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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7화 (17/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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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17화

윤성은 협회를 나가기 전에 차희를 다시 찾아갔다.

엑셀로 서류 작업을 하던 차희가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했다.

“다시 왔네? 임무는 받았어?”

“응. 한다고 했어.”

“잘했어. 후후. 상급 던전에 가는 거지만 전투에 참여하는 건 아니니까 크게 위험하진 않을 거야. 그리고 거기 같이 가는 코르소, 카다시안 부부가 굉장히 실력이 좋대.”

안 그래도 그들에 대해서 혹시 아는 게 있느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다.

“혹시 그 둘, 어떤 사람인지 알아?”

“카다시안은 재미 교포고, 코르소는 애처가야. 카다시안 씨가 한국으로 올 때 같이 따라오셨지. 미국에선 상급 헌터들에 대한 대우가 우리나라랑 차원이 달라. 그걸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온다니까 당시에 꽤 이슈가 됐었어. 두 사람 다 협회의 VIP들이야. 에어포스가 한때 직접 관리하기도 했고.”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에어포스와도 친분이 있을 정도라니.

쾅!

갑자기 복지부서 현관이 거칠게 열렸다.

씩씩거리며 들어온 것은 A급 헌터 황동수.

“야! 여기 민차희 어디 있어?”

그가 소리를 질렀다.

차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황동수는 금방 차희의 자리를 찾아내고는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 이 잡년아. 네가 임무 담당 부서에서 깽판 친 년이냐?”

“뭐라고요?”

차희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황동수도 성격 더럽지만 차희도 한 번 꼭지 돌면 화끈하게 싸우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A등급 헌터, 타 부서의 부장급 직위니까 바로 덤벼들진 않았다.

“제가 거기서 얘기한 것 중에 잘못된 게 있나요?”

“아니, 그래도 이게? 야. 복지부서면 너네 업무나 할 것이지 왜 남의 부서에 와서 난리를 쳐? 그리고 내 이야기도 했다며? 이 미친년아.”

“네. 했어요. 무슨 문제가 있으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욕하지 마세요.”

황동수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윤성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쳤다.

“마침 이 새끼도 있으니까 같이 얘기하자. 내가 얘한테 복지부서 청소시켰다고 그거 언론에 일러바친다고 했다면서? 어? 야, 이 머저리 같은 년아. 협회 이미지 조져놓으면 너라고 무사할 거 같아? 하늘 보고 침 뱉는 꼴이야!”

“그래서 언론에 직접 지르는 대신 임무 담당 부서에 가서 좋게 얘기한 거잖아요?”

“뭐라고? 야, 이 새끼야. 협회에서 부당하게 이유 없이 소속 하급 헌터한테 일을 주지 않고 은퇴시키려고 모욕을 준다고. 언론에 다 박아버릴 거라고 협박한 게 좋게 얘기한 거야? 주제를 알아야지. 월권도 이런 월권이 어디 있어?”

황동수가 책상을 주먹으로 쿵 내리쳤다.

“멍청한 년이 제 밥그릇에 사료 부어주는 게 누군지도 모르고 주인한테 짖어?”

차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터졌군.’

윤성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차희는 헌터 윤리 규범의 교과서 같은 사람이다. 약자를 보면 반드시 돕고 잘못된 것을 발견하면 웬만큼 희생해서라도 바로잡는 애다.

사실 이런 애가 상급 헌터가 돼야 하는데 선천적 재능의 불평등이 아쉬운 실정.

게다가 약간의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헌터 학교 다닐 때도 ‘홧김에’ 이것저것 저질렀던 적이 꽤 있었다.

전에 윤성에게 홧김에 600만 원을 빌려줬던 것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황동수랑 침 튀기며 싸우겠군.

“좋게 얘기한 거죠. 그 정도면.”

차희가 분노가 부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근데 디테일밖에 모르시네요? 나름 스토리텔링이 있었는데. 제가 얘기했던 건 말이죠, 잘 들어요. 임무 담당 부서가 윤성이 일감 안 줘서 굶기면서 동시에 복지부서는 반강제로 대출을 해주고. 그걸 총괄하는 상급 헌터란 사람은 그 빚을 구실로 잡아서 모욕을 줬다고 한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차희가 소리쳤다.

“협회가! 죄 없는 사람 하나 붙잡아놓고 못난 제도로 굴리면서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다고요! 당신이 그 가해자고! 근데 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와서 당사자 앞에서 목소릴 높이세요?”

“하핫. 시벌.”

황동수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야, 진짜 미쳤냐? 너 몇 살이야? 아무리 부서가 한참 달라도 내가 협회에서 너보다 20년 선배야. 어디 새파란 신입이 지금 이쪽 부장급한테 소리를 질러? 돌았냐?”

“불의를 봤으면 해결하기 전까지 눈을 떼지 말라. 헌터에게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으로 투쟁할 직무가 있다.”

차희가 말했다.

“헌터 자격 선언문 1장 8절. 아시죠? 선배님도 한때 외우셨을 테니. 저도 비록 사무직이지만 한때 학교에서 헌터를 꿈꿨기 때문에 달달 외웠네요.”

차희가 황동수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제가 하극상 벌이는 거 따지기 전에 당신이 직무 유기한 거부터 생각하세요. 선배님 대접 받고 싶으시면.”

“아, 나 참나. 이거 진짜 골때리는 년이네.”

황동수가 파티션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김시윤! 이리 와봐!”

이미 황동수와 차희가 싸우며 소리를 질러댄 것에 사무실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였다.

바로 옆 칸에서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던 김시윤은 재빨리 튀어왔다. 그가 안경을 고쳐 쓰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예. 선배님.”

“너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년 좀 어떻게 해봐라.”

“야, 차희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A급 헌터님한테……. 이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겠니?”

솔직히 누가 봐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큰 사고를 쳤다.

전부 맞는 말이었지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말단 사원이 부장급과 소리 지르고 싸웠으면 끝장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전개였으니.

차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가만히 황동수를 노려보았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이년 잘라.”

황동수가 말했다.

“뭐라고요?”

윤성과 차희가 동시에 대꾸했다. 김시윤도 눈이 커졌다.

“저, 선배님. 그래도 그건 좀…….”

“네가 잘리고 싶어?”

“이거 부당해고예요!”

차희가 소리쳤다. 김시윤은 제발 좀 조용히 하라는 듯한 눈빛으로 차희를 쳐다보고는 다시 황동수에게 사정했다.

“하지만 선배님. 그러면 차희 씨가 홧김에 진짜 언론에 제보할지도 모르고…….”

“제보하면 뭐 어쩔 거야? 뭐 증거 있어? 막말로 내가 지금 이년을 후려쳐도.”

황동수의 손바닥이 번쩍 올라갔다.

“나쯤 되면 아무 흔적 안 남게 칠 수도 있어. 아무 증거도 없는데 어쩔 거야?”

툭-

황동수가 손가락 끝으로 차희의 턱을 건드렸다.

눈빛이 위협적이다.

그가 차희의 턱과 볼을 톡톡 치면서 말했다.

“좀. 제발 좀. 어? 네가 강윤성 이 새끼한테 돈 빌려줘서 내 비서 일 관두게 했던 것도 난 알았지만 참아줬어. 응? 민차희. 조용히 좀 살자고. 사람이 관용을 베풀면 그만큼 숙일 줄도 알아야…….”

콱!

갑자기 윤성이 황동수의 손목을 억세게 낚아챘다.

“그만 좀 합시다. 나 때문인 것 같으니 이번 임무 하고 나서 원하면 협회 나가겠습니다.”

“뭐?”

“뭐라고?”

차희와 황동수가 윤성을 돌아보았다.

윤성이 계속 말했다.

“하지만 차희한테 뭔가 보복을 하려고 하면, 황동수 선배님도 앞으로 헌터 일 못 하게 될 겁니다.”

“네가 직접 언론에 지르겠다는 거냐?”

“맘대로 생각하시죠.”

윤성은 손아귀에 힘을 가했다.

황동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큭.”

손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는다. 엄청난 악력이다.

‘뭐야 이 새끼? E급 아니었어?’

황동수의 얼떨떨한 표정.

‘아니, 잠깐만…….’

설마 헌터일 못하게 될 거라는 게, 언론에서 떠들어 구설에 오르고 이미지를 망치고 그런 게 아니라 직접 완력을 행사하겠다는…….

소름이 쫙 끼쳤다.

“이, 이 새끼가.”

감히 날 협박해?

분노한 황동수가 팔에 힘을 주며 흔들어댔지만 윤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황동수를 쏘아볼 뿐.

그때였다.

“어이. 여기 혹시 약간 마른 남자 들어왔었나? E급 헌터 강윤성이라고 하는데…….”

부서 입구에서 들린 목소리.

파티션 너머로 목소리를 알아들은 김시윤과 황동수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말단인 윤성과 차희는 아직 누가 왔는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김시윤은 발 빠르게 파티션 밖으로 튀어나가더니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오. 김시윤 차장. 오랜만입니다. 여기 혹시 강윤성이라고 있나요? 이쪽으로 왔다던데.”

S급 헌터, 백마중.

윤성은 재빨리 황동수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그의 손목에 빨갛게 손자국이 나 있었다.

“제가 강윤성입니다.”

윤성이 파티션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흐음.”

백마중은 팔짱을 끼면서 윤성을 차분히 관찰했다.

“대단하군.”

그가 감탄했다.

“당신, 백마 길드로 입단할 생각 없습니까? A급 헌터의 대우를 해드리죠.”

황동수와 차희, 김시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 자, 자, 잠깐만요. 대표님?”

재빨리 파티션 밖으로 튀어나간 황동수.

“오. 안쪽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지던데 동수 씨였군요.”

백마중이 빙긋 웃었다.

‘하지만 강윤성 옆에 서 있으니 묻혀 버리는군. 이건 A급에서도 최상위권이다.’

S급 수준은 안 되겠지만. 근접형인지 마법형인지 제대로 판별은 안 되는데 확실한 건 대박이라는 거다.

‘재각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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