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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38화 (38/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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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38화

윤성의 눈이 커졌다.

당황한 윤성의 시선이 멎은 곳은 반에서 가장 뒷자리,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여학생이었다.

강다윤. 지금 이모 댁에서 살고 있는, 윤성의 동생이다. 그리고 분명히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다윤은 윤성의 시선을 외면하며 노골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성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윤성은 다윤의 팔을 붙잡고 학교 뒤편의 인적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어떻게 된 거야? 너 왜 여기 있어?”

“나 기회 균형으로 여기 온 지 두 달 정도 됐어. 몰랐어?”

“대학은 어쩌고?”

“대학 안 가. 내가 무슨.”

윤성이 이를 악물었다.

다윤이 각성자라는 것은 윤성도 일찍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각성은 핏줄을 좀 탄다.

“각성해 봤자 E급일 게 뻔한데 헌터 학교를 왜 가? 공부도 잘하는 녀석이.”

“…….”

“내가 너 헌터 학교 안 보내고 대학 보내려고 어떤 고생을 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오빠가 어떤 고생 했는지 나도 알아. 이모 댁에 매달 100만 원씩 부쳤다면서? 헌터 학교 졸업하고 나서 4년 동안이나.”

윤성이 놀란 표정이 되자 다윤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모가 얘기해 주더라. 최근에 몇 달 끊겼다면서. 그리고 소윤이 키울 돈 없대. 그래서 내가 헌터 한다고 했어. 졸업하고 돈 벌 테니까 소윤이 대학 보내자고.”

“최근 몇 달 밀렸던 그 돈 다시 보내드렸어.”

“그건 몰랐네. 근데 뭐,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난 오빠 원망 안 해. 그동안 우리 챙겨줬던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솔직히 더 엮이고 싶진 않아.”

“뭐?”

“나 오빠가 왜 최근에 몇 달 돈 못 보냈었는지도 알아. 나 여기 전학 오고 한 달 정도 되게 힘들었어. 누가 그러더라고. 네 오빠 살인자라고…….”

“그건 내가 한 거 아냐!”

“알아. 난 오빠 믿어. 이모가 막아서 재판은 못 갔지만. 근데, 그래도……. 너무 힘들어. 나 여기 적응하는 것만 해도 벅차. 오빠도 먹고살기 힘든 거 알아. 오빠한테 더 부담 주고 싶지도 않고. 오빠는 그냥 오빠 인생 살아.”

“…….”

“종 치겠다. 들어갈게.”

다윤은 힘없이 돌아섰다.

불찰이다. 동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동안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동생들을 만나봤자 아무런 도움도 못 줄 거라 생각했다.

랜딩 버프를 얻기 전 4년 동안 그 고생을 하며 던전들을 클리어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등급 업을 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했던 지난 삶의 유일한 목표.

동생들을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

랜딩 버프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얻은 후에 동생들을 살펴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은 아직까지 능력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것과 관련 있다.

혹시나 정체가 들킨다면 J등급 헌터의 힘을 탐내는 길드들이 다윤과 소윤을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랜딩 능력을 성장시키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아니, 다 핑계다. 미리 돌봤어야 했다. 이모 댁에서 잘 봐주겠지 하고 무작정 믿고 있어선 안 되는 거였다.

이 꼴로 사는 줄 알았다면 아무리 정체를 숨겨야 하고 바빴다 해도 내버려 두지 않았지!

윤성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곧바로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세요.

“이모님?”

-어, 윤성이구나.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다윤이가 헌터 학교에 있어요?”

-음.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잖아요!”

윤성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쌀쌀했다.

-다윤이 소윤이를 여태 키워준 게 누군데 그렇게 큰 소리를 내니?

“뭐라고요?”

-네가 그동안 일하면서 보내준 생활비 조금? 그거 애들 밥값밖에 안 돼. 그동안 애들 학교 보내고 입히고 재워주고 전부 다 누가 했는데 그런 소릴 하니?

“그건 저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히. 내 동생들 평범하게 키우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다윤이, 각성 해봤자 E급인 거 모르세요?”

-네가 계속 애들 생활비를 준다면 그렇게 하기로 했지. 하지만 지난 석 달 동안 어땠는지 기억 안 나니?

“얼마 전에 전부 갚지 않았나요?”

-신뢰 문제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우리 명열이도 곧 대학 가야 하는데, 다윤이까지 내가 대학 보내기는 좀 힘들구나.

“명열이요? 그 애는 대학 갈 맘이 없는 애잖아요?”

-아무튼.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저한테 얘길 하셨어야죠. 처음 약속은 제가 계속 생활비 보내드리면 다윤이 대학 보내는 거였잖아요? 그리고 걔한테 명열이 과외도 시키지 않았었나요? 그래놓고 그 공부 잘하는 애를 헌터 학교에 보내요? 어떤 판정 나올지 뻔히 아시면서.”

-불만이면 네가 데려가든지.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뒤통수에 오른 핏줄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알겠습니다. 동생들 제가 데려갑니다. 내일 데리러 갈 테니까 그리 아세요.”

뚝.

전화를 끊었다. 일일 교사로 온 헌터들이 복귀를 위해 셔틀에 타는 중이었다.

윤성은 차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느 학교든 힘 좀 쓴다고 주먹 믿고 까부는 녀석들이 꼭 하나씩 있다. 에어포스 헌터 학교라고 다를 것 없다.

강다윤의 맞은편 책상에 걸터앉은 채 다리를 건들거리는 학생.

“야, 아까 그 헌터 진짜 네 오빠냐?”

김인식이 물었다. 그는 에어포스 헌터 학교 3학년 통.

아직까지 판정을 못 받았지만 김인식의 아버지는 S급 헌터다. 그 자체만으로 학교의 VIP인 데다가 김인식 본인의 마력도 수준급이어서 B급 이상으로 판정될 예정인 유망주였다.

“야, 씹냐? 아까 걔 네 오빠냐고?”

김인식이 다윤의 턱을 톡 치면서 물었다. 다윤은 불쾌한 듯 인식을 쏘아보았다.

“하하, 얘 눈깔 봐. 개무섭네. 치겠다, 야?”

김인식이 옆에 서 있는 일진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킥킥 웃으며 조롱 섞인 눈으로 다윤을 쳐다보았다.

“무슨 볼일이야?”

다윤이 물었다.

“그냥. 3학년 2학기 다 끝나서 일반고에서 헌터 학교로 전학 오는 것도 특이한데, 그런 애 오빠도 헌터라니 신기해서. 근데 E급이라 어떡하냐?”

“E급이 뭐 어때서?”

“뭐, 욕하는 건 아니고. 왜? 기분 나쁘냐? 너도 네 오빠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남이 욕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냐.”

“욕하는 거 아니래도.”

김인식이 웃음을 터뜨렸다.

“야. 다음 주에 우리 3 대 3 소개팅 할 건데 인원수 좀 맞춰주라.”

“나 그런 거 안 해.”

“안 해도 되냐? 네 오빠 E급이라며? 우리 아버지 누군지 알지? 네 오빠 일감 끊길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뭐라고?”

“너 꽤 예쁘장하게 생겼잖아? 잘나가는 형들 소개해 줄게. 별로 어려운 거 아냐. 술 한 잔 먹고 좀 놀아주면 B급, C급 현직 헌터들 줄 생기는 거라고. 이런 제안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다?”

“안 할 거니까 가.”

“하, X발. 하여튼 좋은 말로 하면 사람 말을 안 들어요.”

김인식은 책상 위에 있는 다윤의 책을 집어 들었다.

헌터용 마수 대사전. 현재까지 밝혀진 마수들의 성질과 약점 등을 기록해 둔 책이다. 방대한 분량 덕에 1,600페이지에 이르는 매우 두꺼운 책이며 표지가 단단한 양장본이다.

찌이익.

김인식이 책을 세로로 뜯어버렸다. 표지까지 한 번에 찢겨나가는 괴력. 김인식의 친구들이 킥킥거렸다.

“야, 적당히 해, 애 지리겠다.”

“뭐 내가 사람 친 것도 아닌데.”

김인식이 웃으며 찢어진 책을 다윤의 앞에 툭 던졌다.

하지만 상급 헌터가 될 재목들은 각성 전에도 이미 본인의 마력이 너무 커서 엄청난 힘이나 지능을 보여주곤 한다.

은행에서 신차민이 그랬듯이.

김인식은 웬만한 현직 D급 헌터 뺨치는 전투력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인간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 완력으로 두꺼운 교재를 북북 찢었던 것이다.

“너 가난해서 책 살 돈도 없잖아? 이건 입학할 때 행정실에서 준 거지만. 이제 어쩔 거야? 소개팅 가서 선배들한테 사달라고 해야 될 거 같은데. 아냐?”

김인식이 물었다.

다윤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너 아버지가 S급 김성인이라며?”

“그런데?”

“아버지는 약한 사람들 지키려고 마수들하고 싸우는데 넌 약한 애들 괴롭히면 안 부끄럽니?”

“전혀?”

김인식이 그의 친구들과 조롱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제발 이러지 마. 나 좀 내버려 둬.”

“멍청아, 내가 지금 얘기하는 게 너한테 나쁜 것 같냐?”

“뭐?”

“내가 뭐 원조교제라도 하라고 했냐? 형들 학교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우리랑 한두 살 차이 난다고. 그리고.”

김인식이 다윤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너 학교에서 왕따 당하잖아. 내가 우리 그룹에 끼워서 같이 놀아준다고. 그럼 X나 고맙습니다 하고 절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하여튼 왕따 당하는 새끼들은 이유가 있어요. 멍청해서 그래. 멍청해서.”

“푸하하!”

“적당히 해라 야, 애 울겠다.”

자존심이 상한 다윤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가 언제 도와 달랬어? 필요 없으니까 가라고! 난 왕따 당해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조용히 지내게 내버려 두라고.”

“아니, 이 병신이 생각을 해줘도.”

“필요 없다니까!”

다윤이 소리를 빽 질렀다.

잠깐 침묵.

콰아앙!

갑자기 김인식이 다윤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힘이 얼마나 센지 철로 된 책상이 움푹 파였다.

공포에 질린 다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

“나랑 친한 애들도 그런 식으로 나한테 안 대들어. 오냐오냐하니까 이게 진짜 미쳤나. 우리 학교에 나 그딴 눈으로 쳐다보는 새끼도 없어.”

김인식이 말했다.

“네가 남자였으면 벌써 뒈졌다고. 알아? 눈깔아.”

“내가 거기 나가면……. 더 안 괴롭힐 거야?”

다윤이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너 괴롭혔냐?”

“나 학교 조용히 졸업하게 가만히 내버려 둘 거냐고…….”

“하, 씨팔. X나 이해 못 하네 진짜.”

김인식이 코웃음을 쳤다. 그의 옆에 있던 일진들이 함께 웃었다.

“이 병신 같은 년아! 내가 너한테 뭐 관심 있다 그랬냐? 이 멍청한 년아! 사람 모자라니까 그냥 인원수 하나 채우라고! 씨이발!”

김인식이 소리를 지르자 다윤은 겁에 질려 와들와들 떨었다.

도움을 바라는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학생들은 모른 척 그녀를 외면했다.

항상 이랬다.

일산의 던전이 범람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부터.

이모 댁에 갔을 때부터 그녀의 삶은 불행했다.

자기 삶 챙기기도 바쁜 오빠에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어린 막내를 혼자 지켜내며 둘째로서, 장녀로서 어떻게든 버텨내야 했다.

졸업 직전에 에어포스 헌터 학교로 전학한 후에도 그랬다.

모두가 살인자 동생이라고 손가락질하던 때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 때문에 계속 나머지 공부를 하고 창피를 당해도.

어찌어찌 참아내면 그 순간은 지나가고 그럭저럭 견뎌지는 것이다.

다윤은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김인식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다.

다윤은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때.

“야! 김인식!”

교실 앞문에서 터진 고함.

신차민이다. 윤성 앞에서는 까불거리는 귀여운 학생이었지만, 그는 학교 내에서 제법 힘 있고 인기 있는 학생이었다.

차민의 부모님은 두 분 다 A급 헌터였다. 김인식처럼 본인의 판정 등급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주였지만, 김인식과 달리 겸손하고 착했다.

학교에선 다윤이 고생하던 때에 그녀를 몇 번 돌봐주기도 했다. 예컨대 반 아이들이 숨겨놓은 책이나 체육복 따위를 찾아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물론 차민은 친절이 몸에 밴 아이라서 습관적으로 했던 것들이고 기억도 못 하지만, 다윤은 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었다.

김인식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차민을 쏘아보았다. 차민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가왔다.

“너 평소부터 애들 괴롭히는 거 맘에 안 들었어. 그만 좀 해.”

“오!”

김인식의 친구들이 감탄하며 손뼉을 쳐댔다.

“야, 신차민 개쩔어. 김인식한테 싸움 걸어.”

“돌았네. 빠른 이승탈출 셔틀 기사 수준. 동의?”

“어 보감. 근데 솔직히 신차민 세지 않냐? 그래서 난 김인식한테 만원 배팅 갑니다.”

신차민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김인식 무리를 한 번 훑어보았다. 김인식이 말했다.

“야, 너 얘 좋아하냐?”

“그건 아니지만…….”

“근데 왜 오지랖 떨고 시비질이야? X발. 짜증 나게 진짜. 오늘 이 새끼들 왜 이래? 야. 네가 나한테 된다고 생각하냐?”

“안 될 거 없지.”

“오오오!”

김인식의 친구들이 연신 손뼉을 쳐댔다.

김인식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번 볼까? 네가 진짜 나한테 덤빌 수 있는지?”

그가 다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바닥이 번쩍 올라오는 찰나,

콰앙!

천장에서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고 먼지가 우르르 쏟아졌다.

깜짝 놀란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무슨 일이야?”

“지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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