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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1화 (2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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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21화

윤성이 손가락권총을 핏빛야수에게 겨누었다.

“아, 마스크 써서 못 알아보겠군. 상관없어.”

<빛의 탄환 발동!>

-파팟!

핏빛야수는 스텝을 밟으며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윤성의 공격이 훨씬 빠르고 많았다.

연속된 마법 탄환 사격에 빛줄기 몇이 핏빛야수의 어깨와 허벅지, 팔 등에 구멍을 냈다.

경험치는 마수의 숨을 끊을 때만 오르는 건 아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벌써 이 메시지가 뜨다니. 보통 때 같으면 좋아하겠는데 지금 이 메시지는 핏빛야수가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를 알려주는 지표였다.

윤성의 머리카락이 바짝 곤두섰다.

이만큼의 공격을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핏빛야수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야수는 몸에서 똑똑 흐르는 핏방울을 보면서 자신의 상태를 잠깐 점검하더니,

팟!

갑자기 달려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다. 순식간에 윤성의 눈앞으로 예리한 클로가 쇄도했다.

하지만 또렷하게 보인다. 600에 육박한 감각 능력은 총알처럼 날아온 이 공격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었다.

“큭!”

윤성은 재빨리 몸을 틀어서 클로를 피했다. 뺨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흘렀다.

동굴 고블린 워리어나 프라이미벌의 공격과 비교하면 훨씬 아찔하다. 위력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속도의 격차가 승용차와 제트기 정도다.

핏빛야수 또한 이 공격을 윤성이 피할 줄은 몰랐는지 잠깐 주춤했다.

<스톤 스퀴즈 발동!>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윤성이 양손으로 바위 주먹을 들어 올렸다.

두 개의 바위 주먹이 일제히 핏빛야수를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핏빛야수는 공중제비를 넘으며 윤성의 공격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쐐액!

공중에 뜬 핏빛야수를 향해 윤성이 무언가를 던졌다.

김찬열이 떨어뜨린 철퇴다.

550점의 힘으로 던진 철퇴다. 속도도 속도지만 위력은 더욱 압도적이다. 날붙이가 아니라 책을 던져도 이 정도 힘이면 일반인은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핏빛야수는 클로를 휘둘러 간단히 윤성의 철퇴를 쳐냈다.

쨍!

정확히 그 순간, 윤성은 빠르게 달려가 핏빛야수의 가슴팍을 발로 찼다.

첨벙!

핏빛야수가 쓰러짐과 함께 윤성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철퇴를 붙잡고 몸을 빙글 돌렸다.

콰앙!

김찬열의 <빠른 철퇴 내려찍기>의 피지컬 버전이다. 그냥 압도적인 힘과 순발력으로 스킬을 흉내냈다.

세로로 내리꽂힌 철퇴는 핏빛야수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야수는 팔뚝으로 공격을 가드 했지만.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겼다!

윤성은 다음 일격으로 이놈을 끝장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다.

하지만.

번쩍!

야수의 눈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찔하다.

공간이 축을 잃고 휘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정신계 마법이다.

석 달 전에 D급 던전에서 당했던 그것이다!

젠장!

윤성은 의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게 실수였다. 잠깐 눈을 뗀 사이에 핏빛야수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허리가 뜨끔했다.

뜨거운 것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큭…….”

마안에 당한 윤성의 정신이 핏빛야수의 정신계와 뒤섞여 버렸다. 이런 종류의 마법 스킬은 들어본 적도 없다. 이 세상의 마법이 아니야. 이 마수 새끼가…….

쿠웅!

쓰러지는 윤성. 핏빛야수는 차분히 그의 뒷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윤성은 핏빛야수가 상태창을 켜는 것을 보았다. 야수의 마안에 노출되어 의식이 무너진 틈새로 핏빛야수의 시각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

<칭호 : 없음>

<?? Lv.98>

<힘 : 517, 순발력 : 556, 감각 능력 : 425, 지능 : 608>

<버프 : 없음>

<디버프 : 없음>

<스킬 : 마안(쿨타임:354초), 네일 블레이드(사용 가능)>

이럴 수가…….

이놈은 지금 상태창에서 <분배 가능한 능력치>를 기다리고 있다! A급 헌터 수준의 적을 사살했기 때문에. 어쩌면 레벨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다.

“큭…….”

바닥에 쓰러진 윤성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치솟았다.

패러글라이딩했던 유명산이 200미터만 더 높았으면 내가 이겼을 텐데! ……X발!

죽음에 대한 공포 이상으로 억울함이 크다. 저 개새끼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어떤 오명을 덮어쓰고 살았는데 복수도 못 하고!

핏빛야수는 윤성의 숨이 빨리 멎지 않자 클로를 날카롭게 세웠다.

윤성이 분노와 공포를 삼키며 눈을 감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왓…… 후더뻑 아 유?”

코르소의 목소리.

코르소와 카다시안, 그리고 숨을 헐떡이는 송민구가 늪지 반대편에 서 있었다.

코르소는 핏빛야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동시에 고개를 돌리다 윤성을 발견했다.

“와우! 미스터 마스크! 괜찮아요?”

그가 장검을 번쩍 치켜들었다.

윤성은 마스크 속에서 피식 웃었다.

핏빛야수. 이 개새끼야. 한쪽 팔 부러진 채로 A급 둘 상대로 승산 있냐? 죽어버려, 망할 새끼!

“우오어어어!”

코르소가 쩌렁쩌렁한 함성을 내질렀다. 핏빛야수의 움직임이 잠깐 굳는 게 느껴졌다.

스킬 <포효>다. 초저주파의 함성으로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근접 전투 계열 기본 스킬.

코르소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핏빛야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성난 물소 같은 박력이었다. 쓰러진 윤성에게까지 그 위력이 찌릿하게 전해졌다.

그러나 핏빛야수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포효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졌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핏빛야수는 코르소의 대시를 가뿐히 피했다. 동시에 클로를 날렸다.

카앙!

코르소는 장검으로 공격을 받아내더니 감탄했다.

“와우. 어메이징? 쏘 스트롱 비스트.”

코르소는 섣불리 더 들어가지 않고 잠깐 탐색전을 벌였다.

그는 옆으로 걸음을 슬슬 옮기면서 쓰러진 윤성을 다시 살펴보았다.

“헤이! 칼다-씨얀!”

“오케이!”

카다시안이 코르소가 만들어준 틈 사이로 달려가 윤성에게 힐링 스킬을 썼다.

“커몬!”

코르소가 소리쳤다. 그가 핏빛야수를 향해 한 스텝을 집어넣었다. 핏빛야수가 사납게 반응하자 그들은 중거리에서 잠깐 육탄전을 주고받았다.

핏빛야수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일격이다. 하지만 코르소는 극도로 단련된 전투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민첩하게 핏빛야수의 공격들을 회피했다.

게다가 핏빛야수는 팔 하나가 부러진 상태. 그가 날릴 수 있는 공격은 한정적이고 코르소는 그 얼마 안 되는 컴비네이션을 모두 예측할 수 있었다.

몇 합을 주고받은 후, 핏빛야수의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 코르소는 두 발로 통통 스텝을 밟으며 상대의 몸에 누적된 데미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성은 그 작전이 안 통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킬 : 마안(쿨타임:36초), 네일 블레이드(사용 가능)>

“코르소!”

윤성이 소리쳤다. 아직 힐링이 덜 된 허리에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정보를 전달해 줘야 했다.

“곧 그놈이 눈에서 빛을 뿜을 겁니다. 정신 공격이에요! 조심하세요.”

“오-케이!”

코르소가 방패를 치켜들었다. 빛을 뿜으면 방패를 앞세워서 노출을 피할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핏빛야수는 그리 무르지 않다.

그는 지능이 있는 마수다. 심지어 상태창을 열 수 있을 정도의.

불길한 감각이 온몸을 엄습했다.

윤성이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

<네일블레이드 발동!>

핏빛야수의 클로가 갑자기 채찍처럼 길어졌다.

쿠와아악!

일순간 야수가 휘두른 공격은 현장을 둘러싼 맹그로브 나무들 전체에 걸쳐 날카로운 상처를 남겼다.

우지직-

나무 몇 그루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바위 뒤로 숨은 송민구와 앉아 있어서 체고가 낮았던 카다시안, 윤성은 괜찮았지만 코르소는 데미지를 입었다.

그는 방패로 막았지만 길어진 클로가 줄자처럼 휘어서 방패 너머로 코르소를 베었던 것이다.

“오 씻!”

코르소의 옆구리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꽤 깊은 상처다. 방패를 들 수가 없다. 코르소의 팔에 힘이 풀리면서 방패가 내려가는 순간.

<마안 발동!>

핏빛야수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좀 전, 윤성이 혼자서 전투를 치르던 때와 달리 이쪽에는 보조 계열 A급 전문가가 있다.

<안티 매직 발동!>

카다시안의 눈에서 마법이 번쩍이며 더운 증기 같은 것이 코르소를 감쌌다. 마안은 안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동시에 핏빛야수는 발아래에서 무언가가 솟구치는 것을 깨달았다.

<스톤 스퀴즈 발동!>

핏빛야수는 바위에 포박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옆으로 빠져나왔다.

윤성은 마치 데자뷰가 느껴지는 듯하다.

동굴 고블린이 나오던 던전에서 이렇게 했었지. 스톤 스퀴즈로 길목을 막아놓고 퇴로를 손가락으로 겨눈 채 빛의 탄환을 때려 박는 전략.

핏빛야수가 걸어 나올 위치는 너무나 명백했다. 게다가 핏빛야수는 잇단 전투의 상처와 피로가 누적되어 움직임이 둔해졌다.

<빛의 탄환 발동!>

팡!

윤성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섬광이 핏빛야수의 가슴을 뚫었다.

왈칵 솟구치는 붉은 피.

핏빛야수의 몸이 비틀거렸다. 윤성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콰악!

스톤 스퀴즈가 윤성의 명령대로 핏빛야수의 몸통을 매섭게 움켜쥐었다. 손끝에 그립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핏빛야수는 힘도 상당했다.

야수는 목숨을 걸었다. 필사의 힘을 짜내 스톤 스퀴즈를 완력으로 풀고 있는 것이다. 스톤 스퀴즈와 연결된 윤성의 손목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크으…….”

그 와중에 머리 위에 메시지창이 몇 개 떠 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미친. 무려 2레벨이 올랐다. 처음에 여러 번 유효타를 가했던 때를 포함하면 핏빛야수 하나를 처치하면서 벌써 3레벨이 오른 셈이다. 이 성장 속도 실화냐?

윤성은 떨리는 왼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겨누었다.

그의 손가락에서 섬광이 발사됐다.

펑!

핏빛야수의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 그 흉하게 번들거리던 붉은 눈이 광채를 잃었다. 스르륵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첨벙!

핏빛야수의 몸이 물속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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