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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4화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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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 004화

갑작스러운 메시지창 폭탄에 혼란스럽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맨정신에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 문장이 절반이다.

낙하 거리니 시간이니 하는 헛소리들과 함께 능력치가 상승했다고?

아니 뭐 그건 그렇다 치고 ‘J등급’은 뭐야? 이런 거 듣도 보도 못했는데.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메시지창이 하나 더 나타났다.

실화냐 이거?

윤성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면서 메시지창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가끔 상급 던전에 잡일하러 들어갈 때 A등급 헌터들이 이렇게 하는 걸 봤었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메시지창을 긁어보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홀로그램 리포트를 정리하듯이. 메시지창은 하나하나 차례로 닫혀서 사라졌다.

“크르르.”

별안간 카멜리 하나가 윤성을 향해 돌진했다. 윤성은 반사적으로 공격을 피하고는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거? 이놈 왜 이렇게 느려 터졌…… 아니, 내가 빨라진 건가?

오른손에 부러진 난간의 일부분이 들려 있었다. 쇠파이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맨손보단 낫지.

-휙!

윤성이 난간 살로 카멜리를 후려쳤다. 겁이라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지이익

카멜리의 목이 찢겨 나갔다.

그 질긴 파충류 가죽이 소파 커버 찢는 것처럼 찢어졌다. 왈칵 치솟는 피. 카멜리는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풀썩 쓰러졌다.

“키익!”

위로 올라가던 카멜리가 윤성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번 것도 너무나 정확하게 보였다. 윤성은 떨어지는 카멜리를 향해 난간 살을 내찔렀다.

-푹!

가슴팍에 박혀 버린 난간 살. 카멜리가 주춤하는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윤성은 주먹을 꽉 쥐고 힘껏 카멜리의 얼굴을 갈겼다.

-쩍!

뼈가 깨지는 소리. 턱뼈가 함몰된 카멜리가 스르르 쓰러졌다.

“크르르.”

목이 찢어진 녀석이 상처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럼 안 되지!

윤성은 난간 살을 뽑았다. 카멜리에게 다가간 후,

-푹!

살을 카멜리의 머리에 꽂았다. 카멜리는 소리도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믿을 수 없는 힘이다. 윤성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카멜리의 턱을 뭉개 버린 주먹은 피부 끝이 약간 까졌을 뿐이다.

이 완력과 피부의 강도. 그리고 모든 공격을 정확히 포착하고 피했던 감각 능력과 순발력.

항상 목표로 해왔던 경지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이건 D급 헌터의 힘이다.

윤성의 가슴이 거칠게 뛰었다.

‘앗 참! 아까 그 애!’

윤성이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이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구석에 숨어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휴. 아저씨 나쁜 사람 아냐, 인마. 괜찮아.”

윤성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뭐니?”

“유나.”

자세히 살펴보니 뺨과 헐벗은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다.

여기저기 긁히고 찢어진, 또는 작은 멍 같은 것들.

카드에 지금 돈이 얼마가 있더라. 마데카솔이 2500원인가? 그런 돈 없는데…….

걱정하는 순간 윤성의 머릿속에서 혹시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까 랜덤 스킬이 어쩌고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힐링이라고 했던가?

‘스킬’은 E급에선 가지고 있는 헌터가 거의 없다. 특히 힐링처럼 귀한 스킬이라면 그걸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D급 이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설마, 설마……. 윤성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검지를 펴고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힐링.”

된다.

이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손가락에서 희고 따뜻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힐러란 무엇인가?’

헌터 학교에서 ‘레이드 팀’에 대한 강의를 하면 꼭 짚고 넘어가는 질문이다.

답은 ‘팀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포지션’이다. 단순히 레이드에 있어서 공헌도가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힐링 스킬을 가진 헌터의 숫자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힐러는 B급만 되어도 최상급 던전에도 불려간다. 짐꾼이나 비품 정리 같은 잡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다.

다친 A급이나 S급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전투 팀’이 되어서 가는 거다.

그 고귀한 힐링 스킬이 윤성의 손가락에서 나오고 있다.

아이는 빛이 신기한지 눈이 동그래졌다. 윤성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아이의 뺨과 목, 쇄골 등의 상처 부위를 훑었다. 상처들은 빠르게 아물었다.

“너, 집이 어디니?”

“…….”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무래도 이 공사 현장은 위험하다. 던전 범람이 있든 없든. 이런 곳에 애를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달동네를 빠져나오자마자 윤성은 24시 복지부서에 전화했다.

-네, 복지부서 민차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차희 씨?”

-아! 네, 윤성 씨.

차희는 그의 목소리에 꽤 익숙하다. 일감 끊기고 생활비 떨어진 후로 일주일에 두 번꼴로 전화해서 긴급 구호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참 염치없고 자존심도 없었다.

-안 그래도 지난주부터 윤성 씨 전화가 안 오기에 제가 한번 해보려던 차였어요. 일감 잡으셨나요? 아니면 지원 필요하신가요?

차희가 물었다.

“아뇨, 뭐. 그런 건 아니고. 여기 역삼역 달동네거든요. 아시죠? 재건축하고 있는. 지금 던전 범람 일어나서 난리 났던 곳.”

-네.

“산책하다가 발견했는데 어린애가 한 명 혼자 있어서 전화 드렸거든요. 이대로 두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럼 경찰에 신고해서 부모를 찾아줄……. 앗!

어떤 아이인지 눈치챘군.

“와주실 수 있나요? 일단 달동네 밖의 안전한 곳까지 나와 있어요. 역 근처에요. 여긴 마수들이 없으니까 오래 기다릴 수도 있긴 한데.”

-지금 갈게요.

민차희는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회사의 밴을 타고 왔다.

헌터 협회 복지부서 신입인 그녀는 요즘 거의 밤낮 없이 엄청난 양의 업무에 파묻혀 지내고 있었다.

헌터 학교 동기로 처음 봤을 때는 뽀송뽀송하고 예쁜 청춘의 생기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어느새 피곤에 절은 노련하고 스트레스풀한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원래부터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졸업 후에는 몇 년간 연락한 적이 없었고.

복지부서의 지원금 탈 때 전화는 가끔 했지만 얼굴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어색한 거리감, 지원 담당자와 수혜자라는 관계.

자연스럽게 존대가 나온다. 스쿨 때는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러게요. 아이는 어디 있어요?”

차희는 윤성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유나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았다.

“험한 곳에서 혼자 오래 살았던 모양인데 신기하게 다친 데는 없네요.”

“아저씨가 치료해 줘써요.”

유나가 말했다. 차희는 의아한 듯 윤성을 힐끗 쳐다보았다. 약을 바른 흔적 같은 건 없었다. 유나의 피부는 지저분하긴 했지만 약품이나 반창고 같은 것 없이 말끔했다.

차희는 빙긋 웃었다.

“후후, 꼭 윤성 씨가 힐링 스킬이라도 쓰셨을 것 같네요.”

바로 그겁니다만…….

굳이 얘기하진 않았다. 일단 스스로도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요즘은 일감 좀 들어와요?”

차희가 아픈 데를 찔렀다. 윤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지원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 저는 재판 때도 윤성 씨 믿었어요. 지금도 윤성 씨 편이고요. 조금만 버티다 보면 금방 재기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차희와 유나를 보낸 후, 윤성은 다시 재건축 현장으로 돌아갔다. 던전 범람이 일어난 지역까지는 아니고 변두리의 비교적 안전하지만 인적이 없는 곳.

윤성은 폐건물 하나를 올랐다. 재실험을 해볼 생각이었다.

근데 이번엔 아까 같은 기적 없이 죽으면 어떡하지? 윤성은 은근히 겁이 나서 옥상까지 올라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시험해 보기에 딱 적당하군.

윤성은 계단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이전과 동일한 자세를 취하며 땅에 착지하자.

<최종 속력=11.00㎧, 낙하 거리=6.32m, 낙하 시간=1.14s>

<랜딩 성공!>

아까 보았던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과 순발력, 감각 능력, 지능에 각각 6.32점. 남은 시간 78.0초. 일시적 랜덤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 격투, 남은 시간 78.0초.>

“흠…….”

윤성은 메시지창을 읽으면서 고민에 잠겼다. 뭐, 이러지 않을까 생각은 했는데, 예상대로 상승한 능력치는 옥상에서 추락했을 때에 비해 훨씬 부족했다.

아무래도 낙하 거리와 비례하는 것 같다. 시간이 어떻게 계산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내 지금 능력치는 어떨까?’

상급 헌터들은 메시지창을 이용해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아마 J급도 가능할 것이다. 메시지창을 볼 수가 있으니까.

“자가 진단.”

<강윤성>

<칭호 : 없음>

<힘 : 45(+6.32), 순발력 : 42(+6.32), 감각 능력 : 48(+6.32), 지능 : 35(+6.32)>

<버프 : 랜딩 44초>

<디버프 : 없음>

<스킬 : 격투 44초>

좋아……. 생각 좀 해보자.

일반적으로 헌터의 신체 능력치는 1레벨당 20점이라고 알려져 있다.

B급 이상의 헌터들이 오랜 레이드 경험으로 레벨업을 하면 20포인트만큼을 원하는 능력치에 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능력치 옆에는 괄호 속에 값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 착지할 때 생긴 버프인 것 같다.

그럼 처음에 옥상에서 떨어졌을 때는 능력치마다 34점 정도가 올라갔었던 모양이다.

‘지금 내 능력치에서 거의 두 배가 된 셈이었잖아?’

상상 이상이다. 보통 막 A급이 된 헌터의 ‘주력’ 능력치가 40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탱커라면 힘, 마법 계열이면 지능. 같은 식으로.

한두 개에 몰린 건 아니지만 능력치 총합만을 생각해 보면 옥상에서 떨어졌을 때는 적어도 C급 문턱까지는 갔을 듯싶다.

그렇다면 Lv. 옆의 두 값은 각각 실제 레벨과 랜딩 버프로 뻥튀기된 레벨일 것이다. 능력치 버프의 총합이 20 정도 되니까.

‘격투 스킬은 어떤 거지?’

윤성은 슬쩍 몸을 튕겨보았다. 발끝이 땅을 박차며 통통거리는 감각이 어쩐지 익숙했다. 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고 복싱 두 달쯤 다녔을 것 같은 느낌인걸.

그야말로 입문 수준의 스킬이다. 34미터에서 떨어졌을 때 얻었던 힐링은 이보다 훨씬 강렬했다. 아무래도 스킬도 더 높은 데서 떨어질수록 더 강력한 걸 얻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만약 백화점 수준의 건물에서 떨어진다면…….

오싹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고층에서 떨어지는 건 아무래도 무섭군.’

그 전에 랜딩 능력에 대해서 좀 더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조건들을 확실히 해야 하니까.

윤성은 다시 폐건물에 올라 동일한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이번엔 손 하나를 떼고 두 발로 착지했다.

<최종 속력=11.00㎧, 낙하 거리=6.33m, 낙하 시간=1.14s>

<랜딩 실패!>

발목이 욱신거린다. 카멜리랑 싸울 때 이렇게 떨어졌으면 그대로 발목 부러지고 카멜리 배 속에 들어갔겠군.

그럼 두 손, 두 발로 착지하면?

폐건물을 다시 올라간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써서 4점 착지를 했다. 흡사 고릴라 같은 느낌이다.

<최종 속력=11.00㎧, 낙하 거리=6.32m, 낙하 시간=1.14s>

<랜딩 실패!>

이번에도 실패!

두 발로 떨어졌을 때보다는 좀 덜 아프지만 아무튼 실패다. 무조건 두 발과 손 하나로 땅을 짚은 3점 착지를 해야 한다 이거군.

그러면 남은 팔 하나는 어떻게 하지?

에어포스는 반드시 팔 하나를 비스듬히 뻗어 무게 중심을 잡는데.

이번에는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오른손과 두 발로 3점 착지를 해보았다.

-쿠웅!

<최종 속력=11.00㎧, 낙하 거리=6.32m, 낙하 시간=1.14s>

<랜딩 실패!>

이것도 안 돼? 아니, 그럼 고층에서 추락하다가 실수해서 손 하나 지면에서 떨어지면 그대로 골로 가는 거 아냐? 이 리스크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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