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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9화 (19/260)

# 19

레벨업 속도는 9.8m/s^2 019화

카다시안이 양손을 모으며 스킬을 연달아 발동했다.

<보호막 발동!>

<급속 피로 회복 발동!>

<근지구력 증가 발동!>

<감각 능력 증가 발동!>

온갖 버프 스킬들이 윤성 일행에게 쏟아졌다. 이미 500점짜리 랜딩 버프를 들고 있는 윤성은 그리 감동하지 않았지만 B급 헌터들은 감탄을 거듭했다.

“헤이, 칼다씨얀. 이거 보스 레이드 스킬들. 롸잇? 왓 해픈? 뭐가 있어?”

“보스가 나올지도 몰라. 저 앞에 상당히 강력한 마력이 느껴져. 보스가 아니라면 아마 다수의 구스타프일 거야.”

“흐음.”

코르소는 장검을 똑바로 세우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와우. 어메이징.”

그의 눈이 커졌다.

100여 미터 앞. 늪지가 끝나고 섬처럼 조그만 땅이 나오는 곳에 무려 40여 마리의 구스타프가 엎드려 있었다.

“전원! 제자리로 갑니다!”

코르소가 헌터들에게 지시했다.

그가 횡베기 자세를 갖추고 일격에 오러블레이드를 쏘아 보냈다.

-콰앙!

강렬한 파음과 함께 구스타프 몇 마리가 죽어나가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뒤에 빠져있어요.”

송민구가 윤성에게 말했다. 그는 왼팔에 장착된 마법 석궁을 구스타프들에게 겨누었다.

<마력 볼트 발동!>

마력으로 만들어진 볼트가 석궁에 장착된 후.

퓽!

무서운 속도로 구스타프 한 마리의 머리에 박혔다.

이미 코르소는 적진 한가운데로 달려가서 무자비하게 적들을 내리치는 중이다.

김찬열은?

윤성이 두리번거렸다.

‘저기 있군.’

코르소의 반대편에서 철퇴로 구스타프들을 때려죽이는 중이다.

퍽! 퍽!

김찬열의 철퇴가 휘둘러질 때마다 피와 함께 구스타프의 이빨과 눈알 따위가 튀어 올랐다.

윤성은 약간 역겨운 기분을 느끼며 전투 현장 쪽으로 살짝 이동했다. 전투에 참여할 생각은 아니었고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1선에는 코르소와 김찬열. 2선엔 송민구. 3선에 카다시안. 3선을 넘어가면 한 소리 듣겠지만 굳이 5선이나 6선쯤 서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4선까지만 가야겠다.

하지만 윤성이 카다시안 근처로 이동하는 그 순간.

“캬아악!”

뒤에서 구스타프 일곱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뭐야!”

놀란 카다시안이 소리를 질렀다.

분명히 여기까지 진행해 온 길이다. 구스타프는 앞에 있는 것 외에는 없어야 한다. 어떻게 뒤에서 튀어나온 거지?

<실드 발동!>

카다시안이 고급 방어마법 스킬을 펼쳤다. 단단한 마법 실드가 윤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쿵!

구스타프의 아가리는 실드를 깨뜨리지 못하고 그 앞에서 늪지의 물만 찰방찰방 씹어댔다.

가까이서 보니 훨씬 가소롭다.

윤성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동굴 고블린이 한 다섯 배는 더 위협적이겠군.

“떨어져!”

카다시안이 외쳤다. 동시에 김찬열이 윤성 쪽으로 달려왔다.

“제가 맡겠습니다!”

그가 구스타프 셋을 때려죽였다.

“코르소 쪽을 봐주세요!”

카다시안이 코르소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바로 그 순간.

텅!

김찬열이 휘두른 철퇴가 윤성의 실드를 깨부쉈다.

“뭐야?”

놀란 윤성.

김찬열이 오묘한 눈빛으로 윤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슬쩍 윤성의 발목을 걸면서 어깨를 잡아당겼다.

첨벙!

뒤로 쓰러진 윤성의 몸뚱이가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다. 구스타프의 거대한 아가리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콱!

윤성은 구스타프의 턱과 코를 잡았다.

찌이익-

그리고 그대로 벌려서 찢어버렸다.

김찬열이 경악한 표정으로 윤성을 바라보았다.

“크르르.”

아직 몇 마리 남은 구스타프들이 윤성과 김찬열을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김찬열은 그들 중 하나를 쳐낸 후,

쾅!

윤성을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이 미친 새끼가?

놀란 윤성이 옆으로 굴러서 공격을 피했지만, 김찬열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그가 다시 윤성의 머리를 향해 철퇴를 내리찍었다.

퍽!

팔뚝으로 가드했다.

‘크, 엄청 아프군.’

하지만 원래 E급 헌터라면 팔이 박살 나고 머리도 박살 나고 목과 가슴까지 작살났어야 정상이다.

뜻밖의 전개에 김찬열이 주춤하는 사이.

윤성은 코르소와 카다시안, 송민구 쪽을 쳐다보았다. 코르소 혼자 구스타프 열다섯 마리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카다시안은 그쪽에 버프와 힐링을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고, 송민구도 마법 사격에 몰두하고 있다.

‘김찬열 이 새끼. 확 그냥 죽여 버려?’

윤성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손가락에 빛의 탄환을 장착하는 순간,

“이눈다!”

갑자기 코르소가 소리를 질렀다.

이눈다.

소문으로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이런 밀림 타입의 던전에서 가끔씩 발생하는 대규모 홍수. 전조도 없이 한순간에 물이 폭발적으로 범람해서 모두를 쓸어버린다고 한다.

카다시안이 양손을 나누어 뻗어서 코르소와 송민구, 윤성과 김찬열을 향했다.

“수중 호흡 걸게요!”

카다시안의 손끝에서 물거품 같은 것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윤성은 갑자기 혀끝에 아가미가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콰아아아아!

거대한 해일이 늪의 저 끝에서부터 밀려오고 있었다.

“씻! 홀드온!”

코르소가 소리를 지르면서 거대한 맹그로브 나무 하나를 꽉 껴안았지만,

와지직!

해일은 나무를 가뿐히 무너뜨리고 구스타프 무리와 레이드 팀을 휩쓸었다.

거대한 물의 흐름에 갇힌 후, 윤성은 눈을 부릅떴다. 구스타프는 물속에서 더 위험한 적이다. 물이 워낙 탁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다행히 소리와 냄새는 훨씬 예민하게 전달되었다.

푹!

싸악!

윤성은 타이밍과 거리를 정확히 재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단검을 휘둘러서 접근하는 구스타프 둘을 처치했다.

쿠르릉!

오러블레이드의 붉은 파장이 저 끝에서 번쩍였다. 코르소도 멀쩡한 모양이다. 그럼 카사디안도 지켜줬겠지? 송민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김찬열 이 새끼는 가능하면 뒤졌으면 좋겠고.’

윤성은 구스타프의 접근을 견제하며 이눈다가 전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푸아!”

물이 휩쓸고 지나간 후 윤성이 늪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그는 완전히 외딴곳에 있었다.

“뭐야? 다 어디 갔어? 코르소!”

목청껏 소리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불과 몇 초 정도 물에 휩쓸려간 것 같은데 이렇게 일행과 거리가 갈라져 버릴 수 있는가?

“푸우!”

옆에서 누군가가 물을 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김찬열.”

윤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날 공격한 겁니까?”

“후우. 뭐야? 다들 어디 갔어?”

“강물에 휩쓸려온 모양이에요. 레이드 팀과는 떨어졌군요.”

“흠. 보는 눈 없어서 좋군.”

“날 왜 공격한 거냐고요.”

“네가 나대는 걸 싫어하는 상관들이 있기 때문이지.”

김찬열이 철퇴를 꽉 쥐었다.

“자. 아까 못한 것 좀, 마저 해볼까?”

“제가 E급이 아니란 걸 이미 아셨을 텐데. 더 해볼 겁니까?”

“설마 B급까지야 가겠어?”

A급까지 상위권까지 간 상태입니다만…….

윤성은 단검을 역수로 쥐고 김찬열의 공격을 기다렸다.

김찬열은 신중하게 윤성의 옆으로 돌다가…….

쉬익!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다.

빠른 철퇴 내려찍기.

그냥 피지컬이 아니라 내려찍는 동작에 특화된 스킬이다. 그 공격 속도와 위력은 김찬열의 피지컬로 뽑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쩡!

윤성은 정확히 단검의 몸체로 가드했지만 조악한 보급형 단검이 산산이 조각났다.

“장비라도 잘 갖췄으면 좀 더 버텼을 텐데.”

김찬열이 다시 철퇴를 휘둘렀다. 하지만…….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가락에서 솟구친 섬광이 김찬열의 팔뚝을 꿰뚫었다.

“크악!”

김찬열이 팔뚝을 움켜쥐고 휘청거리자,

퍽!

그의 가슴팍을 찼다.

물을 첨벙 튀기며 뒤로 쓰러진 김찬열. 윤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난 당신을 처음 봤으니 직접 원한을 산 건 아닐 테고. 누가 사주한 거지?”

“큭.”

김찬열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떨어뜨린 철퇴를 다시 들면서.

힘의 차이를 깨달았을 텐데 아직도 전의가 남았군. 멍청하긴.

<스톤 스퀴즈 발동!>

늪지 바닥에서 솟아오른 바위 주먹이 김찬열을 꽉 움켜쥐었다.

“끄아악!”

윤성이 주먹을 쥠에 따라 빠듯한 악력이 김찬열에게 가해졌다.

“누가 사주한 거냐고!”

윤성이 다그쳤다.

“화…… 황동수.”

“혹시나 했는데 진짜군. 망할 새끼. 어떻게 해야겠네.”

“대체, 대체 넌 뭐냐? 어떻게 E급이 이런 힘을 가진 거지?”

“뭐 어쩌다 보니. 아무튼 순순히 불었으니 고통은 최소화해서 빠르게 보내줄게.”

윤성이 김찬열의 목에 단검을 가져다 댔다.

세게 말했지만 사실 좀 긴장된다. 사람 죽여본 적은 없는데. 정말 괜찮을까?

“자, 잠깐만! 잠깐만. 잘못했어! 살려줘! 내가 도와줄게. 황동수한테 복수하는 걸 도와줄게!”

김찬열이 공포에 질려서 소리쳤다. 윤성은 침을 꼴깍 삼켰다. 복수하는 걸 도와준다고? 솔직히 흔들린다. 도움을 원해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인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다.

하지만 이놈은 너무 많이 알아버린 데다가 랜딩 버프를 떼고 붙으면 맨손으로도 윤성을 죽일 힘이 있다.

“안 돼.”

살려놓기에는 너무 위협적인 적이다.

‘게다가 정당방위잖아? 눈 딱 감고 한 번만 쓱 긋자.’

윤성이 손에 힘을 주려는 순간.

“크르르.”

등 뒤에서 울리는 소름 끼치는 그로울링.

윤성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김찬열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윤성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등 뒤에 무엇이 있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이 던전의 보스. 프라이미벌.

늪에 잠복해 있다가 이쪽의 싸움을 느꼈던 모양이다. 기척을 숨긴 채 물속을 유영해서 접근한 후 천천히 일어난 모양이지.

뚝-

윤성의 정수리에 침 한 방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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