 왜 샤샤의 던전을 뺏은 거냐?”

“왜 안 되겠느냐? 나도 내 굴을 뺏겼는데.”

“누구에게?”

“누군지가 중요하겠는가. 지금과 같은 대격변의 시대에.”

“대격변?”

마족은 빙긋 웃었다.

“인간이여.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지구의 수호자가 차원간의 차단막을 열었다. 그동안 너희가 보았던 던전들. A급? S급? 모두 같잖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왕이 강림하는 날을 기다려라. 그분께 경배하면 너희의 목숨을 보전해주실 것이다.”

“무슨 개소리야? 수호자란 건 또 누구야?”

“수호자를 몰라?”

마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 흉흉한 마력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걸 모른다면 얘기해줘도 시간 낭비다. 넌 다가올 전쟁에서 맡은 역할이 없는 것이니.”

“맞는 말이야, 시간이 아깝군.”

치료를 마친 윤성이 일어나며 손을 뻗었다.

<빛의 탄환 발동!>

“크악!”

어깨가 뚫린 마족이 비틀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네가 빛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거지?”

“랜딩해서 받았다.”

윤성이 다시 한번 빛의 탄환을 쏘았다. 이번엔 양손이다.

-퓽퓽퓽!

무자비한 난사. 쏟아지는 빛줄기에 마족은 맥을 추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하지만 곧,

“흐아압!”

마족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장막이 그의 앞을 둘러쌌다.

마치 작은 고치 안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빛의 탄환으로 뚫리지 않는다.

“이것은 악마의 방패다.”

장막 너머에서 마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번 발동하면 쉽게 해제할 수 없지만, 대신 막대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지.”

마족이 말했다.

“네 공격력으론 이것을 파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네놈은 상당한 실력자이지만 그건 버프 때문인 것 같군? 사다리 위에 있을 때와 지금의 기운이 다르구나. 어떤 물약으로 도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없다고 한 것은 어쩌면 그 때문…….”

“내 알 바냐? 맘대로 해. 여기 샤샤 두고 갈 테니까 둘이 던전 놓고 일기토를 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고.”

윤성이 대꾸했다.

신차민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장막은 단검 투척 등의 방법으로 어찌어찌 파괴한다 하더라도 다시 싸움이 벌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이 아깝다.

저 악마의 방패라는 게 한 번 발동한 후엔 쉽게 해제할 수 없다니까 그냥 가면 그만 아닌가?

윤성은 박형철과 김유정, 리나를 차례로 사다리 위로 옮겼다.

그러고는 세 헌터를 업거나 옆구리에 끼거나 어깨에 들쳐 메고 뛰기 시작했다.

빨리 돌아가서 차민에게 해독제를 줘야지.

빨리 돌아가서 차민에게 해독제를 줘야지.

세 사람을 들고 뛰느라 움직임에 제약이 생겼지만, 대신 랜딩 버프로 힘과 순발력이 올랐다. 속도 자체는 그리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약 30분 후, 윤성은 네 사람을 모두 던전 밖까지 옮기는 데 성공했다. 육체적으로 피로하다기보다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했기에 정신적으로 피로하다.

해독제를 마시고 힐링 스킬로 치료도 받은 차민은 호흡이 빠르게 안정되고 열도 내려갔다.

네 사람을 나란히 던전 입구의 나무와 바위에 기대어 눕혔다.

이제 증거 인멸만 하면 끝.

시나리오는 이렇다. 리자드맨들의 창에 몸 곳곳에 구멍이 송송 뚫린 윤성은 죽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독마스크가 나타났다.

그는 놀라운 힘으로 리자드맨들을 싹 쓸어버리고 윤성의 상처를 치료했고, 헌터들을 전부 구하고 신차민을 해독하고 바깥으로 옮겨 놓았다는 것이다.

한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인원수가 다섯 명이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미 방독마스크는 침식형 던전에도 순간이동석을 써서 침투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 시나리오를 완성하려면 나도 마스크를 벗고 기절한 척하고 이들 옆에 누워 있는 게 좋으려나?’

윤성이 방독마스크를 벗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으, 으으…….”

박형철과 리나가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들었다.

“마, 마스크맨?”

리나가 방독마스크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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