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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10화 (1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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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10화

윤성이 심하게 기침을 했다. 이번엔 정말로 사레들렸다. 젠장. 그런 걸 생각 못 했군. 이거 차희한테 숨기고 어쩌고 할 게 아니라 이미 다 까발려진 거 아냐?

“근데 얼굴이 안 보여서 누군지 모르나 봐.”

휴. 천만다행이다.

“우리 윤성이두, 그렇게 쎘으면 이렇게 고생 안 했어도 됐을 텐데. 구치?”

“으, 으응…….”

“아 맞다!”

그녀가 손뼉을 짝 쳤다.

“다음 주에 동기 모임이야. 너도 갈래?”

“그런 것도 해요?”

“벌써 4년째 매년 하고 있거든? 너만 안 오는 거야. 그리구 그냥 말 놓자. 우리 동기잖아. 옛날엔 말 놨었는데.”

“생각해 볼게요.”

윤성은 차희를 집에 데려다주고 자신의 원룸으로 향했다.

띠링!

그리고 그때 갑자기 알람이 울리며 메시지창이 하나 떠올랐다.

<랜딩 임무 : 100미터 이상 높이에서 랜딩하라.>

랜딩 임무? 이런 것도 있었나?

그러고 보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어제 처음으로 랜딩을 했던 시각이 아마 새벽 한 시였을 것이다. 지금은 한 시 반.

어쩌면 랜딩 능력 각성 후에 하루가 지나면 임무가 날아오는 것 아닐까?

윤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의 집이 있는 원룸 골목으로 들어가기 전에 큰길 쪽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그 아파트가 건설될 때 일대에서 가장 큰 아파트라고 꽤 유명했다.

‘40층짜리라고 했지.’

저 정도면 100미터는 넘을 것이다.

30분 후, 윤성은 행복아파트 102동 입구에 있었다. 대문에 락이 걸려 있었다.

새벽 두 시. 이 시간이면 돌아다닐 사람이 거의 없긴 하지. 하지만 또 모르는 것이다. 윤성 본인만 해도 헌터 학교를 다닐 때 새벽 두 시까지 훈련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10여 분 서성거린 끝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윤성은 한 고등학생이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입주민이다. 윤성은 거리를 좀 두고 그를 조용히 뒤따랐다.

학생이 현관 도어락에 카드를 찍고 아파트 현관을 열자 윤성이 재빨리 다가갔다.

“아, 저기. 저는 여기 36층 사는 대학생인데요.”

“아, 네.”

“지금 집에 아무도 없는데 방에 카드를 두고 나와서.”

윤성은 멋쩍은 듯 웃었다.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뭐 이런 걸 양해를 구하나 하는 표정으로 대문을 열어주었다.

윤성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6층을 눌렀다. 40층까진 걸어서 올라가야지.

그런데 학생이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윤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3601호 사세요?”

학생이 물었다.

“네? 아. 네.”

“저희 집은 3602호예요.”

“어……. 아하하, 이웃 주민이었네요!”

윤성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저씨.”

“네? 아뇨. 저 아저씨 아니고 대학생…….”

“아저씨 자살하려고 하는 거죠?”

윤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어버버하자 학생이 미간을 찌푸렸다.

“카드 없어도 현관 비상번호 누르면 들어갈 수 있어요. 입주민이면 아는 거예요.”

“아, 그게. 번호를 잊어버려서.”

“저희 집이 3601호예요.”

“음!”

학생이 한숨을 내쉬며 윤성의 상태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후줄근한 옷차림, 너저분한 머리카락, 물씬 풍기는 술 냄새. 누가 봐도 노숙자다.

“저 헌터 지망생이에요. 학교에서 전투 교육 말고 추리하고 추적하는 것도 배워요. 아저씨 자살하려고 하는 거 알아요. 그러지 마세요.”

헌터 지망생이라니, 윤성은 묘한 기분이 되었다.

‘미안하지만 네가 지망하는 그 헌터가 나다.’

“안 죽으니까 걱정 마.”

“잘 곳 없으면 우리 집으로 와요. 하룻밤 정도는 재워줄게요. 집에 아무도 없어서 괜찮아요.”

“모르는 사람 막 들여도 되는 거냐? 안 무서워?”

“저 헌터 학교 학생이라니까요.”

학생이 복싱 자세를 취했다. 윤성은 순간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너 이름이 뭔데?”

“차민이요. 신차민.”

“난 E급 헌터 강윤성이라고 해.”

“윤성 아저……. 뭐라고요? 헌터?”

차민이 입을 딱 벌렸다.

윤성이 헌터 자격증을 보여주자 그는 감탄을 연발했다. 학교에도 헌터들이 있다. 학생들의 실전 교육을 도와주는 조교들이다. 대부분이 E급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현장에서 뛰는 E급 헌터다.

“오졌따리…….”

“뭐?”

“아뇨. 멋지다고요.”

차민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진심이었다.

차민은 어릴 때부터 헌터들을 뻔질나게 봐왔지만 언제 봐도 현장에서 일하는 헌터들은 다 멋지다.

윤성은 빙그레 웃었다.

“넌 나보다 훨씬 잘나가게 될 거야. E급인 나 같은 건 별거 아니지.”

“아니에요. E급 헌터들이 E급 던전을 처리해 주지 못하면 상급 헌터들이 결국 하급 던전들까지 다루어야 하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협회는 결국 던전 범람을 못 막고, 인류는 멸망하게 될 거랬어요. 그러니까 이 세상을 지키는 건 헌터 중 가장 숫자가 많은 E급 헌터예요.”

뜻밖에 꽤 감동적인 얘기였다. 은근히 뭉클한 기분이다. E급 던전 220개를 털고 다니던 4년 동안 그 누구도 이 정도로 평가해 주고 칭찬해 준 적이 없었는데.

“학교에서 배운 거니?”

“아뇨. 부모님한테 배웠어요. 헤헤. 부모님도 헌터거든요. 근데 형은 헌터인데 왜 자살을 하려고 한 거예요?”

“자살 아니라니까, 이놈아.”

“근데 왜 여기에 들어오셨어요?”

“음.”

윤성이 잠깐 고민했다.

“너도 헌터 지망생이니까 특별히 알려주는 건데, 어디 가서 얘기하면 안 된다? 이건 작전이야.”

“작전?”

“이 근처에서 던전이 꽤 자주 발생했는데 혹시 범람이라도 하면 아파트로 직통이야. 혹시 있을 그 순간을 대비해서 미리 작전 지형을 살펴보는 거지. 겸사겸사 저격 장소도 보고. 내 특기가 장거리 저격이거든. 근데 이런 사실을 알려주면 시민들이 동요할 수도 있으니까 둘러댄 거지.”

“캬아! 오졌습니다.”

차민은 손뼉까지 치면서 감탄했다.

‘정말 다루기 쉬운 애다. 귀엽네.’

윤성은 흐뭇하게 웃었다.

사실은 윤성 본인도 스스로가 꽤 대견했다. 즉석에서 지어낸 거짓말치고는 제법이었다.

어느새 그들은 36층에 도착했다. 차민은 집 문을 열고는 윤성에게 들어오라는 듯 신호했다.

“저희 집에서 자고 가요! 형! 헌터일 얘기 좀 해주세요!”

윤성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일해야지.”

“볼일 끝나시면 꼭 저희 집으로 와야 해요!”

“생각해 볼게. 그만 들어가 자.”

“꼭이에요!”

“알았어 인마.”

차민이 문을 닫자 비로소 윤성은 복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꽤 높다. 신촌의 백화점 수준이다. 윤성은 계단을 올라가서 40층 복도까지 갔다. 다행히 창문은 열렸다.

밤공기가 차갑다. 이 공기를 뺨에 초당 수십 미터 속력으로 처맞으며 떨어지면 상당히 춥겠는걸.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윤성은 창밖으로 도약했다.

백화점에서 한 번 겪어보았기 때문에 뛰어내릴 때 두려움은 덜했지만 수 초 만에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지는 지면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쉬이이이익!

윤성은 눈을 질끈 감으며 랜딩 자세를 취했다.

오른손은 땅을 향해 쭉 뻗고, 두 다리는 자유롭게 구부리고, 왼팔은 사선으로 펼쳐 무게 중심을 잡는 3점 착지!

<최종 속력=42.36㎧, 낙하 거리=152.42m, 낙하 시간=6.11s>

<랜딩 성공!>

<랜딩 버프 :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152.42점. 남은 시간 2,24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가시 갑옷, 남은 시간 2,240초>

“으윽…….”

현기증, 미친 거 아니냐 진짜?

윤성이 올라오는 구토감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상태를 좀 진정시킨 후 고개를 들어보니,

“난리 났네.”

목덜미에 식은땀이 흐른다.

보도블록 바닥이 박살 나 있다!

백화점에선 이미 바닥이 던전 범람으로 망가져 있었고,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미처 이런 걸 몰랐는데.

아무래도 150미터 높이에서 사람이 추락했으니 바닥이 멀쩡할 리가 없다.

다음엔 랜딩할 때 이런 것도 생각 좀 해야겠군.

그나저나 이번에도 혹시 스킬을 얻었을까?

<낙하 거리 임계 돌파. 영구적 스킬 획득 : 현재 레벨이 낮아 이 낙하 구간에서는 두 번째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스킬 : 아이언피스트를 ‘빛의 탄환’으로 바꾸시겠습니까? Y/N>

“흠.”

일정한 높이 구간마다 영구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스킬이 여러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레벨이 높아지면 그걸 여러 개 가질 수도 있고.

그럼 혹시 지금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다른 구간의 스킬을 획득해서 두 개의 스킬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는 걸까?

그것을 테스트해 보기 전에 우선 Y/N에 대한 결정부터 내려야 했다.

빛의 탄환.

처음 보는 스킬이다. 윤성은 휴대폰을 꺼내 구글에 빛의 탄환을 검색해보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럼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지.

윤성은 Y 버튼을 눌렀다.

순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던 빛의 탄환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빛의 탄환 : 빛의 탄환을 소환하여 발사. 지능에 따라 위력과 사정거리가 변동될 수 있음.>

동시에 자연스럽게 사용법이 체화되었다.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정면을 겨누자 손가락 끝에 하얀색 빛의 구체가 생성되었던 것이다.

<빛의 탄환 발동!>

슈욱!

한 줄기의 섬광이 번쩍하고 손끝에서 발사되었다. 밤하늘을 겨냥하고 있었는데 마치 별똥별을 역재생한 것처럼 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마법 계열 헌터들의 에너지볼트와 비슷해 보인다. 어쩌면 아이언피스트보다 유용할 수도 있겠군.

윤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상태창을 불러냈다.

“자가 진단.”

<강윤성>

<칭호 : 없음>

<힘 : 45(+152.42), 순발력 : 42(+152.42), 감각 능력 : 48(+152.42), 지능 : 35(+152.42)>

<분배 가능한 능력치 포인트 : 80>

<버프 : 랜딩 2,125초>

<디버프 : 없음>

<스킬 : 가시 갑옷, 2,125초, 빛의 탄환(사용 가능)>

그러고 보니 능력치 분배를 해야 하는데.

윤성은 잠깐 고민하다가 우선 40포인트를 감각 능력에 찍었다.

전투형 헌터나 마법 계열 헌터 모두 감각 능력은 중요하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드 도중 드롭된 마법 아이템을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층 빌딩에서 랜딩했을 때, 감각 능력의 폭발적인 증폭은 순간적인 현기증을 유발하니 상황에 따라서 위험할 수도 있다.

평소의 감각 능력을 높여서 고수준에 익숙해져야 했다. 40에서 200이 되어버리면 현기증을 느끼겠지만 200에서 400이 되면 큰 타격은 없을 것 같다.

남은 40포인트는 각 능력치에 10점씩 분배했다.

어차피 상급 헌터들은 주력이 아닌 능력치들도 꽤 높은 편이니까.

지금은 모두 올려도 상관없다.

‘나쁘지 않군.’

이제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원래 목적을 확인해 볼까.

윤성은 상태창 위에 황금색으로 하이라이트 된 탭 하나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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