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33화 (33/260)

# 33

레벨업 속도는 9.8m/s^2 033화

‘과연 잘될까?’

처음 써보는 물건이다. 가능하면 한 번에 들어가고 싶지만 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훨씬 높이 올라가 버릴지도 모르고.

하지만 여차하면 랜딩을 하면 되니까 위험할 일은 없겠지.

<랜더의 전투화 발동!>

윤성이 발끝에 힘을 주어 뛰어올랐다.

콰앙!

지면에 강력한 충격을 남기며,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윤성은 순식간에 게이트를 지나쳤다.

“넘어버렸어!”

게이트 입구 바로 앞을 지나가 버린 것. 체감상 발에 힘을 주는 정도로 높이 조절도 가능한 모양인데 이번엔 그냥 온 힘을 다해서 뛰어올랐다.

아직도 올라가는 중이다.

‘제길, 이거 얼마나 올라가는 거야?’

띠링!

<랜더의 전투화 : 현재 190미터 점프 가능.>

지금 윤성의 레벨이 21이다.

아무래도 랜딩 버프 시간의 최댓값처럼 랜더의 전투화로 점프할 수 있는 높이 역시 레벨에 비례하는 모양이다.

210미터.

게이트 높이를 두 배나 넘어버렸다.

하지만 210미터에 이르면 다시 추락한다.

‘떨어질 때 게이트에 들어간다.’

윤성은 몸을 약간 비스듬하게 만들어 떨어지는 발을 게이트 안으로 쑤셔 넣었다. 동시에 정확한 타이밍에 허리를 숙이며 머리를 밀어 넣었다.

번쩍!

게이트가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며 윤성을 그대로 삼켜 버렸다.

콰과광!

천둥소리와 함께 윤성이 나온 곳은 거대한 황무지였다.

세찬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번쩍이는 하늘, 차갑고 을씨년스러운 바람.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50여 마리의…….

“가루다.”

수십 미터 상공에 가루다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게이트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윙 클리핑 발동!>

윤성이 손을 뻗어 스킬을 사용했다. 두 마리의 가루다를 추락시키자 그들의 움직임이 변했다.

타워 앞에서 싸울 때는 가루다들을 추락시키면 나머지는 놀라서 달아나려 하거나 윤성에게 덤벼들거나 했다. 하지만 모두 개체 단위의 혼란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가루다 무리의 움직임은…….

“나한테 오는 건가?”

대열을 짠 철새 무리처럼 한꺼번에 온다!

윤성이 충격받은 얼굴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루다의 강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젠장!”

스톤 스퀴즈로 막아야겠군.

“스톤 스퀴즈!”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앗, 참. 스킬 변경창이 떠 있었지? 설마 그것 때문에?

윤성은 메시지창을 다시 띄웠다.

<낙하 거리 임계 돌파. 영구적 스킬 획득 : 현재 레벨이 낮아 이 낙하 구간에서는 두 번째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스킬 : 스톤 스퀴즈를 ‘라이트닝’로 바꾸시겠습니까? Y/N>

뭐야 이건? 라이트닝?

잠깐만. 이 스킬 설마?

윤성은 황급히 Yes 버튼을 눌렀다.

이제 가루다 50여 마리가 그의 머리맡까지 날아왔다. 윤성은 선두에 서있는 녀석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라이트닝 발동!>

파지직!

첫 번째 가루다의 몸으로 흘러들어 간 강력한 전류가 마수의 몸을 새까맣게 태워 버렸다. 하지만 라이트닝의 연쇄적 반응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치지직, 파직!

쿠르르르.

마치 번개를 상하 반전시켜 재생한 모양새로, 윤성이 뿜어낸 라이트닝이 하늘로 퍼져 나갔다.

“캬아악!”

“끄약!”

가루다 수십이 치명상을 입고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 시체들을 피하는 것만도 일이다.

살아남은 일부는 공포에 질려 다시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윤성은 어떻게 가루다들이 이렇게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보스.’

하늘에 다른 가루다보다 세 배 이상 큰 마수가 떠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왔다.

쿠웅!

날개를 떼고 몸통만 봐도 골리앗보다 크다.

A급 던전의 보스.

“궁기.”

줄무늬 때문에 사자보다는 호랑이에 더 가깝게 생겼다. 날개는 독수리의 것이라기엔 너무 거대하다. 경비행기 수준인걸.

옛날 헌터 도감에서 이런 마수가 있다는 내용을 보긴 했는데 일종의 전설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본 사람 중 살아 있는 이는 세계 단위에서도 거의 없으니까.

윤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여태까지 그가 보았던 모든 마수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힘이다.

내가 이걸 이길 수 있을까?

“크아아앙!”

궁기가 엄청난 포효를 터뜨렸다. 윤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좋아진 청각에는 끔찍한 소음 테러잖아.’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양손에서 발사한 섬광이 궁기를 향해 날아들었다.

펑! 펑! 소리와 함께 궁기의 어깨와 날개에서 피가 쏟아졌다. 약간 당황한 표정이다. 하지만.

쩍!

갑자기 날아든 궁기의 앞발이 윤성의 가슴에 꽂혔다.

“크악!”

윤성은 일격에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얼얼하다. 피부가 약간 찢어져 있다.

A급 수준의 전투력을 가졌을 때는 B급 보스인 고블린 워리어나 프라이미벌을 쉽게 쓰러뜨렸다.

때문에 S급 수준의 전투력을 가진 지금은 A급 던전의 보스를 혼자서 충분히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긴, 애초에 등급이라는 게 인간이 매긴 것이니.’

예상외의 강력함. C급과 B급 사이의 격차처럼 B급과 A급 사이에도 엄청난 난이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절대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

힘은 비등하다.

윤성은 품 안에서 단검을 뽑았다.

코르소가 핏빛야수와 싸우던 때를 떠올렸다. 섣불리 들어가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벌이는 전투. 순발력과 감각 능력을 믿고 적의 공격을 반 박자 간격으로 피하면서 작은 피해를 누적시켜 적을 탈진으로 몰고 가는.

코르소 같은 전투 센스는 없지만, 충분히 흉내 낼 수는 있다. 게다가 윤성은 검과 방패만 쓰는 코르소와 달리 공격 방법들이 다양해 훨씬 더 변칙적이다.

쉭, 쉭!

단검을 휘두르는 사이 예측하기 어려운 각도에서,

<빛의 탄환 발동!>

쏘아 보낸 섬광이 궁기의 허벅지, 발목, 어깨, 날개 등을 차례로 맞추었다. 동시에 윤성은 차분히 궁기의 몸 곳곳에 단검으로 상처를 남겼다.

“크르르르.”

시간은 짧았지만 충분히 많은 합을 주고받은 전투.

궁기는 누적된 데미지로 몸을 떨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이겼나?”

지금 달려들어서 끝장을 볼까 아니면 약간 더 상황을 지켜볼까.

괜히 시간을 주었다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성가시다. 승기를 잡았을 때 숨을 끊어야 한다.

하지만 저게 함정이라면? 함부로 들어갔다가 일격을 잘못 맞으면 상황이 뒤집힐 수도 있다.

그럼 안 들어가면 되지.

<라이트닝 발동!>

윤성의 손에서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강력한 전류가 궁기의 이마를 태웠다. 하지만 그 순간.

“뭐야?”

빠지직!

궁기의 몸에서 번개가 튀어나왔다.

이럴 수가.

스킬을 썼다. 상급 마수들은 스킬도 쓴다고 듣긴 했지만 이건.

“매직 리플렉션?”

콰앙!

궁기의 몸에서 반사된 번개가 윤성의 아랫배를 꿰뚫었다. 끔찍한 고통. 뱃속이 불타는 느낌이다.

제기랄. 저 망할 새끼.

일부러 비틀거리며 뒤로 빠진 거다. 매직 리플렉션을 쓰면서!

‘내가 원거리 마법을 사용할 줄 알고.’

낭패다. 큰 수를 빼앗겼다. 윤성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한쪽 다리를 꿇었다.

“캬아악!”

궁기가 윤성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직선 공격.

윤성의 눈이 번뜩 뜨였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다행히 궁기의 공격은 정직하다. 이쪽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전투력이 급감한 것을 아는 거다. 얕보고 있군.

‘하지만 이 사자 새끼야. 나한텐 수가 하나 더 있다.’

윤성은 날아드는 궁기의 아가리 속으로 단검을 쑤셔 넣었다.

콱!

입천장에 꽂힌 단검. 궁기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대로 윤성의 팔뚝을 거칠게 깨물었다.

“크악.”

참아야 한다. 800점으로 뻥튀기된 힘을 가진 팔이다. 송곳니에 피부야 뚫리겠지만 이 근육은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이놈이 머리를 흔들기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두지 않는다.’

윤성은 바로 궁기의 입속에 있는 오른손으로 단검을 꽉 쥐고, 왼손으로는 궁기의 아랫배를 움켜쥐었다.

“그그극.”

기이한 신음과 함께 궁기의 몸을 바짝 끌어안고,

<랜더의 전투화 발동!>

튀어 올랐다.

엄청난 속도로 수직 상승한 윤성은 순식간에 궁기와 함께 190여 미터를 치솟았다.

예상대로 궁기는 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날개가 다 찢어진 상태. 그 꼴로 사람 하나를 안고 있기는 힘들지.

“놔라, 이 사자 새끼야.”

“캬앙!”

궁기의 아가리가 쩍 벌어지자 윤성은 재빨리 단검과 팔을 빼냈다. 곧장 궁기의 몸통을 발로 차서 떨어지면서,

<윙 클리핑 발동!>

스킬을 썼다.

궁기의 날개가 묶어놓은 것처럼 촤악 추려지는 게 보였다.

“크윽.”

윤성도 만신창이다.

190미터 높이에서 추락한다. 지금 몸 상태로 랜딩에 실패하면 끝장.

윤성은 필사의 힘을 짜냈다.

왼손을 지면을 향해 곧게 뻗는다,

걸레짝이 다 된 오른손을 사선으로 펼치고, 두 다리는 자유롭게 구부리되 무릎이 땅에 닿지 않게…….

콰앙!

<최종 속력=45.72㎧, 낙하 거리=209.38m, 낙하 시간=7.40s>

<랜딩 성공!>

X발. 살았다.

아닌가? 살 수 없나?

랜딩에 성공했지만, 이미 의식이 반쯤 날아간 상태다.

뒤에는 궁기가 혀를 늘어뜨린 채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 위에는.

“하하…….”

가루다 십여 마리가 맴돌고 있다.

“망했군.”

윤성은 눈을 꾹 감았다.

가루다 몇 마리가 윤성을 향해 강하했다.

지지직!

게이트에서 요란한 마력 방출음이 터져 나왔다.

보스 레이드에 성공해서 게이트가 닫히는 소리가 아니다.

강력한 헌터가 입장해서 생기는 마력 파장의 교란 때문에 나는 잡음이다.

‘너무 늦었잖아.’

윤성이 속으로 생각했다.

쾅!

윤성의 머리 위에 떠 있던 가루다 두 마리가 핏덩어리가 되었다. 사방에 튀는 피와 살점들.

피칠갑을 한 에어포스가 윤성의 옆에 랜딩했다.

왼손을 땅에 짚고,

오른팔을 사선으로 펼치고,

두 다리를 부드럽게 구부리면서.

‘원조는 더 우아하군.’

윤성은 빙긋 웃으며 의식을 잃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