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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화

창과 방패의 대결.

‘……’

뚫어야 한다.

“진격!”

내 외침에 스켈레톤 병사들이 전방을 향해 달렸다.

진정한 목표는 시간 끌기지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녀석이 더 큰 공격을 해올 것이 뻔하다.

오히려 녀석 쪽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는 편이 더 큰 이득.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나서자 놈들이 방어적인 진형으로 우리를 막아내려 했다.

마치 중세시대의 전술 중 하나인 팔랑크스를 떠올리게 한다.

뭐- 저 정도는 쉽게 뚫을 수 있지.

“방패 들어!”

스켈레톤 병사들이 방패를 치켜들고 그대로 적군과 충돌했다.

쿠구구구구-!

적군과 아군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전사가 앞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궁수와 마법사가 뒤에서 원거리 공격을 쏟아부었다.

수인족 또한 만만치 않았다.

진형을 방어적으로 넓게 펼쳐서 그런지 뚫린 부분 외에는 나머지 인원들이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뒤쪽에서 전투를 지켜보며 서로의 움직임을 살폈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스켈레톤 쪽이 일방적으로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전쟁이란 개인의 싸움이 아니다.

수인족 전사들 중 몇이 스켈레톤 병사 사이에서 자폭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쾅!

상대가 되지 않으리란 것을 미리 알고 있던 건가.

숨이 멎으면 몸속에 있는 무언가가 폭발하나 보다. 하나둘씩 터지는 녀석들을 유심히 보니, 죽기 직전 혹은 죽은 후 몸이 터졌다.

‘…… 후우.’

시체를 사용할 수 없게 하려는 건가.

고개를 들어보니 메피스토펠레스가 먼 곳에서 흐뭇한 미소로 나를 보고 있다.

마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군.’이라고 하는 듯한 표정이다.

‘강력한 마법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군.’

“조합!”

내 외침에 스켈레톤 병사들이 옆 병사와 몸을 섞었다. 두 마리의 병사가 하나가 되었다.

몸에서 가시가 튀어나오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스켈레톤 병사로 변했다.

2서클 마법까지만 가능했던 스켈레톤 마법사가 3서클 마법이 가능해지고,

궁수의 뼈 활 공격력과 화살의 사거리가 늘어났다.

전사들은 앞서 보았던 외형의 변화와 함께 방어력의 상승.

“…… 제1 스켈레톤 부대, 진격!”

내 외침에 메피스토펠레스 근처의 지면이 갈라지더니 ‘레전드 스켈레톤’ 무리가 땅에서 뛰쳐나왔다.

앞서 만들어 놓았던 스켈레톤 조합의 최상위 등급.

적이 방심했을 때를 노리기 위해 땅굴을 파서 이동시켰다.

“뭐, 뭐냐.”

메피스토펠레스가 드디어 목소리를 냈다. 담배 한 보루를 동시에 핀 것 같이 허스키하고, 끝음이 날카롭게 올라가는 목소리.

스켈레톤이 덤벼듦과 동시에 녀석이 파이어볼을 날렸다.

쾅!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단 한 방에 레전드 스켈레톤이 박살났다.

겨우 2서클 마법인데 어찌 저런 위력을 낸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힘이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계속해서 몰려오는 레전드 스켈레톤을 상대로 싸웠다.

쾅! 콰광!

계속해서 파이어볼이 날아든다.

레전드 스켈레톤들이 하나둘씩 쓰러진다. 서른 마리에 가까웠었는데 벌써 절반이 재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났다.

“이런 녀석들로 내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나는 녀석의 전투를 지켜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지군의 공략법이 나오려면 최대한 많은 움직임을 끌어내야 한다. 내가 입을 턴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 왜일까?’

녀석의 전투를 보던 내게 의문이 생겼다. 다수의 적군이 동시에 덤벼드는데 왜 단일 마법인 파이어볼만 사용하는 거지?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사용할 정도면 광범위 마법이 분명히 있을 텐데 말이다.

“…… 길을 뚫어라!”

내 명령을 들은 스켈레톤 병사들이 진형을 더욱 좁게 만들어 메피스토펠레스를 향한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저 방패로 앞을 가리고 달리기만 했는데, 스켈레톤 전사에 부딪친 적군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쾅!

물론 사망한 적군 중 몇 마리가 터져 스켈레톤 병사도 희생이 따랐다.

그래봤자 수많은 놈들 중 몇 마리지만.

길을 뚫은 스켈레톤 병사들이 벽을 만들어 수인족 몬스터들을 반으로 갈랐다. 그러곤 양옆으로 밀며 길을 텄다.

나는 메피스토펠레스를 향해 걸었다. 레전드 스켈레톤을 상대한 녀석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어딜!”

피슝-

파이어볼 한 방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다가, 파이어볼과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낫을 크게 휘둘렀다.

쾅!

검은 불꽃이 피어오른다.

낫을 쥐고 있는 내 손이 크게 떨려왔다. 머리 위, 생명력 게이지의 오 분의 일이 깎여 내려갔다.

엄청나다.

낮은 서클 마법의 위력이 이 정도면, 5서클 이상의 마법을 정면으로 맞게 될 경우 즉사할 것이다.

‘위력은 굉장하네……’

위력만.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내 움직임을 읽었지만 또 다시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레전드 스켈레톤을 상대하느라 그런 것인가?

아니면……

거리가 가까워지자 녀석이 소리쳤다.

“파이어볼!”

화르르륵- 쾅!

불꽃 벽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직접적으로 나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움직임을 막으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대체 왜?

나는 빠른 발을 이용하여 메피스토펠레스의 앞으로 달렸다. 녀석이 갑자기 마법을 난사하며 주위를 초토화시켰다.

쏟아지는 파이어볼만 하더라도 수십 여개, 레전드 스켈레톤은 이미 전멸했다.

나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며 움직임을 읽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가볍게 피해낼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더 가까이는 붙을 수 없을 만큼의 속도였다.

“…… 혹시.”

내가 스켈레톤 병사 백여 마리를 놈에게 동시에 투입시켰다.

그리곤 나는 전장의 뒤편으로 빠르게 빠져 나갔다.

“으어어어어어!”

메피스토펠레스가 분노한 표정으로 파이어볼을 난사한다. 적군의 수가 이렇게 많은데 굳이 저 마법을 사용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제한되어 있군.’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군이 공략법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싸워야 이길 수 있는지 알겠다.

마법사라서 네크로맨서가 상대하기 껄끄러울 줄 알았는데, 이런 큰 단점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역시 루시퍼 수준의 적은 아니라는 건가.

나는 스켈레톤 병사들을 전투 후방으로 퇴진시켰다. 그러곤 방어적인 진형을 만들어 녀석의 공격을 기다렸다.

저돌적인 공격 이후에 뜬금없는 방어 전법.

메피스토펠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끝인가?”

“끝은 너일걸.”

“입은 살아있구나.”

“죽었으면 말을 못 하겠지?”

“…… 과거 너와 비슷한 인간 한 명이 생각나는군.”

“나와 비슷해?”

내가 어깨를 으쓱거린 후 말을 이었다.

“그럼 엄청 강했겠네.”

“…… 네 앞에 도래한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라도록 해라.”

“예, 예-. 자신있으면 들어와보시죠?”

내가 얄미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도발하는 게 이리도 쉽다니. 역시 높은 자리에 있는 놈들의 신경을 긁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제 2마왕 메피스토펠레스’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몸 색상이 조금 변했다. 검기만 했던 녀석의 팔과 다리에서 붉고 노란 반짝임이 보였다.

“일발 발사!”

내 외침에 스켈레톤 궁수와 마법사가 공격을 쏟아냈다. 화살비와 함께 세 가지 속성, 불, 물, 풀 속성의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쿠구구궁!

그 모습을 본 메피스토펠레스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더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역시, 거리가 좀 떨어지니 그 마법을 사용하려는구나.

‘…… 메테오 스트라이크.’

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머리 위로 거대한 운석이 만들어지고 있다. 얼마나 높이 있는지 구름과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나는 팔짱을 끼고 놈이 주문을 기다렸다. 어차피 잔챙이 대결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고, 나도 본격적인 전투를 원하니까.

운석이 점점 커진다.

주먹만 해 보였던 돌덩이가 어느새 축구공만큼 커지더니 그대로 점점 커져 바위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사이즈가 되었다.

이 거리에서 저 정도 사이즈면 떨어졌을 때는 얼마나 클까?

그 위력은 또 어느 정도고.

메피스토펠레스가 미소를 쓰윽 짓더니 나를 향해 손을 찍어 내렸다.

순간적으로 오라가 우리 쪽을 향해 날아와 땅에 원형의 마크를 새겼다.

‘목표 지점이 이곳이란 말인가.’

나는 빠르게 주변을 확인하여 마을과의 거리를 확인해 보았다. 아슬아슬하기는 한데 그래도 여기서 터지면 큰 피해가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좋다.

아주 좋다.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내가 스켈레톤 병사들을 뒤로 열 걸음씩 더 뒤로 물러나게 한 후 메피스토펠레스를 향해 소리쳤다.

“끝날 준비는 되었나?”

“……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군.”

쉬유우우웅-

머리 위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공기의 진동이 우리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얼마나 큰 위력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전투는 내가 이긴다.

“아이언 메이든.”

[‘아이언 메이든’ 스킬을 시전합니다.]

투명한 가시들이 날아가 메피스토펠레스의 몸을 휘감았다. 앞서 상대한 루시퍼에게는 통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사용되었다.

놈은 내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는지 그저 웃어 보이기만 했다.

나 또한 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지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쉬유우우웅-

운석이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나는 스켈레톤 병사들로 벽을 세우고 그 뒤에 숨었다. 지금 남아있는 스켈레톤만 하더라도 최소 육백 이상.

메테오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이 모든 녀석들을 뚫고 내게 대미지를 주는 것은 무리다.

‘…… 내 승리다.’

쿠구구구궁 쾅!

* * * * *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지자 굉음과 함께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모래 폭풍이 크게 일며 주변에서 소용돌이 쳤다.

나는 한 팔로 눈앞을 가리고, 또 다른 팔로 낫을 빠르게 돌려 모래 폭풍을 밀어냈다.

부웅- 부웅-

주변이 진정되자 쓰러진 스켈레톤 병사들이 보였다.

이백, 아니 백, 아니지. 그 이하다.

남아있는 스켈레톤 병사의 수가 두 자리의 수에 가까웠다.

“…… 이겼다.”

나는 쓰러진 스켈레톤 병사들을 천천히 확인한 후 메피스토펠레스를 보았다.

녀석이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김천재! 녀석에게 이길 방법을 찾았어!”

지군과 리나가 뒤늦게 나를 향해 뛰어왔다.

“…… 나도 찾았어.”

“어? 뭘?”

“녀석에게 이길 방법.”

“…… 응?”

“보여줄까?”

지군과 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싱겁게 웃으며 메피스토펠레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곤 녀석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크게 웃어 보였다.

“이제 당신 차례야!”

“…… 네크로맨서여, 네 부하들은 전부 쓰러졌다. 다시 살려낼 수 있는 매개체도 없는 상태인데 더 싸우겠다고?”

“당연하지, 내가 이미 이겼는데 말이야.”

“네가 이겼다고? 크하하하! 그게 무슨-”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고.

나는 그들을 향해 미소 지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이언 메이든, 발동.”

[‘아이언 메이든’ 스킬을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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