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x9999-91화 (91/176)

91화 : 던전 탈출기 (5)

[최현 Lv.53

체력: 5350/5350 마나: 530/530 기력: 21/30

힘: 126 민첩: 85 지능: 62

(사용 가능 포인트: 14)

라이프 : 1981개]

던전 밖에선 그렇게 열심히 사냥해도 오르지 않던 레벨이, 이곳에선 쭉쭉 오르는 걸 보면 뿌듯할 정도였다.

물론 레벨이 오를수록 다시 레벨업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벨업이 빠른 만큼 내 라이프 소모도 컸다.

겨우 모은 라이프인데 이렇게 다 날릴 순 없지.

“몬스터 놈들 쓰러뜨리면 라이프 얻을 수 있지 않아?”

“흐음, 그렇긴 한데…….”

‘라이프 흡수’라는 기본 스킬 덕분에 나보다 강한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라이프를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엔 옐로우 라벨이나 그린 라벨의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라이프가 올랐지만, 지금은 블루 라벨 이상의 몬스터를 잡아야 라이프가 오르는 것 같다.

그렇기에 가성비가 썩 좋지 않았다.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일단 오늘은 이것저것 정리하는 게 좋겠어.”

15층에 내려오고 나서부턴 그야말로 전투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일주일이나 이 층에 갇혀서 내려가지 못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렇기에 매일 계단을 찾다가 몬스터와 싸우고 숨어서 잠들기를 반복했다.

“50레벨 때 얻은 스킬 있잖아. 그거 써 봤어?”

“음, 아직 안 써 봤어. 라이프를 10개나 소모하거든.”

무려 목숨 10개.

현재 내 전투 능력으로 10번 싸우는 것과 같은 효율이 아니라면 스킬을 쓰는 의미가 없다.

[라이프 섀도우 Lv.1

라이프 10개를 소모해서 자신과 똑같은 능력치를 가진 분신을 소환하여 컨트롤한다.

쿨타임 - 6시간 지속시간 - 1시간]

물론 스킬 내용 자체는 마음에 든다.

혼자서 싸우고 부활해서 다시 싸우는 것보다 둘이서 한 번 싸우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하지만 역시 라이프를 10개나 소모하는 건 너무 비용이 크다.

[라이프 섀도우 Lv.2

라이프 9개를 소모해서 자신과 똑같은 능력치를 가진 분신을 소환하여 컨트롤한다.

쿨타임 - 6시간 지속 시간 - 1시간 10분]

스킬을 찍으면 라이프 소모가 줄어드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라이프 파워와 마찬가지로 5레벨까지 찍으면 라이프 소모가 5개가 되는 건가.

지속 시간도 늘어나는 걸 생각해 보면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니다.

지금까지 사용한 스킬 포인트는 라이프 룰렛에 4개, 라이프 파워에 4개, 그리고 검 숙련에 4개다.

본격적으로 월하화백식을 배울 때 검 숙련을 마스터해 뒀다.

[Passive - 검 숙련 Lv.5

검을 무기로 사용 시, 대미지가 7% 증가한다.]

7%는 무시할 수 없는 대미지였고, 앞으로도 계속 검을 사용하려면 필수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총 52개의 스킬 포인트 중에서 12개를 사용했고, 남은 건 40개.

그리고 내가 찍을 만한 스킬은 ‘이모탈’, ‘지정 부활’, ‘즉시 부활’, 그리고 ‘라이프 섀도우’.

네 스킬 모두 쓸 만한데, 어쩐지 포인트를 투자하긴 아깝단 말이지.

“저번에 강제로 회피하게 도와주는 스킬은 어때?”

“아, 긴급 회피?!”

확실히 아르티아와의 전투에선 긴급 회피 덕을 보긴 했지.

[Passive – 긴급 회피 Lv.1

1%의 확률로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긴급 회피 역시 레벨을 올릴 때마다 1%씩 회피 확률이 증가하는 개념이었다.

4번 찍으면 5%.

어쩐지 조금 아까운데.

단순히 20번 중 한 번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지도.

“그걸로 살 수 있으면 굳이 아낄 필요 있나? 어차피 포인트도 많잖아.”

“…….”

다 맞는 말이긴 한데 가만히 듣고 있으니 뭔가 화나네.

스킬들을 미리 찍어서 익숙해지고, 그걸로 라이프 소모를 줄일 수 있다면 환영이다.

발렌 말처럼 스킬 포인트는 아직 40개나 남아 있다.

아무래도 스킬 마스터 레벨이 5밖에 되지 않고, 얻는 스킬 종류가 많지 않다 보니 스킬 포인트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 같다.

“좋아! 결정했어! 그럼 5개 스킬 모두 5레벨로 만들겠어!”

1스킬당 4포인트, 총 5개, 20개밖에 소모하지 않는다.

사실 이모탈은 지금도 레벨을 올리는 게 맞는지 고민이다.

[Active - 이모탈 Lv.2

11분 동안 죽지 않는 불멸의 상태가 된다. 체력이 0이 되면 라이프가 1이 소모되며 부활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 쿨타임 22시간]

레벨을 올리면 쿨타임이 줄어들고, 지속 시간이 늘어난다.

문제는 아르티아와의 전투에서 봤듯이 죽지 않는 게 무조건 내게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아르티아 같이 내 스킬을 파악하는 놈이 나타나면, 강제로 라이프를 뜯기게 될지도 모른다.

죽어서 도망치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지.

“즉시 부활 스킬도 있으니까 이모탈은 나중에 찍는 게 어때?”

“그런가.”

새삼 발렌이 나와 같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다른 사람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내 스킬창이라던가, 초월 능력 시스템을 볼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발렌은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줬다.

“좋아. 그럼 나머지 4개만 찍자.”

[Passive – 긴급 회피 Lv.5

5%의 확률로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긴급 회피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큰 기대를 하진 않지만, 저번처럼 중요한 순간에 발동되면 몹시 기쁠 것 같단 말이지.

[Active - 지정 부활 Lv.5

사망 전에 미리 지정 부활 장소를 정해 두면 다음 사망 시 그 지점에서 부활할 수 있다. 라이프 1개를 소모한다. (수평 범위 반경 3km 이내)

쿨타임 - 1시간, 마나 60소모]

지정 부활은 레벨을 올리면 범위가 늘어나고 쿨타임과 마나가 줄어든다.

극적인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찍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잘만 사용하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거다.

[Active - 즉시 부활 Lv.5

10분의 시간 없이 즉시 부활할 수 있다. 부활 시 10초간 무적 상태가 된다. 라이프 1개를 소모한다. 쿨타임 - 1시간, 마나 소모 없음]

즉시 부활은 꼭 레벨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던 스킬이다.

무엇보다 부활 직후에 10초 동안 무적이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사기 효과이기 때문에 잘만 쓰면 어떤 스킬보다 좋을지도 모른다.

[라이프 섀도우 Lv.5

라이프 5개를 소모해서 자신과 똑같은 능력치를 가진 분신을 소환하여 컨트롤한다.

쿨타임 - 4시간 지속시간 - 2시간]

마지막으로 라이프 섀도우.

솔직히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분명 필요할 때가 있을 거다.

라이프 5개를 소모해서 나와 똑같은 분신을 만드는 게 이득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전투를 떠나 상대를 속이거나 하는 전략을 짤 때도 도움이 될 거다.

“됐어! 이제 스킬 정리 끝!”

쿵! 쿵!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이젠 슬슬 이 이상한 지진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스킬을 찍은 지 워낙 오래돼서 한 번 쭉 정리할 생각이었기에 숙제를 해결한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아르티아를 쓰러뜨리고 얻은 ‘칠흑의 묵갑’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퍼플 라벨 몬스터의 보상이니까 보통 장비는 아니겠지.

[칠흑의 묵갑

어둠이 기운이 갑옷에 깃들어 있다. 착용 시 1분에 체력 100소모.

100m 이내의 거리를 블링크 할 수 있다. 마나 100소모. 쿨타임 1시간

방어력+50 내구도 40/40]

역시 사기템이군.

아르티아 자식! 이런 좋은 갑옷을 끼고 있으니 그렇게 강했지.

착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소모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지만, 블링크가 가능하다는 건 매력적인 능력치다.

쿨타임이 1시간이나 되니, 한 번 사용하고 다른 갑옷으로 바꿔 착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형씨, 그러고 보니 검 내구도가 많이 깎였던데?”

“뭐?!”

발렌의 말에 허겁지겁 에렌 셀의 내구도를 확인했다.

[에렌 셀

대장장이 ‘칸’이 만든 명검.

화룡의 기운이 감돌고 있으며 적에게 화상을 입힐 수 있다.

공격력+55 내구도11/50]

어느새 이렇게 깎인 거야!

A-1 구역으로 왔을 때 가장 먼저 대장장이에게 장비를 맡겨 뒀었다.

하긴, 그 후로 아르티아랑 싸우고, 17층에서 류설영이랑 같이 싸우고, 여기서 이만큼이나 싸웠으니 내구도가 이 모양인 것도 당연한가.

처음 게이트에 갇혀 있을 땐 데스나이트를 사냥하면서 얻은 검과 발렌이 만들어 준 몽둥이를 써서 편했는데.

아쉬운 기분에 입맛을 다시며 에렌 셀을 집어넣었다.

즉, 에렌 셀의 내구도가 떨어지기 전에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인데.

“계단이 없다고! 계단이!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아르티아 자식이 내려오면서 계단을 부순 거 아니야?!”

발렌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던전의 전체적인 뼈대를 이루고 있는 곳은 부서지지 않아.”

던전의 외벽이라던가, 각 층의 바닥과 천장 부분은 어떻게 해도 부술 수 없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의 땅도 흙을 파서 내려가다 보면 막히는 곳이 있다는 거다.

“그럼 역시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겠는걸.”

“아무래도 그렇지? 하아…….”

결국, 직접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다는 거네.

애써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며 잠을 청했다.

***

“안 그래도 바쁜데, 성가셔 죽겠네!”

“우! 우!”

덩치가 무지막지하게 큰 저 고릴라 놈들은 ‘레드 릴라’라고 이름을 지어 줬다.

온몸이 붉은 털로 뒤덮인 레드 릴라는 고릴라인데도 갑옷을 두르고 있다.

“이름 되게 못 짓는다.”

“시끄러!”

발렌의 노골적인 비판을 무시하고 에렌 셀을 뽑아 들었다.

어제 내구도를 본 바람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걸.

레드 릴라는 무리를 지어 다니며 빠른 움직임과 괴력으로 공격해 온다.

그리고 놈들은 자신의 가슴을 치는 것으로 디버프를 건다.

쿵쿵쿵!

[System : 디버프가 적용됩니다. 시야가 흐려집니다.]

저놈들이 가슴을 치는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흔들리고 어지러워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진짜 짜증나 죽겠네!”

놈들과 싸우는 건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처럼 숫자가 많을 때는 더더욱.

“일단 도망치는 게 좋지 않겠어?!”

“…동감.”

처음엔 세 마리뿐이라 싸워 볼 생각이었는데, 점점 뒤에서 숫자가 늘어나는 게 보였다.

서둘러 몸을 돌려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목적은 몬스터와 싸우는 게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는 거니까.

“우우! 우!”

덩치는 크면서 날렵한 레드 릴라 놈들이 미친 듯이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갑옷까지 입고 있어서 방어력도 뛰어난 놈들은 내겐 끔찍한 상대였다.

“역시 한 번 죽을 수밖에 없나!”

“형씨! 앞에!”

“뭐야?!”

앞으로 달리던 나는 원래라면 없어야 할 커다란 바위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분명 내 기억에 이쪽에 이런 커다란 바위는 없었다.

길이 막혔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서 한 번 죽는 수밖…에?

뒤를 돌아보자 광기가 깃든 것처럼 날 쫓아오던 레드 릴라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들 어디 갔지? 후우, 어쨌든 살았다.”

“혀… 형씨, 아무래도 뒤에서… 몬스터 냄새가 나.”

“뭐?!”

깜짝 놀라서 뒤로 고개를 돌리자, 내 앞을 막고 있던 거대한 바위가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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