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
310. 중국을 먹자고? (2)
천중명은 대략 20분에 걸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들려주었다.
똑똑똑.
“회장님. 저녁 준비됐습니다.”
“그래? 그럼 지금 옮기지.”
그런 뒤에 놀라운 이야기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애쓰는 유진교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둘이서 함께하는 식사가 오랜만일 정도로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바빴다.
“처음부터 이렇게 풀어내실 계획이셨습니까?”
“대충은 그렇죠. 아랍에서 240조 원을 투자받으며 좀 수월해졌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조금씩 바뀐 것도 있고요.”
식사를 하며 유진교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민세조를 만났던 일, 임시직 직원을 고용해서 서민을 지원한 일, 저축은행을 통한 부동산 인수, 대부업으로 급한 자금 대출, 인터넷 은행, 지경증권의 환율팀 보강까지.
지금까지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떠올리며 천중명이 그린 큰 그림을 이해하는 눈치였다.
“이제야 회장님께서 그리셨던 큰 그림이 대강 이해됩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젓가락으로 밥을 뜨는 유진교의 표정이 실제로도 보고서를 들고 왔을 때보다는 훨씬 편안해 보였다.
“진광효를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방향은 그렇게 정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회장님께서 정치를 하시면 어떻습니까?”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나는 진광효를 몰아붙일 정도로 잔인한 면이 있어서 아마 정치계에 발을 들이면 정적들이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엉뚱한 질문과 답에 모처럼 함께 웃기도 했다. 그렇게 둘이서 하는 식사는 15분 만에 끝났다. 유진교와 함께 집무실로 돌아온 천중명은 다시 소파에 앉아 커피를 앞에 두었다.
“진광효는 코너에 몰렸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데다 경제범의 처벌이 잔인한 중국이라면, 아마 그에게 사형을 내릴 테고 빠르게 집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진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기댈 곳은 양서평 부총재, 그리고 문제가 되는 계좌의 해킹입니다. 내일 오전에 발표한다고 했으니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죠.”
“그렇다면 그걸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유진교의 질문에 천중명은 먼저 픽 웃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 입으로 진광효가 범인이라고 떠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가 해킹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잠시 눈을 끔벅이던 유진교가 ‘설마?’하는 얼굴로 천중명을 보았다.
“이해하셨어요?”
“예, 회장님.”
유진교는 천중명이 무섭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진광효가 움직인다면 내일 중으로 결과가 나옵니다. 그때 우리는 단숨에 움직여야 합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정말 이 고통이 길어진다는 것만 명심하세요.”
“지시하시는 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사명감을 가득 담은 얼굴로 유진교가 답을 내놓았다.
“박승양 회장이 자산 유동화 증권을 통해 최소 20조 원을 만들어낼 겁니다. 그 뒤를 맡아주세요.”
천중명은 천천히 남은 계획을 설명했다.
**
양서평을 기다리던 진광효는 빠르게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휴대 전화기를 들었다.
“나다! 해킹 말이지! 지금 당장 시작해! 앞뒤 가릴 것 없어! 무조건 오늘 밤 안으로 그 계좌에 있는 자금을 전부 제3국으로 옮기거나 아예 지워버려!”
전화를 받은 변호사는 급하게 달려간 진광효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처음부터 확인하려는 눈치였다.
“오늘 밤 안으로 끝내라고! 돈을 못 빼내겠으면 당장 그 빌어먹을 망진광효 계좌를 지워버려! 모두 날려도 되니까 아예 싹 없애버리라고!”
통화를 마친 진광효는 갑갑한 얼굴로 조직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양서평은 어떻게 됐어?”
“지금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퍼뜩 정신이 든 진광효가 온통 망가진 방을 둘러보았다.
“2층으로 옮긴다.”
“예.”
그의 지시에 조직원들이 빠르게 문을 향해 움직였다.
한국의 인터넷 기사를 읽어주던 직원이 어찌할 바를 몰라 쭈뼛댔는데 누구도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
황성규 팀은 미끼를 던져 놓고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꾼들처럼 쭉 컴퓨터 전문가 문상훈의 뒤에 몰려있었다.
“아흠!”
연일 계속되는 긴장 탓에 지친 누군가가 길게 기지개를 켰는데 그걸 뭐라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것 같은데요?”
“회장님께서 통화하셨다니까 분명 움직일 거다. 준비는 확실히 해놨지?”
“쇼더앤톨먼 계좌까지 다 연결해두었습니다.”
황성규의 질문에 문상훈이 답을 한 직후였다.
삐이-. 삐이-. 삐이-.
문상훈의 컴퓨터가 날카로운 기계음을 터트리며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곧바로 파란색 네모칸을 모니터에 올려놓았다.
“왔습니다!”
타다다닥! 타다닥! 타다다닥!
문상훈은 바로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삑삑삑삑삑.
“망진광효의 계좌, 맞습니다!”
손가락을 쉼 없이 놀리는 틈에서 문상훈이 감탄처럼 꺼낸 보고였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조금만 더! 조금만! 걸어! 걸어!”
문상훈이 안타까운 심정을 주문처럼 털어놓았다.
“누군지 대단하네요! 와! 이걸 이렇게 돌리나?”
“집중해!”
“잡아냅니다! 여태 이러고 있었던 게 아까워서라도 잡아낼 겁니다!”
타다다닥! 타닥! 타다다닥!
“제발 좀 걸려라!”
황성규와 팀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문상훈의 모니터는 이해하지 못할 명령어를 정신없이 아래로 흘려냈다. 그리고.
삐이이이이-.
기다란 기계음이 터져 나왔고,
[ENTER]
이어서 모니터에 붉은색 글자가 올라와 번쩍였다.
“후-! 누군지 진짜 인정이다! 뺑뺑이를 이렇게 돌리다니! 자, 그럼 갑니다!”
달칵.
문상훈이 모니터에서 번쩍이는 글자에 마우스 화살표를 움직여 왼쪽 버튼을 눌렀다.
“끝났습니다.”
그 직후에 모니터에 계좌가 줄줄이 떠오를 때 그는 의자에 등을 털썩 기댔다.
“고생했어.”
황성규가 그의 어깨를 다독였고, 이어서 팀원들이 흐뭇한 얼굴로 비슷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몸을 일으켰다.
**
집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천중명의 휴대 전화기가 울었다.
“여보세요?”
- 황성규입니다, 회장님. 해킹 시도가 있었고, 지시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서버 기록을 확인해야 할 테니까 내일 오전 중으로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생했습니다.”
- 한국에 올 때, 회장님을 뵙기 전까지 불안했었습니다.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몰라도, 믿어주신 점과 오늘까지 일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황 선생님이 없었다면 이번 위기를 이렇게 확실하게 대비하지 못했을 테고, 또 이렇게까지 막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통화를 마친 천중명은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어둠은 외환위기 이전과 다를 바 없었는데 그것에 맞서 환하게 불을 켰던 상점들은 군데군데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미안한데 조용한 곳에서 담배 하나 피우고 갈까?”
“예, 회장님.”
천중명의 지시를 들은 운전기사가 잠시 더 달린 뒤에 도로를 살짝 빠져나와 이면도로에 있는 공원 앞에 승용차를 멈췄다.
차에서 내린 천중명은 담배가 아니라 휴대 전화기를 들어서 송문철의 번호를 눌렀다.
- 예, 회장님.
“거래팀에 연락해서 오늘 밤부터 중국의 외환 시장을 공략하라고 전해주세요. 우리가 가진 계좌 잔액을 모두 사용하고, 레버리지를 10배에서 최대 15배까지 이용하는 선에서 밀어붙여도 됩니다.”
- 레버리지 10배에서 최대 15배라고 들었습니다.
“예. 내일 오전에 보도가 있을 겁니다. 그때가 수익이 최대가 되는 지점입니다. 그때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보도가 나온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라고 전해주세요.”
-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번에 우리 시장을 지키기 위해 설정한 포지션 전체가 손해로 바뀔지 모릅니다. 그러니 이번 중국 시장에서 그 손해를 만회하고 이익을 얻어야 합니다.”
- 확실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싸움의 끝에서 반격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천중명은 고개를 들어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도깨비가 그룹 회장으로 있거든.
돈이 아무리 좋아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란 게 있어.
그걸 무시하라고 돈이 꼬드겨.
그래서 탐욕을 부리면 결국, 돈이 너의 목숨을 노리거든.
생각을 마친 천중명은 천천히 승용차를 향해 걸었다.
**
2층의 집무실에 앉아 양서평을 기다리던 진광효는 전화를 받았다.
- 변호사와 해킹을 담당했던 놈. 두 놈이 도망가려던 것을 붙잡았습니다.
조직원의 보고를 듣는 순간에 진광효는 심장이 쿵하고 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변호사를 바꿔.”
-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살면서 이토록 공포를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
지금껏 누려왔던 세상이 점점 작아져서 진광효를 옥죄는 듯한 두려움과 숨 막힘 또한 처음이었다.
- 총재님.
“어떻게 된 거야?”
변호사의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는데 그게 또 이상하게 속이 타서 진광효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빨리 말해. 어떻게 된 거냐고?”
- 해킹을 하던 중에…….
“그래. 내가 해킹을 지시했지. 그래서?”
- 다른 누군가가 함께 해킹을 시도해서 서버 전체를 헝클어놨습니다.
“하아-.”
진광효의 탄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 모두 드러난답니다. 이전에 옮겨온 사설 거래소의 계좌 현황과 해킹 시도, 이곳의 위치까지 전부 드러나게 된답니다. 아예 서버를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변호사는 작정한 듯 내용을 서둘러 전하고 있었다.
- 상대방이 보안시스템을 건드렸고, 그 직후에 서버를 다운시켰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이지?”
- 은행 관계자가 서버를 켜는 순간 지금까지의 기록을 모두 알게 됩니다. 죄송합니다, 총재님.
“후아-아. 알았으니까 옆에 있는 놈을 바꿔.”
수화기 너머에서 전화기를 받아보라는 말이 들린 뒤였다.
- 전화 바꿨습니다, 총재님.
“지금 거기 있는 두 놈을 절대 흔적이 남지 않게 잘게 잘라서 사방에 뿌려. 아! 최대한 고통을 느끼게 해.”
- 예, 총재님.
통화를 마친 진광효가 창을 향해 숨을 길게 내쉴 때 조직원 하나가 다가왔다. 창밖으로 펼쳐진 정원은 어둠에 어울리는 조명으로 밤을 수놓고 있었다.
“양서평 부총재가 입구에 도착했답니다.”
진광효는 먼저 시간을 확인했다.
어설프게 굴다가는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끝난다.
- 지금 당장 비행 편을 준비해. 홍콩을 거쳐 마카오로 간다. 이 방에 있는 인원만 함께 움직일 테니까 서둘러.
“예.”
조직원은 양서평을 어떻게 할 건지 묻지 않은 채 빠르게 방을 나섰다.
진광효는 눈매를 좁히며 양서평을 떠올렸다.
이대로 그를 중간에 세워 천중명과 협상해볼까 하는 유혹쯤 가슴에 있었다. 그런 그를 막아서는 것은 천중명의 한 마디였다.
- 지금부터 중국이 타깃이 된다. 중국 정부에 꽤 힘을 쓰는 모양이던데 최선을 다해 오래 살기를 바라.
진광효는 처음으로 천중명이 무섭고 두려웠다.
천중명은 다음 계획으로 진광효가 몸을 피할 것까지 계산해서 함정을 파놓았을 것만 같았다.
“뭐해! 서두르라고 했잖아!”
당장 저 정원을 가로질러 공안이 달려올 것 같은 두려움에 진광효는 고함을 버럭 질렀다.
“아니다!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겠다!!”
그는 조직원들의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문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헐렁한 양복바지가 펄럭일 정도로 빠른 걸음이었다.
**
마법사 구완섭은 밤늦게 송문철의 전화를 받았다.
- 회장님께서 연락이 있었는데.
내용을 전해 듣는 그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피어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레버리지는 10배에서 최대 15배까지, 포지션 청산은 내일 오전에 발표가 있은 뒤에 알아서 판단하라는 지시인데 이해했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쪽을 힐끔대는 직원들을 피해 구완섭은 창에 있는 테라스로 나가 문을 닫았다.
“회장님. 제가 들은 내용을 다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중국의 환율시장 공략, 레버리지, 그리고 내일 오전 발표와 동시에 청산까지를 구완섭은 확실하게 확인했다.
“회장님. 강 팀장도 이 내용을 알고 있습니까?”
- 이제 전화해야지?
“제가 왜 마법사인지를 그룹 회장님과 회장님께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 선물팀에도 연결할 예정이니까 그렇게 알아. 나도 지켜보마.
“감사합니다, 회장님.”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당장 중국의 환율시장을 노리라는 지시였다. 그런데도 구완섭은 거실로 들어가는 대신 테라스의 난간을 짚은 채 어두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게 얼마 만이야?”
거래 전에 흥분은 금물이었다.
그는 지금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중국을 먹자고? 흐하하하하-!”
호텔 맞은편의 빌딩이 군데군데 이 빠진 것처럼 켜놓은 불빛을 이용해 커다랗게 웃는 마법사 구완섭을 바라보고 있었다.
**
리온지경자동차의 총괄사장 신상훈은 집무실 소파에서 잠들었다. 스웨덴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는 근무 시간이 확실한 연구원들과 함께 생활해가며 그는 신차개발에 매달렸다.
한국이 어렵다. 이 신차개발이 빨라질수록 지경그룹에 도움된다. 어려울 때 손을 내밀었던 지경이다. 도와달라.
그렇게 매달린 신상훈은 연구원만큼이나 지친 얼굴로 소파에서 잠들곤 했고, 오늘도 그랬다.
새로운 트럭이 조만간 나온다. 마지막 테스트도 끝났고, 랠리에서 성능도 확인했다. 상용화할 트럭을 생산하는 데 있어 남은 것은 혹시 모를 결함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최근 그는 꿈을 꾸지 않았다.
“신상훈 총괄사장. 혹시 불 있나?”
황토색 바닥에 앉은 천중명이 담배를 들고 신상훈에게 질문했다. 꿈이다. 장소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꿈인 건 알겠다.
“여기 있습니다.”
신상훈은 황당하게 성냥통을 집었다. 라이터도 아니고 무슨 성냥? 그것도 성화를 봉송할 때 쓰는 횃불처럼 원통형으로 된 커다란 성냥통이었다.
아무튼, 꿈에 신상훈은 커다란 통에서 성냥을 하나 꺼냈다.
치이익!
어? 이게 왜 불이 붙지?
게다가 성냥은 나오지도 않아서 안에 가득 담긴 다른 성냥들에 불이 붙게 생겼다.
신상훈은 급하게 성냥통을 밖으로 내밀었다.
“회장님! 피하십시오!”
그다음은 지경그룹 본사 건물 앞에 신상훈이 서 있었다.
그는 겁이 덜컥 났다.
지경그룹 본사가 불에 활활 타고 있어서였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쇼타임입니다!”
퍼뜩!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신상훈을 깨웠다.
“어후.”
신상훈이 상체를 일으켰을 때, 파크 피터슨은 구석의 커피 테이블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몇 시나 됐습니까?”
“오전 7시 40분입니다.”
눈을 문지른 신상훈에게 파크 피터슨이 머그잔을 내밀었다.
“커피부터 한 모금 하세요.”
“아까 뭐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쇼타임입니다.”
답을 들은 신상훈이 놀란 눈으로 파크 피터슨을 보았다.
“지경리온의 새로운 트럭 신화가 총괄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뭡니까? 그걸 먼저 말씀하셨어야죠! 얼른 가시죠!”
머그잔을 내려놓은 신상훈이 급하게 뛰어나갔고, 파크 피터슨이 짓궂은 얼굴로 뒤따랐다.
신상훈이 개발실 차고지에 뛰어들자 몰려있던 연구원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트럭의 옆에 거대한 엔진이 마치 뛰기 직전의 심장처럼 깨끗한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상용화된 신화입니다. 블루크루드와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해서 출력은 이전보다 오히려 10퍼센트 상승했습니다.”
“와하하하하!”
이미 기존의 보고가 있어서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연구소장이 완성품이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왔던 트럭이었다. 신상훈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로 트럭에 손을 댄 채 한 바퀴를 돌았다.
“회장님께 보고해도 되겠습니까?”
“보고하셔야죠. 믿어주신 결과물이고, 지경과 리온의 기술이 만들어낸 최고의 트럭입니다. 유해물질 배출을 허용하지 않는 2020년 유럽의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유일한 트럭이기도 합니다.”
두 손을 높게 든 신상훈과 파크 피터슨이 하이파이브를 나누었고, 주변의 연구원들을 안아가며 기쁨을 나눴다.
“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꼭 전해주십시오. 이 개발을 허락하신 결단이 신화를 탄생시켰다고 반드시 말씀드려 주세요!”
“이 기쁜 소식을 함께 전해드려야죠!”
“그래도 되겠습니까?”
“와하하하하!”
신상훈의 대답은 통쾌한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