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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6화 (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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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06화

10분 후, 옆 건물에서 볼일을 마친 차희는 부서로 돌아와 경악했다. 윤성이 밀대를 들고 바닥을 닦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놀란 차희가 소리를 질렀다.

“황동수라는 자가 시키더군요.”

“맙소사. 그분 비서로 일하시는 거예요?”

“네.”

“말도 안 돼. 이런 걸 왜 시켜요? 헌터 매니지 업무랑 전혀 관련 없는 거잖아요! 게다가 자기 사무실도 아닌 복지부서를?”

“제가 살인자라고 생각하더군요. 제가 엿 먹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차희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아무리 윤성 씨가 협회에 찍혔다고 해도 이럴 순 없어요……. 어떻게 이런 식의 모욕을…….”

“어쩔 수 없죠.”

“윤성 씨는 분하지도 않아요?”

차희가 화를 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윤성의 헌터 학교 동기였다. 윤성이 학교에서 겉돌았기 때문에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빚이 얼마예요?”

차희의 눈에서 열기가 부글거렸다. 그녀가 윤성의 어깨를 밀치며 시윤에게 걸어갔다. 차트를 집어 들어 직접 확인했다.

“541만 4,926원.”

그녀는 숨을 훅 내쉬면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몇 초간 화를 삭이고는 윤성에게 말했다.

“동수 씨한테 받은 월급 다시 동수 씨한테 돌려주고 관두세요. 그리고 이 돈, 저한테 갚아요. 꼭 받아낼 거니까 떼먹을 생각 마요.”

“그렇게 안 해도 돼요!”

“나는 윤성 씨가 꼭 재기할 거라고 믿어요. 난 헌터 학교에서부터 윤성 씨를 봐왔어요. 살인할 사람이 아니란 거 알고 있다고요. 누명 좀 썼다고 사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A급 헌터랍시고, 이따위로 행패 부리는 거. 나는 절대 못 봐. 알았어요?”

차희는 휴대폰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윤성의 통장에 600만 원을 입금했다.

“빚 갚고 남는 돈은 지원이에요.”

이건 정말 뜻밖이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동시에 투지가 불타오른다. 차희. 랜딩으로 성공하면 몇 배로 갚아줄게.

“꼭 갚을게요.”

윤성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차희는 픽 웃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조만간에 갚을게요.”

“어디 콩팥이라도 하나 팔려고 그래요? 무리하지 마요. 그러라고 빌려주는 거 아니니까.”

차희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사실 그녀는 윤성에 대한 애정이 꽤 남달랐다.

헌터 학교의 학생 시절의 일이다.

교사들은 각성하면 B급 이상으로 판정될 것 같은 유망주들만 따로 모아 ‘상급반’을 운영했었다.

한 번은 여름철에 에어컨을 상급반만 틀어주었는데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마찰이 생겼다.

당시에도 정의감이 남달랐던 차희가 앞장서서 교사진에게 따지고 들었다.

“다음 체력 시험에서 한 명이라도 상급반 꼴찌보다 잘하면 양쪽 다 틀어주겠다.”

교감은 그렇게 말했다.

하급반 학생들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체력 시험을 준비했지만 상급반과는 타고난 자질이 달랐다.

아무리 각성 전이라고 해도, 그들의 재능에는 노력으로 따라잡기 힘든 격차가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승부를 포기했다. 하지만 시험 당일, 충격적이게도 윤성이 상급반 41명 중에서 40등에 이르는 점수를 냈다.

윤성은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굉장히 많은 연습을 했을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험이 끝난 다음 날 밤, 학교에 두고 온 과제물을 가지러 갔던 차희는 철봉을 오르는 윤성을 발견했다.

거의 말을 섞어본 적 없는 사이였지만 그래도 같은 학급 친구였다.

지금 같은 비즈니스적 관계로 얽히기 전. 순수하던 당시엔 모두들 자연스럽게 반말을 썼다.

“너 시험도 끝났는데 또 해?”

차희가 묻자 윤성은 이렇게 대답했다.

“항상 했었어. 입학한 후로 지금까지 쭉. 시험 때도 상급반을 이기려고 한 게 아냐.”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잘 못하니까 열심히 해야지. 상급반 따라잡으려면.”

들어보니 그동안 윤성이 스쿨에서 겉돌았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친구들과 놀 시간에 더욱 스스로를 단련하려는 것.

하지만 그 얘기에 차희는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각성하면 상급 헌터를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친구들하고 더 어울리고 추억이라도 쌓는 게 좋지 않을까?”

“맞는 말이야. 그게 현명한 거겠지.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살아도 백 퍼센트 만족할 수 없는 거래.”

윤성이 말했다.

“난 열심히 하지 않고 나중에 미련을 남길 바엔, 할 수 있는 걸 전부 하고 후회하겠어.”

그 얘긴 차희에겐 꽤 충격이었다. 자신에게 소질이 없음을 일찍이 깨닫고 현장을 뛰는 헌터 레이드를 그녀는 진즉에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더 지켜보고 싶었다.

가난과 재능 없음에도 굴복하지 않은 그가 성공할 때까지 옆에서 응원하고 싶었던 것이다.

***

윤성은 곧바로 동수의 사무실로 찾아가 수표 두 장을 그에게 돌려주었다. 일 안 한다는 얘기와 함께.

동수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지만 붙잡을 방법은 없었다.

협회를 나오면서 윤성은 자신의 통장에 있는 돈을 확인했다. 약 60여만 원. 좋은 장비는 당연히 못 사고 하급 중에서도 떨어지는 것들일 것이다. 기본적인 전투복과 끽해야 E등급 이하의 마정석이 박힌 칼 정도.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랜딩이라는 사기적인 기술이 있으니까.

2. 백화점에서 랜딩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던전 안에 들어가면 랜딩을 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물론 유적으로 분류되는 던전들은 높이가 상당한 방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던전들은 천장이 윤성의 정수리보다 약간 올라가 있는 동굴형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어쩌긴, 동굴 밖에서 랜딩한 후에 버프가 끝나기 전에 던전을 클리어하는 거지.’

간밤에 인터넷으로 공개된 던전들을 물색해 두었다.

협회는 S, A, B급의 위험한 던전들을 일반 헌터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협회 소속 헌터들이나 길드의 정예 헌터들이 공략하게끔 한다.

C, D급은 딱히 소속이 없는 프리랜서 용병들도 자유롭게 공략할 수 있지만 반드시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E급 던전의 경우엔 허가조차 필요가 없다. 허가가 나기까지 걸리는 행정 처리 시간 동안에 생길 크고 작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협회에 토벌할 것임을 사전에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랜딩 능력을 감춰야 하는 윤성의 입장에서는 허가를 받는 것도, 신고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알 게 뭐냐. 빠르게 정리하고 마정석만 챙겨서 나오면 그만이다.

상급 던전이라면 협회에서 누가 한 것인지 추적하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E급 던전엔 별로 관심도 없으리라.

신촌역에서 15분 거리에 E급 던전 하나가 있었다. 그 인근엔 백화점도 있다. 아직까지 협회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던전이 공략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었다.

차희가 입금해 준 돈으로 백화점 안의 헌터 코너에서 장비를 챙긴 후에 곧장 던전으로 가서 끝내 버릴 셈이었다.

보통 E급 던전은 E급 헌터 다섯 명 이상이 팀을 짜서 클리어하는데, B급 이상의 헌터면 혼자서도 무리 없는 수준이다.

백화점에서 떨어지면 그 정도는 될 테지.

백화점 뒤의 후미진 골목 쪽으로 떨어지면 보는 눈이 그리 많지도 않을 테고, 시민들이야 처음엔 놀라겠지만 사람이 다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별난 상급 헌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신촌역에 도착했을 때, 윤성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경찰이 거리를 통제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대피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윤성이 호각을 불며 사람들을 지휘하던 경찰에게 물었다.

“던전이 범람했습니다. 지금 마수들이 튀어나오고 있어요. E급이라 다행입니다만, 아무튼 헌터들이 오고 있으니 상황이 진압될 때까지 대피소에 계세요.”

“저도 헌터입니다.”

경찰은 ‘네가?’ 하는 표정으로 윤성을 쳐다보았지만 지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무기도 전투복도 없는 초라한 모습이라서 그런가.

윤성은 백화점 쪽을 확인해 보았다. 입구를 막아놓지는 않은 것 같군.

경찰을 뒤로하고 백화점을 향해 달렸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35층까지 증축되었다. 높이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없었지만 한 층이 3.5미터라고 잡아도 120미터는 가뿐히 넘을 것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백화점 10층의 헌터 코너는 텅텅 비어 있었다. 값싼 무기라도 살 생각이었는데, 전부 방범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고.

“쳇. 다음에 다시 와야겠군.”

아무리 랜딩 능력이 있어도 맨몸으로 마수들과 싸우기는 어렵겠지. 윤성은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럴 수가…….”

창문으로 내려다본 백화점 출구가 집게벌레들로 바글거리고 있었다. 아오!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헌터들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E급인 듯했지만 D급도 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벌레들을 얼마나 빨리 퇴치할지는 미지수다. 그사이에 벌레 새끼들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와 공격한다면…….

이렇게 된 이상 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옥상이다. 여차하면 랜딩을 하는 거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여기서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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