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레벨업 속도는 9.8m/s^2 031화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은 가루다를 향해 빛의 탄환을 난사했다. 하지만.
“캬아악!”
상대도 A급 마수다. 가루다는 날개를 앞으로 펼쳐 윤성의 공격을 방어했다. 날개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치명상을 입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빛의 탄환의 데미지가 모자라는 것이다.
‘백마중은 내가 A급 중에서 톱 수준인 줄 알았지.’
능력치 총합은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실제 능력치 하나하나는 A급 평균이다.
511점의 버프를 받은 지능은 현재 556점이다. 이 정도로는 가루다의 목숨을 끊을 만큼 강력한 빛의 탄환을 쏠 수 없다는 뜻이군.
자신만만했는데 의외로 상대가 강하다. 핏빛야수와 싸울 때는 코르소와 카다시안이 도와주었다.
A급 마수와 일대일로 싸운 것은 이게 처음이다.
경험이 모자라서 오판한 것인가? 이건 동굴고블린이나 구스타프처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냐.
프라이미벌보다도 강하잖아?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 하나를 보호하면서 싸우기엔 좀.
“차희! 엘리베이터를 타.”
윤성이 소리쳤다.
“네……?”
이 마스크 쓴 괴한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차희는 시키는 대로 얼른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윤성이 쏘아댄 빛의 탄환 사이로 가루다의 안광이 번쩍였다.
“캬아악!”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도약한 가루다.
윤성은 그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했지만.
욱신!
부상을 입은 발목 때문에 움직임이 한 박자 늦었다.
콰앙!
가루다의 거대한 날개가 윤성의 몸뚱이를 옆으로 밀쳐 버렸다.
동시에 사자의 무시무시한 아가리는 쩍 벌어지며 차희를 향해 날아들었다.
“안돼!”
윤성은 얼른 가루다의 다리를 잡아챘다.
쾅!
다행히 가루다가 물어뜯은 것은 차희의 머리 대신 엘리베이터 버튼이 있는 작동 계기판이었다. 계기판이 벽째로 물어 뜯겼다. 입에서 전파가 파직파직 튀면서.
우우웅-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문은 닫혔지만.
“저, 저기요?”
안 움직인다. 당황한 차희가 엘리베이터 문을 똑똑 두드렸다. 간절한 표정으로 윤성을 바라보며.
“쳇,”
자동 부상 마법 때문에 추락할 일은 없다. 차라리 잘됐군. 일종의 벙커 역할을 해줄 거다.
이제 마음 놓고 이 마수 새끼를 죽여 버리기만 하면 된다.
<스톤 스퀴즈 발동!>
바닥에서 치솟은 바위 주먹이 가루다의 다리를 붙들었다.
<보레이셔스 파이썬 발동!>
이어서 튀어나온 거대한 파이썬.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우며 가루다에게 날아들었지만.
콰악!
가루다는 파이썬을 한입에 물어뜯었다.
프라이미벌을 한 방에 보내버렸던 마법 소환수인데 가루다랑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이야.
B급 던전과 A급 던전은 레벨 차가 심하다던데 정말이군.
새삼 에어포스가 존경스럽다. 저 가루다보다 더 단단하고 힘센 골리앗 40기를 3분 만에 전멸시켰다고?
“크아앙!”
스톤 스퀴즈를 완력으로 풀어내며 윤성을 향해 도약한 가루다.
윤성은 재빨리 몸을 숙여 공격을 한 번 피했다.
<빛의 탄환 발동!>
뒤로 스텝을 밟으며 빛의 탄환을 연사했다. 가루다의 몸에 몇 개의 상처가 나며 피가 흘렀지만 가루다는 아직 멀쩡하다.
파악!
다시 날개를 앞으로 펼쳐 윤성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돌격했다.
이번 공격은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가루다는 머리로 윤성을 들이받았다.
“크악!”
엄청난 충격.
수 미터를 날아간 윤성은 벽에 볼썽사납게 처박혔다.
“크르르.”
가루다는 이제 엘리베이터 문을 박박 긁고 있다. 차희를 잡아먹으려고 혀로 핥으면서.
공포에 질린 차희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독마스크를 쓴 헌터는 아주 강력해 보였지만 그래도 가루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제 전부 끝인가?
퓽!
날아온 섬광이 가루다의 머리를 꿰뚫었다.
“꺄악!”
차희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가루다는 관자놀이에서 피가 분출하자 비틀거리며 물러나더니 풀썩 쓰러졌다.
차희의 손이 덜덜 떨렸다.
저 남자. 이번엔 급소를 맞추긴 했지만 가루다를 한 방에 즉사시킬 수가 있다니?
어째 섬광이 이전보다 한 단계 강해진 것 같은걸.
“후우…… 이 개새끼야. 220점 다 찍었다. 됐냐?”
지능에 능력치 포인트를 몰빵해 버린 윤성이 다가오며 말했다.
“떨어져 있어. 지금 열어줄게.”
윤성은 차희에게 말하고는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옆으로 눌러서 지렛대처럼 틈을 벌린 다음, 그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그극.
엘리베이터 철문이 손가락 모양으로 휘어졌다.
괴력.
A급이라도 마법 계열이면 이런 힘을 못 쓴다.
이 남자 대체 뭐야?
당혹스러운 차희의 표정을 마주하며,
콰직! 쩌어억.
윤성은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차희를 꺼냈다.
“고, 고맙습니다.”
화장이 엉망이 된 얼굴로 차희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윤성이 미안했지만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차희는 그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
차희는 입도 무겁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정체를 공개하는 건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
“괜찮습니다. 이리 오세요.”
윤성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차희를 다독이며 옆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로비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던 그 순간,
철컥!
이거 설마?
윤성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또 멈췄군. 어째 느낌이 쌔하더라.
차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멈췄…… 멈췄어요?”
공포에 질린 그녀가 물었다.
“괜찮아요. 엘리베이터에는 자기 부상 마법이 걸려 있으니. 동력원이 깨지지 않는 이상 추락하는 일은 없습…….”
끼기긱! 철컹!
말 끝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가 거칠게 흔들렸다.
으악, 불안하게 왜 이래, 이건 또? 꼭 누가 동력원 근처에서 큰 싸움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설마 떨어지진 않겠지?
쾅!
코르소가 방출한 오러블레이드가 가루다 한 마리의 날개를 종이처럼 찢었다.
“캬악.”
하지만 가루다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그대로 코르소에게 다시 달려든 것이다.
쿵!
코르소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지만 투명한 무언가에 송곳니가 막혔다. 카다시안의 실드 마법이다.
“후후.”
코르소가 빙그레 웃으며 가루다의 목을 쳤다.
원거리 전투가 가능한 상급 헌터들은 바깥에서 가루다를 사격하는 중이고, 그들 한 명당 세 명의 근접전 헌터들이 호위를 하고 있다.
나머지 근접 헌터들은 모두 타워 안으로 들어왔다. 벙커 근처에 접근하는 가루다를 처치하기 위해.
하지만 상급 헌터들이 전투를 벌이는 이곳 바로 아래가 관제실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쿠구궁!
관제실에 데미지가 가해질 때마다 타워의 중추가 흔들렸다.
벙커로 대피했던 서철권은 굉음의 정체를 짐작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돼! 안 돼!”
그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벙커 밖으로 튀어나갔다.
“뭐해요! 어디 갑니까!”
벙커 안을 지키던 추준호가 소리를 질렀지만 서철권은 벌써 나가 버렸다.
“아오 미친 새끼가 진짜!”
추준호는 벙커 내부의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을 두고 서철권을 잡으러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인터폰으로 알리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치지직.
“여긴 추준호! 지금 서철권 회장이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왓? did he take drugs?”
코르소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벙커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곧 아래층에서 관제실로 이동하는 서철권을 만날 수 있었다.
“헤이!”
코르소가 소리를 질렀다.
“아 유 크레이지?”
시뻘개진 코르소의 얼굴. 표정이 무시무시하다. 서철권은 약간 겁에 질렸지만 용감하게 대꾸했다.
“관제실이 무너지면 안 돼! 엘리베이터가 파괴된단 말이야!”
“셧 더 뻑 업!”
코르소는 서철권의 어깨를 콱 틀어쥐었다.
“죽기 싫으면 그냥 돌아갑니다. 벙커로!”
“하지만 이게 부서지면…….”
“기계는 전부 언젠가는 부서집니다. 그냥 돌아갑니다. 벙커로.”
“이 멍청한 놈아! 이게 얼마짜린지 알아?”
“낫 마이 비즈니스.”
코르소가 어깨를 으쓱했다.
쿠우웅!
천장 위에서 다시 한번 강한 충격이 일었다. 누군가 강력한 스킬을 쓴 모양이다. 동시에.
와지직!
천장이 뚫리면서 거대한 가루다 한 마리가 떨어져 내렸다.
“아악!”
서철권이 경악하며 물러났다.
“씻!”
코르소는 재빨리 뛰어들며 장검을 날렸지만.
캉!
가루다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가로막혔다.
가루다는 그대로 코르소를 머리로 들이받아 밀친 후, 서철권에게 달려들었다.
“끄아아아!”
서철권의 상체가 가루다의 아가리 속에 들어가 버렸다.
피가 배어 나오는 허리.
벌써 반쯤 잘렸다. 서철권은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며 안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소용없다.
콰직!
마침내 그를 씹어버린 가루다가 입안에서 질겅거리며 코르소를 바라보았다.
“쳇.”
코르소가 장검과 방패를 세웠다.
그때.
우우웅-
관제실의 엔진이 꺼졌다. 좀 전에 가루다가 떨어지면서 생긴 충격 때문이다.
철컥-
엘리베이터 자기 부상 마법의 동력원이 깨졌다.
뜨드드드-
엘리베이터의 위쪽에 걸려 있던 안전 고리들이 부서져서 빠지기 시작했다.
“어…… 어떡하죠?”
차희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윤성은 침을 꼴깍 삼켰다.
“저한테 업히세요.”
“…….”
“업히라고! 어서!”
윤성은 차희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 앞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다.
끼기긱!
엘리베이터 안전핀이 빠지는 소음과 함께 차희의 손발이 파르르 떨린다. 눈빛에 초점이 없다.
공황 상태다.
“흑. 흐으으…….”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차희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호흡이 몹시 불안정했다.
청각이 예민해진 윤성에게 들릴 정도로 그녀의 심장 소리는 빠르고 거칠었다.
‘어쩔 수 없지.’
윤성은 마스크를 살짝 벗었다.
“차희.”
안에서 윤성의 얼굴이 나오자 차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
“날 믿어. 나한테 업혀.”
그게 윤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갑자기 마음이 안정되었다. 믿어야만 할 것 같았다.
여전히 이성적으로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차희는 윤성이 시키는 대로 그의 등 위로 올라가 매달렸다.
윤성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번엔 꼭 성공한다.’
두 다리는 비스듬히 구부린다.
다친 발목이 욱신거리지만 참는다.
오른팔은 사선으로 펼쳐 중심을 잡는다. 에어포스의 랜딩 모범 자세.
‘사람 하나를 업고 800미터 상공의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포즈 잡는 꼴이 웃기군.’
끼이이이이!
엘리베이터 한쪽 벽면이 쓸리면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버프 리셋.”
혹시 모르니까 일단 버프를 전부 없앤다.
차희는 등 뒤에서 계속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녀가 울음으로 뭉개진, 떨리는 발음으로 말했다
“흑흑흑……윤성……아……나, 흑흑. 나… 사실 옛날…… 헌터 학교 때부터…… 아아악!”
콰앙!
이음쇠가 부러지면서 굉음이 터져 차희의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연결 나사들이 빠졌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에 묵직한 속도감이 실렸다.
윤성은 지면을 향해 뻗은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간다!’
끼기기기기긱!
추락하는 엘리베이터가 무시무시한 소음을 쏟았다. 목을 끌어안은 차희의 팔이 와들와들 떨리면서 더욱 힘껏 윤성을 껴안았다.
윤성은 눈을 힐끔 돌려 차희의 사지의 끝을 살폈다. 팔다리 모두 바닥 면에서는 확실히 떨어져 있다.
충격은 윤성의 다리와 손을 통해서 전해질 터.
랜딩에 성공하면 모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차희가 다치지는 않겠지.
꽈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