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드 오브 머니-313화 (313/315)

# 313

313. 목줄을 완전히 물 때까지 기다려! (3)

서재로 들어간 천중명은 김준후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서너 번 울린 뒤였다.

- 회장님. 김준후입니다.

예상보다 빠른 응답이 있었다.

- 회장님의 기습이 완벽하게 효과를 발휘해서 이쪽은 지금 축제 분위기입니다! 베이징 폭격이라는 말이 돌 정도입니다! 헤지펀드 별로 1백조 원을 먹느냐, 그 이상이냐를 저울질하는 분위기입니다!

우습게도 천중명은 아직 한마디도 못했다. 그런데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김준후는 수다스럽게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 어쩐 일이십니까?

그런 뒤에 흥분이 그대로 남은 김준후의 질문이 넘어왔다.

“우리는 이만 포지션을 정리할까 고민 중입니다.”

- 예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대로 가면 지경그룹은 깔아둔 베팅만으로 3백조 원 이상의 수익이 생깁니다! 이런 기회는 앞으로 50년 안에 절대 없습니다!

김준후는 직전보다 더 흥분한 음성이었다.

- 제가 속한 금융사들이 후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만 버텨주십시오.

“그래서 우리 김준후 씨에게 기회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5대 헤지펀드와 의논을 마쳐주세요. 내가 정하는 조건으로 빠져나오면 헤지펀드당 1백5십조 원을 보장하겠습니다.”

급하게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건너왔다. 천중명의 말을 메모하는 모양이었다.

“다섯 개 헤지펀드와 협상을 모두 마치는 조건으로 수수료는 김준후 씨 소속 회사에 전체 협상 금액의 1퍼센트, 별도로 김준후 씨에게 0.5퍼센트의 수수료를 지불하겠습니다.”

- 회장님! 1백50조 원이 다섯 곳, 모두 7백5십조 원입니다. 1퍼센트면 7조5천억 원, 제게 주신다는 0.5퍼센트면 3조7천5백억 원입니다!

이성이 완전히 날아간 듯한 김준후의 대꾸에 천중명은 휴대 전화기를 잠시 귀에서 멀리했다.

“그렇습니다. 다만, 빠져나오는 것은 원래 투입했던 자금 수준입니다. 당연하게 그 부분의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비밀유지계약이 필요합니다. 손해배상 금액을 펀드별로 1백5십조 원으로 정해주세요. 가능하겠습니까?”

-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천중명은 송문철의 번호를 눌러 지금의 내용을 전해주었다.

“내가 지시하면 반대 매매를 통해 가격을 원상태로 돌리게 됩니다. 그런 뒤에 헤지펀드들이 나가게 하고, 마지막에 우리가 나옵니다.”

-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렇다면 선물 팀은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무언가를 말하려던 송문철이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지시대로 하면 수익이 모두 날아간다. 지금껏 능력을 발휘했던 담당자들에게는 잔인한 지시였다.

“이번에 거래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최고 수익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습니다. 이 내용도 전해주시고, 지시하면 선물 팀도 원래 가격 수준에서 나오라고 전해주세요.”

-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회장님.

통화를 마친 천중명은 기지개를 켜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헤지펀드들이 이 조건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당장 어젯밤 기습으로 먹은 금액이 50조 원인데 그 세 배를 보장했으니 오히려 그들의 눈이 뒤집힐 정도로 욕심날 제안이었다.

버틴다고 우기면?

천중명이 빠져나오는 순간에 50조 원의 이익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저 이 축제에서 유일하게 가슴 아픈 곳은 중국 정부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고작 5분쯤 지났을 뿐인데 김준후의 이름을 떠올린 휴대 전화기가 울었다.

“여보세요?”

- 회장님. 제가 파이낸셜 변호사 다섯 명을 선임했습니다. 파트별로 수수료는 0.01퍼센트입니다.

0.01퍼센트라면 7백5십억 원이었다. 변호사 다섯 명이라고 해도 소속 회사나 본인이 받는 수수료에서 여유 있게 감당할 수준이었다.

- 다섯 곳 모두 오케이입니다! 다만,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조건은 달았습니다. 결정되면 변호사를 통해 투입한 금액과 정산 금액을 증명할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좋네요. 대신 오차가 1퍼센트 이상 차이 나는 헤지펀드는 내가 제공하는 보상에서 그 수익을 제할 테니까 참고하세요.”

- 빠져나오는 시기가 대충 언제쯤일지 혹시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늦어도 오늘 오후나 내일 오전이 될 것 같은데 기다려주시면 싶습니다. 비밀유지에는 문제없겠죠?”

- 헤지펀드들의 수익과 관련된 계약입니다. 그 점은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어요.”

통화를 마친 천중명은 휴대 전화기를 들고 홈바로 나왔다.

“아침 들어요.”

그 사이 허선영은 샌드위치와 계란 프라이, 과일, 시리얼의 아침을 준비해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잘 안 됐어요?”

들어온다던 돈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금리와 환율 사정이 걱정된 듯한 허선영의 질문이었다.

“기다려 봐야 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일찍 일어난 만큼 일찍 하는 아침 식사였다.

“중명 씨가 원하는 대로 되면 금리와 환율이 안정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바로는 어려워. 2주 정도 천천히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샌드위치를 먹으며 허선영이 던진 질문에 천중명이 답을 했을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홈바에 올려둔 천중명의 휴대 전화기가 울었다.

“여보세요?”

- 중국이 5천억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이관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계좌를 알려주시고 오전 7시 전에 사태를 원점으로 돌려달라는 요구입니다.

민세조의 요구를 들은 천중명은 먼저 옅게 웃었다.

“뭔가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내가 드린 조건은 흥정이 불가능합니다. 1조5천억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요구했다고 다시 전해주세요.”

- 회장님. 중국이 가진 미국 국채가 1조9천억 달러가 조금 안 됩니다. 만약 1조5천억 달러어치를 회장님께서 받으시면 일본과 함께 미국 채권 보유 1, 2위를 다투게 됩니다.

“중국이 보유한 외환이 3조 달러입니다.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면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 회장님! 그러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제가 협상할 룸을 주십시오. 아! 말씀하신 진광효는 마카오에서 체포해서 북경으로 이송 중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급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쪽이 성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민세조가 많이 불편했겠지만, 천중명은 그가 들을 정도로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전쟁에서 이겼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이해 못 하겠습니다. 그 점에 관해 오늘 고민해 보겠습니다.”

- 회장님?

“지금 운용하는 금액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금이고, 운용주체는 홍콩의 제3 법인입니다. 중국에게 중동의 두 파트너와 직접 협상해보라고 전해주세요.”

짧은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천중명은 한마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쳤다. 그런 뒤에 한 조각 남은 샌드위치를 마저 입에 넣었다. 냅킨으로 입을 닦은 천중명을 허선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잘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돼.”

“정말 괜찮겠어요?”

정부와 각을 세워도 되겠냐는 허선영의 걱정이었다.

“큰돈이 걸린 일이라 이 정도 갈등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중명 씨가 큰돈이라고 하면 얼마 정도예요?”

자리에서 일어서던 천중명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지금 환율로 따지면 대략 2천조 원의 싸움? 그 정도가 아닐까?”

잘못 들었거나 천중명이 숫자를 착각한 게 아닌가 하는 얼굴이었다. 눈을 끔벅이는 허선영의 표정은 그랬다.

**

오전 7시면 중국은 지정해 놓은 위안화의 밴드를 조절하거나 시장에 당장 5백조 원 가까운 돈을 부어 넣어서 안정을 찾아야 했다.

천중명은 6시 30분에 정장으로 갈아입고 홈바로 나섰다.

1조5천억 달러어치의 채권 양도냐, 5백조 원의 현금 투입이냐, 아니면 파산이냐.

선택은 중국의 몫이고, 흐르는 시간이 천중명에게 급한 것은 없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여유 있게 출근을 준비하던 천중명의 휴대 전화기가 울었다.

“여보세요?”

- 회장님. 송문철입니다! 위안화 방어를 위한 자금이 시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우리 포지션은 같습니다. 저쪽이 협상에 나설 때까지 현재 상황을 유지했으면 합니다.”

- 알겠습니다, 회장님.

통화를 마친 천중명을 향해 출근 준비를 마친 허선영이 나오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아?”

“중명 씨도 있는데 나는 정말 괜찮아요.”

“오늘 하루도 잘 보내.”

“그럴게요.”

허선영을 부드럽게 안아준 천중명은 함께 현관을 향해 움직였다.

**

6시 55분이었다.

축제로구나!

책상에 앉은 구완섭은 두 손을 문질렀다.

“자! 좀 더 강력한 마법을 선사할 시간이다! 다들 우리의 힘을 보여줘!”

“예!”

구완섭의 지시를 받은 팀원들이 컴퓨터에 매달렸다.

“방어 자금이 들어올 때 우리 레버리지를 최대 15배까지 늘렸다가 헤지펀드가 들어오면 그쪽에 먹여. 알았지? 헤지펀드들이 달려들 때 한 발 빠지는 거야!”

지시를 내리지만 실제로 중요한 주문은 구완섭이 직접 찍는다.

“출렁이는 순간을 메우라고! 우리가 기록한 최고 수익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니까 정신 바싹 차리고 집중해!”

“예!”

사명감에 불탄 팀원들이 씩씩하게 주문에 매달렸다.

**

전지곤은 최고 수익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보장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명선은 천중명의 지시란 한 마디면 충분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었다.

선물을 방어하려고 달려드는 금액을 헤지펀드들이 뜯어먹는 것을 지켜보며 막내인 박대교는 계속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지금 포지션을 청산하면?

1백억 원이 훌쩍 넘는 인센티브를 떠올린 그는 진심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얼굴이었다.

“커피 좀!”

“예.”

전지곤과 이명선, 대리 두 명이 좀 더 선명하게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그래서 거래에 더 집중할 수만 있다면, 박대교는 피를 짜서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해하면 서운하다.

여기니까 잔심부름이나 하는 거지, 원래 박대교는 지경증권 딜링룸 거래에서 주문을 직접 찍는 직원이었다. 소규모 증권사에서라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준이라는 의미였다.

지난밤 내내 1백억 원의 인센티브를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했던 그였다. 그보다 수익이 더 난다고? 그는 당장 커피 타는 손이 자꾸만 떨려서 사방에 가루를 흘렸다.

“아! 내가 말 안 했지? 본사에서 우리가 기록한 최고 수익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단다!”

‘히익!’

커피를 타던 박대교는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

강다희는 역대 최고로 매서운 눈빛이었다.

“주문 함부로 찍지 말라고 했지!”

그녀의 입에서 독한 소리가 터져 나오며 밤을 꼬박 새운 딜링룸에 긴장이 맴돌았다.

“출렁이는 자리를 메우라고 했잖아! 이따위로 주문 넣을 거면 다른 팀으로 가거나 회사를 옮겨!”

쨍하는 강다희의 고함이 방심하던 팀원들의 목을 조르듯 튀어나온 뒤에 확실히 딜링룸의 분위기가 팽팽하게 변했다.

“저놈들이 베팅하는 걸 삼켜! 그리고 헤지펀드들에게 넘기란 말야! 정신 바짝 차려! 어설프게 굴면 인센티브 퍼센티지를 바꿔버릴 테니까!”

이번 고함은 정말이지 위력을 발휘해서 딜링룸에는 살벌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타다다닥. 타다다다닥.

키보드 소리만이 유일하게 딜링룸을 메울 때였다.

“나야! 너희 수익은 어때? 나 미칠 거 같아! 더 달려들어! 어머머! 자기 진짜 멋있다!”

팀원들이 몸서리를 칠 정도로 깜찍한 강다희의 통화 음성이 울려 나왔다.

**

어떤 수단을 써도 안 되는 것을 진광효는 정보국의 전용기 안에서 깨달았다.

“돌려주겠습니다! 모두 돌려줄 테니 전화 한 통만!”

혹시나 싶었던 진광효가 반대쪽 창가에 앉은 요원에게 매달린 다음이었다. 그가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진광효를 보았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진광효의 심장이 비행기에서 땅에 처박힌 것처럼 내려앉았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중국에 돌아간 진광효에게 남은 것은 속전속결의 재판과 사형, 그리고 총살뿐이라는 사실을 그는 정보국 요원들의 태도와 손목과 발목을 조른 채 연결된 수갑과 족쇄로 알았다.

누구 한 사람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에 펼쳐진 하늘은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테드 케블린의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쓸데없이 탐욕을 부리는 일만 없었다면, 오늘도 진광효는 그의 건물에서 빛나는 정원을 내려다보며 아침을 먹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왜 하필 천중명 같은 인간이 있었을까?

한국 따위 얼마든지 잡아먹을 나라였는데 왜 이렇게 됐지?

창밖으로 빛나는 저 하늘이 진광효를 버렸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도 없었다.

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는데!

“끄아아! 끄아-!”

바보처럼 웃으면 그토록 잔인해 보이던 진광효가 멍청해 보이는 얼굴로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테드 케블린을 만나기 전으로 갈 수만 있다면!

“끄아아-!”

모든 것을 잃은 진광효의 울음은 처절했다.

**

집무실에 도착한 천중명은 바로 컴퓨터에 올라온 차트와 수치를 보며 중국 시장을 살폈다.

사자에게 목줄을 물린 거대한 물소가 일어서기 위해 버둥대는 것을, 다섯 마리의 하이에나가 다리와 몸통을 물어뜯은 채 넘어트렸고, 그 사이 피라냐 떼들이 살점을 노리며 새카맣게 달려들고 있었다.

물소인 중국이 구슬프게 울부짖는 동안, 목줄을 문 사자는 이를 더 깊게 박았고, 하이에나들은 잘린 다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었으며, 피라냐 떼들은 피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모양새였다.

더 늦으면 복구가 어려울 텐데?

상관없다. 어차피 그쪽이나 이쪽이나 수익은 같으니까.

모니터를 보던 천중명이 고개를 가로저을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책상에 올려놓은 휴대 전화기가 울었다.

“여보세요?”

- 민세조입니다, 회장님. 중국에서 채권을 입고하겠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계좌를 알려주시면 바로 처리하고 입고 증명서를 받겠습니다.

김준후가 그러더니 이번엔 민세조가 흥분한 음성이었다.

- 정확하게 1조5천억 달러어치의 채권입니다. 헤지펀드와의 협의는 어떻습니까?

“헤지펀드들과 협의가 끝났습니다. 뉴욕의 금융사가 중재하고, 변호사가 정리했으니 말이 달라질 건 없습니다. 미국 국채를 홍콩에 있는 우리 계좌로 넣어주면 바로 빠져나오겠습니다.”

- 중국 측에서 헤지펀드들과의 계약서를 보여달라면 뭐라고 할까요?

“불편하면 이대로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수석님은 제 핑계를 대십시오. 그룹을 운영하는 회장이라 그런 조건 달아봐야 소용없다고 말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계좌를 보내주십시오.

통화를 마친 천중명은 곧바로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냈다.

오전 7시 20분이었다.

어떡해서든 위안화 밴드를 유지하고 싶은 중국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시간이기도 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천중명은 창으로 움직여 아침을 시작하는 서울의 빌딩 숲을 바라보았다.

2천조 원에서 헤지펀드들에게 건네줄 7백5십조 원, 수수료와 인센티브로 5십조 원이 들어간다. 그러고 나면 남는 돈이 지금 환율로 1천2백조 원쯤 된다.

투자자인 우즈만과 마타르에게 반을 건네주고 나면 6백조 원쯤 천중명의 손에 남는다.

‘아직 좀 부족하지 않나요?’

천중명은 창에 상체를 붙인 자세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왕 할 거,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도깨비가 될 거라니까요.’

그런 뒤에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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