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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내 스켈레톤 병사들이 몰려오는 악마들을 전부 처리했다.

악마들이 전부 사라지자 루시퍼 발밑에 있는 게이트가 다시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루시퍼의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게이트 안에서 두 번째 단계의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2단계, 멸망의 뜻을 알리러 왔다.]

전갈과 장수풍뎅이, 사슴벌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위로 중세시대 기사 같은 복장을 한 악마들이 타고 있다.

“…… 마이클! 엘프와 드워프는 어디까지 왔지?”

마이클이 무전기를 톡톡 치며 내게 말했다.

“십 분 이내에 도착해요우.”

“오케이, 리나! 얼음 마법으로 마을 벽을 더 높게 쌓고 대지 마법으로 벽을 더 두텁게 만들어줘!”

리나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더니 마법사들과 벽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지군, 너는 궁수들을 전부 근처 건물 위로 데려가서 대기하고 있어.”

“버티기 작전이야?”

“엘프랑 드워프가 올 때까지는.”

“알겠어.”

지군이 궁수들을 여러 개의 부대로 나누어 주위 건물의 옥상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마정우, 너는 그대로 북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내가 신호하면 바로 튀어나가.”

“…… 오케이.”

이번 단계에 나오는 녀석들은 방어력이 높은 악마들이다.

현재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상대.

그렇다고 스켈레톤 병사들을 소진시키기에는 아까운 적들이다.

나중을 위해 플레이어의 레벨업과 내 소환수를 지키는 방법.

이 작전을 위해 엘프와 드워프들이 이곳에 오는 것이다.

“…… 포 사격 준비.”

김준철의 전차 부대가 포구를 전방으로 돌렸다.

키기기기긱-

-장전 완료, 목표물 확인 완료!

“사격 개시, 모든 포가 소진될 때까지 멈추지 않도록 한다.”

-사격 개시!

쾅!

포탄이 쏟아진다.

마음 같아서는 더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지면이 박살났다가는 마을 벽이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녀석들의 도착을 늦추는 방법뿐.

“본 드래곤, 브레스를 한 방 먹여.”

-…… 쿠오오오오!

구름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본 드래곤이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하더니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입을 벌렸다.

이어 녀석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화염이 벌레 악마들을 덮쳤다.

화르르르르륵!

-키에에엑!

단방에 수백 마리의 악마들이 녹아내렸다.

“수고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쿠오오오.

마음 같아서는 계속해서 싸우게 하고 싶지만, 브레스는 한 번 사용하면 삼십 분 동안 대기가 걸리니 최대한 아끼면서 싸워야 한다.

중요한 타이밍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마을 내에 있는 병사들이 전투 준비를 마쳤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루시퍼와의 대결까지 가는 길은 누워서 떡 먹기.

다 된 밥에 누군가 재 뿌리는 일만 없으면 모든 단계가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다.

쾅!

마지막 포 소리를 끝으로 전차 부대 쪽에서 굉음이 멈추었다.

벙커 근처에 대기 중인 김준철이 무전을 받더니 나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포 사격 완료!”

“알겠습니다! 지군, 궁수부대 일발 장전.”

지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궁수부대 일발 장전!”

궁수들이 몰려오는 악마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발사.”

-발사!

팍! 소리와 함께 악마들의 머리 위로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누군가의 화살은 큰 대미지를 주었으며, 또 누군가의 화살은 아무런 대미지도 주지 못하고 적군의 갑주에 막혀 땅에 떨어졌다.

-키에에엑!

적군이 빠른 기세로 몰려온다.

화살만으로 막기에는 너무나도 단단한 놈들이다.

불화살이라도 통하는 적이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된 이상 마법을 사용해야….

“어스퀘이크!”

응?

쿠구구구구구-

먼 곳에서부터 땅에 금이 가며 악마들 사이로 오라가 스쳐 가더니.

콰광!

지진이 난 듯 지면이 갈라졌다.

“김천재!!!”

조영기가 도착했다.

“조영기!”

갈라진 땅에서 창날이 튀어나와 곤충 병사들을 찔렀다.

콰직!

사이사이로 보이는 녀석들을 보니 드워프 병사들이었다.

땅굴을 통해서 이동했나?

키야아아아악! 키야아아악!

상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그리폰 부대가 보인다. 그 위로 랜스를 든 엘프들이 타고 있다.

크헝! 크헝크헝!

늑대들이 뛰어온다. 늑대 위에도 엘프 전사들이 타고 있었다.

드디어 녀석들이 도착했다.

“엘프! 드워프!”

엘프 부대의 리더가 나를 향해 미소를 방긋 지었다.

“이제부터 이곳은 우리가 맡도록 하지.”

드워프의 왕이 멧돼지를 타고 달려오며 내게 소리쳤다.

“크헐헐헐! 내 아들의 복수를 하러 왔다. 이 악마 새끼들아!”

엘프와 드워프 전사들이 악마 군단과 맞붙었다.

누가 더 강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아군 쪽이 우세했다.

조영기가 합류한 엘프는 정말 강하니까.

마을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연희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김천재! 나도!”

“…… 그래, 이번에는 네 차례다.”

김연희가 기쁜 얼굴로 마을 밖을 향해 달렸다. 마법사가 만들어낸 벽을 타고 올라가 밖으로 높이 뛰더니 단숨에 전장으로 향했다.

“영기!”

“연희구나.”

조영기와 김연희가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엘프와 드워프들을 데리고 싸웠다.

* * * * *

게이트를 통해 한둘씩 나오던 곤충형 악마들이 점점 커졌다.

그리곤 엘프와 드워프가 지칠 무렵, 그 안에서 거대한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들이 달려 있다.

물리적인 대미지를 반사하고 원소 대미지를 튕겨내는 무적의 방패 중 하나.

특정한 직업이 아니면 절대로 잡을 수 없는 몬스터다.

-쿠와아아아악!

풍뎅이가 앞발을 들자 녀석의 입안에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얼마나 징그러웠는지 일부 플레이어들이 공포감에 치를 떨 정도였다.

-쿠웩, 쿠웩!

거대 장수풍뎅이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초록색 액체가 흐른다.

바로 저 녀석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린 주경로, 루시퍼가 자그마한 벌레들을 이용해서 전 세계로 퍼트렸다는 설정이니까….

“고티, 여기는 당신에게 맡겨도 되겠지?”

내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고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과 같은 임무군.”

“저 녀석 상대는 당신이 제일 잘하니까.”

“…… 껌이지.”

고티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림자 밖으로 뛰쳐나와 어둠에 몸을 숨겼다.

공간 이동이라고 생각될 만큼 빠른 이동 능력.

“엘프, 드워프! 너희들은 후방으로 이동하도록 해라!”

고티의 외침에 엘프와 드워프들이 방패를 치켜 올리고 마을 쪽으로 천천히 후퇴했다.

순식간에 벌레들이 들끓는 전장의 중앙에 도착한 고티가 손으로 땅을 짚으며 주문을 외웠다.

그와 동시에 벌레들의 그림자가 손 모양으로 바뀌며 녀석들을 묶었다.

-키에엑!

거대 풍뎅이도 자신의 그림자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쿠억, 쿠억!

입에서 초록색 액체가 쏟아져 내린다. 액체에 닿은 지면이 치지지직 소리와 함께 녹아내렸다.

“징그러운 새끼들.”

고티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더니 춤을 추듯 주위에 있는 벌레들을 썰어냈다.

샥- 콰직!

움직일 만큼의 공간을 확보한 고티는 이어서 거대 풍뎅이와의 전투를 시작했다.

본 드래곤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그림자.

하지만 저 능력에는 크나큰 약점이 있다.

‘…… 제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으려나.’

마나 소모가 굉장히 큰데다가 제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흐아아압!”

고티가 거대 풍뎅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캉!

가시 갑옷에 의해 날이 튕겨 나갔다.

캉! 캉! 캉! 카강!

대미지 반사 때문에 고티의 생명력도 같이 깎여 나간다.

그래도 고티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집요하게 녀석의 얼굴만을 노렸다.

-쿠억!

계속되는 공격에 풍뎅이의 얼굴이 조금씩 금기 가기 시작했다.

플레이어의 공격력만큼 생명력이 뒷받침되어야지 할 수 있는 방식의 전투 방법.

스켈레톤 같은 녀석들은 대미지 반사에 의해서 먼저 박살난다. 그 이후에는 풍뎅이 녀석이 빠르게 생명력을 회복할 테고.

고티 정도의 공격력과 생명력을 가진 자만이 가능한 방법이다.

‘……’

저 그림자 묶기가 없으면 또 불가능한 방법이지만.

쉬이이익-

고티의 검날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카강! 캉! 콰직!

연속으로 내려친 세 번의 격이 풍뎅이의 입을 뚫고 들어갔다.

-쿠웨에에엑!

초록색 액체에 섞여 붉은 액체가 뿜어져 나온다.

드디어 녀석의 가시 갑옷을 뚫고 제대로 된 일격을 가했다.

“김천재!”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자리 부대, 가라!”

절벽에 붙어 있는 잠자리 악마들.

이 순간을 위해 미리 만들어둔 녀석들이다.

파다다다닥!

잠자리 부대가 풍뎅이를 향해 빠르게 낙하했다. 녀석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풍뎅이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드득!

풍뎅이가 잠자리 악마를 입으로 물어 씹었다.

목 이외에는 움직일 수 없는 녀석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잠자리 악마들이 녀석에게 돌진하여 죽음에 이렀다.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한 잠자리 악마의 수는 대충 세어도 수십, 고티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그림자 묶기의 제한시간이 끝났는지 주변에 있는 곤충 악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천재, 내 역할은 끝났다.”

“…… 수고했어.”

“마무리를 부탁하마.”

고티가 풍뎅이의 가시 갑옷의 내구성을 낮춰 뚫어놓으면, 나는 녀석의 방어력 능력이 낮아진 그 틈을 노려 공격한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을 시전합니다.]

[잠자리 악마 44기, 풍뎅이 악마 16기, 전갈 악마 6기에 대한 폭발이 이루어집니다.]

[시체의 수가 많아 위력이 매우 강하니 인근 지역에서 벗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카운트 시작 ‘5초’]

거대 풍뎅이의 머리 위로 숫자가 나타났다.

[5]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한 숫자는 이내 0이 되었고. 풍뎅이 악마의 입안에 가득 찬 잠자리의 몸에서 오라가 뿜어져 나오더니.

[카운트다운 완료]

[‘시체 폭발’을 시전합니다.]

쾅!

* * * * *

[시스템 메시지]

[열네 번째 라운드의 2단계 종료]

-우와아아아아아!

적장이 쓰러지자 엘프와 드워프들이 환호했다.

드워프의 왕이 루시퍼를 향해 중지를 날리더니 혀를 날름거리며 소리쳤다.

“별거 아니구만!”

엘프 여왕이 그의 손을 눌러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알겠다고.”

거대 장수풍뎅이는 죽었지만, 잔병들은 남아 있다.

“북문 개방!”

쿠궁!

북문이 열렸다.

“플레이어 전원 사냥을 시작한다!”

-우워!

플레이어들이 마을 밖을 향해 뛰어나갔다. 남아 있는 몬스터를 이용해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찬스.

엘프와 드워프들이 같이 섞여 몬스터를 상대했다.

이렇게 모두가 강해진다.

내 군단이 강해지고 있다.

내가 루시퍼를 보며 희죽 웃었다.

루시퍼가 쓴 미소로 나를 내려보며 목을 좌우로 꺾었다.

녀석이 뭐라고 독백을 하는데 이곳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대충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 빌어먹을.’

입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지.

“사냥이 끝나면 플레이어들은 마을로 복귀하도록 하고, 조영기와 김연희는 엘프와 드워프를 두 번째 장소로 이동시키도록!”

몬스터를 상대하던 조영기가 크게 대답했다.

“오케이,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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