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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

궁지에 몰린 루시퍼가 오라를 강하게 뿜어냈다. 녀석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다.

쿠그그그그그-

그저 오라를 뿜어냈을 뿐인데 우리의 몸이 밀려난다.

마나 사슬로 녀석의 몸을 묶고 있는 리나가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

“리나 씨!”

리나가 애써 웃어 보이며 내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버틸 수 있습니다!”

“……”

루시퍼의 생명력 게이지가 절반 밑으로 내려갔다. 조금만 더 있으면 드디어 이 게임의 끝을 장식했던 광범위한 폭발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전멸한다.

그때까지 리나가 버텨줘야 하는데….

-으아아아악! 살려줘!!

-이런 미친 악마 새끼들, 왜 이렇게 많은 거냐! 마법사들 뭐해?! 빨리 마법을 쓰라고!

-마나가 없습니다! 마나가 부족해요!

마을 내부는 이미 혼돈이다.

우리가 루시퍼를 처리하기 전까지 악마들은 계속해서 몰려올 것이다.

그렇다고 마을이 전멸하면 이 게임 또한 끝나게 되니 모두가 힘을 내주어야 한다.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앞에는 루시퍼, 뒤에는 악마 부대.

신경 써야 할 적들이 너무 많다.

“레카! 너는 게이트 앞을 지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레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른 속도로 게이트를 향해 움직였다.

쿠궁쿠궁쿠궁.

녀석의 몸에서 흐르는 전류 덕분인가? 걷기만 해도 주변에 있는 하급 악마들을 기절시켰다.

부웅-

쿠구구궁!

레카가 거대한 창을 휘두르며 몰려오는 악마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게이트 밖으로 나오는 악마가 얼마나 많았는지 레카가 열 마리를 죽이면 백 마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루시퍼의 생명력을 확인하며 악마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스켈레톤 소환 주문을 외웠다.

“스켈레톤 소환.”

적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만큼 내 스켈레톤 병사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스켈레톤 병사들이 다시 악마를 죽이고, 그 시체를 내가 다시 살려낸다.

처음에는 넘쳐 흐를 정도로 많은 몬스터들이 마을을 향해 달렸지만, 채 5분이 지나지 않은 시간 만에 마을로 향하는 악마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 와중에도 루시퍼는 마나 사슬을 끊으려 계속해서 오라를 뿜었다.

“김천재! 김천재!! 김천재!!! 이 빌어먹을 새끼!!!!”

눈이 너무 무섭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향해 중지를 들었다.

“뻐큐.”

분노로 이성을 잃은 루시퍼가 또다시 몸부림을 쳤다. 마나 사슬이 녀석의 몸을 더욱 강하게 조인다.

루시퍼에게 일격을 성공한 정우와 지군이 온 힘을 다해서 어둠의 오라를 버티고 있다.

[시스템 메시지]

[‘대악마 루시퍼’의 체력이 75%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각성 모드에 돌입합니다.]

루시퍼의 각성 모드.

-쿠와앗!

녀석이 포효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날아갔다. 놈이 각성 상태로 전환되며 타오르는 검은 원형의 구가 되었다.

일명 ‘봉황의 알’.

우리가 지은 별명이지만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키기기기긱!

지군이 메타트론의 창을 휘둘러보았지만, 알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오라를 뚫지 못했다.

“제길!”

[현 시간 부로 ‘대악마 루시퍼(각성)’이 시작됩니다.]

[각성은 앞으로 30분간 진행되며 그 후에 더욱 강력해진 루시퍼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정비!”

내 외침에 모두가 정신을 집중해서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말이 각성이지 사실 이 시간은 지친 플레이어가 회복할 수 있도록 주어진 잠깐의 휴식 시간이다.

내 외침을 들은 마이클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주문을 사용하여 우리를 회복시켜 주었다.

성스러운 결계부터 천사의 찬가, 마지막으로 오늘을 위해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천상의 은혜’까지.

“천상의 은혜!”

마이클의 지팡이에서 빛이 소용돌이치며 주변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전신이 따스해진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떨리던 팔과 다리가 힘 있게 움직여졌다.

루시퍼의 오라 영역이 점점 좁아진다.

이 순간을 위해서 루시퍼에게 들키지 않고 숨겨둔 마이클의 숨겨진 스킬 중 하나다.

마을 내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한층 더 강해져 악마들을 상대하는 데 수월하게 되었다.

“힐러 전방으로!”

내 외침에 힐러들이 전방으로 이동했다.

“앞으로 5분, 모든 마나를 사용해서 회복에 집중하도록!”

-예!

악마 군단과 내 스켈레톤 군단이 서로 맞붙어 싸우고 있다. 나는 계속해서 스켈레톤의 숫자를 늘리고, 뼈로 된 장벽을 만들어 진입로를 좁게 만들었다.

터벅. 터벅. 터벅.

김준철이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내게 물었다.

“천재 씨, 마을 입구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겠습니까? 막아놓는 편이 악마들을 더 상대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만.”

내가 좋은 미소를 보였다.

“아니요. 막아놓고 쉬는 것보다는 계속해서 싸우는 편이 녀석들의 수를 줄이는 데 편해요. 오히려 입구를 뚫지 못한 녀석들이 뭉쳐있다가 한 번에 몰려오면….”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군요.”

“아니에요. 그나저나 전차들은 포가 남아 있나요?”

김준철이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

“전부 소진했습니다.”

“흐음…. 그럼 전차를 방패막이로 사용해서 골목을 막아주시겠어요? 녀석들이 오는 경로를 줄이도록요.”

“알겠습니다. 녀석들의 경로를 최대한 줄이도록 하지요.”

대화를 마친 김준철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야 이 멍청이 새끼들아! 초월자 그룹부터 치료해!

-아, 알겠습니다!

-저들이 이겨야지, 우리가 이기는 거라고!

이어 힐러 여럿이 달려와 우리들을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손을 저었다.

네크로맨서에게 힐을 하려고 하다니, 마이클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자들이다.

우리가 없었으면 이 게임의 끝을 절대 보지 못 할 자들.

나는 리나를 찾아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강인한 적을 상대로 봉인 주문을 사용했음에도 팔과 다리가 결속되는 정도로 끝났을 뿐.

다행히 목숨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한 번 더 할 수 있겠어요?”

그녀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애써 미소를 보이려 하는 그녀의 표정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제약이었다면.

차라리 리나의 생명력 게이지를 전부 잃게 만든 후, 마이클의 능력으로 살려내면 좋으련만.

저 정도로 강한 힘은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살아났을 때 더욱 강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그대로 두는 게 나은 편.

나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만져준 후 자리를 떠났다.

* * * * *

[시스템 메시지]

[앞으로 1분 후 루시퍼의 각성이 끝납니다.]

내가 홀로그램 화면을 크게 휘저으며 모두가 들리도록 소리쳤다.

“자- 이제 다음 전투를 준비합시다!”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악마의 숫자가 적어지자 플레이어들이 교대하며 전투를 진행했다.

나는 루시퍼에게 가기 전, 마이클을 불러 마지막 임무를 부탁했다.

“잘할 수 있겠지?”

“…… 나 혼자 성당에 남는 건가요우?”

“그래, 네가 이 게임의 히든 키 중 하나야.”

“오우! 히든 키!”

마이클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내가 녀석의 주먹을 툭 치며 작게 속삭였다.

“혹시라도 시스템 창이 안 나타나거나 무전이 안 오면 잠잠해질 때까지 절대 성당에서 나오지 마.”

“…… 알겠어요우.”

마이클이 대성당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화를 마친 나는 다시 우리 그룹원들을 데리고 전방으로 이동했다.

“…… 장관이네.”

스켈레톤과 악마들이 뒤엉켜 싸우는 장면이 보인다.

우리는 가만히 서서 루시퍼의 알을 쳐다보았다.

“…… 시작한다.”

[시스템 메시지]

[‘대악마 루시퍼(각성2차)’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플레이어들은 전투를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콰광!

검은 원형의 구가 터지며 녀석의 검은 오라가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가시처럼 날카로운 오라가 비처럼 쏟아지자,

쿠구구구구!

-으아아악!

-사, 살려줘. 이게 뭐야!

-커허허억…. 가슴이…. 가슴이……

단방에 마을에 있는 플레이어의 절반이 사망했다.

“……”

그래도 생명력을 꽉 채워놓은 자들은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플레이어들을 레벨업 시키고 회복에 집중시켰는데.

‘…… 이 정도란 말인가.’

각성을 마친 루시퍼가 우리를 내려보았다.

‘다행이다.’

생명력 게이지가 아까 전 상태 그대로 75% 미만이다. 혹시라도 회복을 했을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우리 계획이 틀어지지 않았다.

“…… 굉장하네.”

겉보기에 피부가 한층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뿔이 더욱 길어지고 날개가 두 배는 더 커진 것 같다.

녀석이 목을 좌우로 틀어 뼈소리를 내더니 우리를 향해 말했다.

“사라져라.”

“…… 뭐?”

루시퍼가 손바닥을 펼쳐 위에서 아래로 긋자.

위이이잉-

귀속에서 공기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해!”

내 외침에 모두가 양옆으로 뛰며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무엇이 날아오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가 크게 진동을 하며 공간을 갈라냈다.

우리가 피한 일격이 그대로 마을을 향해 날아간다.

쿠구구구구구-

땅을 깊게 패며 날아간 루시퍼의 공격이 마을 입구에 닿자,

콰- 앙!

크게 폭발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포탄처럼 치솟는 것이 아니라,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꿀꺽.

내가 침을 삼킨 후 루시퍼를 쳐다보았다. 녀석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보고 있다.

“…… 굉장하네.”

“칭찬 고맙군.”

“칭찬 아닌데?”

“그럼 내 힘에 대한 질투라고 해두지.”

“…… 너도 이제 여우가 다 됐네.”

“여우 굴에 있는 여우를 잡으려면. 호랑이가 아닌 여우가 돼야 하더군.”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중지를 들어 보였다.

“우선 이거 한 번 먹고 시작하자.”

“…… 뭐?”

“빠…. 큐!”

팟!

내가 ‘빠큐’라고 말하는 순간 그룹원 모두가 동시에 뛰어올랐다.

지군과 마정우가 동시에 공격을 하자 루시퍼가 양손으로 무기를 막아냈다.

치지지지직!

신성한 힘에 의해 루시퍼의 손이 타들어 갔다.

“크으으윽- 이 자식들이.”

루시퍼가 검과 창을 강하게 잡아당겼다가 반대로 던져 지군과 마정우를 날려 보냈다.

그 순간, 지군이 원숭이로 변하며 감탄사를 내뱉더니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던졌다.

휘릭-!

“오이오이! 한눈팔지 말라고!”

캉!

단검이 루시퍼의 뿔을 때렸다.

“이 자식이….”

이어서 달려온 유소라가 루시퍼의 뿔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캉!

“흐아아압!”

그리곤 유소라가 힘으로 녀석을 밀어붙인다. 당연히 성공할 리 없는 기싸움으로 보이겠지만, 리나가 있으면 또 달라진다.

다다다다다!

리나가 모습을 보이자 루시퍼가 뒤로 높게 날아오르며 자리를 피했다.

그 순간.

녀석의 뒤를 잡은 내가 낫을 크게 휘둘러 뿔을 공격했다.

캉!

“크윽! 김천재!”

쉬익-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주먹이 내 명치에 박힌다.

팍!

갑주가 찌그러지며 내가 지면을 향해 날아갔다.

콰광!

“커헉….”

네크로맨서가 전방에서 직접 싸우는 건 미친 짓인데. 내가 왜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걸까.

참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의문이다.

“후우….”

내가 복근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정우와 지군이 또다시 녀석을 향해 달린다. 쏟아지는 공격에 루시퍼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저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만 하는 꼴이 우습다.

캉!

우리들은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녀석의 왼쪽 뿔만을 때렸다.

캉!

어떻게 해서든지 녀석의 뿔을 아작낼 수만 있다면.

캉!

이대로 게임을 종료시킬 수 있다.

캉!!!

투득.

루시퍼의 왼쪽 뿔이 땅에 떨어졌다. 나는 재빠르게 달려가 녀석의 뿔을 주웠다.

모두가 기쁨의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무언가를 각오한 표정으로 입을 질끈 다물었다.

[시스템 메시지]

[루시퍼가 분노 모드로 돌입합니다.]

[마지막 발악이니 모두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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