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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6화 (1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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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16화

10여 분이 흐른 후.

점점 착륙 지점이 가까워 오자 신윤중은 날개 양쪽의 브레이크를 잡아당겨서 속도를 잡았다.

“자, 착륙합니다.”

윤성은 얼른 조종석에서 엉덩이를 뗐다. 가슴이 거세게 쿵쾅거렸다. 과연 얼마나 멋진 버프가 나올 것인지.

조종석이 지면에서 불과 3미터 위에 떠 있을 때, 윤성은 고양이처럼 몸을 구부리며 자세를 잡았다.

왼손은 지면을 향해 수직으로.

오른팔은 비스듬한 각도로 뻗고.

두 무릎이 땅에 닿지 않게 다리를 유연히 구부린다.

-착.

무사히 지상에 안착한 윤성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최종 속력=0.74㎧, 낙하 거리=511.25m, 낙하 시간= 677s>

<랜딩 성공!>

<랜딩 버프 :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511.25점. 남은 시간 1,123,20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보레이셔스 파이썬, 남은 시간 1,123,200초>

<현재 레벨(13)이 낮아 버프 시간이 한곗값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미친…….”

“네?”

갑자기 욕을 뱉자 신윤중이 깜짝 놀랐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재밌었어요. 저 잠깐 쉴게요.”

자리에 퍼질러 앉은 윤성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계산기를 두드렸다. 1,123,200초. 한 시간이 3,600초니까…….

“312시간!”

윤성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잠깐만, 그럼 하루가 24시간이니까,

“13일.”

레벨이랑 똑같은 값이다. 13‘일’이 현재 가질 수 있는 버프의 최대 시간이라는 뜻이군.

아무튼 이건 진짜 대박이다. 500점짜리 버프를 13일 동안 가지게 되었다니.

절벽에서 370점 버프로 겨우 두세 시간 만에 B급 던전 하나를 털었다. 근데 500점 버프를 13일?

아껴 써야 한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 여차하면 패러글라이딩하러 또 오면 되지만 그래도 이 시간은 소중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버프값을 영원히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랜딩으로 꾸준히 능력치가 상승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보니 낙하 높이는 버프의 능력치 상승값이고, 낙하 시간은 버프의 시간이라면 최종 속력은 뭘 결정하는 요인일까?

띠링-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갑자기 메시지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황금색이다.

<랜딩에 의한 영구적 능력치 향상의 요인 파악.>

<랜딩 임무 발생 : 맨몸으로 종단속도에 도달하기.>

이건 또 뭐야? 종단속도? 물리학 시간이냐.

혼란스럽다.

띵!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메시지창이 다시 나타났다.

<종단속도 : 물체가 유체 안에서 낙하할 때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속도. 물체에 가해지는 항력과 부력의 합이 물체에 가해지는 중력과 같을 때 발생한다. 이들 힘의 최종 합은 0이므로 종단속도에 도달한 물체의 가속도는 0이다.>

혼란이 늘었다.

나중에 구글에서 다시 찾아봐야지. 일단 보상을 먼저 확인하고.

윤성은 500미터 랜딩 임무와 5분 이상 랜딩 임무 각각을 눌러 보상을 받았다.

500미터 랜딩 임무에서는 D급 마정석.

크게 감동적이진 않군.

5분 랜딩 임무에서는…….

“시계?”

은색 메탈 시계 하나가 떨어졌다.

그게 손에 닿자마자 강력한 마법력이 느껴졌다. 짜릿한 직감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건 대박 아이템이다.

시계를 손목에 찼다.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창.

<랜더의 손목시계(Lv.1) : 버프가 기본 시간 ‘1일’을 가짐.>

기감이 매우 뛰어난 헌터라도 마법물품의 스펙을 메시지창으로 보진 못한다.

때문에 마법 물품 감정소에서 테스트해서 특성 보증서를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친절한 메시지창이 제품의 특성을 자세히 기술해 주다니. 그 어떤 S급 보물보다도 가치 있는 물품이다.

그리고 성능은 그야말로 맙소사다.

윤성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기본 버프 시간 1일? 370미터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도 버프 시간은 겨우 두세 시간 남짓이었다.

앞으로 훨씬 더 높은, 예컨대 800미터가 넘는 샌텀 타워에서 뛰어내려도 24시간을 넘는 버프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 1일이라니.

이건 정말 큰 횡재다. 게다가,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옛날에 S급 헌터 최수혁이 광고하던 콘스탄틴 브랜드의 시계처럼 생겼다. 그럴 리는 없지만.

그런데 Lv.1이라는 것은 2레벨 이상의 손목시계가 있다는 뜻인가?

띠링-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다음 임무 메시지가 떠올랐다.

<랜딩 임무 발생 : 30분 이상 랜딩하기.>

이건 간단치 않겠군. 패러글라이딩으로도 불과 10여 분 남짓 날았으니까.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던전부터 좀 털까. 13일짜리 버프를 썩힐 수는 없으니.

인근의 상급 던전들을 찾아보려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뚜르르-

복지부서 차희다.

“여보세요?”

-윤성 씨!

“어쩐 일이에요?”

-윤성 씨 일 들어왔어요! 원래 임무 담당자가 전해줘야 하는 건데 제가 좀 일찍 알게 되어서. 헤헤. 미리 알려주는 거예요.

“일이 들어왔다고요?”

기쁘기보다 망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E급 헌터한테 임무가 떨어져봤자 E급 던전일 게 뻔하지 않은가.

-B급 던전이에요.

뭐야? 굉장히 뜻밖인데. 하지만 대체 왜?

“제가 거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을 텐데요.”

-짐꾼으로 쓰시려고 한대요.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설명해 주실 거랬는데, 협회로 좀 오실래요?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근데 제가 양평에 와 있어서, 두세 시간쯤 걸릴 거예요.”

윤성은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반납했다.

***

세 시간 후, 협회.

윤성은 랜딩 버프의 남은 시간을 체크했다. 약 12일 21시간.

문득 걱정 하나가 윤성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현재 능력치들이 모두 500이 넘어서 600 가까이에 이르렀는데 협회의 누군가가 이 증폭된 힘을 알아보진 않을까?

물론 헌터의 힘이라는 게 전투태세에 들어가서 마력을 분출하지 않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만 최상급 헌터 중에는 타인의 숨겨진 마력을 느낄 수 있는 이들도 있다.

‘에이 설마.’

E급 헌터 강윤성이다. 그 정도로 기감이 뛰어난 최상급 헌터가 눈여겨볼 리가 없지.

윤성은 먼저 차희를 찾아갔다.

“15층의 임무 담당 부서로 가세요. 윤성 씨 이름 대면 아마 어떤 디렉션을 줄 거예요.”

차희의 말대로 15층에 가서 이름을 대자 접수 데스크의 직원이 어디로 전화를 걸었다.

“네. 강윤성 씨요. 네. 지금 오셨습니다. 손님이 있다고요? …….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직원은 윤성을 힐끗 보더니 몇 마디를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복도 안쪽으로 들어가서 B급 자원 부서 오른편 데스크 안쪽이에요. 윤평열 부장님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직원이 가리키는 쪽으로 이동했더니 고급스러운 방문이 나타났다. 명패에 <부장 윤평열> 이라고 쓰여 있었다.

똑, 똑.

윤성이 노크하자 안에서 걸걸한 중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방 안에 있는 것은 중역용 사무 책상에 앉은 나이 든 남자.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백마중?’

윤성의 눈이 커졌다.

S급 헌터다. 백마 길드의 수장이며 한국 최고의 마법 헌터 중 하나. 시벌, 잠깐만. 저 정도 인물이면 설마 버프를 느끼는 거 아냐?

윤성이 침을 꼴깍 삼켰다.

“윤성 씨, 여기 앉아요.”

윤평열이 손님용 소파를 가리켰다. 소파 테이블 위에 이미 임무 서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B급 던전.

위치는 송파구.

“뛰어난 상급 헌터들과 함께 들어가는 것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윤평열이 말했다.

“A급 헌터 코르소와 카다시안 킴은 한국 A급 헌터 중 최고의 콤비예요. 이미 그 둘만으로도 B급 던전을 깨기에는 오버 스펙이죠. 컨트롤러가 둘이나 들어가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B급 헌터 송민구와 김찬열. 두 사람도 실전 경력 풍부한 베테랑입니다.”

윤성은 서류에 적혀 있는 상급 헌터들의 명단과 프로필을 읽었다.

A급이 두 명 들어간다. 5인 파티에서 짐꾼인 강윤성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오버 스펙.

물론 이처럼 오버 스펙 레이드팀이 꾸려지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예컨대 지금처럼, 소탕할 A급 던전은 마땅치 않고, 출몰한 B급 던전은 빨리 깨야 하는데, A급 코르소와 카다시안 부부가 반드시 함께하겠다고 하는 경우 이렇게 되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은 나머지 한 명을 B급 헌터로 채운다. 최종적인 보상의 분배 몫을 하나 줄이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헌터들이 있으면 이렇게 하급 헌터를 데려가는 거다.

레이드 보상에 대한 소유권은 없고 대신 임금을 받는 짐꾼으로.

‘옛날 생각나네.’

처음 핏빛야수와 마주쳤던 포천의 D급 던전에서도 C급 헌터가 둘 들어갔었다. 당시 윤성은 짐꾼이 아니라 전투원으로 이례적이게 참여한 것이었지만 E급이라 전력에 큰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협회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성은 윤평열을 힐끗 쳐다보았다. 차분한 표정으로 윤성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E급 던전의 소탕을 지시하는 거라면 ‘명령’이지만, 짐꾼으로 보내는 것은 ‘권유’ 차원의 일이기 때문에 윤성에게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하겠습니다.”

윤성이 테이블의 검은 펜을 집어 들며 말했다.

서류에 서명을 남기고, 레이드 팀원들의 프로필과 연락처를 받고 바깥으로 나갔다.

“저 사람 누굽니까?”

윤성이 나간 후에 S급 헌터 백마중이 윤평열에게 물었다.

“그 왜, 있잖습니까. 포천 던전 전멸 사건 때 그 사람.”

“음? 하지만 그 사람 E급 헌터 아니었나요? 그 때문에 풀려났잖습니까?”

“맞아요. 그게 저놈입니다.”

윤평열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 아까 하던 비즈니스 얘기나 마저 하시죠. 백마 길드에 모집할 만한 하급 헌터들을 지원받는다고 하셨죠? 어떤 사람을 원하십니까?”

“저 사람 정말 E급이에요?”

“네. 그럼요.”

“아닌데…….”

백마중이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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