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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3화 (1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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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13화

꽤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동굴이었다. 아직까지 어떤 마수도 보이지 않았다.

윤성은 감각을 한껏 곤두세운 채 길을 따라 안으로 이동했다.

안 씻은 개 냄새 같은 게 났다. 윤성은 냄새가 풍겨온 방향을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어둠에 점점 익숙해진 눈은 더욱 정확하게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한참 떨어진 곳에 늑대 세 마리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은 아직 윤성을 눈치채지 못했다. 늑대보다도 후각이 더 예민해졌다니. A급 헌터들은 이런 삶을 사는 건가?

‘이미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구만.’

윤성이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권총 사격 자세를 취했다.

<빛의 탄환 발동!>

손가락 끝에 빛이 모여들자 늑대들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퓽!

하지만 이미 늦었다. 윤성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섬광 한 줄기가 늑대 한 마리의 미간을 뚫어버렸다.

“크르르.”

“컹컹!”

남은 늑대 둘이 윤성을 향해 매섭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윤성은 빛의 탄환을 한 발 더 쏴서 늑대 한 마리를 또 사살했다.

그사이 마지막 남은 하나가 윤성의 허벅지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며 파고들었다.

뻥!

윤성은 힘껏 늑대를 걷어찼다.

“끼깅! 낑! 낑!”

몇 미터를 날아간 늑대는 신음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무려 430점에 이르는 힘에서 나온 발차기다. B급 던전의 일반 마수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데미지였다.

늑대가 일어나지 못하는 게 그 증거였다. 바닥에 누워서 신음할 뿐이다. 어딘가 부러졌거나 내장 한쪽이 터졌거나.

푹.

윤성은 대거로 늑대의 목을 찔렀다.

아직까지는 무난하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무리 없이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은 죽은 늑대에게서 하얗게 새어 나오는 빛을 발견했다.

‘마정석이군.’

“구해주는 대신 좀 챙겨도 괜찮겠지.”

윤성은 마정석을 집었다. D급이다.

B급 던전에서는 일반 마수들도 마정석을 드롭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겪어 보니 신세계다.

E급 던전에서는 보스조차도 대부분 E급 마정석만 가지고 있는데.

랜딩 능력을 각성하고 마정석을 얻은 것은 땅굴벌레를 잡아서 C급 마정석을 획득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늑대의 몸에서 마정석을 뜯어내던 윤성의 손이 멈추었다. 늑대의 목에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이건 사육되는 놈이다.

윤성은 한 손으로 땅바닥을 짚었다. 멀리서 미묘한 진동이 전해졌다.

어쩐지 B급 던전치고 너무 쉽다 했다.

‘지금 늑대들의 주인이 이쪽으로 오고 있군.’

윤성은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기척을 감추고 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동굴 고블린.

헐벗은 차림새와 구부정한 허리, 흉측한 얼굴. 하지만 보통 고블린보다는 세 배는 컸다. 윤성보다도 클 것 같았다.

“킥…… 끼윽.”

동굴 고블린이 도착한 자리에는 윤성이 빛의 탄환으로 처음 사살한 늑대의 시체가 있었다. 두 번째 시체는 그로부터 7미터 앞, 마지막 시체는 윤성의 발아래.

마수의 시선이 그 시체들을 따라서 윤성의 얼굴까지 도달했다.

이미 윤성은 빛의 탄환을 저격하고 있는 상태였다.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가락에서 섬광이 발사되었다.

늑대 같았으면 컹컹 짖어대며 정면으로 달려들다가 미간에 구멍이 생겼겠지만 상대는 지능이 있었다.

게다가 꽤 빠르다!

동굴 고블린은 윤성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려서 발사된 빛의 탄환을 피했다.

“끽! 끽끽!”

게다가 윤성을 공격하지도 않았다.

“뭐지?”

고블린은 소리를 질러대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동료를 불러올 셈인가? 그를 뒤쫓아 달려가던 윤성은 곧 당혹감에 멈추어 섰다. 약 20여 마리의 동굴 고블린이 무장한 채 진형까지 갖추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직화된 마수 다수가 초반에 출몰하다니?

“앗!”

윤성은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들을 발견했다. 추가로 포션 몇 개와 혁대 하나와 배낭 하나가 굴러다닌다.

레이드 팀이 당한 지점이 여기였군.

동굴 고블린은 B급 던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마수들이다. 레이드 팀이 어설프게 무장하고 들어왔다가는 곤혹을 치르기 십상이다.

윤성 역시 짐꾼으로 따라갈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A급 헌터 홍창민이 “이놈들 잡으면서 B급 던전 도는 건 수지가 안 맞는데.” 하며 중얼거리던 게 떠오른다.

“끄아악!”

별안간 고블린들이 소리를 지르며 윤성을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톤 스퀴즈 발동!>

윤성이 손을 내뻗고 새로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분명 오브젝트형 스킬이라고 했지.’

이걸로 적들의 진입을 막고 거리를 만들 셈이다. A급 전투력을 가진 건 불과 몇십 분 되지 않았지만 4년간 던전 200개를 털었던 경험치가 있다.

이제 막 얻은 스킬과 힘이라도 사용자가 베테랑이라면 현장에서 최적의 전략으로 쓸 수 있…….

와지직!

“끄악!”

“캬악!”

암석 바위가 사람의 손 모양으로 치솟아 고블린을 셋을 한 번에 움켜쥐었다. 바위 주먹의 악력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다.

우두둑!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 셋의 몸이 축 늘어졌다. 거대한 바위 주먹은 동굴 가운데를 꽉 메운 채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있었다.

“와아.”

그냥 진입로를 약간 막을 생각이었는데.

생각 이상의 막강한 위력에 윤성이 감탄했다.

갑작스러운 오브젝트의 등장에 고블린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무엇보다 좁은 길목이 꼭 차버렸기 때문에 윤성을 공격하려면 바위 주먹 옆으로 하나씩 게걸음을 해서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키이익”

고블린들이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지만.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의 손가락 끝에서 연속으로 섬광탄이 발사되었다. 크억, 꺽, 하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길목을 통과하려던 녀석과 그 뒤의 고블린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이거 아주 편리하군.”

윤성은 이제 팔만 내밀어 빛의 탄환을 난사하고 있었다.

“꺄악!”

“크악!”

스톤 스퀴즈에 죽은 셋을 포함해 순식간에 고블린 열둘이 죽어버렸다. 나머지는 당황한 듯 섣불리 공격할 생각을 않고 윤성 쪽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윤성은 그들을 향해서 스톤 스퀴즈로 생성된 주먹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쿵!

강렬한 파음과 함께 또 한 마리의 고블린이 피를 토하며 몸통이 짜부라졌다.

이번엔 윤성이 고블린의 시체를 밟고 넘어서 그쪽을 향해 건너가기 시작했다.

“끼익! 끽!”

고블린들은 비명을 지르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톤 스퀴즈 발동!>

이번엔 퇴로 차단이다.

눈앞에 솟아오른 바위 주먹에 고블린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윤성을 돌아보았다.

“킥! 끼이긱!”

고블린 두 마리가 바닥에 엎드려 절을 했다. 항복 표시인 것 같은데,

“응, 안 살려줘.”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이런 놈들 살려두면 꼭 뒤통수친단 말이지.

윤성은 무자비하게 섬광을 난사해 적들을 전멸시킨 후 가까이 다가갔다.

“상성이 굉장히 좋군.”

좁은 동굴형 던전에서 스톤 스퀴즈는 최고의 스킬이었다. 이렇게 기똥찬 스킬이 나오다니.

만약 가진 스킬 둘이 원거리 공격기와 오브젝트형이 아니라 힐링, 도발 이딴 것들이었다면?

힐링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동안 더 치명적인 일격을 맞을 테고, 도발 같은 탱커 전용 스킬은 써봤자 어차피 혼자니까 의미가 없다.

‘버프 스킬로 나온 질주가 지금 전혀 쓸모없는 것처럼.’

아마 A급 컨트롤러와 똑같은 꼴이 되어 여기서 삶을 마감했겠지. 동굴 고블린 스무 마리와 그냥 싸워서 어떻게 이겨.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이 동굴 안 깊숙이 섬광을 쏘았다. 밝아진 안쪽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거리를 쟀다.

자신감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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