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드 오브 머니-266화 (266/315)

# 266

266. 미안해, 상기 형 (2)

40분쯤 달린 천중명의 눈에 저 멀리서 하늘로 떠오른 흙먼지가 들어왔다. 랠리에 참가한 트럭이 분명했다.

“허억! 허억!”

셔츠, 진바지, 운동화, 뒤로 돌려 멘 AK소총, 허리에 건 권총과 대검도 그렇지만, 뿌연 흙먼지가 얼굴과 목덜미에 달라붙어 영락없이 황야를 달리는 비적의 몰골이었다.

크르르릉! 크아앙-! 크르릉!

산을 타고 넘어온 트럭의 엔진 소리가 마치 화난 괴물의 울음처럼 천중명과 곽대출을 지나 저 끝을 향해 달렸다.

“흐악! 흐윽!”

곽대출은 생전 처음 듣는 숨소리를 터트리면서도 악착같이 천중명의 옆을 달렸다.

원래 도깨비는 이렇게 살았다.

대한민국 특수부대는 대개 이렇다. 지금은 좋아졌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며 뇌리에 새겨진 한 가지는 절대 대원을 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나인 줄 알았던 산은 고개를 넘자마자 마치 알이 두 개인 밤처럼 달라붙은 또 하나의 봉우리를 내밀었다.

두 번째 봉우리를 넘어선 직후에 천중명은 걸음을 멈췄다.

“흐악! 흐악!”

무릎에 팔을 짚고 헐떡거리는 곽대출이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천중명은 아래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개새끼들이!”

급한 내리막인데 거리가 제법 돼 보였다.

총을 쏘기에는 방향이 지랄 같고, 아군과 적군이 너무 붙었다. 게다가 지금 어설프게 총을 갈겼다가 사살하지 못하면 이판사판으로 네 놈이 동시에 달려들 가능성도 컸고.

설마? 또?

곽대출이 천중명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떴을 때,

터억!

천중명은 곽대출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와락!

그리고 몸을 아래로 던졌다.

**

특수부대원들이 대검을 들고 싸우면 누군가 하나는 죽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한 명도 멀쩡하길 바라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갑수와 조호철은 등을 마주 댄 채 둘러싼 넷을 상대했다.

터억! 터덕! 피윳! 피잇!

달려드는 왼쪽 놈의 팔을 쳐내고 팔뚝을 가르고 나면,

홱! 피윳! 핏!

오른쪽에 있던 놈이 옆구리를 갈랐고,

터덕! 피윳! 피잇!

오른쪽 놈의 팔을 베는 순간이면, 기회를 노리던 왼쪽 놈이 어깨를 찔렀다.

등을 마주 댄 상태였다. 그래서 강갑수와 조호철은 서로의 상태를 익히 알았다.

가빠진 호흡, 적을 상대할 때 움찔하는 느낌까지, 이대로 버티다가는 상처가 불어나서 결국 저놈들의 먹이가 되고 만다.

“형님! 갈매기!”

“알았다!”

중국의 특수부대는 대개 왼쪽이나 오른쪽, 숫자 정도의 우리말을 알아들을 확률이 높았다.

강갑수가 왼쪽을 의미하는 은어를 외치자 조호철이 바로 짧은 대꾸를 건넸다. 왼쪽 놈을 노리고 달려들어서 적어도 한 놈은 먼저 죽이자는 의미였다.

강갑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네 놈이 놀란 기색으로 반걸음씩 물러났다.

당장 어쩌지 못할 정도의 실력과 독기에 놀란 눈치였다.

그 상황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을 노리고 달려들 거란 사실을 알아챘으니, 잠시 피해서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의미였다.

“씨발놈들이 눈치 정말 빠릅니다!”

강갑수가 픽 웃으며 쏟아낸 독한 농담에 적들이 빠르게 시선을 교환했다.

“놀라기는, 새끼들! 갑수야! 고맙다!”

“호철이 형! 잘 가요!”

각오를 마친 두 사람은 눈을 매섭게 뜨고 피범벅인 양팔을 단단하게 들었다.

상기 형, 나 먼저 간다.

거친 숨을 조절하면서 천상기를 떠올리는 순간, 적을 향해 마지막 칼질을 각오한 강갑수의 입 끝에 미소가 서렸다.

아버지를 잃고 있잖아.

형 덕분에 마음잡을 수 있었어.

이렇게 멋진 일자리도 얻었고.

마주 대고 있던 조호철의 등이 움찔하는 것을 느낀 강갑수가 이를 악무는 순간이었다.

콰작! 콰자자작! 콰작! 콰작!

관문처럼 버티던 산을 따라 흙먼지가 길게 피어오르며 두 사람이 구르는 건지, 미끄러지는 건지 모를 모습으로 이쪽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콰당! 콰다당!

어찌나 빨리 떨어져 내리는지 눈 몇 번 깜빡이는 사이에 두 사람은 아래에 처박혔다.

등 뒤에 소총을 메고 있어서 비적 아니면 이슬람 반군처럼 보였다. 그러니 당장 정체를 모를 저 둘을 앞에 두고 마지막 칼질을 하기는 어려웠다.

“끄응!”

먼저 몸을 일으킨 남자가 고개를 흔들어 머리에 쌓인 흙가루를 털어낸 뒤에, “푸후!”하고 입에 들어간 흙을 뱉어냈다.

그리고 이쪽을 향해 시선을 들었을 때 강갑수는 소름이 쭉 끼쳤다.

헛것을 본 것처럼 강갑수는 이를 악물었다.

절대 그럴 일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굴러떨어져 자세를 세운 남자의 눈이 ‘고생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갑수가, 추일원이, 조호철이 늘 기억에 담고 그리워하던 그 선배의 눈빛으로 말이다.

철컥!

독한 눈빛의 남자가 소총을 앞으로 돌리면서 둘러쌌던 네 놈이 한 걸음씩 물러났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관문처럼 앞을 가로막은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끄으! 이 씨발!”

그리고 두 번째로 몸을 편 남자가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말 욕을 뱉어냈다. 머리와 얼굴, 목을 비롯해 옷까지 뿌연 흙이 뒤덮여서 아예 회색 인간처럼 보였다.

“개새끼들이 도깨비를 뭐로 알고!”

곽대출 선배?

강갑수는 기가 막힌 심정으로 곽대출과 그 옆에서 걸어오는 남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쩔걱쩔걱.

두 사람은 곧장 강갑수와 조호철을 향해 걸어왔다.

‘씨발’은 외국의 특수부대원들조차 거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욕이었다. 네 놈이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한 직후였다.

“퉤에!”

흙가루를 뱉어낸 곽대출이 철컥, 소리를 내며 AK 소총을 앞으로 돌렸다.

“이 개새끼들! 우리 애들을! 숫자나 맞추던가! 내가 아주 눈알을 파주마!”

말을 할 때마다 곽대출의 입에서 피가 툭툭 튀어나왔다.

가뜩이나 흙가루를 뒤집어써서 온통 회색으로 변한 몰골이라 부릅뜬 눈이 더욱 시뻘겋게 보였는데 거기에 코피까지 흘리고 있어서 강갑수가 보기에도 곽대출은 피에 절인 괴물의 모습이었다.

“물러나! 이 개새끼들아!”

입에 피가 고인 모양인지 곽대출이 경고를 던지는 동안에도 피가 거칠게 튀어나왔다.

철컥! 철컥!

곽대출이 총구를 뒤로 가리키는 데도 네 놈은 움직이지 않았다.

번득!

어차피 총에 맞아 죽을 거라고 계산한 모양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까 강갑수와 조호철의 계획처럼 단숨에 달려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게 틀림없었다.

“이것들이 진짜!”

곽대출이 총을 겨누는 순간이었다.

철컥! 타아-앙! 퍼억!

총소리는 옆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끄으-아!”

그리고 곽대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놈의 왼쪽 발목이 터져나갔다. 삽시간에 피가 바닥에 검게 박혔고, 이어서 놈이 무너졌다.

강갑수는 그때 제대로 보았다.

방아쇠를 당긴 남자의 눈빛을 말이다.

네 놈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을 보자 어쩐지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코피가 나지 않는 것만 다르지 천중명의 몰골은 곽대출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굴러 내려오는 동안, 무릎, 허벅지, 등, 팔뚝, 팔꿈치가 벗겨졌는지 가까이 오자 그 부근이 온통 피로 젖어 있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잘 버텼다. 나와서 상처부터 묶어.”

저 눈빛을 어디선가 보았다.

“선배님이십니까?”

“회장님이셔.”

강갑수의 질문에 곽대출이 답해주었다.

강갑수는 우선 조호철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세상에, 뭔 회장이라는 사람이 AK 소총을 곽대출보다 능숙하게 다루지?

강갑수가 조호철과 함께 곽대출의 뒤편으로 빠져나온 다음이었다.

와락!

발목이 나간 놈의 옆에 있던 두 놈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철컥! 타앙! 타아-앙!

“끄으! 끄아-아!”

“끄아-악!”

철컥!

두 놈의 발목을 날린 천중명은 총이 튀는 반동을 이용해 마지막 남은 놈의 미간을 똑바로 겨눴다.

움찔!

놈은 정말이지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물러나!”

발목을 쐈다. 당장 죽이지는 않겠다는 의미였는데, 대신 거침없이 발목을 날리는 강단과 이어진 동작에 눌린 것처럼 남은 한 놈은 손을 들고서 쭈뼛쭈뼛 뒤로 물러났다.

“이 새끼들이? 확!”

“그만하고 붕대 묶는 것 좀 도와줘.”

눈알을 파내기 직전의 곽대출을 누르는 천중명의 지시가 있었다.

“너희 진짜 운 좋은 줄 알아!”

부욱! 찌익! 찌이익!

투덜대며 강갑수와 조호철에게 다가간 곽대출은 셔츠를 길게 찢어내서는 조호철의 어깨를 감아주었다.

그때였다.

부으응! 부아-앙!

흙먼지를 피워 올리며 벌판의 저 끝에서 두 대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철컥!

곽대출이 잽싸게 몸을 돌려 소총을 어깨에 걸었고, 천중명은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몸을 낮춰 달려오는 차량을 겨눴다. 함께 오래도록 훈련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호흡이 척척 맞기 어렵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그걸 알아챘다는 것처럼 곧바로 승용차의 조수석에서 누군가 하얀 수건을 밖으로 내밀고는 빙빙 돌렸다.

철컥.

자세는 천중명이 먼저 풀었다.

오른쪽 옆구리에 소총을 끼고서 승용차를 향해 시선을 주었는데 남은 한 놈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빈틈이 보이지 않는 자세였다.

“양서평이나 조양회인 것 같다.”

천중명의 말이 떨어졌을 때,

끼이익! 끼익!

바로 앞까지 달려온 승용차에서 실제로 양서평과 조양회가 내렸다.

“회장님! 늦었습니다!”

천중명은 고개를 들어 양서평을 보았고, 다음으로 조양회를 향해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시선을 돌렸다.

“총재께서 보낸 아이들입니다. 가등섭은 이미 사살해서 처리했고, 저는 그 뒤에 부총재의 연락을 받고 합류했습니다.”

조양회가 빠르게 내용을 알려주었다.

“이곳이 통화가 되질 않아서 총재의 지시를 제대로 듣지 못해 벌어진 일입니다. 회장님께서 그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 사이 차에서 내린 두 놈이 발목에 총을 맞은 세 놈을 부축해서 승용차의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 외에도 이곳을 지나간 마지막 트럭의 드라이버와 오늘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관해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덮어주고, 류효양의 목숨을 보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오늘 일을 덮어달라?”

“그렇습니다, 회장님.”

“대가는?”

“양서평 부총재의 생명을 구해준 것으로 생각해 달라는 답이 있었습니다.”

천중명은 아직 옆구리에 AK 소총을 끼우고 있어서 휴식을 취하는 사냥꾼처럼 보였고, 곽대출은 총구를 아래로 해서 앞으로 들었는데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한 마디로 천중명의 명령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누구든 긁어버릴 수 있다는 태도였다.

양서평은 놀라는 심정으로 천중명을 보았다.

강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았다.

그렇더라도 소총을 든 모습이 저토록 자연스러운 것과 강단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솔직히 지금 쭉 서 있는 모든 남자 중에서 천중명이 가장 강해 보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안에 약품이 있나?”

“전투에 대비한 구급상자가 있습니다.”

“그럼 부상자들을 먼저 치료해. 그리고 저놈들이 가진 무기 전부 내놓으라고 지시하고.”

“예, 회장님.”

조양회의 지시가 떨어지자 승용차에서 내린 놈들이 구급상자를 들고 움직였고, 강갑수와 조호철을 상대했던 놈들이 반 박자 늦게 무기를 꺼내놓았다.

“물을 줘. 담배도 있으면 하나 주고.”

조양회의 지시에 남자 한 명이 이번엔 차에 있던 물병들을 가져왔고, 역시나 담배를 꺼내 건넸다.

“저쪽에도 하나씩 부탁해.”

“예, 회장님.”

조양회가 나서서 천중명에게 불을 붙여준 뒤에 담배를 들고 곽대출부터 강갑수, 조호철에게 차례로 권했다. 그러면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 사람씩 차례대로 전했다.

“후우-.”

조양회가 담배와 물을 모두 건넨 다음이었다.

“양서평 부총재.”

천중명은 양서평을 불렀다.

이름을 알아들은 양서평의 천중명의 앞으로 움직였고, 그사이에 끼어드는 것처럼 조양회가 자리했다.

“원하는 것을 말해봐.”

“체면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조양회가 중국어와 우리말로 번갈아 내용을 전해주었는데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고개를 끄덕인 천중명이 픽 웃자,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양서평이 비슷하게 웃었다.

“위성 전화가 있나? 우선 신상훈 총괄사장에게 먼저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조양회가 승용차로 움직인 다음이었다.

“이 새끼들아! 고작 넷을 상대로 몸뚱이가 이게 뭐야? 어디 불안해서 일 맡기겠어?”

붕대를 감은 강갑수와 조호철을 향해 곽대출이 툴툴대는 소리가 황야에 울려 퍼졌다.

**

길고 긴 회의였다.

놀랍게도 천상기는 그 회의를 ‘우리 상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하는 모습으로 진행하며, 수시로 ‘저렇게 깊은 뜻이?’ 하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최만호 회장. 이 부분에서 동생회장님이 내린 지시가 어떻게 돼?”

“부회장님의 의견대로 공장에 임시 라인을 가동할 수 있도록 물량을 지원해주고, 필요하다면 자금을 지원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럼 이 건은 더 의논할 필요 없지?”

“물량을 제가 정해도 되겠습니까?”

최만호의 질문을 받은 천상기는 “후!” 하고 앞으로 쏟아진 머리칼을 불어내며 고개를 들었다.

“나를 시험하는 거야, 뭐야? 그런 물량까지 동생회장님이 결정했을 리가 없잖아! 그 정도도 결정 못 하겠으면 자동차 그룹 회장 자리 내놓든가!”

“아닙니다. 제가 판단해서 결정하겠습니다.”

유진교는 흐뭇한 표정을 속에 깊숙이 넣어둔 채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빠르게 메모했다.

준비된 부회장쯤 될까?

천상기는 정말이지 잘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의중을 몰라 조심하는 최만호에게 권한을 분명하게 양도했고, 이어서 결정을 내려줌으로써 그들의 책임을 떠안았다.

“내가 지난번에 배운 게 있어.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난 아직도 섬에서 굴을 까고 있었을 거야.”

회의의 중간에서 천상기는 대송자동차 그룹의 회장단 네 명과 유진교를 향해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는데 동생회장님은 지경이 그런 믿음과 신뢰, 배려를 고객에게 전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아.”

차라리 천상기가 거친 말을 퍼부었다면 듣고 있던 다섯 명이 지금보다는 덜 놀랐을 게 분명했다.

“그런 서비스를 실제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직원이야. 우리의 역할은 그 직원을 지켜주는 것일 테고. 물론 며칠 전에 보았던 지경제강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도 있겠지. 그렇더라도 여기 회장단이 흔들려서는 안 돼.”

천상기는 어딘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눈매로 둘러앉은 다섯 명을 돌아보았다.

“생산을 중단한 차종의 밴드사를 적극 지원하고, 혹여 곤란한 곳은 없는지 살펴요. 우리와 함께하는 그 어떤 직원도 삶이 곤란하지 않도록. 동생회장님이 돌아와서 내가 보고할 때 그 점 하나는 분명하게 처리되어 있었으면 싶어.”

“예, 부회장님.”

답을 최만호가 대표로 했다.

홱!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흐뭇한 웃음을 삼키느라 답이 늦었던 유진교가 천상기의 시선을 받고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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