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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9화 (2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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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29화

그러나 차희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했다.

“윤성아, 너 다른 층에 대피 못 한 사람들 대피시키려고 하는 거지?”

“엥?”

확실히 헌터라면 그렇게 하는 게 모범적이긴 하지만 티끌만큼도 생각 안 했는데.

“안 돼.”

차희가 정색했다.

“지금 터진 던전 A급이지? 너 E급이잖아. 너도 지금은 일반 시민들하고 다를 바 없어. 헌터라고 사람들 대피시키고 구조하고 그럴 의무 없단 말이야.”

“으음…….”

차희의 표정이 완고하다.

윤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집이 센 편이라 쉽게 꺾기 어렵다.

어쩔 수 없지. 방법을 바꾼다. 일단 수긍하는 척하자.

계단을 내려가자 좀 전 비상구에서 보았던 아비규환이 더 큰 규모로 펼쳐져 있었다.

“내가 먼저 왔어! 줄 서!”

시민들은 엘리베이터에 먼저 타려고 싸우고 있었다.

“여러분! 침착하고 지시를 따라주세요!”

전망대 안내 직원이 소리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빛의 탄환 발동!>

펑!

윤성의 손에서 솟구친 섬광이 천장의 전등 하나를 깼다.

“저는 헌터입니다. 협회의 A급 헌터 강윤성. 지금부터 모두 제 지시에 따라주십시오.”

"A급이라고?“

차희가 귓가에 속삭였다.

“E급이라고 하면 내 말 듣겠어? 그냥 박자 맞춰줘.”

윤성도 차희에게 속삭였다.

그는 시민들의 줄을 세웠다.

“모두 대피할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충분히 크니까요. 모두 일렬로 서서 40명씩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주세요.”

엘리베이터는 두 대. 현재 전망대 층에 시민은 약 160여 명이 있다.

엘리베이터의 한 대의 정원이 40명이니까 두 번씩 왕복하면 아슬아슬하게 모두 탈 수 있을 것 같다.

윤성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골리앗!’

지능을 가진 로봇 계열의 마수다. 인간형의 거대한 금속성. A급 던전에 나오는 녀석들이다.

기본 완력도 완력이지만 마력으로 만들어진 미사일 따위를 사방에 발사해서 주위를 초토화시키는 마수.

백화점 때 생각나네. 샌텀 타워는 보호 마법이 강력하게 들어간 건물이니까 무너지지는 않겠지?

“띵!”

엘리베이터 두 대가 동시에 도착했다.

웅성거리며 올라타는 사람들. 절반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층에서 하나씩 찔끔찔끔 내려오는 시민들이 추가되어 전체 정원이 늘었다.

윤성은 방금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쟀다.

2분 31초.

“띵!”

다시 돌아온 엘리베이터에 시민들 대부분이 올라탔다. 이제 남은 것은 차희를 포함해 몇 명뿐.

랜더의 손목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재던 윤성은 약 1분 50초쯤에서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들었어?”

그가 차희에게 말했다.

“뭐가?”

“위층에서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

“뭐?”

“책상에 깔려서 못 움직인대.”

“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나 그래도 헌터잖아. 감각 능력은 좀 된다구. 앗!”

“왜?”

“방금 또 소리를 지르셨어. 도와달라고. 아주머니 같은데.”

차희의 눈빛이 흔들렸다.

“가, 같이 가볼까?”

그녀가 물었다.

띵!

마침 엘리베이터 한 대가 도착했다. 계산된 시간이다. 딱 좋군.

“이거 타고 먼저 내려가. 어차피 한 대 더 올라오잖아? 시민은 내가 찾아서 데리고 옆 엘리베이터로 내려갈게.”

당연히 거짓말이다. 위층에서 그런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고, 엘리베이터 탈 생각도 없다.

“거, 탈 거면 빨리해요.”

머리가 벗겨진 아저씨 한 명이 짜증을 부렸다. 윤성은 속으로 웃었다.

‘시민들은 1초라도 빨리 내려가고 싶어 하니까 날 기다린답시고 붙잡고 있을 명분도 없다. 빨리 내려가, 차희!’

차희가 우물쭈물하자 윤성이 그녀를 떠밀듯 엘리베이터 안으로 집어넣었다.

“얼른 타, 얼른. 이따 아래층에서 봐.”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했다.

윤성은 쾌재를 부르며 빠르게 비상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마스크부터 써야지.”

백화점 때의 교훈이다. 이런 곳에서는 CCTV가 많으니까 정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윤성은 인벤토리에서 꺼낸 방독마스크를 쓰고 계단을 올랐다.

164층.

주먹을 꽉 쥐고 전망대의 유리를 후려쳤다.

쨍!

전면 유리가 박살 났다.

지상이 까마득히 멀다. 일단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종단 속도 임무를 달성할 순 있겠군.

해볼까.

팟!

창밖으로 도약했다.

814미터. 샌텀 타워 전망대.

과연 엄청난 높이다. 지상의 모든 것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이번엔 어떤 버프를 얻게 될까.

몇 시간 전에 보았던 에어포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의 착지자세도.

오른팔을 지면을 향해 곧게 뻗고, 두 다리는 부드럽게 구부리되 무릎이 땅에 닿지 않게. 왼팔은 비스듬히 펼쳐서 중심을 잡는다.

에어포스, 이렇게 하는 거죠?

“어?”

자세를 잡던 윤성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

지상에 있는 골리앗 하나가 이쪽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철컥.

골리앗의 어깨에서 마법 미사일 발사대가 열렸다.

“안 돼! 시발! 안 돼!”

투캉!

발사된 마법 미사일이 윤성을 향해 직통으로 날아온다.

이런 젠장.

아직 패러글라이딩 버프 500점짜리가 남아 있다. 저 미사일을 맞는다고 한 방에 죽거나 하진 않겠지만 꽤 데미지를 입을 거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부상을 입어서 랜딩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것.

큰일 났다.

공중에서는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다. 저걸 방어할 수 있는 스킬도 없다.

랜딩 능력의 가장 큰 약점.

랜딩하는 동안 무력한 상태로 노출된다!

이 약점에 대해 이전에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설마 1분 안쪽의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을까 싶었다.

당연히 대비책 같은 건 세워두지 않았고.

퍼펑!

미사일에 적중당했다.

양팔을 교차해서 막았지만 치명적이다. 게다가 폭발 때문에 몸이 날아가 버렸다.

쿠웅!

몸이 타워 고층부의 난간과 부딪쳤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발목이 지끈거린다. 뼈에 금이 간 느낌이다. 갈수록 태산이군.

이 몸으로 랜딩할 수 있을까? 벌써 지상이 얼마 안 남았다. 불과 십여 미터.

으악! 살려줘!

콰악!

낙하하던 윤성의 몸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뭐야?”

놀란 윤성이 고개를 들었다.

“에어포스!”

에어포스가 윤성의 왼팔을 붙잡고 비행하고 있었다.

“안전한 데 내려드리겠습니다. 귀가하세요!”

그녀가 소리쳤다.

슈우우우우-

에어포스는 빠른 속도로 지상을 향해 날았다. A급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 그 뒤에 윤성을 내려놓았다.

랜딩에 실패한 건 처음이다. 몸의 부상은 그리 치명적인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발목은 꽤 아프다.

“힐러, 이쪽에 환자 있습니다. 치료해주세요.”

에어포스가 A급 헌터들에게 말했다.

“대피소에 부상자들이 많다고 해서 지금 그쪽으로 가셨습니다.”

“돌아오시는 대로 치료해 주세요.”

에어포스가 건조하게 답했다. 그녀는 전황을 관찰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나온 골리앗은 총 48마리.

앞으로도 더 나올 수 있다. 범람 초반에 잡아서 다행이다.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어.

“에어포스 님!”

A급 헌터들이 에어포스에게 인사했다.

그들이 마치 칭찬이라도 원하는 것처럼 에어포스에게 말했다.

“김성인 헌터님과 백마중 헌터님께 지원 요청했습니다. 곧 오실 겁니다.”

“필요 없습니다.”

단칼에 거절. 에어포스는 단호히 몸을 돌렸다.

“강한 마력 반응이 느껴져서 S급 던전이 나올 거라고 예측했었는데 아니었군요. 저 혼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쿠우우웅!

갑자기 에어포스의 발아래 땅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었다.

아군의 힘인데도 너무 압도적인 스케일이라 공포스럽다. A급 헌터들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빛의 강체.

‘비행’과 더불어 에어포스의 고유 스킬 중 하나다. 모든 S급 헌터들이 고유 스킬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만 두 개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한국에선 에어포스가 유일하다.

그녀를 SS등급으로 만들어준 주력기이기도 하다.

특별한 속성이나 형태의 스킬이 아닌, 단순히 모든 능력치를 폭발적으로 상향시켜 주는 스킬.

오싹, 전율이 흐른다. 윤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에어포스를 바라보았다.

팟!

그녀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콰콰쾅!

타워 앞의 메인 게이트 인근에서 다섯의 골리앗이 연달아 박살 났다. 첫 번째 녀석의 시체가 채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다섯 번째의 머리통이 떨어져 나갔다.

에어포스의 움직임은 눈으로 제대로 쫓기 힘들 정도다. 그녀의 주먹이 한 번씩 휘둘러질 때마다 골리앗은 순두부처럼 으깨졌다.

‘이 정도면 싸움에 낄 필요도 없겠군. 그냥 에어포스 혼자서 전멸시키겠어.’

진짜 말도 안 되는 괴력이다. 모든 힘을 다 발휘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호흡 한 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A급 마수들을 파괴하는 게 에어포스한텐 과자 부수는 것보다 간단하다.

‘차희는 대피했을까?’

좀 전에 A급 헌터가 얘기했던 부상자들이 많은 대피소는 타워 지하의 벙커일 것이다.

한 번 보러 가야겠군.

윤성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건물 뒤편으로 이동했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시민들은 모두 피했고 헌터들은 에어포스의 초인적인 전투를 관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급 헌터라고 해도 SS급의 레이드를 보는 건 쉽지 않으니까.

불과 3분.

윤성이 건물에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이었고, 에어포스가 골리앗을 전멸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A급 헌터 카다시안 킴은 떨리는 팔을 꽉 쥐었다.

동아시아의 이 조그만 나라에 저런 괴물이 있다니.

샌드맨이나 안토니오, 티엔 같은 세계 정상 헌터들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골리앗은 궤멸됐습니다.”

에어포스가 인터폰으로 A급 헌터 작전본부에게 말했다.

“하지만 게이트를 내버려 두면 계속 하나씩 흘러나올 거예요. 제가 들어가서 보스를 처치하고 게이트를 닫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에어포스. 원하는 헌터들을 붙여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이곳의 전후 복구가 우선입니다. 전 혼자서도 충분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하 벙커에 대피한 시민들을 귀가시키세요.”

“알겠습니다.”

에어포스는 인터폰을 닫고 A급 마굴의 게이트로 고개를 돌렸다.

골리앗 한 마리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느릿느릿 이쪽 세계로 발을 옮기는 중이다.

콱.

에어포스의 억센 손아귀가 골리앗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들어가. 나랑 같이.”

그녀는 골리앗을 게이트 안으로 다시 쑤셔 넣으며 던전에 입장했다.

치지지직.

에어포스가 입장하자 게이트의 마력이 크게 요동쳤다. 에어포스의 마력이 너무 커서다.

진짜 충격적이군. 원래 게이트의 마력은 바다처럼 거대해서 헌터 몇 명 입장해 봤자 물 몇 컵 붓는 수준이라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게 정상인데.

‘어라?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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