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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43화 (43/260)

# 43

레벨업 속도는 9.8m/s^2 043화

이동한 곳은 탑 200층의 발코니.

“큭.”

강력한 바람이 불어와서 깜짝 놀라 몸을 웅크렸다. 반쯤 감은 눈으로 난간 너머를 내다보았다.

엄청난 높이.

만약 지면에 사람이 서 있다고 해도 점 하나 찍어놓은 듯이 보일 것 같다.

샌텀 타워 같은 건 상대도 안 된다. 여기 대체 몇 미터야?

“여기서 뛰어내려도 안전한 것 맞냐?”

윤성은 주먹을 꽉 쥐고 난간에 발 하나를 올렸다.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거나 몸을 사릴 시간이 없다. 다윤이가 위험하다. 촌각을 다툰다.

<랜더의 전투화 발동!>

그래도 이 높이를 빼먹을 순 없지. 230미터나 올라갈 수 있는데.

콰앙!

난간이 부서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윤성은 격하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까마득히 치솟는다. 차가운 바람이 아플 정도로 강하게 뺨을 때린다.

쿠우우우-

수직 상승이 점차로 멎어감에 따라 윤성은 다시 한번 높이를 절감했다.

절벽이나 패러글라이딩, 샌텀 타워가 순서대로 370미터, 500미터, 800미터였다. 200에서 300미터씩 꼬박꼬박 증가한 셈.

이번엔 500미터쯤 더 높아지지 않을까. 1,000미터 정도만 되어도 좋을 텐데!

아니면 그 이상?

윤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마 랜딩에 실패하면 뼛조각도 찾기 힘들 정도로 몸이 박살 나버릴 것이다.

왼팔을 사선으로 뻗고 두 다리는 착지할 때 살짝 구부리고.

체감상 이미 맨몸 종단 속도에 이르렀다.

꽈아앙!

윤성은 지면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수직으로 땅에 꽂혔다.

메시지창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윤성은 그걸 바로 읽지 못했다.

“끄악!”

왜냐면 현기증 때문에 바닥에 풀썩 쓰러졌기 때문이다.

“흐흐흐.”

웃음이 나온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현기증이지? 샌텀 타워에서 떨어졌을 때도 감각 능력이 800점이 튀었지만 머리가 아플 정도는 아니었는데.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아까 플로어에서 변형 바퀴를 다 죽인 줄 알았는데 정확히 일곱 마리 살아 있군. 폭등한 감각 능력 때문에 벌레들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후우.”

윤성은 깊이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메시지창을 읽었다.

<최종 속력=51.53㎧, 낙하 거리=1,940m, 낙하 시간=37.42s>

<랜딩 성공!>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1,940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사자후 남은 시간 86,400초>

<랜딩에 의한 능력치 포인트 획득은 1일 1회에 제한됩니다.>

<현재 레벨에서는 이 낙하 구간의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와아.”

육성 감탄이 터졌다.

1,940점? 진짜냐? 1,000점이 S급 커트라인인데 1,940점? 심지어 모든 능력치가?

김성인이나 백마중 같은 국내 S급 최상위권과 일대일로 싸워도 이길 수 있을 정도다.

“어?”

윤성은 뜻밖에 또 하나의 메시지창을 발견했다.

<탑을 발견했습니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N>

당연히 Y지.

윤성이 버튼을 누르자 메시지창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묵직한 것이 툭 떨어졌다.

“단검이잖아?”

단검을 집어 들자 또 하나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종단 속도의 단검 : 사용 가능. 51㎧의 속력으로 투척할 수 있음. 또한 사용자가 원할 때 회수할 수 있음.>

또 요란한 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걸 테스트하고 연구할 시간이 없다. 다윤이가 위험하다.

윤성은 종단 속도의 단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원래 사용하던 단검을 꺼냈다.

전투를 할 때는 아무래도 손에 익은 무기가 나을 것 같았다.

장비를 정리한 윤성은 재빨리 순간이동석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아까 떠 있었던 두 번째 선택지는 아마 원래 있었던 곳으로 윤성을 보내줄 것이 분명했다.

<순간이동석>

1. 층간 이동 : 이동하시겠습니까? (0층 - 200층)

2. 차원 이동 : 이동하시겠습니까? Y/N

“차원 이동!”

윤성이 소리쳤다.

두 번째 선택지의 글씨가 진하게 변하면서 윤성의 몸이 빛에 휘감겼다.

“악!”

갑자기 튀어나온 윤성을 보고 바토리가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어찌 된 것이냐? 하등한 인간이 텔레포트 마법을 쓸 것 같지는 않은…….”

“바로 그거다. 비켜.”

윤성은 바토리를 밀치고 쇠창살에 가까이 다가갔다.

끼이익.

양손으로 창살을 붙잡고 완력으로 뜯어냈다. 철사 구부리는 느낌이다.

“무슨…….”

경악한 바토리의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질 줄 몰랐다.

이게 인간인가?

이 완력은 마계의 그 어떤 강력한 마수를 불러도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다.

마계의 귀족 수준이다. 그것도 변방의 약소 귀족이 아니라 중앙에서 핵심 권력을 가진 귀족들.

어쩌면…….

“그룬헤잘드 후작님…… 수준……?”

“뭐?”

“어떻게, 어떻게 인간이 이런 힘을?”

“뭐라는 거야? 너, 탈출 안 할 거냐?”

윤성의 말에 바토리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따라와. 아르동 모가지 따는 걸 보여주지.”

따라오라고 했지만 윤성의 달리기는 너무 빨랐다. 바토리는 라센 북부 지역에서 가장 순발력이 좋은 마족이었지만 그녀조차도 윤성을 따라잡기는 벅찼다.

1,900점 버프를 가진 순발력.

윤성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힘으로 지면을 질주한 것이다.

그의 두 발이 내리찍은 땅마다 쾅, 쾅! 발자국이 깊게 패였다.

C급 헌터 김재혁은 정신을 놓았다.

교감이 이끄는 레이드 팀에 A급 헌터는 한 명도 없다. 교감은 이미 은퇴해 버렸으니까.

B급 이하 헌터로 이루어진 레이드 팀이 A급 던전 공략에 성공할 리가 없다.

아까부터 학교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마족들.

마스크맨이 걸어놓은 결계를 파괴하진 못하는 모양이지만 시간문제다.

마스크맨은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며 뛰쳐나갔지만 그 정도의 실력자라면 가루다 던전에서 기절해서 초주검 상태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계는 A급 던전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다.

이 레이드는 진즉에 실패로 끝난 것이다.

“흐. 흐흐흐.”

급기야 실성해 버린 김재혁은 교무실에서 나왔다.

강윤성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놈이 강당에 모아놓은 학생들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지루해 강당을 나왔다.

복도에 학생 몇 명이 창밖으로 마족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멍청한 것들은 아직도 레이드 성공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교사들이 강력한 결계를 걸어두고 나가서 마족들은 들어오지 못하고, 안에서 구경하며 기다리다 보면 집에 돌아간다고 믿는 거다.

김재혁은 복도를 지나 3학년 5반으로 올라갔다.

강당의 학생들 대부분이 돌아왔지만 없는 이들도 있다.

“강윤성 교사님 어디에 있니?”

김재혁이 물었다.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찾으면 선생님한테 알려줘.”

이게 다 강윤성 때문이다.

강윤성이 누군가? 포천 던전 전멸 사건에서 팀원들 다 잡아먹은 악귀 같은 놈이다.

정말 본인이 다 죽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한 건 그놈하고 같이 들어간 헌터들이 전멸하고 그놈만 살았다는 것.

“씨이발!”

‘이게 전부 강윤성 때문이다. 그 새끼를 죽여버려야 해!’

실성한 채 웃다 울다 비틀거리며 학교를 헤매던 김재혁은 곧 강당에 도착했다.

강다윤이 그곳에 있었다.

이 착한 학생은 상황이 이런데도 제 오빠의 말만 믿고 강당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이미 이곳엔 학생도 몇 명 없는데.

‘저년이 문제였군!’

강다윤이 문제다. 분명하다.

그년 전학 올 때부터 반대했었다. 강윤성 동생 년 아닌가?

각성은 핏줄을 탄다.

불행도 핏줄을 탈 거다.

‘그 망할 년이 이 학교에 와서다. 그래서 강윤성도 여기에 일일 교사로 온 거고. 그래서 던전 침식이 일어난 거야!’

“다윤아, 선생님 좀 따라올래?”

김재혁은 다윤을 불러내어 숙직실로 이동했다.

순진하게도 선생님이 부르니 졸졸 따라왔다. 곧 자기 목을 찌를 칼인 줄도 모르고.

철컥.

숙직실 문을 잠갔다. 다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세요?”

어리둥절한 표정.

김재혁은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삼켰다.

“다윤아? 지금 학교에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니?”

“네? 선생님들이 클리어하러 가셨다면서요?”

“흐흐흐. 그게 가능할 거라고 믿니? 안 돼. 이 던전이 어떤 타입인지 모르는구나. 흐흐흐흐.”

“네?”

“네가 죽어야 해.”

김재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서, 선생님……?”

“미안하다. 하지만 그래야 우리가 이 던전을 나갈 수 있을 거야.”

눈빛에 광기가 어렸다.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로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고 있다.

김재혁을 바라보는 다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겁에 질려 슬금슬금 물러났다. 숙직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콱!

김재혁이 억세게 그녀의 손을 틀어쥐었다.

“꺄악!”

“움직이지 마. 한 번에 처리 못 하면 더 아프니까!”

“놔, 놔주세요. 왜 이러세요, 선생님…….”

“왜 이러냐고? 흐흐흐,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뭐라고요?”

“너도 집에 가고 싶잖아? 이해하지? 응?”

“오, 오빠……, 오빠는 어디에 있어요?”

“오빠?”

김재혁의 인상이 구겨졌다.

강윤성?

그놈 때문에 지금 이 사달이 난 것인데!

남매가 나란히 민폐가 심하잖아!

“그 새끼도 뭐 어디선가 뒈져 버렸겠지!”

김재혁이 소리를 빽 질렀다.

치지직!

그의 왼손에 전기가 튀었다.

스킬 일렉트릭쇼크.

라이트닝보다 세 단계 정도 아래의 스킬이다. 하지만 비각성 학생 한 명 쓰러뜨리는 건 일도 아니다.

빠지지직!

일렉트릭쇼크가 다윤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꺄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몸을 뒤틀었다.

놀라서 숨을 헐떡이는 다윤.

“뭐야?”

김재혁이 황당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 악!”

다윤이 사정하며 숙직실 안쪽으로 달아났다. 그녀를 천천히 뒤쫓아 김재혁이 다가오자 다윤은 화병을 집어 던졌다.

착!

그러나 상대는 C급 헌터다. 화병 따위는 위협은커녕 저항조차 되지 못했다. 김재혁은 맨손으로 화병을 받아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좀 전의 기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일렉트릭쇼크가 안 통하다니.

학생이 교사보다 뛰어난 마력을 가졌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B급 이상의 마법 방어구를 차고 있다는 건데.

“코트인가?”

교복에도 기본 방어 마법이 박혀 있지만 일렉트릭쇼크를 막을 정도는 아니니까. 그럼 저 요상한 코트겠지.

“코트를 피해서 스킬을 써야겠구나. 머리 쪽으로 말이지.”

김재혁이 달려드는 순간,

덜컹!

숙직실 문이 소란스럽게 열리며 헌터 둘이 들이닥쳤다.

B급 헌터 서상희과 남수담이다.

둘 다 피칠갑을 했고 서상희는 손목 하나가 날아간 상태.

응급처치는 했지만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김재혁 선생님! 여기 있었군요. 교무실에 안 계셔서…….”

“선생님!”

남수담의 말을 자르며 서상희가 소리쳤다.

“우린 다 끝났습니다. 끝났어요. 흑흑.”

그녀가 울부짖자 남수담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주었다. 김재혁만 있으면 몰라도 학생이 있다.

어떻게 할지 결론짓기 전에는 학생들이 동요하면 안 된다.

그가 다윤을 보면서 말했다.

“다윤이는 나가 있으렴. 선생님들끼리 얘기할 게 좀 있으니까.”

살았다. 다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바깥으로 튀어나가다가 우뚝 섰다.

오빠는 대체 어디에 갔지?

다윤은 교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김재혁 선생님이 절 죽이려고 했어요.”

“뭐라고!”

놀란 남수담의 눈이 커졌다.

김재혁이 당황해 대답했다.

“아니, 그건…… 저…….”

“무슨 상황인지 저도 듣게 해주세요. 내보내면 다른 학생들한테 전부 다 소문낼 거예요.”

다윤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남수담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서상희는 이미 체념했다. 그녀는 교감의 배신에서 너무 큰 심리적 상처를 입었다.

“교감 선생님이 우릴 팔았어. 이 던전의 보스가 곧 이곳으로 올 거야. 우리 모두를 죽이고 정기를 흡수하려고.”

“네?”

“믿어지지 않지만 마족들은 그런 걸 할 수 있는 모양이야. 우린 다 끝났어…….”

“보스가…… 온다고요?”

다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흐아아악!”

김재혁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바로 그때,

콰앙!

시원스러운 굉음과 함께 결계가 박살 났다.

아르동 남작은 펀치 한 번에 윤성이 만들어놓은 A급 결계를 깔끔히 없애 버렸다.

“가자.”

아르동이 천천히 교내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수십의 마족들이 뒤따랐다.

“모든 인간을 잡아 내 앞에 대령해라.”

아르동의 호령과 함께 A급 마족들이 학교 안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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