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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3화 (2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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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23화

강다윤.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이다.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이과로 진학했었지.

윤성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잠깐 망설였다.

랜딩 능력을 가지기 전, 꽤 힘들게 지낼 때 동생들한테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다. 생활비도 보내주지 못했는데 무슨 염치로 전화를 하겠는가.

‘던전 들어갈 때보다 더 떨리는군.’

윤성은 긴장된 침을 꼴깍 삼키며 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가 울리고,

-여보세요?

“어. 다윤아, 난데.”

-오빠, 오랜만이네.

“응. 좀 바빠서 연락을 못 했네. 잘 지내?”

-음……. 나야 뭐, 잘 있지.

“공부는?”

-잘하고 있어. 걱정 마.

“소윤이도 잘 있고? 사고는 안 쳐?”

-걔가 무슨 사고를 쳐. 얼마나 착한데.

“하하.”

너무 오랜만에 전화했더니 어쩐지 어색해서 웃음을 터뜨렸다.

다윤도 약간 불편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 혹시, 그, 종단속도라고 아냐?”

-뭔 속도?

“종단속도.”

-내가 아는 물리학 단어 종단속도를 말하는 거야? 유체 속을 낙하하는 물체의 한계 속도?

“음. 그거 맞을걸.”

-오빠가 그걸 왜?

목소리에 진심으로 황당함이 묻어났다.

“아. 좀. 알아야 할 일이 생겼어. 어떤 개념인지 혹시 아니?”

-개념만 이해하면 되는 거야? 아니면 수식도 알아야 해?

“일단 개념만.”

-그럼 쉽지. 만약 오빠가 높은 데서 떨어진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높은 곳?”

-엄청 높은 곳. 한 100미터?

“별로 안 높은데…….”

-뭐?

“아냐. 계속해 봐.”

-그럼 스카이다이빙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야. 오빠가 비행기 출입구에서 발을 떼는 그 시점에서 오빠의 낙하 속도는 0이겠지? 이제 막 낙하를 시작한 거니까.

“응.”

-그리고 중력 때문에 오빠가 떨어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질 거야.

“그런가?”

-그렇지. 그래서 공기가 오빠 얼굴에 부딪히는 속도도 빨라질 거야. 오빠가 점점 빠른 속도로 공기에 부딪히는 거니까. 바람이 엄청 세진다고.

“아. 그건 확실해. 한 300 넘어가면 바람이 아주 그냥…….”

-무슨 소리야? 아무튼, 그렇게 바람이 점점 세지다 보면, 어느 시점부턴 바람의 세기가 너무 강해서 오빠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이상 빨라지지 않아. 바람의 저항이 중력이 당기는 것만큼 강해진 거지.

“흠.”

-그때의 오빠가 떨어지는 속도가 종단속도야. 그 이상 빨라질 수 없는 낙하 속도의 한곗값.

어렵지만 어떻게든 이해는 했다.

종단속도에 도달해서 어떤 메리트가 생길지, 낙하속도가 정말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향상시켜 줄지는 모르는 것이지만.

아무튼 종단속도 임무는 완수해야지.

D급 되고 싶어서 4년 동안 E급 던전 200여 개를 털고 다녔던 적도 있는데 이 정도 임무야 꿀이다.

“고마워. 혹시 그럼 뭐 하나만 계산해 줄 수 있니?”

-뭐?

“오빠가 맨몸으로 높은 데서 뛰어내려서 종단속도에 도달하고 싶어. 그럼 어느 정도 높이에서 뛰어야 할까?”

-오빠……. 죽지 마…….

“어? 아냐, 안 죽어. 걱정 마. 그냥.”

뭐라고 둘러대지?

“협회에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데 참여하게 되어서 그래. 상급 헌터들을 목표 지역에 떨어뜨려 줄 때 사용하는 낙하 장비. 뭐 그런 거. 아무튼 그거 계산해 줄 수 있어?”

-오빠 몸무게가 몇인데?

“모르겠는데. 한 62?”

-오빠 키에 62? 멸치야? 살 좀 찌워. 게다가 오빠는 헌터잖아?

“아, 알았어. 아무튼 좀 부탁해? 용돈 좀 보내줄게.”

-용돈은 안 줘도 되고. 걱정 마.

“고맙다. 소윤이는 뭐해?”

-피곤하다고 일찍 자. 나도 곧 잘 거야.

“그래. 조만간에 한 번 찾아갈게. 얼굴이나 보자.”

-으응. 알았어.

됐다.

다윤이가 높이를 알려주면 랜딩해서 종단속도 퀘스트를 깬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그 전에는 일단.

‘인벤토리에 대해서 조사를 해봐야 한다. 이건 여러모로 매우 쓸모가 많을 것 같으니까.’

윤성은 다음 날 밤이 될 때쯤, 인벤토리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알아내고 제법 그것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사용법은 이전에 했던 것과 같다. 인벤토리 주머니의 입구를 열어서 인벤토리 창을 켠 다음, 마치 컴퓨터에서 화면을 드래그하듯이 물건을 인벤토리 창 안으로 옮기면 끝이다.

다만 이것을 인벤토리에 넣는다는 ‘생각’을 꼭 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벤토리에 물체가 흡수되지 않는 것이다.

‘물건의 형태도 상관없다.’

윤성은 생수 500㎖를 인벤토리 창에다 대고 콸콸 부었는데, 물 그 자체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물 498㎖.

병에 조금 남은 것과 바닥에 흘린 것을 제외하고 498㎖.

하지만 꺼냈을 때는 참사였다. 인벤토리 창에서 물을 끌어내자 손끝에서 물이 한 번에 와르르 쏟아져 내린 것이다. 자취방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서 치우느라 고생을 했다.

다음으론 얼마나 많은 게 들어갈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산에 가서 돌을 주웠다.

약 1,000개의 돌을 집어넣었을 때, 인벤토리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인벤토리가 가득 찼습니다. 항목을 비우세요.>

항목 한 개의 크기와 무게의 제한은 꽤 너그러웠다. 윤성은 책상, 냉장고, 책장을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다만 책장이나 냉장고 안의 책과 음식들은 모두 별개의 항목으로 처리되었다.

뒷산의 15미터 높이의 거대한 삼나무를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크기와 무게가 모두 허용 범위를 초과해서다.

<한도 초과 : B급 인벤토리는 부피 100m^3 이내의 물건만 담을 수 있습니다.>

<한도 초과 : B급 인벤토리는 무게 500㎏ 이내의 물건만 담을 수 있습니다.>

대신 허용 범위 안에서는 500㎏짜리 바위를 1,000개 집어넣는 것도 가능했다.

정말 대박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정체를 감추고 활동하려면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할 텐데 인벤토리는 방독마스크 등의 변장 물품들을 숨기기에 최적이었다.

책상 서랍에 A급 마정석과 B급 마정석을 집어넣으려던 윤성은 문득 그 안에 이미 B급 마정석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동굴고블린 워리어를 잡고 얻었던 것이다.

이것들을 팔아치우긴 해야 할 텐데.

게다가 서랍 안에는 샐리강스 알도 득실댄다. 마찬가지로 동굴고블린 던전에서 얻었던 것들이다. 아마 헌터의 품격 같은 헌터 용품 잡화점에서 판매할 수 있을 거다. 무기도 없어졌으니까 한 번 찾아가 볼까.

***

<헌터의 품격>의 주인 김수철은 커피 한 잔과 함께 따분한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리고 손님이 들어올 때도 그리 기쁘진 않았다. 그게 윤성이었으니까.

장비를 사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난 걸 보니 딱 견적이 나온다.

‘또, 또, 또! 이놈 새끼! 구경이나 하려고 와가지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가려고.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김수철이 벌떡 일어났다.

적당히 상대해서 빨리 내보내야지! 무엇이 필요하냐며 옆에 붙어서 부담스럽게 계속 굽실거리는 거다. 그럼 쪽팔려서 구경 그만하고 나가겠지?

“뭐 찾으십니까?”

김수철이 살찐 덩치에 걸맞지 않게 살랑거리며 물었다.

“전투복과 무기요.”

“아~ 전투복과 무기요. 전투복과 무기라면……. 전투복과 무기?”

말을 곱씹던 김수철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 간 지 얼마나 됐다고요? 저희 제품들이 맘에 안 드십니까?”

“뭐 애초에 300짜리였으니 값어치는 했다고 생각하는데, 칼은 부러졌고 전투복 상의는 잃어버렸거든요. 하의는 남았지만 그냥 사는 김에 전부 바꾸려고요.”

김수철이 의아한 눈으로 윤성을 훑어보았다.

이놈 E급 헌터 아닌가? 헌터 학교 졸업할 때부터 하도 뻔질거리게 와서 E급인 거 아는데. 도대체 E급 던전에서 뭘 어떻게 싸우면 그 단검이 부러질 수가 있지?

아니, 그리고 전투복을 상의만 분실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 상·하의가 한 벌 세트인데 따로 입진 않았을 테고, 착용 중인 옷을 잃어버렸을 리는 없고.

“허허, 전투 중에 더워서 상의만 벗어 던져두기라도 하셨나 보죠?”

김수철이 농담을 했다.

“좀 비슷합니다.”

비슷하다고? 진짜 싸이코 아냐, 이 새끼?

“아무튼 물건 좀 보여주세요.”

“음. 알겠습니다. 무기는 같은 걸로 드리면 되지요?”

“아뇨. 더 좋은 걸로 주세요. 전투복도 이것보다 훨씬 좋은 걸로요.”

“허허. 마정석 좀 주우셨나 봅니다. 얼마 정도 쓰실 생각이세요?”

“흠.”

윤성의 현재 통장에는 5천만 정도의 돈이 남아 있다. 동굴고블린 던전에서 얻었던 C, D급 마정석을 전부 처분해서 벌었던 것이다.

어차피 A, B급 마정석들을 팔 거니까 지금 있는 돈은 다 털어버려도 상관없지.

“5천만 원.”

“5천!”

김수철이 비명을 질렀다.

한 시간 뒤, 윤성은 새로운 무기와 전투복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었다.

C급 마정석이 들어간 물건들이다. 사실상 <헌터의 품격>에서 가장 좋은 제품들이었다. 하지만 보급형 제품의 가격이 비싸 봤자다. 윤성의 돈이 아직도 남은 것이다.

“앗, 참. 팔 물건도 있습니다.”

윤성이 가방에서 샐리강스의 알들을 쏟아냈다.

지금은 인벤토리가 있으니까 그럴 걱정이 없지만, 당시 혼자 레이드를 했던 윤성에게 마수의 사체들은 워낙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옮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샐리강스의 알은 그 가격과 달걀 정도의 크기를 볼 때 꽤 가성비가 좋은 전리품이었다.

“이건…….”

김수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이런 걸 얻으신 겁니까?”

“문제 있나요?”

“아뇨. 아닙니다. 요즘 시세가 올라서 개당 630만 원입니다.”

총 열세 개를 모았기 때문에 8,190만 원.

5천만 원을 다 써도 좋다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재정이 늘어버렸다.

‘이럴 거면 동네 샵 말고 온라인 헌터 경매장에서 물건을 찾아볼 걸 그랬나.’

잠깐 후회하는 윤성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이런 삶을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장비 수준과 가격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돈벌이도 레벨업도 이제 막 궤도에 오르는 시점이다.

보급형이래도 제법 쓸 만한 것 같고.

적어도 이젠 핏빛야수가 클로 한 번 휘두른다고 손톱깎이로 자른 발톱처럼 똑각똑각 잘려나가진 않겠지.

윤성은 그럭저럭 만족하며 장비를 챙겼다. 그리고 품속에서 A급 마정석을 꺼내 내밀었다.

“혹시 이런 건 처리할 만한 데 아십니까?”

“헉.”

뜻밖의 보물에 김수철이 비틀거렸다.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마정석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 이걸 파신 후에도 저희 가게를 이용해 주실 거지요?”

“물론입니다.”

“저희 가게는 마정석을 취급하진 않지만, 저는 한때 마정석 감정 일도 했습니다. 이건 A급 중에서도 상당히 값진 편이군요. 마력이 순수하게 잘 정제되어 있고 안정적이에요. 이만한 물건은 개인 숍에서는 못 팔 겁니다. 샵에 그만한 돈이 없기도 하고, 협회에서 제재를 하거든요. 이런 물건은 국가적 자산이라. 협회 대리점에 직접 판매하시죠.”

“그럼 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좀 껄끄러워서요.”

“음.”

김수철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윤성을 바라보았다.

“불법적으로 획득한 건 아닙니다. 다만 좀 출처를 밝히기 불편한 게 있어서. 아무튼 이런 걸 취급해 줄 만한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럼 차이나타운 쪽으로 가보시죠.”

“차이나타운요?”

“약간 위험하긴 합니다만, A급 마정석을 입수하실 실력의 헌터님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그 실력은 버프로 뻥튀기된 건데…….

“차이나타운이 어느 쪽입니까?”

김수철이 휴대폰으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위치를 대략적으로 표기해 주었다.

“중국에서 온 사람들인데, 밀수입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고급 마정석이나 마법 무구들을 빼돌리는 거죠. 그런 물건들은 상급 헌터처럼 국가 경쟁력 자체로 취급되는 것들이니까, 국외 유출이 원래 안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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