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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49화 (4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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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49화

다윤은 원래 다니던 고등학교로 다시 옮겼다.

학교 위치는 조금 더 멀어졌지만 버스를 갈아탈 필요가 없어서 걸리는 시간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소윤도 마찬가지.

윤성이 낯설어서 집안에서 행동을 조심하던 소윤도 금방 경계심을 내렸다.

이모 댁에서 자기 방도 없이 구박받으며 살아왔던 그녀는 윤성의 집에서 힘껏 행복해했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줄 알았는데 뜻밖의 애교도 은근했다.

“오빠, 오빠! 이거 봐.”

어느 날 밤, 집에 돌아온 윤성에게 소윤이 까르르 웃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기묘한 형태의 주먹밥.

“학교에서 만들었어. 가정 시간에.”

“그런 것도 해?”

“응! 이거 만드는 데 두 시간 걸렸어.”

두 사람의 목소리에 방에서 공부하던 다윤이 거실로 나왔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소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너 언니한테는 주먹밥 없다더니. 오빠 주려고 숨겨놨어?”

“으응……. 아냐. 언니랑 오빠 같이 먹으라구 가져왔지…….”

“둘이 먹지 왜.”

윤성이 부엌에서 잔에 찬물을 따라 마시며 말했다.

“정말 우리가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다윤이 주먹밥을 관찰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아니, 먹어도 우리 생명이 안전하냐고.”

다윤이 씩 웃자 소윤은 괜찮다며 그녀의 어깨를 마구 두들겼다.

“너 전에도 학교에서 만들어온 거 샌드위치인지 뭔지 다 부서져서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했던 거, 그거. 나 먹고 배탈 났었잖아.”

“소윤아, 괜찮아. 오빠는 헌터라서 웬만큼 상한 거 먹어도 탈 안 난다.”

윤성이 주먹밥을 잘라서 한 입 삼켰다.

“웬만큼이 아니었군.”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오빠! 오빠! 왜 그래!”

윤성의 장난에 놀란 소윤이 윤성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다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주먹밥은 꽤 맛있었다.

소윤이 준비한 간단한 야식을 먹은 후에 접시를 씻으면서 윤성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오빠 곧 출국한다.”

“뭐! 왜? 어디로?”

소윤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집트.”

“와! 나도 데려가.”

“이미 비행기 표 끊어서 안 돼. 다윤이 수능 끝나면 같이 가자.”

“힝.”

그녀의 표정이 시무룩해졌지만 어쩔 수 없다.

이집트에 가서 랜딩하면 그 버프 시간 동안 상급 던전들을 쓸어버릴 생각이다. 때문에 동생들을 데려갈 순 없다. 계속 밖으로 돌아다녀야 하는데 동생들을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다윤이는 지금 가장 바쁜 고3이기도 하고.

“근데 나 일주일 정도 없을 텐데 그동안 둘이 있어도 괜찮겠어?”

“응.”

다윤이 쿨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모네가 명열이 데리고 집 비울 때도 우리 아무 문제 없었어. 오히려 좋았지.”

“그래. 그럼 소윤이 잘 부탁한다.”

“출국일이 언제인데?”

“나흘 뒤.”

“뭐야, 아직 멀었네.”

다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나흘 동안은 가능하면 집에 붙어 있을 거야.”

일일랜딩할 때만 빼고.

“임무 없어?”

“나흘 동안 무슨 임무가 떨어지겠어. 그 후엔 휴가 신청해 두었고. 괜찮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성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윤성 씨, 헌터 임무 담당 부서 최철영입니다.”

뭐야?

최철영이라면 하급 헌터들의 임무 담당자다.

“네. 어쩐 일이세요?”

설마? 설마 지금 임무를 주는 건 아니겠지? 차희가 뭐라고 해서 전에도 짐꾼 일을 주긴 했지만 출국까지 나흘 남았는데.

그리고 지금 윤성의 등급은 D급이다.

또 짐꾼 일은 아닐 테고, 레이드가 맡겨져 봤자 당연히 D급일 것 아냐?

“구파발역 인근에 E급 던전이 열렸습니다. 강윤성 헌터님은 D급 헌터 ‘리나’가 이끄는 레이드 팀으로 배정되었습니다. 리나 씨 연락처를 문자로 드리겠습니다.”

젠장, D급도 아니고 E급 던전이군.

혼자서 가루다 던전도 잡았고, 침식형 던전에서 S급 수준의 마계의 남작도 잡았다.

근데 지금 E급 던전에 가라고?

잠깐만. 그러고 보니 리나,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다.

윤성은 잠깐 고민하다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신촌 E급 던전 범람 사건 때 백화점 35층에서 보았던 여자다.

“자세한 건 리나 씨한테 전화해서 안내받으세요.”

최철영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전화를 끊은 윤성은 리나에게 다시 걸었다.

-여보세요.

“리나 씨?”

-누구시죠?

“D급 헌터 강윤성입니다.”

-아, 제 팀원이시죠? 레이드는 모레 오후 1시예요. 구파발역으로 오세요. 장비는 알아서 준비하시고.

약간 불친절한 설명이었지만 그거면 됐다. 전화를 끊고 윤성은 소리를 질렀다.

“으악! 짜증 나! 가기 싫어!”

“왜 그래?”

“아냐. 아무것도.”

다윤은 깜짝 놀랐지만 어깨가 축 늘어진 윤성을 보고 더 캐묻지 않았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윤성은 상태창을 열었다.

지난 며칠간의 꾸준한 랜딩과 높은 레벨 때문에 올라간 스탯.

<강윤성>

<칭호 : 없음>

<힘 : 206(+781.2), 순발력 : 193(+781.2), 감각 능력 : 229(+781.2), 지능 : 336(+781.2)>

<버프 : 랜딩 42,322초>

<디버프 : 없음>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스킬 : 치명적 펀치(사용 가능, 42,322초), 빛의 탄환(사용 가능), 라이트닝(사용 가능)>

이젠 버프가 없어도 B급이다. 지능까지 고려하면 B급 중에서도 최상위권.

그런데 D급 헌터가 리더인 레이드 팀에 끼어서 E급 던전에 가야 한다고? 그냥 다들 밖에서 기다려! 5분 안에 정리하고 올 테니까.

‘아니, 잠깐만. 차라리 지금 가서 클리어해 버릴까? 그럼 귀찮게 안 하겠지?’

윤성의 눈이 번득였다.

그는 휴대폰을 켜고 구파발역 근처의 던전들을 검색했다.

‘이런. E급 던전이 무려 일곱 개가 잡히잖아?’

이걸 다 돌 수는 없지. 어쩔 수 없군.

윤성은 분노를 삭였다.

어쩔 수 없지. 이집트 가면 상급 던전들을 잔뜩 돌 테니까 그 전에 몸이나 푸는 느낌으로 다녀오자. 1선에 나서진 말고. 뒷짐 지고 적당히 따라다니면서 다른 헌터들이 레이드하는 걸 슬쩍슬쩍 도와주는 식으로.

***

이튿날 오전.

아침과 점심의 중간쯤 되는 식사를 마친 D급 헌터 리나는 마법 저격소총 마력 점검도 끝냈다.

레이드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지만 이처럼 일을 서두른 이유는, 화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완벽해.”

눈썹을 그리고 립을 바르면서 리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에어포스가 후원하는 영등포 헌터 학교 24기 졸업생. 주특기는 장거리 저격. 하지만 마법 소총을 쥐고 근접전도 너끈히 해내는 엘리트.

하지만 치명적인 미모와 매혹적인 몸매로 학생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남성 헌터들을 설레게 했던 신인. 헌터 일간지 <헌터 오늘>의 표지 모델의 마법 소총 광고 모델.

‘이쯤이면 실력은 D급이지만 외모는 S급이지.’

리나는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으면서 집을 나섰다.

‘블로그에 올려야지.’

[안녕하세요, 리나입니다♥

오늘 설레고 떨리는 소식이 있다는 사실! 그건 바로 리나가 레이드 리더를 맡게 되었다는 건데요~ 솔직히 너무 떨려요. 어젯밤부터 한숨도 못 잤네요. 덕분에 잔뜩 내려온 다크서클을 가리느라 리나는 새벽 일찍부터 열심히 화장했답니다. ^.^]

방금 찍은 셀카를 올리려던 리나는 사진을 살펴보다 잠깐 멈추었다.

포토샵 조금만 하고…….

오후 12시 30분.

일찍 구파발역에 도착한 그녀는 장비를 점검하고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로그엔 안 썼지만 오늘 이상한 녀석이 둘이나 있다.

일단 하나는 헌터 학교 학생이다. 최근 난리가 났던 에어포스 헌터 스쿨.

휴교령이 떨어진 동안 일종의 개인 교습으로 레이드 현장 실습을 가는 거라던데.

물론 전력에는 아무런 도움 안 된다. 졸업 후 협회에서 마력 주입을 받고 각성하기 전까지는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으니까.

대신 D급이 두 명이다. 리더이자 컨트롤러인 리나를 제외하고도 한 명이 더 온다. 문제는 이상한 녀석 둘 중 나머지 하나가 그 녀석이라는 거다.

거의 1년이나 임무를 나간 적 없는 D급 헌터다. 협회의 레이드 배정 팀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이유를 물었는데, 답을 듣지 못했다. 짐꾼은 최근에 한 번 했다던데.

아무튼 그가 E급 던전에 배정받은 이유는 헌터 학교 학생의 빈자리를 메우는 오버스펙 겸, 현장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큰 도움은 안 되겠지. 1년이나 쉬었으면 현장 감각 다 떨어졌을 테니.

“선생님! 아, 아니, 리더님! 안녕하세요! 헌터 학교 3학년, 신차민입니다.”

어느새 도착한 신차민이 외쳤다. 목소리와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귀엽게 생겼네?’

리나는 미소가 나왔지만 리더답게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신차민이 2등, 나머지 헌터들이 차례로 5분 간격으로 나타났다. 레이드 팀은 총 다섯 명. 마지막 하나는 지각이다.

‘강윤성. 이 인간이 진짜.’

***

강윤성은 1시 21분에 구파발역에 도착했다.

‘늦잠 잤다…….’

이집트 던전들을 조사하느라 좀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도착한 윤성이 레이드 팀에게 사과를 했다.

리나는 지각한 멤버가 나타나면 혼쭐을 내줄 생각이었으나, 윤성의 얼굴을 보자 굳어버렸다.

“그때 백화점!”

혹시 알아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알아보네, 피곤하게.

윤성은 시침 뚝 떼고 모른 척을 했다.

“뭐가요?”

“형님!”

신차민이 얼굴 가득 반가움을 드러내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윤성은 반대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세상 좁다더니, 어떻게 이 셋이 한꺼번에 모일 수가 있지?

“보고 싶었습니다. 형님! 형님께서 이 레이드 팀에 들어온다는 얘기 듣고 바로 실습 신청했습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됐군요! 운빨 지리는 각 아닙니까?”

“당신 백화점 35층에 있었던 그 E급 헌터 아니에요? 그때 백화점에서 집게벌레들을 아이언 피스트로 전부 때려잡았잖아요?”

리나가 물었다.

“아니에요. 얘한테도 물어보시죠. 전 마법 원거리 타입이라. 게다가 E급 아니고 D급.”

윤성이 어제 발급받은 D급 헌터 자격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리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차민을 쓱 돌아보았다. 차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형님은 원거리 저격수예요. 캬아! 근데 형님 D급으로 승급하셨군요. 원래 헌터가 그런 게 되는 겁니까? 근데 어째서 꼴랑 D급이실까?”

“뭐라는 거야. 원래 D급이었는데 판정 미스였던 모양이야. D급 턱걸이야.”

윤성의 대답에 리나가 다시 끼어들었다.

“하지만 협회에서 준 차트에도 근접 전투원이라고…….”

“아, 최근에 전향했어요. 거, 하급 헌터들은 원래 왔다 갔다 하잖아요. 뭘 해도 다 고만고만해서.”

맞는 말이긴 한데, 보통은 마법 계열이 헬스로 몸을 키우다가 근접 전투로 전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랭크 구간에서 없던 ‘마법 스킬’을 갖게 되어 마법 계열로 전향하는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기적적으로 마법 스킬 룬석을 얻게 되었다 해도, 그것을 팔아버리고 은퇴해서 곱창집이나 차리는 게 상식적이다.

그 비싼 것을 직접 사용해서 체화하고 마법 계열로 전향해서 D급 헌터 일을 계속한다? 정신병자거나 재벌 2세거나 둘 다거나, 셋 중 하나다.

리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윤성을 쏘아보았다. 너무 수상하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백화점 붕괴 때 그 사람이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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