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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45화 (45/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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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45화

“뭐냐?”

아르동이 그녀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바토리, 인간이 탈출할 때 함께 따라 나왔구나. 마계의 귀족이 인간의 도움을 받다니. 창피한 줄 알아라.”

“인간 먹는 놈보단 낫지.”

바토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뽑았다.

“어이.”

윤성이 말했다.

“그 칼을 이리로 줘. 무기가 없어서 저 녀석을 끝내지 못하던 참이었거든.”

“나도 무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못 이길 거면서. 그냥 뒤에 서서 구경이나 하시든가.”

“감히 하등한 인간이 나를 모욕하다니.”

바토리가 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면 넌 활을 쏘면 되잖아. 빨리 내놔.”

“쳇. 꼭 쓰러뜨려라.”

윤성의 ‘내놓으라’는 말은 이쪽으로 와서 전해달라는 것이었지만 바토리는 던지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안 돼! 던지면!”

윤성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그녀의 손을 떠난 장검은 높이 떠서 윤성을 향해 핑그르르 포물선을 그렸다.

콰악!

그리고는 공중에서 무언가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아르동이 쓴 스킬이다.

핀 쓰러스트라고 불렀던가? 검은 마력이 바닥에서 치솟아 바토리의 검을 쳐낸 것이다.

이제는 방향이 완전히 틀어진 장검이 아르동의 발치에 힘없이 떨어졌다.

“뭐야? 저 녀석이 저런 마법을……?”

바토리가 놀란 표정으로 아르동을 바라보았다.

“쳇.”

윤성이 혀를 차며 아르동을 쏘아보았다.

“후후. 무기가 필요한가?”

아르동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함부로 내게 단검을 던지지 말았어야지. 맨손으로 나를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아르동이 장검으로 윤성을 겨누며 말했다.

“내가 무기가 왜 없어, 이 멍청아.”

윤성은 인벤토리를 열고 종단 속도의 단검을 꺼냈다.

습득했을 때 메시지창에서 알려주었던 그 기묘한 성질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니까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허공에서 단검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아르동이 깜짝 놀랐다.

“별 잡기술을 다 쓰는구나.”

윤성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종단 속도의 단검을 오른손에 쥔 채, 쳐다본 아르동의 얼굴 위에 메시지창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단검 투척 타겟>

시선을 좀 내리자 이번엔 메시지창이 아르동의 턱, 목젖을 지나 목걸이의 루비로 옮겨갔다.

‘뭐야? 던지라는 거야?’

윤성은 단검을 꼭 쥐었다. 하지만 도박할 순 없다. 단검 두 개를 모두 잃으면 맨손으로 근접전을 벌여야 하니까.

분명 이 단검의 설명에 투척이 가능하고 원할 때 회수할 수도 있댔지만, 어떻게 작동되는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니 조심해야 한다.

‘모험할 필요는 없지.’

1,900점 버프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도 아직 잘 모른다. 능숙하게 다루기 어려우니 무리하지 말고 안전하게 가자.

윤성은 단검을 쥐고 아르동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캉! 깡!

아르동의 검술은 진짜였다.

마계의 귀족답게 그는 장검을 아름답고 강력하게 휘두르며 윤성의 공격을 정확히 방어하고 받아냈다.

이거 근접전도 쉽지는 않겠는데.

윤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방법은 하나뿐.’

콰악!

윤성은 한 손으로 아르동의 장검을 직접 받아냈다.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검날은 그것을 가뿐히 찢었다.

하지만 윤성의 손을 갈라 버리진 못했다.

피가 흐르긴 하지만 꾹 참으며 윤성이 아르동의 목걸이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흠!”

하지만 아르동은 몸을 뒤로 빼면서 장검을 비틀었다.

“크악!”

손바닥에 전해진 고통으로 장검을 놓친 윤성.

아르동은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카앙!

망했네.

‘단검을 놓쳤다.’

아르동의 장검에 튕겨 나온 종단속도의 단검이 윤성은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공중을 핑그르르 돌았다.

이건 순전히 검술 실력의 차이다.

힘도 순발력도 윤성이 압도적이었지만 무기를 다루는 숙련도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윤성은 이를 으득 씹었다.

뒤로 빠지는 윤성의 눈에는 아직도 메시지창이 보였다.

아르동의 목걸이 루비 위에,

<단검 투척 타겟.>

이렇게 근접전에 실패할 거면 그냥 진즉에 단검 던지기나 해볼걸 그랬다. 투척에 특화된 단검인 것 같은데 테스트라도 해볼 겸 말이다.

아무튼 이제 맨손으로 격투를 하다가 빛의 탄환 같은 스킬로 목걸이를 파괴하는 쪽으로 가야겠군.

근데 단검이 있을 때도 어려웠는데 맨손으로 하면 저 망할 귀족 놈의 검술에 농락만 당하는 것 아닐까?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

<단검 투척 타겟.>

메시지창이 재촉하듯 반짝였다.

‘아오! 나도 던지고 싶다고!’

쐐애애액!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공중에 떠 있던 단검이 저절로 아르동을 향해 쇄도했다.

1,900점의 감각 능력을 가진 윤성의 눈엔 보이긴 잘 보였지만, 너무 예상 밖의 일이라 반응할 수 없었다.

그런 사정은 아르동도 마찬가지였다.

공중에 떠 있는 단검이 저 혼자 움직일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눈으로 뻔히 보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

쨍!

퍽!

단검이 아르동의 목걸이를 파괴하면서 그의 가슴을 관통하여 땅에 박혀버렸다.

‘이, 이기어검술……?’

당황한 표정의 바토리.

윤성도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

“크윽.”

그 옆에서 아르동의 몸뚱이가 스르르 쓰러졌다.

이겼다. 끝에 가서 갑자기 요행이 터진 덕분이지만 어쨌든 이겼다. 잠깐만. 그럼 지금 이럴 게 아니라…….

“후우.”

깊이 숨을 내쉬면서 윤성은 학교 쪽을 올려다보았다. 이 전투를 지켜보던 마족들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다.

<사자후 발동!>

하지만 마력은 최저로 억누른다. 여기서 잘못 썼다간 학생들이 다 죽을지도 모르니까.

“꺼져라! 마족들아!”

윤성의 포효가 학교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캬아악!”

혼비백산한 마족들이 학교에서 빠져나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서 빛이 비친다.

쿠구구궁!

거대한 포탈이 열리기 시작했다.

윤성은 옆에 서 있는 바토리를 쳐다보았다.

“어떠냐? 고맙지?”

“검술 실력이 매우 하등하더구나. 어느 가문에서 배웠느냐?”

“아오 진짜 이게 끝까지!”

학교 건물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남수담과 서상희.

그들은 바토리를 보고 움찔했지만.

“하, 학교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윤성에게 인사했다.

“별말씀을요.”

“저기 근데, 마스크 씨. 당신 도대체 누굽니까? 이 던전은 외부인의 진입이 차단된 상태인데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아니면 혹시…….”

“들어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일강사 강윤성을 의심할까 봐 재빨리 대답했다.

“그 방법을 협회에 제공하면 이런 침식형 던전 처리에 매우 큰 도움이 될 텐데요.”

“보세요.”

윤성이 순간이동석을 꺼내어 내밀었다.

“마력이 느껴지는군요.”

“순간이동석입니다. 극히 일부의 최상급 헌터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에요. 아시죠?”

“…….”

“제가 가진 건 침식 던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힘이 있는 물건이죠.”

“그렇군요.”

“그나저나 학생들은 다 무사합니까?”

윤성이 물었다. 직접적으로 다윤을 언급하진 못했지만 너무 걱정되었다.

“다행히 몇몇 다치긴 했지만 모두 무사합니다.”

남수담이 말했다.

그럼 강다윤도 괜찮겠지.

윤성은 애써 맘을 진정시켰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윽고 포탈이 서서히 학교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갑시다.”

윤성이 말했다.

“넌 썩 꺼지고.”

바토리에게 손짓을 했다. 바토리는 이런 대접이 치욕스럽다는 표정이었지만 윤성의 말대로 포탈 밖을 향해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

학교를 통째로 삼켜 버린 포탈. 윤성은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깊이 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모 댁에 가서 막내 소윤이만 데려오면 되겠군.

***

에어포스 헌터 학교가 침식형 던전에 먹혔다는 얘기는 전국 톱 뉴스로 나갔다.

던전 밖에서 마력을 측정한 협회의 직원들은 던전이 A급이라는 데이터를 내놓았고, 전 국민이 절망에 빠졌다.

학교의 교사들로서는 A급 던전을 클리어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협회의 회장 고제하와 학교의 이사장인 에어포스가 현장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추가로 백마중과 백마 길드의 1급 공격대까지 있었다.

침식형 던전은 지역을 삼킨 후에 차단되어서 외부인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안에서 모두 죽거나 던전이 클리어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모두 죽겠지.”

약 한 시간 전 작전 회의실, 고제하 협회장은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이 다시 열리자마자 제가 들어가서 클리어하겠습니다.”

에어포스 역시 우울한 표정이다.

침식형 던전.

모든 유형의 던전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타입이다. 외부인이 추가 진입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은 아니다.

던전 발생의 전조가 없다.

때문에 던전이 터져서 해당 지역과 시민들을 삼켜 버리기 직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학교에 있었다면 모두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에어포스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던전 게이트에서 강력한 마력이 소용돌이처럼 분출했다.

마치 거대한 허리케인이 건물을 뽑아 날리는 것 같은 모양새.

게이트의 중심부에서 건물이 치솟고 있었다.

에어포스 헌터 스쿨이다.

“저, 저게!”

작전 지휘실 모두의 눈이 커졌다.

학교가 튀어나온 것은 게이트 역류 현상.

곧 던전 클리어를 의미했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면 게이트는 열리지만 침식 때 삼켜진 지형과 건물이 반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와아악!”

작전 지휘실의 헌터들이 헤드셋을 집어 던지고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현장에 모여 걱정하며 눈물을 찍어내던 학생들의 부모들은 학교가 튀어나올 때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았다.

하지만 곧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달려들었다.

게이트가 열리면 들어가서 사망자들을 수습하고 던전을 클리어하려던 백마 길드의 A급 공격대는 멍한 표정으로 학교를 바라보았다. 백마중도 안도하면서도 솔직히 허탈한 표정이었다.

“방독마스크다!”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가 가리킨 곳.

학교 옥상에 방독마스크가 앉아 있었다.

“찍어! 찍어!”

“우와아!”

“특종이다, 특종!”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학교 옥상을 향해 대포 같은 카메라를 내밀고 플래시를 연신 터뜨렸다.

찰칵찰칵 터지는 카메라의 소음 속에서,

털썩.

백마중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대표님? 왜 그러십니까?”

A급 헌터 주성호가 물었다.

“아. 아니야. 괜찮아.”

백마중은 떨리는 다리로 땅을 짚고 일어섰다.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방독마스크를 관찰했다.

에어포스가 저 녀석이 샌텀 타워에서 A급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했지. 이번 것도 저 녀석 짓인가?

하지만 전에 에어포스가 전했던 것에 따르면 가루다 던전의 보스를 잡고 나서 치명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 정도가 아닌데?’

저건 이미 평범한 S급 헌터보다 위다.

한국의 그 어떤 S급 헌터가 방독마스크와 일대일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김성인? 차예빈? 최수혁? 누가 되었든 저 녀석과 일기토를 벌이면 백 퍼센트 불구가 되거나 죽는다.

신민수라면 상대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는 오래전에 죽었다.

고제하 협회장은 늙어서 전성기의 실력을 못 낸다.

방독마스크와 여기서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에어포스뿐이잖아…….”

지극히 예외적인 헌터들. 세계에 몇 명 없는.

손에 꼽히는 최상급 헌터. 헌터 위의 헌터.

한국 헌터계의 최정상인 에어포스만이 저 녀석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만, 그건 달리 말하면 저 녀석도,

“SS급……?”

백마중이 중얼거렸다.

“아니. 그건 아니지.”

S급 중에서 예외적으로 강할 뿐이다. SS급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 하지만 분명 확실한 것은 지금 저 녀석이 한국에서 에어포스 다음의 랭크라는 거다.

도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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