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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팍!

“이 빌어먹을!”

팍!

“새끼가.”

팍!

“뒤지려고!!!”

불카누스가 울먹이며 내게 소리쳤다.

“정말 다 만들었었다고!”

“그러니까 그 무기들이 전부 어디로 갔냐고?”

“나도 모른다고요. 그냥 똥만 싸고 왔는데 없어졌다고요. 저 옆에 분명 뒀었다고요!”

지군이 불카누스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새끼, 장난하는 거면 가만 안 둬.”

“저, 정말이라고!”

“으….”

나는 불카누스가 말한 장소를 둘러보았다. 아무런 흔적도 없다. 냄새도 없고, 긁힌 흔적이나 발자국도 없었다.

이곳은 분명 지정된 플레이어, 같은 그룹원만 들어올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리나가 어깨를 으쓱이더니 내게 물었다.

“하나 해결했더니 또 하나가 문제네.”

“…… 스킬 봉인은 배웠어?”

“어, 보여줄까?”

그녀가 지군을 향해 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주문을 외웠다. 몇 초 안 되는 시간인데 완성한 마력의 고리가 지군의 몸을 묶었다.

“어? 어! 왜 나한테 하는 건데!”

지군이 발버둥 치자 느슨한 고리가 풀렸다.

“응? 뭐야.”

“…… 당신, 주문 아무거나 하나 사용해봐.”

“주문?”

“그래.”

“……”

지군이 변신술을 사용하는 순간.

파악!

마나 고리가 다시 지군의 몸을 묶어 못 움직이게 했다.

“크헉!”

입에서 타액이 터져 나올 만큼 강하게 옥죄었나 보다.

-푸하하하!

리나가 일그러진 표정을 보며 크게 웃었다.

“너- 무 웃기게 못생겼잖아.”

“그만하고 풀어줘!”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풀릴 거야.”

“으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다시 불카누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제련은 끝났었다는 말이지?”

“그래!”

“사라진 시간은 언제쯤이고?”

“어…. 너희들이 오기 십 분 전쯤?”

“십 분 전? 그럼 얼마 안 되었네.”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더 화가 나는 거야! 혹시 너희들 중 누가 숨긴 후에 이러는 거 아니지?”

우리 중 누군가 숨겼다고?

내가 지군과 리나를 번갈아 보았다. 절대로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남은 그룹원이라고 해봤자 정우하고 유소라인데. 그 둘은 지금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운영진, 혹시 우리 물건에 손을 대었나?”

내 질문에 시스템 메시지가 바로 답변을 해왔다.

[‘운영진’측에서는 그런 일이 없으니 오해하지 말라고 합니다.]

정말 대화가 가능한 것이었나? 그저 억측으로 물어본 것뿐인데.

그래도 대답을 해왔다.

그나저나 플레이어와 소통하는 운영진이라, 지금까지 우리를 방치한 쓰레기 같은 놈들.

“……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지군, 너 혹시 좋은 생각 있어?”

지군이 마나 고리에 묶여 끙끙대며 대답했다.

“있겠어?”

“…… 있을 것 같은데?”

지군이 짧은 팔로 안경을 추어올리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야레야레, 눈치 빠른 닝겐이군.”

“…… 제발 그 말투 좀 안 쓰면 안 되냐?”

“나도 모르게 나오는 거라고.”

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 됐고. 답답하니까 빨리 좀 말해봐.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아?”

“간단하지. 지금으로부터 십 분 전쯤에 사라졌다고 했잖아? 그럼 십 분 전으로 시간을 돌리면 돼.”

“…… 응?”

“시간을 돌리면 된다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소리다. 일반 플레이어가 들었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의중을 알고 있다.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을 아니까.

내가 탁자 위에 있는 시계를 가져와 지군에게 말했다.

“여기서도 가능할까?”

“가능하겠지. 다만 기억까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우리가 십 분 전에 어디쯤 있었지?”

“분수대. 운세 본다고 동전 던지고 있었잖아.”

그렇다. 십 분 전에 우리는 분수대에서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하고 싶었다.

그대로 이곳에 도착했더라면 무기가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후우…. 오케이.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한다.”

“잠깐, 그건 서버 내에서 일 년에 한 번 밖에 못 쓰는 거 알고 있지?”

“어.”

“그럼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거 아니야?”

“뭐?”

“정확하게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고 돌아가자고.”

“…… 뭘 어떻게 움직여. 불카누스가 똥 싸러 가기 전으로 돌아가서 이곳으로 빨리 오면 되는 거 아니야?”

지군이 한쪽 눈을 반쯤 감고 나를 내려보듯 말했다.

“맞긴 한데. 혹시라도 실패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어.”

“…… 그럼 어쩌자고?”

“자, 이러자. 너와 나는 이곳으로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오도록 하고. 리나는 저택 밖에서 누가 다가오는지 보고 있는 거야.”

“…… 그리고?”

“‘그리고’라니? 그 후에는 무기를 지키고 있으면서 외부 침입자를 잡는 거지. 누가 이상한 짓을 했는지 알아내면 일석이조 아니야?”

역시 전술가답다.

내가 한 수 앞을 내다보면, 이 녀석은 두 수 앞을 보고 있다.

전투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 빼고는 굉장한 놈이다.

아, 오타쿠인 것도 빼고.

끼릭, 끼릭.

시간을 이십 분 전으로 돌린 후 내가 알람시계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제발, 누가 사용했으면 안 된다!’

쾅!

알람시계가 박살이 나며 공간이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SF영화 속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과 비슷하다. 지군이 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리나가 처음 봐서 놀라운 듯 입을 쫘악 벌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는 두 눈을 감고 조용히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 *

[20분 전]

팍! 하고 눈을 뜨자 봉인 주문서를 얻었을 때로 돌아왔다.

기억은 살아 있다.

지군도 기억이 남아있는지 곧장 대성당 밖으로 뛰었다.

“정우야 뒷 일 좀 부탁한다!”

내가 같이 뛰쳐나가자 정우가 황당한 얼굴로 소리쳤다.

“뭐, 뭔데?!”

나는 그를 뒤로하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나보다 앞장섰던 지군도 순식간에 뒤로하고 먼저 저택에 도착했다.

빠르게 안으로 돌아온 나는 불카누스를 향해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망치를 휘두르던 불카누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응?”

녀석은 기억이 남아 있지 않나 보다. 플레이어를 제외하고는 그대로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나는 제련하고 있는 무기를 보며 그에게 물었다.

“제련은?”

“가, 갑자기 왜 이래? 이것만 하면 다 끝나.”

내가 고개를 돌려 제련을 마친 무기들을 보았다.

무사하다.

나는 네 개의 무기를 안쪽으로 끌어 모으며 그에게 물었다.

“혹시 누가 이 방에 왔었어?”

“…… 아니?”

“휴우…. 다행이네.”

“시끄럽고, 이거 금방 마무리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 그래.”

불카누스는 상황을 알지 못한다. 역시 녀석이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하긴, 내가 주인인데 그럴 리가 절대 없지.

캉! 캉! 캉! 캉!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군도 방안에 도착했다. 그가 안전하게 내 옆에 있는 무기들을 보더니 씨익 미소 지었다.

“휴우….”

“리나는?”

“나보다 먼저 도착해있더라고.”

“그래.”

이제 무기가 사라질 일은 없다.

완벽하다.

제련을 마친 불카누스가 한층 작아진 메타트론의 창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내게 말했다.

“끝! 와아아아. X발 팬티에 똥 쌀 뻔했네. 무기 여기 둘 테니까 알아서 챙겨!”

불카누스가 엉덩이를 붙잡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나는 제련이 완료된 메타트론의 창을 가리키며 지군에게 말했다.

“…… 저건 네 것이다.”

지군이 밝은 표정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메타트론의 창을 쥐었다.

그의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황금색 갈퀴가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너, 너무 강해, 가버렷!”

‘…… 뭐라는 거야.’

황금색 갈퀴가 머리까지 휘감아 버리자 그의 손과 메타트론의 창이 하나가 되었다.

쥐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그저 손끝이 창이 되어 버린….

지군이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보았다.

“뭐, 뭔데 이게! 왜 몸에 창이 결합한 거야?”

“…… 뭐지? 너 왜 돼지 꼬치가 되었냐.”

“자, 장난치지 말라고.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모르지.”

진짜 모른다.

갑자기 왜 무기와 몸이 하나가 되었는지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군이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라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허….”

“지군, 시스템 메시지에는 뭐라고 나왔어?”

“…… 그냥 메타트론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해제 방법 같은 건 없었고?”

“없었어! 없었다고!”

“…… 뭐지.”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땅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먼저 눈치를 챈 내가 낫을 휘둘러 땅을 찍었다.

쾅!

지면이 갈라지며 그 안에 그림자가 사라졌다.

“…… 방금 뭐였냐.”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손이나 좀 어떻게 해봐!”

“시끄러우니까 좀 닥쳐봐. 조금 전에 누가 이 방안에 왔었어.”

“…… 응?”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네 개의 무기를 하나씩 모루 위로 옮겼다.

설마 무기를 훔쳐갔다는 놈이 방금 그 그림자인가?

“…… 방금 못 봤어?”

“보긴 뭘 봐. 우리밖에 없었는데.”

이 둔감한 새끼.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리나가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으로 보아, 밖에는 아무 이상 없는 것 같은데.

“…… 지군, 너 나가서 무기 주인들을 전부 이곳으로 데려와.”

“무기 주인들을?”

“그래, 정우랑 리나, 유소라 그리고 마이클까지.”

“마이클은 여기 못 들어오잖아? 지금 같은 그룹원이 아니라서.”

“아! 그럼 우선 세 명만 데려와.”

“…… 알았어.”

* * * * *

마정우.

유소라.

조복춘. 아니 리나.

이 셋이 무기를 쥐자 지군과 똑같이 신의 무기가 몸과 하나가 되었다.

다들 놀라워하면서 자신을 대단해 했다. 스스로 느낄 정도로 흘러나오는 오라가 차원이 달라졌으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무기를 천으로 묶어 들어 올리며 모두에게 말했다.

“이 무기를 노리는 놈이 있어.”

강력한 힘을 얻어 신이 난 정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하하! 이렇게 강한 무기인데 그럴 수도 있지.”

“마정우, 이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 응? 왜 갑자기 정색하고 그러냐.”

“너 생각해봐. 누가 이 무기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다가, 그 녀석이 시스템이 막고 있는 우리 저택으로 침범할 정도의 실력자야.”

“……?!”

내가 모두를 의자에 앉힌 후 다시 대화를 이었다.

“이 정도 실력자가 누구일 것 같아? 나는 고티 말고는 없다고 봐.”

지군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림자 밑에서 기억나오는 것도 녀석 기술이잖아.”

“근. 데. 그렇다면 고티가 이 상황에서 왜 우리 무기를 노렸을까? 그것도 말이 되지 않아.”

“……”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난감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군가 이 무기를 노리고 있다.

시스템을 뚫는 버그를 사용했으니 플레이어일 확률은 백 프로.

모두가 고민에 잠겨있을 때.

띵- 동.

저택의 벨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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