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210화 (210/215)

210화

루시퍼가 사라진 이후의 세계.

즉, 멸망 이후의 세계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실 별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저 바이러스 감염체들이 사라지고 우리의 후발주자들이 따라오는 스토리에 변형이 생겼다는 것뿐.

시간이 지나 마을은 안정을 찾았다. 김준철과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빠르게 복구했다.

그룹별로 분리되어 있던 퀘스트도 모두 통합으로 변하며 게임의 끝을 향하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우리가 루시퍼를 쓰러뜨린 라운드는 열네 번째.

이제부터 다음 라운드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 형 생각에는 어디로 가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커피를 호로록 마신 후 대답했다.

“모르겠는데. 우선 지옥으로 가볼까?”

“…… 거기 말고 또 예상가는 곳은 없어?”

“없어. 아무래도 시스템이 마왕의 정수라고 하며 이 크리스탈들을 줬으니, 마지막 퍼즐인 제 1 마왕 베리엘을 찾는 게 이 게임의 끝인 것 같아.”

지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루시퍼를 처리했으니 딱히 걱정은 없는데…. 녀석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아?”

“루시퍼와 동급 혹은 그 이상.”

“…… 응?”

“루시퍼보다 강하거나 비슷하다고.”

“아니?! 녀석이 그렇게 강하다고?”

“어, 근데…. 녀석이 강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파우스트 녀석이 그 자식과 붙게 되었으니까. 스토리상 녀석과 우리가 싸우게 될 확률은 극히 적을 거야.”

“파우스트…. 그 녀석이 엄청 강하다는 거지?”

“어, 그 녀석은 말이야….”

나는 그동안에 겪은 새로운 스토리 라인과 파우스트의 존재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놀랐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 멸망 계획의 시작과 끝은 바엘이 직접 만든 것이고, 최강자라 불린 루시퍼 또한 그의 계획 중 하나였다는 이야기.

정우가 클클거리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푸우-.

“그래서. 마지막 보스는 루시퍼가 아니었고, 바엘이라는 녀석이다. 이거지?”

“맞아.”

“간단하네. 녀석을 쓰러뜨리면 되는 거잖아?”

“…… 글쎄. 단순히 대화로 끝날지 싸우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어. 내 생각에는 이 정도까지 했으면 그냥 대화 정도로 끝낼 것 같은데.”

“…… 이 게임의 운영진들이 마무리를 그렇게 쉽게 설정해 놨을까?”

솔직히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도 모르겠다. 운영진이 한두 명이 아니니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냈을지 잘 모르겠다.

사실 루시퍼 처치 이후의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녀석을 끝내면 이 게임에서 나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이야기를 대충 끊은 후 조영기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당신이 그룹에 들어와줘야겠어.”

“…… 복춘이는?”

“지금 제약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 상태야.”

“그 제약은 어떻게 없앨 생각이지?”

“지금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하니까. 김리아가 레벨업을 해서 새로운 스킬을 배우거나, 제일 빠른 방법은 파우스트를 찾는 거고.”

“…… 파우스트를 찾는다라.”

“아무래도 이 게임의 끝으로 가려면 파우스트를 찾아야 하니까.”

게임은 충분히 즐겼다.

우리 모두 이 게임에서 하루빨리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바엘을 찾아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는 수밖에.

나는 이 게임의 끝을 내기 위해 새롭게 그룹을 편성했다.

실력으로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최초의 초월자 그룹.

김천재, 마정우, 지군, 고티, 조영기.

우리는 모두를 마을에 대기시키고, 움직이기 편한, 최소한의 인원인 다섯이 천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 * * * *

우리가 천상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단 한 가지. 모든 라운드로 통하는 게이트가 열려있기에 지옥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우리의 걸음은 이곳에서 멈추었다.

성스러운 힘이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대회랑’.

아니지,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대회랑은 조금 달라졌다.

이전과 다르게 하늘에서 신성함만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빛에 섞여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치 섞이지 못하는 물과 기름이 뒤엉겨 흔들리듯 말이다.

우리는 빛과 어둠이 소용돌이치는 대회랑 앞에 서서 잠시 생각했다.

‘……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걸음을 망설이는 우리에게 고티가 말했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확인하도록 하지.”

“…… 아니, 다 같이 들어가자.”

“뭐?”

“혹시라도 스토리 파편이 진행된다면 모두가 내용을 알아야 할 거야. 앞으로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 모르고 있으니까.”

“음…. 그렇군.”

고티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안이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마이클과 다른 이들에게 후속 합류 인원을 준비해놓으라고 했으니, 전투가 벌어져도 큰 문제는 없을 테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대회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앞선 라운드에서는 신성한 빛으로 막혀 아무나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타락한 빛의 대회랑’으로 진입합니다.]

타락했다고?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우리는 서로를 확인한 후 주변을 살폈다.

내부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천장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고, 벽을 따라 올라가는 기다란 원형의 계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우야, 혹시 모르니 너는 여기를 지키고 있어.”

“응? 왜?”

“혹시 누가 우리 뒤를 쫓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 그럼 나는 스토리를 못 보는 거 아니냐.”

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너는 내가 말로 설명해줄게.”

“뭐…. 사실 나는 스토리가 안 궁금하니 그렇게 해.”

“그럴 줄 알았어.”

스토리 라인에 관심이 없는 정우와는 다르게 나머지 그룹원들은 전부 데려가야 한다.

녀석들은 스토리의 진실을 직접 눈으로 보여줘야지 믿는 수 있는 위치니까.

정우가 코를 후벼 파며 내게 말했다.

“근데 적이라 생각되는 놈이 나오면 공격해도 되는 거지?”

“어, 가능하면 묻지 말고 바로 죽여. 아군이면 마이클 능력으로 다시 살리면 돼.”

“…… 좋아.”

우리는 정우에게 회랑의 입구를 맡기고 위를 향해 걸었다.

터벅. 터벅. 터벅.

앞서 미카엘과 함께 입장했던 대회랑의 회의실의 높이가 이 쯤이었던 것 같은데.

천사들은 전부 어디로 간 것일까?

대천사들이 사라졌다고 한들, 천상의 신인 아누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새로운 존재를 만들지 않고 우리를 기다린다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었는데 사라져버린 것일까.

두 가지의 의문이 들지만 현재로서 답을 찾을 방법은 없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천상의 끝을 향해 걷는 것뿐.

“끝까지 올라가면 뭐가 있을까?”

지군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일부로 그의 말을 씹으려는 것은 아니다. 전부 모르니 그저 대답하지 않은 것일 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지군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알 리가 없지, 응? 응. 그렇지.”

“아누.”

“…… 응?”

“아누라는 놈이 있을 거야. 아마도.”

“아누? 이 게임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녀석?”

“그래,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녀석이 있을 것 같아. 스토리의 흐름상 녀석을 만나야 하니까.”

“오호라….”

대회랑의 계단 끝, 그곳에 도착하자 커다란 눈이 그려진 벽이 우리를 맞았다.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양 옆으로 열릴 것 같은 문이 천장에 달려있다. 천사들만이 손이 닿을 수 있게 해놓은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는데 지군이 앞으로 나왔다.

“내가 열게.”

“어떻게?”

“이렇게.”

녀석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천사로 변신하더니 천장에 달린 문을 강하게 밀었다.

키긱. 키기긱.

“으으으으-! 아, 안 열려!”

온 힘을 다한 것 같은데 열지 못한다. 그렇다면 저 문을 열려면 특수한 임무를 우리가 수행해야 한다는 말인데.

선행조건 같은 게 있다면 미리 시스템이 말을 해줬을 것 같은데 대체 뭘까.

키긱. 키기긱.

지군을 지켜보던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왜!!!”

“그거 혹시 옆으로 미는 문 아니야? 중간에 틈이 살짝 보이는데.”

“…… 응?”

지군이 뒤로 조금 물러나더니 문 사이에 갈라진 틈을 보았다. 그리곤 그곳에 손을 넣어 양옆으로 밀기 시작했다.

투득. 투드드득. 투드득!

쿠구구구-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얼마나 강했는지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다른 곳을 보았다.

“으아아아! 아, 안 보여!”

고티가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기더니 지군에게 소리쳤다.

“그 창으로 막아!”

지군이 메타트론의 창을 뻗어 빛을 막았다. 강렬하게 찍어 내리던 빛이 점차 줄어들며 천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빛이 수그러들자 우리 모두가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 저게 아누인가.”

[시스템 메시지]

[천상의 지배자, 신성함의 근원인 ‘아누’가 당신들을 맞이합니다.]

갑자기 몸이 붕 뜨며 우리 모두가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천장의 위에 도착하자 하얀 구름과 검은 구름이 뒤엉켜 휘몰아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좌우양옆 전부를 확인해보니 우리는 태풍의 눈 한 가운데로 보인다.

회랑의 끝에 도착하자 지군이 열었던 문이 천천히 닫히며.

키기기긱- 쿵!

우리가 땅에 발을 디뎠다.

털썩.

‘…… 저게 아누인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커다란 빛이 우리 앞에서 내리쬐고 있을 뿐.

“…… 안녕하십니까.”

아누가 대답했다.

-왔구나.

[시스템 메시지]

[‘무형의 공간’ 꿈의 세계로 김천재 플레이어의 그룹을 초대합니다.]

[앞으로 3초 후 당신은 아누가 만든 환상의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

그때와 같다.

지옥에 있는 사자의 탑, 티아마트를 마주했을 때와 똑같은 메시지.

[‘성스러운 공간’의 주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누’의 기억 속에 있는 파편을 발동시켜 과거와 현세를 잇는 공간을 만듭니다.]

갑자기 강렬한 빛이 몸을 감싸 안더니 새로운 공간으로 우리를 보내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혹은 바이킹이라는 놀이기구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 잠시 느껴지는 무중력의 상태 같다.

우주를 떠다니면 이런 기분이려나? 내가 둥실둥실 허공을 떠다니며 주변을 보았다.

“……”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저 닥치고 앞으로 보여주는 스토리나 보라는 말인가?

스르르르르-

빛나는 공간에 새하얀 안개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안개들이 짙어지는 만큼 빛의 강도는 점점 약해졌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는 것일까? 루시퍼도 사라진 이 마당에.

‘……’

바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나?

아니면 그보다 더욱 강렬한 존재, 티아마트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일까?

궁금증이 점점 커질 무렵, 새하얀 안개 커튼이 열리며 우리에게 천국의 과거 모습이 보였다.

영롱한 황금색 원형의 구에서 따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가 파우스트구나.”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