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139. 경고를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3)
곽대출은 세상살이 귀찮은 사람처럼 팔다리를 길게 뻗은 자세로 의자에 축 늘어졌다.
이제 한 시간 반 뒤에는 남부증권에서 대치동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개새끼들이! 좀! 떼로! 어? 우르르! 몰라? 삼합회라는 것들이 당최 깡이 없어, 깡이! 이럴 때 크게 한번 사고 쳐주면, 햐! 삼합회가 무지막지하구나! 이럴 거 아니냐고?”
1인용 의자에 눕다시피 퍼진 곽대출이 죄 없는 천장을 노려보며 씨가 될 말을 툴툴 내뱉은 직후였다.
띠루룩.
[상황 발생! 인원이 너무 많다! 객장으로 모여! 타깃 위치 확인해!]
거칠게 달리는 것처럼 숨 가쁜 서상현의 무전이 휴대 전화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와락! 크드등!
햇살을 즐기다가 쥐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튀어 오른 곽대출은 곧바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4층 객장으로!”
그리고는 서너 계단을 단박에 올라오는 서상현과 마주쳤다.
와락! 와락!
이럴 때는 말 필요 없다.
서상현의 거친 숨소리와 달아오른 것처럼 붉어진 눈빛이면 설명은 충분했다.
“뭐야?”
“꺄아-악!”
복도 끝의 계단에 있던 고객들이 놀라 몸을 피할 때였다.
“이쪽입니다! 올라오십시오!”
5층의 계단에서 머리를 내민 유비캅 직원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후다닥! 와락!
나는 듯이 위로 올라간 곽대출의 눈에 복도 안쪽에 있는 유비캅 직원이 들어왔다.
“박승양 회장은 어디 있어?”
“이 안쪽에 있습니다!”
문을 지키는 직원이 안을 가리켰다.
“열어! 그냥 열라고!”
곽대출의 지시에 직원이 잠겨 있는 자동문을 양손으로 잡고는 벌리듯이 열었다.
와락! 와악!
“꺄아-악!”
거칠게 뛰어든 곽대출과 유비캅 직원을 보며 안쪽의 여직원이 비명을 지른 직후였다.
“박승양 회장님! 어디 계십니까! 천중명 회장님의 지시입니다!”
곽대출이 고함을 버럭버럭 질렀고,
우르르르!
그 고함을 붙든 것처럼 열 명이 넘는 촌스러운 복장의 남자들이 유리문을 통과해 안으로 몰려들었다.
“직원들은 안으로 들어가! 빨리!”
5층은 문 바로 앞에 적당한 사무 공간이 있었으며, 안쪽 벽을 타고 개인 사무실이 다섯 개쯤 있는 구조였다.
놀란 직원들이 창을 타고 그쪽 끝에 있는 탕비실로 몰려 들어간 다음이었다.
찰칵. 끼이익.
안쪽 문이 열리면서 박승양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이게?”
“천중명 회장님께서 혹시 모른다고 지켜드리라고 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저희가 다시 부를 때까지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과연 박승양이었다.
곽대출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가타부타 말 한 마디 없이 쾅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문을 닫았다.
됐다. 우선 급한 불은 껐다.
“연습한 대로 합시다. 한 명은 박 회장 방문 앞을 지켜요.”
곽대출의 지시에 직원 한 명이 문 앞으로 움직였고, 서상현과 남은 직원은 3단봉을 꺼내 들었다.
이미 서로의 목적을 빤히 아는 처지였다.
직원들이 신고할 테고, 증권사다 보니 경찰 출동도 빠를 일이었다.
“짜장면을 배달 왔으면 배달통을 들고 와야지? 도끼는 뭐에 쓴다고 들고 와?”
서상현과 유비캅 직원이 어이없는 눈으로 곽대출을 바라볼 때였다.
“서둘러!”
조직원들의 뒤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면서,
우르르! 우르르르!
도끼와 돼지 잡을 때나 씀 직한 커다란 칼을 든 조직원들이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를 악문 곽대출은 무섭다.
거기에 눈알이 위로 들리면서 하얗게 변하면 진짜 악귀같이 보이고, 시커먼 얼굴에 핏줄과 근육까지 불끈불끈 솟아나면 두 번 다시 마주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 된다.
부우웅!
사선으로 날아드는 도끼를 곽대출은 상체만 뒤로 젖히며 피했다.
와락!
그리고는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튕기듯이 상체를 앞으로 던졌다.
콰악!
마치 코를 물어뜯을 것처럼 상대의 얼굴을 향해 곽대출의 상체가 달라붙은 다음이었다.
“끄악! 끄아아악!”
목줄을 뜯기는 것보다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이어서 도끼를 휘둘렀던 남자가 얼굴을 감싸 쥔 채 비틀비틀 벽으로 밀려났다.
섬뜩한 광경에 싸움이 잠시 중단됐다.
상상이나 해 봤겠나.
곽대출의 오른손에 조직원의 눈알이 들려있을 거라는 걸.
“구경 왔니! 서둘러!”
뒤편에서 누군가의 어색한 지시가 다시 떨어지면서,
우르르르르!
조직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부우우웅! 콰다당! 콰아앙!
서상현과 유비캅 직원을 노리고 날아든 칼과 도끼에 책상과 물통, 책장이 부서지며 가루가 날렸다.
콰악! 짜그락! 카앙! 캉! 퍼억! 퍼버벅!
곽대출이 워낙 빠르고 강했다.
그 바람에 곽대출이 조직원을 쓰러트리는 동안, 서상현과 유비캅 직원이 그 옆을 지키는 모양새가 나왔다.
콰작! 퍼버벅!
곽대출이 오른쪽에서 덤비는 놈의 이마를 들이받은 뒤에 목덜미를 연달아 찍은 직후였다.
부우웅! 부웅!
왼편에서 도끼와 돼지 잡는 칼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카아앙! 캉! 퍼억!
유비캅 직원이 3단봉으로 막았지만,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급하게 상체를 비튼 곽대출의 왼쪽 등 위쪽에 돼지 잡는 칼이 박혔다.
꽈악! 와락!
사람이 칼을 맞으면 좀 움찔하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콰작!
칼을 찍은 놈의 팔을 안듯이 잡아챈 곽대출이 놈의 미간을 들이받았고,
덥썩!
눈알 뒤집힌 악귀 같은 얼굴로 조직원이 머리통을 붙들었다.
“안…! 아아아아-악! 끄악! 끄아악!”
얼굴을 감싼 채 상체를 숙인 놈의 처절한 비명이 사무실을 울릴 때였다.
왼쪽 등 위쪽으로 돼지 잡는 칼이 꽂힌 곽대출이 또다시 눈알을 사무실 바닥에 툭 던졌다.
머리가 터졌는지 주르륵 흐른 피가 눈과 코를 적셨고, 등에 박힌 칼의 손잡이가 불쑥 어깨 위로 올라와 있었으며, 오른손은 눈알을 뽑아내느라 피범벅인 곽대출이 사악한 미소를 그려냈다.
“다음번에 걸리는 놈은 반드시 양쪽 눈알을 파준다!”
조직원도 조직원이지만, 솔직히 서상현과 유비캅 직원 역시 완벽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켜!”
결국, 조직원들을 이끌고 온 놈이 네모난 판도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다른 놈은 모른다. 너는 내가 목을 자른다.”
어색한 말을 던진 놈이 곧바로 곽대출에게 달려들었다.
“옆에 두 놈을 막아!”
그의 지시에 다른 조직원들이 우르르 서상현과 유비캅 직원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
때로는 날카롭게 반짝이는 칼보다 무쇠로 만든 우리 부엌칼처럼 거무튀튀한 칼이 더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유독 따갑게 느껴지는 바닷가의 햇살과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승용차와 승합차에서 내린 놈들은 그렇게 무식하고 무뎌 보이는 칼과 도끼를 들고 있었다.
“어어?”
건어물을 팔던 상인들이 놀라서 뒷걸음질로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동안, 천중명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앞에서 한두 놈 상대하느라 나머지 숫자가 가게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천중명이 횟집 유리문 앞까지 뒷걸음질 쳤을 때였다.
드르륵.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여겼던지 장만섭이 문을 열었다.
“회장님!”
그가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천중명을 부를 때,
우르르르르르!
비슷한 속도로 다가오던 조직원들이 느닷없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가게 입구를 막아! 총수님과 어머니는 송달순이 지키고!”
천중명은 빠르게 지시를 내리고는 횟집의 입구를 막아섰다.
“들어가서 입구를 막으라고!”
“예!”
유리문 네 개로 입구를 만든 횟집이었다.
천중명이 셋, 넷을 상대한다고 해도 열이 넘는 나머지 놈들이 유리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부우-웅! 부웅!
도끼와 돼지를 잡을 때나 쓰는 커다란 칼이 거침없이 날아들었다.
뒷일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였고,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고 보겠다는 각오였다.
터억!
천중명은 도끼를 휘두른 놈의 오른팔을 껴안듯이 잡아 오른쪽 어깨에 걸쳤다.
휘익! 콰자자작!
팔꿈치에 손을 걸친 천중명이 놈의 팔뚝을 완전히 부러트렸고,
“끄으! 끄으-아!”
부웅! 퍼억! 쉐엑! 퍽! 붕! 콰작!
뒤편에서 날아오는 칼과 도끼에 팔이 부러진 놈을 밀어 넣었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가리에 돼지 잡는 칼, 어깨와 옆구리에 도끼가 박힌 놈이 스르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느닷없는 상황에 조직원들이 뒤로 물러나면서 잠시 틈이 있었다.
화창한 햇살, 바닷바람, 그리고 파랗게 다가왔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앞에 둔 바닷가의 횟집에서 보기 힘든 황당한 광경이었다.
“뭘 보고만 있어! 안으로 들어가!”
휘리릭! 꽈악!
천중명이 앞에서 달려드는 한 놈의 팔을 낚아챌 때였다.
휘익! 콰장창!
그사이 조직원들이 얼음 담긴 상자를 집어 던지면서 가게의 유리문이 박살났고,
우르르! 콰장! 콰장창!
천중명을 피하듯이 조직원들이 뛰어들었다.
휘익! 콰자작!
“꺼윽!”
천중명은 우선 손목을 잡아챈 놈의 팔을 부러트렸다.
그리고는 유리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쉐에엑! 쉬익! 쉑!
목숨을 빼앗고 말겠다는 칼질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상체를 빼며 뒤튼 천중명의 어깨와 옆구리가 단박에 피로 물들었고,
와락! 콰득!
그 짧은 순간에도 천중명은 마지막 칼질을 한 놈의 손목을 붙들어서 뒤틀었다.
부웅! 와락!
장만섭은 돼지 잡는 칼을 휘두른 놈의 머리통과 어깨를 대각선으로 껴안았다.
퍼억!
오른팔이 장만섭의 머리 위로 들린 조직원이 손목을 꺾어 장만섭의 등에 도끼를 찍은 직후였다.
“우와-악!”
장만섭은 끌어안은 조직원의 겨드랑이, 어깨와 목을 힘껏 당겼다.
콰드드-득!
무서운 힘이었다.
어깨와 목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며 적이 축 늘어지는 모습이 그랬다.
까앙! 카차-앙!
그런 장만섭을 노리고 날아든 칼과 도끼를 송달순이 프라이팬으로 막았다.
“물러-나! 총수님을! 총수님을 모셔!”
우렁우렁한 고함을 지르는 장만섭은 도끼를 등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쉐엑! 콰드등! 휘익! 콰다당! 퍼서석! 와락! 콰악!
탁자가 부서져 처박히고, 의자가 바닥을 뒹구는 속에서 천중명은 독이 하늘까지 뻗친 아수라처럼 조직원들을 상대했다.
쉐엑! 피잇! 쉑! 핏!
“어딜 가!”
어깨와 등, 옆구리의 옷이 갈라진 틈으로 흥건하게 피가 배어 나온 천중명이 또다시 손을 뻗쳤다.
그리고는 장만섭을 피해 방으로 달려드는 조직원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쉑! 핏! 쉐에엑! 피윳!
그사이에 왼쪽 어깨가 두 번이나 갈라졌는데,
꽈악! 콰자작!
천중명은 문을 향하던 놈의 목을 잡아 거칠게 머리를 비틀었다.
스으윽! 털썩!
조직원의 몸뚱이가 바닥에 자빠지기도 전이었다.
“죽어!”
부웅-!
고함의 끝을 타고 천중명의 머리로 도끼가 떨어져 내렸다.
“회장니-임!”
장만섭이 몸을 날렸다.
퍼억!
그리고 그 바람에 천중명을 노리던 도끼가 그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으와-악!”
그런데도 그는 오른손 주먹을 휘둘러 조직원의 얼굴을 갈겼고, 미친놈처럼 달려들어 상대의 목을 겨드랑이에 끼워 넣었다.
휘익! 콰자작!
장만섭이 조직원의 목을 부러트리는 순간이었다.
“뚫어! 지금 뚫으라고!”
장만섭이 비켜선 틈으로 조직원 둘이 뛰어들었다.
붕-! 휘리리리리릭!
그와 동시에 문을 막아선 송달순을 향해 누군가가 던진 도끼가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날았다.
“피해!”
천중명의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달순이 그나마 몸을 오른쪽으로 던졌다.
콰악! 콰자자작!
창호지가 발린 나무 문짝이 도끼에 맞아 거칠게 터져 나갔다.
그 직후였다.
문이 부서지면서 그 안쪽에 놀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벽에 기댄 자세로 물러서 있는 천호득의 모습이 드러난 것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멍한 시선을 돌려 천중명을 바라보았다.
‘네가 정말 중명이냐?’
그 짧은 순간에, 천호득의 눈에 담긴 의문을 천중명은 분명하게 보았다.
와라-아아악! 와라-라라락!
부서진 문 맞은편 벽의 창으로 쏟아져 들어온 빛이 천호득의 등을 비추었고, 그 빛을 받으며 두 놈이 방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천천히 천중명의 눈에 담겼다.
천호득은 무방비 상태였다.
놀라움, 두려움, 당황함 아래로 의심이 퍼진 천호득 앞에, 송달순은 옆으로 쓰러져 있었고, 장만섭이 뒤늦게 뛰어들고 있었다.
모른 척 눈을 감으라고?
그래서 사고로 천호득이 죽은 것으로 하자고?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생각은 길지 못했다.
“어딜 마음대로 들어가!”
휘이이익!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천호득의 앞에서 천중명은 달려드는 두 놈의 목덜미를 거칠게 잡아채고는 그 힘을 이용해 훌쩍 몸을 날렸다.
휘익! 쉑! 퍼억! 퍽!
뒤로 밀려나는 놈들이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빗겨 맞았고, 다른 놈이 내리찍은 돼지 잡는 칼이 오른쪽 등에 제대로 박혔다.
“회장님!”
천중명이 천호득의 앞을 막아선 직후였다.
퍼억! 퍽! 콰드드득!
간발의 차이로 뛰어든 장만섭이 뒤로 밀려난 두 놈을 처리하는 거친 주먹질과 뼈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벌떡 일어난 송달순이 쟁반을 연달아 집어 던지며 조직원들을 일단 뒤로 물렸다.
주르륵!
천중명의 오른쪽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이마를 타고 볼을 지나 턱 아래로 흘러내렸고, 등에 박힌 칼자루가 오른쪽 팔 바깥으로 삐죽 나왔다.
천호득은 천중명을, 천중명은 천호득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앞이 막힌 데다, 멀쩡하게 서 있는 놈이 서넛밖에 없어서 조직원들도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아셨네요.’
천호득의 눈에 담긴 것은 확신이었다.
덮고, 모른 척하고, 외면하려던 그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천중명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천호득은 지켰으니까 된 거지.
거짓말처럼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을 하고 천중명은 픽 웃었다.
재벌, 원해서 된 거 아니었거든요.
꼴통재벌이 되겠다는 거, 설명조차 안 되는 일이 벌어지더니 일이 꼬이고 꼬여서 여기까지 왔었던 거구요.
내 것이 아니었던 걸 위해 아버지가…, 아니 총수님이 죽는 걸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모든 걸 잃더라도요.
“정리하고 난 뒤에 말씀하세요.”
천중명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죽은 모양인지 움직임이 없는 놈, 고통을 이기지 못해 버둥대는 놈들 사이에서 세 놈이 독한 눈을 뜨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잔치가 끝난 뒤에 나타나는 각설이처럼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도 들렸다.
“서로 곤란할 테니 우린 가겠다.”
세 놈 중 중간에 선 놈이 건넨 말이었다.
“둘 중 하나를 택해. 다시는 삼합회의 이름으로 이런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하던가, 여기에서 싹 뒈지던가.”
답이 없으면 정말 죽인다.
천중명이 고개를 좌우로 꺾을 때였다.
“경찰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삼합회는 다시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가운데 있는 놈이 무언가 켕기는 얼굴로 답을 내놓았다.
“다른 곳은?”
“내가 이번 일의 책임자다. 모두 물러나겠다.”
천중명의 눈을 똑바로 노려본 채 나온 답이었다.
“돌아가.”
오른쪽 얼굴, 어깨, 등, 허리, 팔뚝이 온통 피로 범벅인 천중명이 그를 보며 내놓은 허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