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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41화 (4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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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41화

당황한 윤성이 마무리하려던 공격을 거두자 골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설명을 늘어놓았다.

“주, 죽이지 마라. 내가 네 상대가 안 된다는 건 알겠다.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

“어떻게 말을 하는 건지 얘기해 봐.”

“어떻게 말을 하는 거냐니? 난 아르동 남작이 직접 만들어낸 마법 창조물이다.”

“아르동?”

“이 영지의 주인이시다. 라센 북부의 강력한 마법사이기도 하고. 그분이 직접 창조한 것이니 난 당연히 마족들만큼 지능이 높고 언어 능력도 가지고 있지…….”

윤성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마족들은 원래 지능이 높고 중세 수준의 문명을 가지고 있는 지성 종족이다.

그 때문에 마족들을 일반 마수와 분리해서 다루는 헌터 이론서나 마수학 논문도 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마수를 마법으로 빚어내는 것까지 가능할 줄이야.

아르동이라고 했나?

어쩌면 보스의 마법력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지도 모른다.

“근데 마족들의 언어 능력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만, 그게 한국어라는 얘긴 들은 적 없는데?”

윤성이 물었다.

“이건 통역 마법이다. 좀 전에 헌터 한 무리가 이곳으로 들어왔거든. 그들이 이 언어를 쓰기에…….”

통역 마법.

이 역시 상대의 마법력을 알려주는 지표다. 통역 마법 같은 건 헌터들 사이에서도 꽤 귀한 마법인데, 아르동 그 녀석이 피조물에게 그 마법을 부여할 정도란 말이지?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남작님의 방에 있겠지.”

“뭐라고? 어떻게? 네가 들여보내 줬다는 거냐?”

애초에 그냥 들어가겠습니다, 하면 들여보내 주는 거냐? 자기네 남작을 죽이겠다는 레이드 팀인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빨리 알아듣게 설명해!”

초조해진 윤성이 골렘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골렘은 컥, 소릴 내더니 주절주절 얘기했다.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 하지만 헌터들과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온 자는 남작님의 사업 파트너다. 남작님께 강한 힘을 얻는 대가로 사람들을 바치기로 했지. 그래서 좀 전에 헌터들을 포박해서 데려오신 거다.”

“뭐라고!”

윤성의 눈이 커졌다.

“그 사업 파트너란 놈이 어떻게 생겼지?”

“얼굴이 쭈글쭈글하고 머리가 희고…….”

“교감!”

이런 미친. 이게 말이 돼?

“하지만 그 늙은이가 혼자 헌터들을 모두 제압하고 포박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 다만 데려오기로 약속한 수보다 좀 적었다는 것 같더군.”

“이런. 빨리 가봐야겠군. 너희 남작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건……. 그건 안 된다. 그럼 남작님이 날 죽이실 거다.”

“내가 남작을 죽이면 되지!”

“네가?”

골렘이 흐흐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이 마계의 아르동 남작을 죽인다고? 남작이 얼마나 무서운 분인지 모르는군.”

“그래 내가 남작을 못 죽일 수도 있지.”

“그렇지.”

“하지만 넌 죽일 수 있어. 그것도 지금 바로. 남작이 있는 곳이 어디냐?”

“크크크, 이것 봐라. 어리석은 인간. 네 수가 이렇게 얕으니까 남작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거다.”

골렘의 눈에서 화염이 물씬 치솟았다.

엄청난 열기!

이런, 마력을 모으고 있었군. 한 방을 위해서!

놀란 윤성이 뒤로 물러났지만 이미 늦었다.

꽈앙!

강력한 폭발과 함께 골렘이 두 발로 다시 섰다. 완전히 회복된 무릎.

윤성은 폭발에 휘말려 수 미터를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쿵, 쿵, 쿵.

골렘이 땅을 울리며 윤성을 향해 돌진했다.

“으으.”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윤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머리를 향해 골렘의 주먹이 날아들고 있었다.

윤성이 이를 으득 깨물었다.

좀 방심하긴 했지만 체급 차이는 현저하다. 이 마수는 윤성을 위협할 만한 적이 아니다.

윤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적의 공격을 받아치려던 그 순간이었다.

파앙!

검은 화살 한 대가 날아와 골렘의 팔을 통째로 부숴 버렸다.

“뭐야?”

고개를 돌려보자 검은 천으로 된 여행복과 후드를 덮어쓴 여자가 활을 겨누고 있었다.

치지직.

윤성의 두 손가락에 빛의 탄환이 장착되었다.

도와준 것 같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다. 보너스로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초에 방금 쏜 화살도 골렘이 아니라 윤성을 노렸던 게 빗나간 것일지도 모르고.

‘공격하면 바로 죽여 버려야지.’

떨어져 나간 오른팔을 쥐고 고통에 울부짖는 골렘을 뒤로하고 윤성은 여자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골렘 따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퓽!

여자가 발사한 화살은 또 골렘에게 날아갔다.

이번엔 머리.

골렘은 기이한 소음을 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여자는 활을 어깨에 메고는 이쪽으로 걸어왔다.

“도와줘서 고맙다. 넌 누구지?”

윤성이 묻자 여자는 힐끗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윤성을 살짝 가리켰다.

찌잉.

마력이 전해졌다. 귓속과 목구멍에 무언가가 낀 느낌.

“네게 통역마법을 걸었다.”

여자가 마계의 언어로 말했다. 윤성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에 이어지는 그녀의 문장도.

“하등한 인간에겐 이런 마법이 없는 모양이구나.”

“있어. 내가 못 쓰는 것뿐이야.”

“인간이란 종에게 사과해야겠구나. 그저 네가 하등한 것뿐이었으니.”

“넌 누구지?”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는 게 예의가 아니냐? 하등할 뿐 아니라 품격도 없구나.”

“얘기했다. 한국말로.”

짜증 나는 여자네. 윤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를 노려보았다.

“한국말이 무엇이지?”

“내가 온 나라의 언어다.”

“방금 썼던 그 하등한 언어 말이군.”

얘 하등한 거 왜 이렇게 좋아해?

윤성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싶다면 얼굴을 보이는 게 예의다. 마스크.”

그건 맞는 말이지.

윤성은 마스크를 벗었다. 마수를 상대로까지 굳이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겠지. 다시 말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어째서 그런 웃기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거냐?”

“다른 사람들한텐 내 힘을 숨겨야 하거든. 근데 넌 누구지?”

윤성의 물음에 여자는 죽은 골렘의 시체를 뒤지면서 답했다.

“내 이름은 엘리자베스 바토리. 마계의 백작이다. 인간, 너는 꽤 강한 힘이 느껴지는데 여긴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이 성에 납치된 동료를 구하러 왔어. 그리고 내 이름은 강윤성이다.”

“네깟 놈의 이름을 내가 알아야 하느냐?”

바토리가 골렘의 사체에서 열쇠를 꺼냈다.

“나는 남작을 포박하러 왔다. 일을 하는 김에 네 동료들도 구출해 주겠다. 넌 그냥 너희의 저 요란한 성에 돌아가 숨어 있어라.”

그녀가 한참 멀리에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학교를 가리켰다.

“저건 성이 아니라 학교야.”

이 미개한 것아.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싸움이 날까 봐 말을 삼켰다. 솔직히 싸움이 벌어지면 이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근데 남작을 왜 포박하려는 거지?”

“남작은 인간과 계약을 맺는 불법을 저질렀다. 과거엔 그런 일이 잦았으나 지구의 수호자가 차원을 나눈 후, 마왕께선 엄격히 그 일을 금하셨다. 아르동 남작은 마왕성에 가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 일을 하러 아랫것들을 안 보내고 백작이 직접 움직여?”

“아르동은 강력한 마족이다. 하등한 것들을 아무리 보내 봤자 피해만 늘 뿐이지. 하지만 내겐 혼자서도 충분한 일이다.”

“네가 여기서 상당히 강력한 편인가 보군. 마왕 바로 아래냐?”

“하등한 놈이 또 멍청한 소릴 하는구나. 마계의 군단장들은 나보다 훨씬 강하다. 나는 마왕의 총애를 받는 귀족일 뿐. 하지만 변방 남작 하나를 처치하는 것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

바토리는 성문을 열었다.

“따라오지 말고 너희 성으로 돌아가라.”

“넌 남작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

“모른다. 찾아볼 것이다.”

“그럼 흩어져서 각자 찾아보자. 혼자 하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아니야?”

“하등한 인간의 도움을 원하지는 않으나, 네가 굳이 남작의 성을 헤매다 죽고 싶다면 말리지 않으마.”

넌더리 날 정도로 도도한 여자다.

바토리는 말을 마치고는 마른 입술을 샐쭉 내밀며 마치 하찮은 벌레를 보듯 윤성을 쳐다보았다.

여러모로 특이한 던전이다.

마계의 특이한 성격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감탄스럽다. 이 정도로 체계가 잡혀 있다니?

정교한 언어. 심지어는 통역 마법. 남작에 백작 같은 직위와 법체계……. 정말 중세시대 같잖아. 게다가 문지기가 있고 성도 있고.

마수라기보다는 그냥 다른 시대, 다른 종족의 문명을 만난 듯한 느낌이다. 이걸 던전 레이드라 할 수 있나?

‘에이. 지금은 이런 데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윤성은 잡념을 털어버렸다.

그는 바토리가 진행하는 방향의 반대편으로 올라가 성의 서쪽부터 돌기 시작했다.

***

마계의 위대한 귀족 아르동 남작은 요즘 마왕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극에 이르러 있었다.

‘마왕은 늙었다.’

수호자는 이미 차원 간의 차단막을 열었다.

지구의 일곱 개 차원은 서로 무한한 경쟁 상태에 들어갔다. 그중 가장 약해빠진 건 역시 인계다.

마계가 힘을 키우려면 이곳을 먹어치우는 게 최선이다.

그러니 엘리지아 퀸이나 마이어 같은 이리떼들보다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

하지만 마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멍청한 늙은이.

그의 정책이 마계를 뒤처지게 하고 있음을 모두가 안다. 단지 현 마왕의 힘이 역대 그 어떤 마왕들보다도 강력했던 탓에, 그의 명령을 모두가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룬헤잘드 후작, 라플라스 공작, 르네 라쿠스트리스 군단장!

쟁쟁한 마계의 절대 권력들이 마왕의 뜻 아래 발톱들을 감추고 인형처럼 살기 시작했다.

마계는 이제 완전히 굳어버린, 시체 같은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마왕 아르동은 그렇게 통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아르동 남작은 교감을 내려다보았다. 이름이 뭐랬더라, 기억 안 나는군. 뭐 상관없지.

“공물의 숫자가 좀 다르구나.”

남작이 말했다.

그 앞에 바짝 엎드린 교감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B급 헌터 둘이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제게 힘을 주시면 금방 잡아 오겠습니다.”

“교감 선생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포박된 C급 헌터 다섯 명이 공포에 떨면서 말했다.

아르동 남작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밖에 있느냐?”

남작이 말했다.

“예, 남작님.”

방문 밖에서 남작의 하인 둘이 대답했다. A급 마족들이다.

“도망친 헌터들을 잡아 와라.”

“다녀오겠습니다.”

“굳이 남작님의 수하들을 보낼 필요 있습니까?”

교감이 살랑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제게 힘만 주십시오.”

“하하. 늙은이. 참으로 어리석구나. 네 역할은 이미 끝났다.”

남작의 손이 교감의 이마를 덮었다.

퍼억!

마치 잘 익은 수박을 쪼갠 것처럼 교감의 머리가 갈라졌다.

“꺄아악!”

“으악!”

놀란 C급 헌터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르동 남작은 미소를 지으며 교감의 머릿속에 손을 깊이 집어넣었다.

강력한 마력.

한때는 A급 헌터였던 남자다.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인간의 마력은 흡수할 수 있다. 약간의 요령만 있으면.”

남작은 뿌듯이 차오르는 마력을 느꼈다.

만족스럽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미 남작은 그동안 마왕의 눈을 피해 수많은 인간을 삼켜왔다.

퍽!

콰악!

C급 헌터들을 모두 흡수한 남작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여봐라.”

남작이 방문을 열고 나서며 하인들을 불렀다.

“예. 남작님.”

A급 마족 하나가 무릎을 꿇어 예를 올리며 답했다.

“아까 바토리가 들어왔다고 했느냐?”

“지금 남작님을 찾고 있습니다. 어서 대피하셔야…….”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 바토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구나.”

“바토리 백작을요!”

마족이 감동한 표정으로 아르동을 쳐다보았다.

“질질 끌 것 없다. 바토리가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라.”

***

윤성은 A급 마족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손쉬운 상대는 아니다. 가루다에 비하면 훨씬 난이도가 높다. 하긴, 그땐 윙 클리핑이라는 딱 맞는 스킬로 수십을 쓰러뜨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A급 마족들은 입구의 골렘만큼 강력했다. 전력을 다하면 못 이길 정도는 아니지만 방심했다간 어떤 치명타를 입을지 모르는 상대들.

약 20여 분 남작의 성을 헤맨 윤성은 곧 남작의 방을 찾아냈다.

여태까지 보아온 방 중 가장 크고 화려하며 고급스러운 침대. 무엇보다 영주의 초상화가 있었다. 처음 보는 문자로 적혀 있었으나 통역 마법이 걸린 윤성은 쉽게 읽었다.

<영주 아르동>

그러나…….

“방이 비었잖아?”

게다가 갑옷 걸이와 무기 걸이대도 비어 있다. 영주는 전투를 위해 무장하고 나간 것이다.

“설마 학교를?”

놀란 윤성이 황급히 영주의 방을 빠져나왔다.

‘젠장, 안 돼!’

벌써 성의 4층까지 올라왔다. 계단으로 내려갈 시간 없다.

쿠웅!

윤성은 복도의 난간을 밟고 뛰어내렸다.

랜딩 자세를 잡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신체 능력 덕분에 이 정도의 착지는 별문제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뜻밖의 전개가 펼쳐져 있었다.

“뭐야?”

홀에 아르동 남작이 서 있었다. 검을 든 바토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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