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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화살이 나아온 방향을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엘, 아무래도 네 녀석은 사라져야겠다.”

미소년 같은 얼굴에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

‘…… 파우스트.’

파우스트가 활을 들고 있었다.

쿵!

십자 관이 땅에서 떨어졌다. 그를 따라온 하녀들이 무기를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오라의 크기로 보아 내 소환수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다.

‘만들어낸 인형치고는 굉장한 힘이군.’

바엘이 이마에 박힌 화살을 빼내며 던지듯 말했다.

“네 녀석이 여기에는 왜….”

“꿈에서 보았어. 네 놈이 김천재를 없앤 후 나를 찾아오는 것을.”

“당연한 것 아닌가?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모든 존재에 대한 멸망을 실행하는 중이야.”

“그러니까 내가 직접 나서게 된 거야. 나도 내 목표를 위해 멸망을 그냥 지켜만 보려고 했는데…. 너와 내가 생각하는 멸망은 너무 다르거든.”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다.

이래서 시스템이 루시퍼와 바엘이 동시에 공격을 오게 한 것인가?

이런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

전장의 상황이 바뀌었다.

압도적으로 우리가 패배할 것이라 점쳐지던 예상과는 다르게, 파우스트의 등장으로 바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김천재, 저 녀석은 내가 맡을 테니 너는 루시퍼를 상대하도록 해라.”

“…… 그럼 네가 원하는 멸망과는 다르게 흘러갈 텐데?”

파우스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 멸망이 조금 늦어지는 것일 뿐.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가는 건 맞아.”

그가 어떠한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게는 그저 든든한 아군으로 보일 뿐.

“알았다.”

파우스트가 나를 향해 윙크하더니 바엘에게 소리쳤다.

“바엘, 준비는 되었나?”

“…… 와라.”

“그래그래, 자- 그럼 이곳은 우리 무대가 아니니 빠져주도록 하지.”

“뭐?”

“김천재, 너희는 너희의 무대를 꾸며 보라고.”

그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튕기자, 바엘과 그 자신의 몸이 홀로그램화 되어 어딘가로 사라졌다.

‘…… 정말 알 수 없는 녀석이군.’

바엘이 사라지자 파란색 홀로그램 메시지가 날아왔다.

[시스템 메시지]

[현 시간부로 열네 번째 라운드의 메인 게임이 다시 진행됩니다.]

“김천재! 바엘이 없더라도 너희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루시퍼의 외침과 함께 그의 부하들이 더욱 거세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1단계, 시작되는 멸망의 기운.]

‘시작인가.’

두웅-. 두웅-. 두웅-.

전장에 북소리가 울렸다. 코뿔소를 타고 있는 악마들이 열심히 봉을 흔들었다.

이어 악마들이 다시 마을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코뿔소 부대의 중앙에는 거인 코뿔소 한 마리가 인간처럼 이족 보행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커다란 메이스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사형이 틀림없다.

‘저 녀석도 예전과 똑같군.’

가까운 곳에 있는 악마를 보니 몸이 초록색으로 변해있었다. Z 바이러스를 품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 역시.’

백신은 이미 충분히 뿌려진 데다가, 혹시나 하는 상황에 잡화점에 있는 치료제를 전부 구입해서 마을 곳곳에 뿌려놨다.

첫 게임의 준비는 완벽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문제가 커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 북쪽 문을 개방하라!”

내 외침에 북쪽에 대기 중인 김준철의 부하들이 문을 개방했다.

쿠궁!

“마법 사격 중지, 전사부대 앞으로!”

-전사부대 앞으로!

마법사들이 주문을 취소하고 마나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이어 내 명을 받은 전사들이 마을 밖으로 뛰었다.

“마법사 대기, 궁수는 전사부대의 뒤를 따라 이동하도록!”

-마법사 대기, 궁수는 전사부대의 뒤를 따라 이동!

궁수들이 전사의 뒤를 따라 마을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군, 첫 게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

“…… 당연하지, 정우 형님이랑 먼저 길을 뚫고 있을 테니 마무리를 부탁해.”

“그래.”

정우와 지군이 전사와 궁수 부대를 이끌고 악마와 맞서 싸웠다.

맞서 싸우기 힘든 거인족들은 정우와 지군이 신의 무기를 사용하여 처리하고, 나머지 중형급 악마들은 타 플레이어들이 상대했다.

초반 악마들을 상대로 고른 전사와 궁수의 조합은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법 면역이 높아 마법사들은 지금 쉬어주는 게 좋은 타이밍.

“스켈레톤 부대, 전사들은 마을 밖으로 향하고 궁수와 마법사는 남도록 한다.”

-키에에엑!

스켈레톤 전사들도 전투에 합류했다. 궁수와 마법사만이 마을에 남았다.

이 전투를 치러보지 않은 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전부 악마들을 상대하면 될 텐데 왜 굳이 병력들을 마을에 남겨 두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온다!!! 온다!!! 레인보우 가고일들이 온다!!!

하늘을 덮은 일곱 색의 가고일들. 각자 다른 속성의 마법을 사용하는 고등급 몬스터들이다.

일반적인 가고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체력과 마나가 두 배 이상 되는데다가 평균 능력치도 최소 다섯 배.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흠집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적이다.

“김준철 소령님!”

김준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봇에 붙어있는 대공포를 작동시켰다. 그와 함께 도깨비 부대를 전방에 세워 총을 장전시켰다.

철컥!

일반적인 총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으니, 오라를 사용하여 탄을 발사하는 도깨비 부대만이 녀석들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마을에 가까워진 가고일들이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우리와 가까워졌다.

그러곤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며 공격 대상을 찾았다.

당연히 녀석들의 목표물은 제일 눈에 띄는 김준철의 부대.

-키에에엑!

가고일들이 동시에 빠르게 낙하한다. 나는 녀석들을 보며 김준철에게 신호를 내릴 준비를 했다.

아직이다.

아직 거리가 안 된다.

녀석들이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 발사!”

탕! 탕탕! 쾅!

계속해서 총을 쏘아댔다.

로봇의 대공포도 50초 단위로 계속해서 날아갔다.

각자 다른 색상의 가고일들이 마법을 사용해서 맞서 싸웠다.

불, 물, 바람, 땅, 전기, 얼음, 어둠.

이 게임 내에서 몬스터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색의 주문들.

“스켈레톤 마법사! 너희들은 마법으로 결계를 만들어 도깨비 부대를 보호하도록 하고. 스켈레톤 궁수! 너희들은 날아오는 마법을 격추시켜 피해를 최소화 시켜라!”

-키엑!

스켈레톤 마법사와 궁수가 자신의 역할을 위해 빠르게 흩어졌다.

메인 보스급이 아닌 몬스터의 마법 사정거리는 길지가 않다.

아무리 먼 곳에서 사용해봤자 백오십 미터 수준, 일반적인 소총보다도 훨씬 짧은 거리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아니지, 우리 초월 그룹에 합류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 마이클!”

“알겠어요우!”

마이클이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고 천사의 찬가를 사용하여 마을에 결계를 펼쳤다.

[천사의 찬가(EX)를 시전합니다!]

가고일들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우리와 가까워지는 이 타이밍.

지금이 내가 원하던 순간이다.

-키엑! 키에에엑!

-키흐익!

-키야아악!

성스러운 결계에 갇힌 가고일들이 한둘씩 녹아내린다.

사실 도깨비 부대의 사격은 전부 놈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

저 방향으로 거리가 가까워지면 신성 마법으로 단숨에 녀석들을 제압하는 것이 진짜 작전이었다.

“잘했어, 마이클!”

“굿 잡!”

가고일 부대는 단방에 처리했다.

김준철이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도 그에게 미소로 답을 한 후 빠르게 북문으로 이동했다.

* * * * *

“스켈레톤 소환.”

나는 정우과 지군의 부대가 처리하는 악마 시체를 이용해 스켈레톤 병사의 수를 계속해서 늘렸다.

세 명의 부관들이 쓰러질 때까지 루시퍼는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다.

이게 이번 라운드의 숨겨진 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는 최대한의 소환수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런 작전을 펼쳤다.

부관을 죽이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본다.

녀석이 우리가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쿠어어어어!

거대한 코뿔소 녀석이 정우를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쿠웅!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전 병력 마을 안으로 복귀하라!”

-전 병력 마을로 복귀!

전사와 궁수 부대가 마을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내 스켈레톤 병사들도 허겁지겁 그들의 뒤를 따라 마을로 들어왔다.

“복귀한 자들은 모두 성직자 플레이어에게 회복 주문을 받도록!”

-알겠습니다!

“마정우, 저 녀석은 네게 부탁할게!”

내 외침에 마정우가 기쁜 표정을 했다.

“…… 맡겨둬.”

코뿔소 녀석이 메이스로 땅을 끌며 걸어와 정우에게 말했다.

“네가 제일 먼저 죽고 싶나 보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네가 하고 있네”

“…… 뭐라고?”

“냄새나니까 그 입 다물라고. 지금 당장 썰어버리기 전에.”

“이…. 자식이!”

쾅!

메이스가 땅을 강하게 쳤다. 정우가 땅에 박힌 메이스를 타고 올라가 코뿔소의 턱을 향해 검을 날렸다.

샥-

“크악!”

이어 일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미카엘의 무기가 코뿔소의 몸을 가를 때마다 성스러운 오라가 터져 나왔다.

일반적인 무기로 베었으면 그저 피부를 잘라내는 선에서 끝났을 텐데, 성스러운 오라가 코뿔소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 더욱 큰 피해를 주었다.

“크아아악!”

녀석의 생명력이 빠르게 깎여 나간다. 작은 코뿔소에 타고 있는 악마들이 더욱 빠르게 북을 쳤다.

북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거대 코뿔소의 생명력 회복 게이지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

‘…… 저건 새로 추가된 능력인가 보구나.’

“지군, 보이지?”

지군이 손을 망원경 모양으로 만들어 전장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들이 서포터네.”

“내가 스켈레톤을 조합하고 있는 동안 너는 저 북쟁이 녀석들을 처리해.”

“…… 알았어.”

“조합 다 끝나면 휴식 타임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도록 하고.”

“뭐…. 아직 전투 초반인데 슬슬 하자고.”

“그래.”

지군이 메타트론의 창에 오라를 모으며 마을 밖으로 향했다.

그가 원숭이로 변해서 적들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더니, 북을 치는 악마들을 한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북치는 악마들이 사라지자 거대 코뿔소의 생명력이 천천히 깎여 내려가기 시작했다.

“죽어!”

콰직!

계속해서 내려찍던 정우의 검이 코뿔소의 목을 절단했다.

쿠궁!

놈의 수급이 떨어짐과 동시에 생명력 게이지가 회색으로 바뀌며 전장이 고요해졌다.

“…… 김천재! 코뿔소 새끼 잡았다!”

스켈레톤을 조합하고 있던 내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을로 복귀! 다시 문을 걸어 잠궈!”

임무를 마친 정우와 지군이 마을로 빠르게 들어왔다. 그들이 도착함과 동시에 내가 스켈레톤 병사들을 마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다음 단계가 시작될 때까지 모든 플레이어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 시간을 내가 만들어야 하고.

쿵!

김준철의 부하들이 바리게이트를 쌓고 마을 문을 걸어 잠구었다.

[시스템 메시지]

[열네 번째 라운드의 1단계 종료]

승리를 나타내는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나자 플레이어들이 환호했다.

-오와아아아아!

-이게 바로 열네 번째 라운드인가? 와…. 개 쩐다. 스릴감 쩔어!

-나 봤냐? 아까 악마들을 상대로 검을 이렇게 솨악-! 그리고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이렇게 쉽게 레벨업할 줄 몰랐다니까!

-역시 고인물이랑 함께하면 게임이 달라져. 나도 단숨에 40레벨이 되었어.

모두가 좋아한다.

전투에 만족해하고 있다.

이 게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 계획대로 되고 있군.’

플레이어 전원이 레벨업을 할수록.

미래의 내 군단은 점점 강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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