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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35화 (35/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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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35화

이거 간밤에 생각보다 더 큰 사고를 친 모양이군. 이 정도로 주목받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윤성은 혹시 누가 얼굴을 알아보기라도 할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근데 너 많이 부상 당했다면서? 괜찮아?”

휴대폰 너머로 차희가 물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아는 거야?”

“에어포스가 널 안고 나오는 장면을 기자들이 찍었거든. 그대로 어디론가 날아간 데다가 에어포스가 그 후에 모든 인터뷰를 거절해서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나 협회에 있었어. 기절했었는데 치료받고 나오는 길이야.”

“기절?”

차희의 목소리가 커졌다.

“얼마나 다쳤었기에?”

가루다 30마리를 일격에 골로 보낼 수 있는 번개가 복부를 한 번 뚫었지.

윤성은 징글징글한 기분을 느꼈다.

“그냥 좀 다쳤어. 지금은 괜찮아.”

“다행이다.”

“넌 집에 잘 들어갔어?”

“응. 근데 나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뭐?”

“어떻게 그렇게 세졌는지, 원래 강했는데 숨겼던 건지, 어떻게 전망대에서 추락했는데 무사했는지, 에어포스한테 안겨 있을 때 좋았는지.”

“마지막 건 뭐야? 기절했었다니까.”

“기절했을 때 안겼다니까 좋아?”

“무슨 소리야?”

차희의 볼멘 목소리에 윤성이 황당한 듯 답했다.

“아무 기억도 안 나. 아무튼 다른 것들은 차차 설명해 줄게.”

“됐어. 얘기하기 싫은 거면 안 해도 돼.”

여전히 삐친 목소리다.

“내 힘을 공개한 건 네가 처음이야.”

윤성이 말했다.

“에어포스도 몰라. 내가 마스크 쓰고 있는 거 보고 계속 쓴 채로 뒀거든. 신분을 감추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배려해 주고 싶다며.”

“정말?”

“응. 너한테만 모든 걸 오픈한 거야. 그리고 설명해 줘도 괜찮은데 너무 길어서 전화로 할 만한 건 아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차희의 기분이 약간 부드러워졌다.

“좋아. 그럼 천천히 해줘. 근데 윤성아.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부탁? 뭔데?”

“이번에 헌터 협회 복지부서에서 교육 차원에서 현직 헌터들에게 헌터 학교에 일일 강사로…….”

“그거 꼭 내가 해야…….”

“윤성아! 윤성아!”

차희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제발, 윤성아! 너밖에 없어.”

“동기 중에 현직 헌터 몇 명 더 있잖아? 차태식이랑 박미나.”

“차태식은 요즘 연락이 안 되고, 미나는 병중이야.”

“젠장. 그놈은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그 뻗대기 좋아하는 놈이면 학교 보내서 강사 시키면 좋다고 춤추면서 갈 텐데.”

차희가 킥킥 웃었다.

“그러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 아무튼 도와줄 거지?”

“언제 어디로 가면 되는데?”

“에어포스 헌터 스쿨!”

차희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어포스가 설립하고 후원하는 엘리트 헌터 스쿨이다.

어쩐지 거절하고 싶은 충동이 강력하게 일었다. 하지만 차희한테는 빚진 것이 많다. 돈이 급할 때만 손 벌리고 지금 와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짓이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까지 가면 돼. 교무실에 가서 제가 강윤성입니다. 하면 알아서 모실 거야. 내가 전달해 둘게!”

차희가 말했다.

“알았어.”

“진짜?”

“그래, 너한테 빚진 것도 많은데 이 정도야 해줘야지.”

“역시 윤성이밖에 없어. 최고야. 고마워.”

전화를 끊고 윤성은 심란한 표정으로 에어포스 헌터 스쿨을 검색했다. 별로 멀지 않은 곳이다. 일일 교사라고 해봤자, 평소에 무슨 일을 하는지 얘기해 주는 게 다다.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매일 500미터 높이에서 랜딩합니다. 라고 하면 어떤 표정들을 지을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랜딩 능력을 얻은 후 지금까지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살아왔다.

가끔 이런 일을 하면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나저나 에어포스 헌터 스쿨을 검색했던 검색창 아래에 실시간 검색 순위가 있는데…….

-방독마스크

-마스크맨

-S급 헌터

-차예빈

…….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윤성은 호기심에 방독마스크를 눌러보았다.

트위터에 쏟아지는 멘션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가루다 42마리 나왔는데 윙 클리핑으로 날개 묶으니까 3분 만에 전멸 ㅋㅋㅋㅋㅋ.

-하늘에서 가루다가 내린다면 대개봉.

-A급 헌터 팀 뜻밖의 치킨파티ㅋㅋㅋㅋ.

-근데 X나 센데 마스크는 왜 쓰는 거야?

-차예빈 최근에 쌍수 했다던데 붓기 안 빠져서?

-차에빈 아니라잖아. 방금 속보 뜸.

-마스크맨! 마스크 협찬해 드립니다. 아래 번호로 연락 주세요. 신원 비밀 보장.

‘이게 다 뭐야…….’

당황한 윤성은 얼른 휴대폰을 껐다.

일단 집으로 가자.

너무 기진맥진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누적된 피로로 하루를 집에서 푹 쉰 윤성은 다음 날부터 ‘영구적 능력치 상승’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가장 만만한 370미터 절벽에서 뛰었다. 동굴 고블린 던전을 클리어할 때 랜딩했던 그 절벽이다.

<최종 속력=50.11㎧, 낙하 거리=379.29m, 낙하 시간=11.13s>

<랜딩 성공!>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379.29점. 남은 시간 86.4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포효 남은 시간 86.400초>

<낙하 거리 임계 돌파. 영구적 스킬 획득 : 현재 레벨이 낮아 이 낙하 구간에서는 두 번째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스킬 : 라이트닝을 ‘차단막’으로 바꾸시겠습니까? Y/N>

‘차단막? 괜찮은 스킬이지만 라이트닝이 훨씬 낫지. N. 이런 잡다한 메시지들은 됐고.’

윤성은 메시지창들 사이를 주의 깊게 살폈다.

……있다!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근력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5점>

모든 능력치가 5점씩 상승했다.

대박. 레벨업 한 번에 포인트가 20점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1레벨이 오른 셈이다.

심지어 레벨은 안 올랐기 때문에 성장 포텐셜만 보면 이쪽이 더 높을 정도다. 고레벨이 되면 상급 마수를 잡아도 레벨이 잘 안 오를 테니까.

게다가 무엇보다 설레는 것은 아직 랜더의 코트를 써서 무게 보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

‘이제 조건을 바꿔가면서 다시 테스트를 해봐야지.’

이후 윤성은 절벽에서 랜더의 전투화로 점프해서 랜딩, 점프한 후 랜더의 코트를 써서 2.3톤으로 랜딩, 유명산에서 점프 후 2.3톤으로 랜딩하는 등, 몇 가지 경우의 수를 테스트해 보았다.

유명산의 경우엔 패러글라이딩하는 위치를 피해서 인적 드문 공간을 찾느라 약간 애를 먹었다.

각각의 경우는 다음과 같았다.

<51.28㎧, 각 능력치 5점.>

<106.14㎧ 각 능력치 10점.>

<115.51㎧ 각 능력치 11점.>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최종 속력을 10으로 나눈 몫이 능력치 상승값을 결정짓는 요인이었다.

하루에 한 번씩 유명산에서 점프한 후 2.3톤으로 랜딩하는 걸 반복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불과 석 달이면 모든 능력치가 S급에 이른다.

이전에 백마중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던 이유는 버프를 빼면 별 볼 일 없는 전투력이었기 때문이다.

재심사 과정에선 분명히 버프 클린업 마법을 써서 모든 버프를 지우고 순수 능력치를 측정할 것이니까.

그 과정에서 J등급이 어쩔 수 없이 발각될 테고 그럼 핏빛야수의 혐의가 부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 능력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한두 달만 몸을 잘 사려도 백마중이 내민 손을 덥석 쥘 수 있으니까.

하루에 한 번, 윤성은 유명산에서 점프한 후 2.3톤으로 랜딩하는 버릇을 들였다.

금요일 저녁. 일일 랜딩을 마친 윤성은 은행에 들렀다.

이제 돈이 꽤 많으니 현명하게 모으고 투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적금 상품 따위를 직원과 상담해 볼 생각이었다.

“앗. 윤성 형님?”

누군가의 목소리에 윤성은 화들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웬 고딩 남자애다. 어째 낯이 익은데 누구지?

고개를 갸웃하는 윤성을 보고 그가 외쳤다.

“저예요! 저 행복아파트 36층 사는. 에어포스 헌터 스쿨 3학년 신차민.”

“아. 너였냐.”

옛날에 아파트에서 랜딩을 연습할 때 만났던 애다.

별것 아니었군. 윤성은 피식 웃으며 번호표를 뽑았다.

“잠깐만. 에어포스 헌터 스쿨?”

월요일에 일일 강사로 가는 곳이잖아?

“네. 혹시 아세요?”

“그냥 들어만 봤지.”

다음 주엔 가보기도 할 거고.

그보다 이 꼬맹이가 그곳 학생이었다니. 에어포스의 후원 덕분에 수업료와 등록비가 거의 무료지만 학교 시설과 교육의 질은 최상급이라는 곳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에어포스와 안면을 틀 수도 있다는 강력한 메리트가 있다.

때문에 입학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편.

가난한 집안 학생들의 정원을 따로 둬서 학생들을 받는다고 하지만 차민은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았다. 행복 아파트가 꽤 비싸기 때문이다.

신차민 이 녀석. 의외로 수재일지도?

“은행엔 어쩐 일이야?”

“지금 미국 가신 부모님이 용돈 보내주셨거든요. 돈 뽑으려고요.”

“ATM으로 뽑으면 되잖아?”

“근데 음. 제가 그, 뭐냐, 저기 계신 누나랑 친해서.”

신차민이 3번 창구의 은행원을 가리켰다.

“사귀어?”

“제가 어찌 감히…….”

“좋아해?”

“네…….”

풋웃음이 났다.

‘귀엽네.’

띵동!

2번 창구에서 41번 손님을 불렀다.

“너 몇 번이냐?”

“41번이요.”

윤성의 물음에 신차민이 머쓱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기서 너 부르는데.”

“크 형님. 저 오늘 피부 컨디션 완전 좋아서 3번 창구 누나 번호 따는 각인데요. 2번 창구 가는 거 개에바죠. 인정?”

“뭐라는 거야.”

“형님은 몇 번인데요?”

“42번.”

“형님이 2번 창구 먼저 가시도록 기다려드릴게요. 형님 개이득인 부분 아닙니까?”

띵동!

2번 창구의 계기판에서 번호가 넘어갔다. 42번.

윤성이 어이없는 듯한 표정으로 2번 창구로 이동했다.

신차민은 몇 분 후에 승리감 가득한 표정으로 3번 창구에 나타났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은행 직원과 상담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펑! 펑!

쨍그랑!

요란한 소음과 함께 형광등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뭐야? 갑자기 형광등이 왜 터져?”

“비상 전원 왜 안 들어오지?”

웅성거리는 시민들.

“고객님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3번 창구에서 신차민이 좋아하는 그 직원이 시민들에게 외쳤다.

“지금 비상 전원이 가동 중이니 곧 불이 들어올 거예요.”

불이 들어오긴 하겠지.

‘하지만 영업은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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