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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1화 (1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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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11화

<랜딩 임무 : 10미터 이상 높이에서 랜딩 -완료-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N>

<랜딩 임무 : 100미터 이상 높이에서 랜딩 -완료-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N>

<랜딩 임무 : 300미터 이상 높이에서 랜딩.>

“10미터 이상 높이에서 랜딩? 이런 것도 있었잖아?”

심지어 이미 완료해 버렸다. 아무래도 각성했을 당시 폐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달성하고 시작한 임무 같다.

게다가 300미터 임무도 하이라이트된 상태다.

일단 완료된 두 임무의 보상을 확인해 보자.

윤성은 보상 두 개의 Y 버튼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헉.”

갑자기 타이레놀 한 상자와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이 두 메시지창 아래에서 각각 생성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탁! 탁!

윤성은 재빨리 오른손으로 타이레놀을 캐치하고 왼손으로 피자를 받쳐 들었지만.

“뜨거워!”

피자를 든 왼손이 너무 뜨겁다.

근처 화단에 피자를 올려두고 다시 메시지창을 관찰했다.

<랜딩 임무 : 50미터 이상 높이에서 랜딩 -완료- 보상 : 타이레놀>

<랜딩 임무 : 100미터 이상 높이에서 랜딩 -완료- 보상 : 쉬림프 치즈 바이트 피자(L)>

어이가 없군. 뭐 이딴 걸 보상이라고 주냐?

하지만 타이레놀과 피자 사이의 가격 갭을 생각해 보면 300미터에서는 제법 괜찮은 게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좋은 점 하나는 높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

랜딩의 한계 높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랜딩 임무로 제시되는 값 근처는 안전하지 않을까? 300미터 이상에서 랜딩하라는 게 임무니까 적어도 300미터 정도의 높이는 랜딩 가능하다는 거겠지.

철컹!

아파트 현관이 열렸다. 신차민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형…… 형님? 무사하신 거예요?”

이런. 윤성은 골치 아픈 듯 고개를 돌렸다.

“방금 형님이 뛰어내리는 걸 봤어요. 베란다에서 세탁기 돌리고 있었는데 옆을 보니까 사람이 떨어져서. 저는 리얼 자살각인 줄 알았죠. 근데 어떻게 멀쩡하세요?”

“헌터는 원래 그래, 인마.”

“캬아. 지렸습니다. 형님. 왜 뛰어내린 거예요?”

“어…….”

윤성의 말문이 막혔다. 그가 힐끔 화단에 놓인 피자를 쳐다보았다.

“배달이…… 와서……?”

“네에?”

“아냐. 아무것도.”

“근데 바닥 박살 났는데.”

“혹시 비밀로 해줄 수 있니? 너희 아파트 단지를 지키기 위해 내가 뛰어다니느라 이렇게 된 건데.”

“협회에서 배상 안 해주나요?”

“우리 소방관이랑 처우 비슷해. 그 왜 있잖냐. 출동 요청 받고 가서 말벌집 제거하다가 지붕 처마 부서지면 사비로 물어주는. 좋은 일 하는데 갑질 엄청 당하는 사람들 있잖아? 그게 우리야. 협회에서 그런 거 책임 안 져.”

“에바참치네요. 진짜.”

“넌 꼭 협회 가지 말고 대형 길드 들어가라.”

“네. 그리고 비밀로 해드릴게요. 근데 아까 쏘신 거, 그거. 에너지 볼트인가요?”

“비슷해.”

“세상에. 장거리 저격 타입이라고 하시더니 역시.”

신차민이 또 박수를 쳤다. 에너지볼트는 C급 이상의 스킬이다. E급 헌터가 그런 걸 쓴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신차민은 거기까진 모르는 듯했다.

“형님, 혹시 여기 근처에 사시나요?”

“음. 뭐, 멀진 않아.”

“그럼 저 개인 과외…….”

“안 돼.”

“아직 얘기 끝나지도 않았는데요?”

“안 돼.”

신차민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초면에 자살하지 말라고 말 거는 것부터 평범해 보이진 않았는데 성격 참 유난스럽다.

날 얼마나 안다고 과외를 해달라는 거야. 윤성은 차민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작전지는 다 둘러봤으니 간다. 아. 너 이거 먹을래? 배고프지?”

윤성이 피자를 내밀었다.

3. 절벽에서 랜딩

백화점에선 염력과 아이언피스트라는 의외의 변수가 작용하면서 벌레떼를 모두 소탕할 수 있었지만 그런 운이 또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빛의 탄환은 제법 쓸만해 보였지만 원래 근접 전투원이었던 윤성은 근접 전투가 더 편했다.

레이드를 뛰려면 장비를 맞춰야 한다. 통장엔 아직 300만 원 정도가 남아 있다.

헌터 학교 때부터 그가 자주 가는 헌터샵이 있었다. 돈이 없으니까 평소에는 구경만 했지만 오늘은 300으로 쓸 만한 장비를 맞출 생각이었다.

헌터샵 <헌터의 품격> 주인 김수철은 카운터에 앉아서 따분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헌터샵은 ‘건 장사’다. 한 건 제대로 물면 돈 많이 버는 거고 잡다한 용품들은 아무리 팔아치워 봤자 가겟세 내면 끝인 거다.

물론 A급이나 S급 헌터가 이런 일반 샵에서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 하지만 길드는 다르다.

길드는 일반적으로 신입들에게 풀 세트의 장비를 제공하고, 그런 용품들은 헌터샵과 거래한다. 큰 샵들은 중형, 대형 길드들과 아예 계약서를 써놓고 지속적으로 물건을 대지만, <헌터의 품격>은 그렇지는 않다.

띠링!

현관문의 초인종이 울렸다. 김수철은 벌떡 일어나며 환영했다.

“어서오세…….”

그는 인사를 하다 말고 눈살을 찌푸렸다.

윤성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빈 지갑을 들고 들어와서 상품들을 잔뜩 주무르고 몇 푼 안 되는 소모품이나 몇 개 사서 나가는 진상 손님이다.

한동안 안 보여서 좋았는데 다시 나타나는 걸 보니, 헌터 업을 접어버린 건 아닌 모양이다.

“마정석이 박힌 전투복과 근접 무기를 사려고 해요.”

“얼마나 쓰실 거요?”

“300만 원.”

김수철의 눈이 꽤 커졌다. 이 기특한 자식이 웬일로 제법 돈을 들고 왔잖아? 물론 요즘 헌터샵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대단한 액수는 아니지만 저놈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하면 제법 짭짤하다.

“어디 봅시다. 이건 어때요?”

수철이 내민 것은 검은색 강화 섬유로 디자인된 매끈한 전투복이었다.

“스타터점프슈트라고, 자이언트 스파이더 실크로 만들고 E급 마정석으로 가공한 거요. 에스티 브랜드 거죠. 요즘은 대형 길드에서도 E급 신입들한테 이걸 입혀요. 가성비가 그냥 다른 경쟁사 제품들 다 씹어먹는 수준이거든. 재래식 무기는 물론이고 E급 던전 마수들 공격 정도론 흠집도 안 나는 물건이죠.”

“얼마죠?”

“이백만 주쇼.”

“흠.”

생각보다 비싸다. 하지만 이 정도 투자는 나쁘지 않다. 윤성이 물었다.

“남은 돈으로 살 만한 무기가 있나요?”

“백 정도면 이게 딱이죠.”

김수철이 진열대에서 녹색 대거를 꺼내왔다.

“E급 마정석을 박아서 제련한 물건이에요. 300이면 D급 마정석이 들어간 것도 살 수는 있는데, 그럼 전투복을 못 사죠. 전투복은 기본이 150 이상이니까. E급 마정석 박힌 무기는 다 거기서 거기예요. 근데 손님들이 이걸 많이들 사가시더라고. 아니면 장검이나 방패류도 있긴 한데, 보여드릴까?”

“아뇨. 이걸로 하죠.”

윤성은 결제를 한 후 전투복을 입고 대거를 챙겼다. 이제 조금 마음이 놓인다.

“아저씨, 이 동네 오래 사셨죠?”

윤성이 물었다. 김수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윤성을 쳐다보았다.

“한 30년 살았지?”

“혹시 이 근처에 인적 드물고 높은 곳 있나요?”

“인적 드물고 높은 곳? 뭐요, 그게.”

그가 허허허, 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 저짝 골짜기 넘어가지고 관악 쪽으로 한 30분 가면 절벽이 하나 있긴 한데. 근데 왜요?”

“절벽이요?”

“그쵸. 절벽.”

“높나요?”

“아주 가팔라요. 높지 그거. 옛날에 거 무슨 던전 하나가 범람하면서 거기 일대가 다 무너져 가지고. 산 하나가 반 토막이 났다 하드라고.”

“던전 범람이요?”

“마계 던전이었다더군.”

마계.

굉장히 특수한 타입의 던전 중 하나다. 이쪽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상당한 지능과 문명을 갖추고 있지만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범람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고 들었는데 이런 곳에 사고가 터졌었나 보다.

마계에서 범람하는 던전들은 굉장히 독성이 높아서 땅을 부식시키고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산도 그렇게 죽었을 것이다.

“그럼 산이 절반 날아가서 생긴 절벽인 건가요?”

“그렇죠.”

“그 산이 높았나요?”

“글씨. 나도 등산이 취미라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그 산이면 한 300, 400미터 되겄죠?”

이거다! 가까운 곳에 던전 게이트만 있으면 최상이다. 게이트 난이도가 B급 이하면 전부 정복 가능할 것이다. 흥분감이 일었다.

“감사합니다.”

윤성은 샵을 빠져나오면서 곧바로 산의 위치를 검색해 보았다.

던전 범람 때문에 일대 지역이 워낙 많이 파괴되어서 현재는 슬럼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한때는 꽤 개발된 동네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던전은…….

“있다!”

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표시된 던전 게이트. 난이도는 A급.

상급 던전은 보통 일반 프리랜서 헌터들에겐 허가가 나지 않는다. 길드나 협회 소속 헌터들이 치밀한 작전을 짜서 레이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출입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던전을 클리어해 버리면 게이트가 닫히므로 협회 측에서 A급 던전을 혼자서 닫아버린 그 실력자를 관심 가지고 추적하겠지만, 입장 자체를 감시하진 않는다.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에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급 던전을, 전문가인 협회에 상담하지 않고 몰래 들어갈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윤성은 그럴 필요가 있었다. 다만 던전 급수가 너무 부담스럽다.

A급 헌터의 주력 능력치가 최소 400점 정도라고 생각하면, 절벽에서 추락해서 얻게 될 버프는 분명 A급 헌터라고 할 만하다.

그리 상위권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A급 던전을 클리어하러 가는 헌터들은 혼자 가지 않는다. 적어도 5인 이상.

그래도 A급 던전에 들어가는 선택은 그리 나쁘지 않다. 클리어하지는 못해도 잔챙이들은 잡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잔챙이’들을 몇 마리만 잡아도 순식간에 레벨이 오를 것이다.

‘근데 이 역시 위험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 A급 일반 마수들이 하나씩 나와서 일기토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우르르 몰려와서 기습이라도 하면 당할 텐데.’

윤성은 고민 끝에 우선 산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다음은 버프를 받은 후에 생각한다. 30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지면 또 다른 메리트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수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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