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드 오브 머니-261화 (261/315)

# 261

261. 미끼가 좋잖아 (3)

이전까지 거칠 것 없는 삶을 살았던 곽대출은 도깨비가 되면서부터 천중명에게 고개 숙였다. 그래서 곽대출의 인생은 도깨비에 지원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렇다고 곽대출이 모자란 사람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타고난 몸놀림에 끝장나는 근성을 갖춘 그가 눌린 건 순전히 천중명이 괴물이어서 그런 거지, 그 외에 다른 누구에게도 꺾여본 적은 없었다.

자세를 잡은 곽대출을 향해 문윤이 단박에 칼을 휘둘렀다.

쉐엑! 쉑! 쉐엑!

날이 넓거나 길이가 긴 칼은 꼭 저런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 반동을 이기는데 반드시 짧은 틈이 생긴다.

쉐에엑! 화악!

곽대출은 네 번째 번쩍인 문윤의 칼을 따라 상체를 던졌고,

터억!

놈의 오른팔을 겨드랑이에 끼웠다.

쉑! 콰악!

손목을 비튼 문윤의 칼이 곽대출의 배낭을 찍었을 때,

핏! 핏! 피윳!

곽대출은 놈의 겨드랑이 근처를 세 번 갈랐고,

서걱! 피윳!

그 칼로 목을 타고 들어가 쇄골과 어깨 근처를 갈랐다.

“커흑!”

비명과 동시에 문윤의 몸이 비틀거렸다.

꽈악!

곽대출은 놈의 어깨를 좀 더 당겼다.

푹푹! 푹푹푹!

그리고는 문윤의 양쪽 어깨를 연달아 찍었다.

“끄윽!”

비틀대며 물러난 문윤이 모랫바닥에 널브러지는 것을 보며 곽대출은 숨을 몰아쉬었다.

“개새끼! 회장님 말씀만 아니었으면 목을 잘라버리는 건데! 운 좋은 줄 알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눈알을 파낼 틈조차 없을 정도로 문윤은 벅찬 상대였다.

천중명은 여기까지만 하라고 했었다.

적이 계속해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거나 달려들지 않으면 몸을 숨기라고 지시했고, 다음으로 혹시 달려들더라도 대가리를 잡으면 남은 놈들은…….

“와아-!”

곽대출은 달려오는 세 놈을 보고 슬쩍 몸을 빼냈다.

남부증권에서처럼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부담이 없는 곽대출은 이렇게 무섭다. 그러니 천중명은 오죽하겠나.

주척정의 발을 보았던 천중명이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모래 위였다. 보통 사람은 ‘서벅’ 거리는 발걸음을 내는 반면에 주척정은 반쯤 잘린 짧은 소리로 걸었다.

누군가 발목을 걷어찼을 때도 중심을 잃지 않는 훈련을 한 사람들은 대개 저렇게 걸었다. 그러니 주척정은 무술을 배웠을 확률이 높았다.

스걱.

천중명은 허리에 걸었던 대검을 거꾸로 들었다.

상대방이 가진 것이 돈이든, 무술 실력이든 그건 상관없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무술을 익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것만은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말이다.

다른 사람을 노리고 달려들 때는 제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쯤 알아두는 게 좋다.

눈과 눈이 마주친 직후였다.

주척정은 모래 위를 뛰어넘다시피 천중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쐐액! 핏!

배운 놈은 달랐다.

번득하는가 싶은 순간에 주척정의 칼이 왼쪽 허리에서 오른쪽 상체로 솟구쳤고, 상체를 비튼 천중명의 가슴에 기다란 선을 남겼다.

휘릿! 쉐엑!

위로 들렸던 주척정의 칼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천중명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설프게 놈의 손목을 잡아채려 했다가는 팔뚝이 단숨에 잘렸을 정도로 매서운 칼질이었다.

휘리릭!

주척정이 현란하게 칼을 뒤트는 순간이었다.

천중명은 곧바로 상체를 기울이며 대검을 내밀었다.

가가각!

투박한 소리와 함께 주척정의 칼이 방향을 잃었을 때,

휘익! 콱!

놈의 손목을 잡아챈 천중명이 대검을 바싹 붙였다. 그리고는,

핏! 피윳! 핏핏핏핏핏!

팔뚝을 타고 올리며 주척정의 팔을 일곱 번이나 갈랐다.

당황한 놈이 움찔하며 몸을 빼내려 했을 때,

피이-윳!

천중명은 대검을 뽑듯이 위로 들며 놈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또다시 길게 갈랐다.

놀랄 틈이 있어?

콰악!

천중명은 곧바로 놈의 어깨를 잡아당겼고,

피윳!

오른쪽 어깨를 가른 직후에,

푹푹!

왼쪽 어깨를 두 번 찔렀다.

“끄윽!”

이제 와서 비명은?

칼을 움켜쥔 주척정의 오른손이 떨리고 있었다.

근육이 잘려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터억!

천중명은 놈의 멱살을 잡아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당겼다.

“도깨비를 상대할 때는 돼먹지 않게 멋 부리지 말고.”

우리말을 모르는 놈이었다.

뭐라는 거야, 놈의 눈에 의문이 담긴 직후였다.

“다음번에 태어나면 정당하게 먹고살아.”

말을 건넨 천중명은 대검을 왼쪽으로 돌렸다.

푹푹! 푹푹!

그리고는 놈의 왼쪽과 오른쪽 어깨에 연달아 대검을 찔러넣었다.

“이제 가라!”

홱!

밀려난 주척정이 발작처럼 몸을 뒤틀다가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아-! 저놈을 죽여! 쏴! 죽이라고!”

놈의 몸에서 뿜어진 피가 주변의 모래를 물들인 동안에도 고함은 멈추지 않았다. 하긴, 이제 겨우 젓가락질이나 할 정도로 양팔이 망가졌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철컥!

세 명의 조직원이 총을 꺼낼 때 천중명은 아래로 몸을 숨겼다.

“따라가! 가서 죽여! 죽이라고!”

어둠을 깨트리는 주척정의 고함을 뒤로 한 채 세 놈이 천중명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하루를 마친 추일원은 탱크로리를 지키는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 다섯을 캠핑카로 불렀다.

“내일부터 중간에 벌판을 지난다. 여기 지도를 잘 외워둬.”

그러면서 그는 탁자에 올려놓은 지도의 도로를 따라 검지를 움직였다.

“여기! 여기! 이곳에 보이는 벌판부터는 길을 가로지를 수 있단다. 도로를 따라가는 것보다 최대 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니 누구나 직선거리를 택할 거다.”

지도를 살핀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이었다.

“어제, 오늘 앞을 가로막는 연습을 하는 느낌이었거든. 벌판에 나서면 반드시 수작을 부릴 테니까 신경 바싹 세우고, 내일 출발 순서 알지?”

“예.”

“앞선 차가 타겟이 되면 뒤에서 도와주고, 뒤편이 타겟이 되면 알아서 해결해.”

“알겠습니다.”

대원들이 답을 하고 난 다음이었다.

“내일 마지막 출발이 누구냐?”

추일원이 물었고,

“접니다.”

강갑수가 짧게 손을 들었다.

“만약 네가 타겟이 되면 도울 방법이 없다. 일이 벌어지면 누구보다 드라이버를 챙기고. 내일은 누구 한 명이 갑수와 함께 타라. 누가 갈래?”

세 명쯤 손을 들었는데 추일원은 그중 한 명을 시선으로 가리켰다.

“조호철. 네가 함께 타. 둘이 친하잖아.”

“예.”

“그럼 그렇게 알고 쉰다. 새벽에 교대할 때도 탱크로리에서 시선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조심해.”

추일원의 당부를 끝으로 남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

새벽에 잠이 깬 천상기는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하고서 휴대 전화기를 들었다.

[문어가 다리를 휘감아 바다에 들어가는 꿈]

검색창에 내용을 입력했던 천상기가 “젠장!”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문어를 잡는 건 좋은 꿈인데 반대로 바다에 끌려가거나 놓치는 경우는 가까운 사람을 잃거나 바라던 일이 깨진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눈 부신 불빛을 이겨가며 혹시 좋은 의미는 없나를 찾던 천상기는 휴대 전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강갑수와 둘이서 조개를 잡으며 놀았다.

“여기!”

천상기가 소리치면 그가 잠수했다가는 커다란 조개를 들고나오는 꿈이었다.

좋았다. 기막히게 실감 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커다란 문어가 나와 두 사람의 다리를 휘감더니 바다로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눈을 하얗게 뜬 강갑수가 달려든 덕분에 천상기는 풀려났다.

“갑수야! 갑수야-아!”

그러나 천상기의 고함 앞에서 버둥대던 강갑수가 바다 깊숙이 잠기며 잠에서 깨어났다.

“뭔 문어 새끼가 사람을 괴롭혀? 그럼 뭐! 내가 그동안 먹은 갈치, 조기, 고동, 다 나와야지! 왜? 소, 돼지도 나와서 다리를 물지!”

이상하게 화가 치밀어서 천상기는 결국 이불을 홱 걷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달칵.

거실의 불을 켠 그는 불빛을 피해 고개를 비틀며 주방으로 걸어가 물을 마셨다.

“후-.”

잘 지낼 거다. 이마를 마주 댄 것이 반드시 살아서 다시 보자는 의미이니까 강갑수는 잘 있다가 돌아와 밥 같이 먹으며 킬킬댈 거다.

혹시 트럭이 뒤집히면?

그 빌어먹을 랠리에서는 사람도 여럿 죽었다던데?

물을 더 마신 천상기는 소파로 걸어가 TV를 켜고는 그 자리에 벌렁 누웠다.

이럴 때는 차라리 옆에서 TV라도 떠드는 것이 잠들기 편하다고 느껴서였다.

**

돌아가자니 방향을 잃었고, 따라가자니 잡을 방법은 없고.

팔이 완전히 망가진 주척정과 역시나 팔이 부러진 조직원 둘을 남겨놓은 채 천중명을 따라가던 세 놈은 아예 사막에서 길을 잃은 꼴이었다.

환장할 일이다.

저 앞에서 어슴푸레한 하늘을 배경으로 물을 마시는 천중명을 바라보는 것은.

물병을 내린 천중명이 손등으로 입가를 닦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직원 셋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마른침을 삼켰다.

“에이, 씨!”

타앙! 타아앙! 철컥! 철컥!

분을 못 이겨 탄알이 떨어지도록 총을 쏘았지만, 바닥으로 녹아들었던 천중명은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내고는 다시 물을 마셨다.

“어떻게 하지?”

“돌아갈 길도 모르잖아!”

“더 지치기 전에 따라가자. 이러다가 저 인간이 없어지면 정말 길을 잃어!”

모닥불도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 세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이라도 좀 달라고 해볼까?”

조직원 한 명의 터무니없는 질문을 던졌는데 남은 두 놈이 욕을 퍼붓기는커녕, 줄까 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곽대출을 따라가던 세 놈은 상황이 더 고약했다.

천중명이 꾸준하게 모습을 보여준다면 곽대출은 아예 10여 분을 사라졌다가 뜬금없이 엉뚱한 방향에서 나타나곤 했다.

찰칵.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곽대출이 물병을 거꾸로 세워 입에 쏟아붓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저, 저, 저거!

심지어 곽대출은 아까운 물을 입 주변으로 콸콸 흘리기까지 한다.

입가를 닦으며 마른침을 삼킨 조직원들의 코로 담배 냄새가 달려들었고, 그만큼 목이 더 바싹 말랐다.

“여기가 어디지? 별이나 달을 보면 방향을 안다던데?”

“그걸 어떻게 알아?”

“미치겠네, 진짜!”

이제 곽대출이 아니면 아예 길을 잃을 판이다.

“남은 놈들은 뭐하는 거야? 불을 피우든가, 총을 쏘든가 해야지! 전화 좀 확인해 봐!”

얼른 꺼내본 휴대 전화기는 여전히 먹통이었다.

“어? 움직인다!”

“빨리 따라가!”

이건 추적이 아니다. 길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도대체 칼은 왜 들고 가는 거지?

세 놈은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다. 모래가 잔뜩 들어온 신발을 벗어버릴까 고민하는 놈도 있었다.

세 시간이 지나자 별은 완전히 지평선으로 기울었고, 그 하늘을 배경으로 따라오던 세 놈은 탈진한 모습으로 겨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후-.”

걸음을 멈춘 천중명은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물을 마셨다.

그다지 목이 마르지는 않았지만, 지켜보는 놈들의 기운을 빼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물 좀 줘-어!”

그리고 반병쯤을 단숨에 마신 천중명의 귀로 어설픈 우리 말이 들렸다.

미친 새끼들!

죽이겠다고 권총에 칼을 들고 덤벼놓고서 물을 달라는 소리가 나오는 건지. 제 놈들이 그동안 죽이거나 괴롭힌 사람의 사정을 봐줬을 리도 없으면서.

픽 웃은 천중명은 반쯤 남은 물통을 높게 들었다가 앞쪽으로 휙 던졌다.

우르르!

세 놈이 미친 듯이 휘청이며 뛰어 올라오는 것을 본 천중명은 바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다 왔다.

그러니 저 물을 마시기 위해 이 위쪽으로 올라온 놈들도 보게 될 게 분명했다.

세 놈 중에 두 놈이 거의 동시에 몸을 날렸다.

퍼석! 콰다닥!

“놔! 놓으라고!”

“이 새끼야! 내가 먼저 잡았잖아!”

병을 움켜쥐고 모랫바닥을 구르는 두 놈에게 남은 한 놈이 달려들며 상황은 아비규환이었다.

콰작!

그리고 약하디약한 페트병이 찌그러지면서 물이 새고 있었다.

“읍! 우읍!”

그걸 서로 받아마시겠다며 뒤엉킨 세 놈을 천중명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기! 저놈 뒤를 좀 봐!”

그런 뒤에 바닥에 주저앉았던 놈이 벌떡 몸을 세우고는 천중명이 서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뭐야? 저거 텐트 아냐?”

“맞아! 차도 있다!”

“저거 진짜지? 맞지?”

세 놈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중명은 베이스 기지를 향해 걸었다.

“얼른 따라가자! 저놈이 차 끌고 가면 다 끝난다!”

직선거리로 대략 3백미터쯤 내리막이었다.

칼을 집어 든 세 놈이 바쁘게 달렸다.

무릎을 짚은 채 헐떡이는 세 놈을 곽대출은 멀찍이서 바라보았다.

‘너무 돌았나?’

괴롭히는 재미가 쏠쏠해서 이리저리 끌고 다녔더니 시간이 지체됐다.

하늘을 살핀 곽대출은 대강 방향을 정하고 걸음을 옮겼다.

뭐, 이 정도면 나머지는 천중명이 알아서 해줄 테니까 저깟 놈들은 버렸다가 나중에 주워도 된다.

곽대출이 작정하고 빠르게 걷기 시작한 다음이었다.

서벅대는 발소리와 함께 세 놈이 버둥버둥 따라오기 시작했다.

길을 잃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기지에 들어선 천중명의 앞으로 소총을 든 군인이 튀어나왔다.

“침착해.”

우리 말이었다.

그 직후에 마타르와 함께 보았던 통역이 불쑥 튀어나왔다.

“회장님이십니까?”

“저기 오는 세 명을 우선 체포해. 내용은 알지?”

“예.”

답을 한 통역이 콧수염을 기른 군인을 향해 말을 건넨 다음이었다.

우르르! 쩔걱쩔걱!

군인들 열댓 명이 이제야 일을 찾았다는 것처럼 세 놈을 향해 달려나갔다.

퍽! 퍼억! 퍽! 퍽!

꼼짝 말라거나, 체포한다거나 하는 말 따위 없이 무자비한 매질이 시작되었다. 기다리기 지루했던 분노가 터져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물이나 좀 먹이고 때리지.

“물을 드시겠습니까?”

“커피가 있나?”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 물을 부탁해.”

통역이 충성스러운 모습으로 물을 가져올 때 군인들은 피범벅인 세 놈을 질질 끌며 베이스 기지로 돌아왔다.

놈들이 아등바등 물을 향해 기었을 때였다.

퍼억! 콰작! 콱콱!

군인들이 또다시 잔인한 매질을 시작했다.

에이! 마음 아프게!

천중명은 몸을 돌린 뒤에야 물을 마셨다.

“저기 또 옵니다!”

그리고 그 직후에 통역이 가리킨 곳에서 곽대출의 모습이 보였다.

“뒤에 세 명 보이지? 그놈들 잡으면 돼.”

“예.”

재방송을 보는 기분이었다.

곽대출의 뒤로 우르르 군인들이 달려갔고, 이어서 처절한 매질 소리가 새벽의 사막에 울려 퍼졌다.

“일찍 오셨습니까?”

“조금 전에. 물 마셔.”

“예, 회장님.”

곽대출의 눈을 본 천중명이 픽 웃었다. 어쩐지 쌓였던 스트레스를 완전히 풀어낸 얼굴이어서 그랬다.

“이제 남은 놈들 해결하러 가야지?”

“아쉽습니다.”

천중명의 질문에 곽대출이 답을 했고, 그 뒤로 군인들이 역시나 곤죽이 되다시피 깨진 세 놈을 끌고 왔다.

“저렇게 팰 줄 알았으면 아예 내가 할 걸 그랬습니다.”

“미친놈. 눈알 파내는 줄 알고 걱정했다는 건 아냐?”

씨익 웃는 곽대출과 천중명을 통역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것들 차에 태워서 남은 놈들을 데리러 갔으면 싶은데?”

“준비하겠습니다.”

통역이 콧수염 난 군인에게 움직일 때 곽대출이 담배를 권했다.

찰칵.

“후우-.”

일을 마치고 피우는 담배 맛은 다른 것에 비할 바 없이 좋았다.

“작전이 기가 막혔습니다. 저놈들 완전히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겠지요?”

“이제 가등섭 차례인 거지.”

곽대출의 질문에 답을 한 천중명은 여유 있는 얼굴로 뿌옇게 밝아오는 세상을 향해 연기를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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