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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과거, 천사와 악마가 만나 하나의 종족을 탄생시켰다.

그게 바로 인간.

그 결과물을 두고 서로의 의견이 갈렸고, 결국 존속과 엄폐 혹은 멸살을 논하게 되었다.

그 당시 존속에 표를 던진 자는 악마 측, 오히려 천사 쪽에서 멸살에 표를 던졌었다.

그리고 그들 중 피를 보기 싫은 자들이 엄폐하자는 의견을 내었으니, 그자들이 바로 미카엘과 루시퍼였다.

“…… 체크 메이트.”

메타트론 공략법은 간단했다.

스윽- 캉!

내 낫이 놈의 창을 막아냈다. 이어지는 놈의 공격이 전부 내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가볍게 목을 흔들어 피했다.

‘좌, 우, 우, 좌, 좌, 우, 우.’

이미 싸워봐서 알고 있는 뻔한 패턴.

2번 좌측 공격 후 2번 우측 공격.

그리고 열 번을 반복했을 때.

“김천재!”

위에서 아래로 창을 휘두른다.

콰광!

놈의 창이 컨트롤타워의 천장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충격이 어찌나 컸는지 지면이 갈라지며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나는 옆구리에 발차기를 먹인 후,

팍!

옆으로 한 바퀴 돌며 낫을 휘둘렀다.

쉬익- 캉!

내 날붙이가 놈의 갑주에 막혔다.

“…… 환상보다는 강하다는 건가.”

메타트론이 땅을 박차고 뒤로 날아오르더니 찌그러진 자신의 갑주를 보았다.

“정말 인간 같지 않은 힘이군.”

“칭찬인가?”

“칭찬으로 보이나?”

“…… 어.”

-메타트론 님! 축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천사 중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메타트론이 창을 머리 위로 들더니 주문을 외웠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어서 뭐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땅에 무언가가 도래하고 있음을.

쿠우우우-

주변이 크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태풍이 곧 올 것 같이 말이다. 나는 그 중심에서 녀석이 주문을 외우지 못하도록 덤벼들었다.

캉!

“천벌을 내려주마.”

“네가? 아니면 신이?”

“…… 둘 다.”

콰르릉!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모두가 주위를 살펴보고 있을 때.

쾅!

노란빛이 번쩍이더니 번개 열 발이 내리쳤다. 순간적으로 메카니아의 전력이 잠시 끊겼다.

에이도스도 신호가 잡히지 않는지 로봇들이 멈추었다.

이 틈을 타 천사들이 대거 지면에 착륙하게 되었다.

-인간들을 몰살하라!

저게 천사들이 할 말인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 리콜.”

[‘리콜’스킬을 시전합니다.]

[특정 지정인이 없어 모든 소환수를 불러들입니다.]

그래.

우우웅, 하며 공간이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메카니아 중앙에 내 소환수들이 전부 생겨났다.

스켈레톤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 천사들을 노렸고,

네 명의 특급 소환수.

박규환, 가웨인, 아레스, 본드래곤.

‘……’

아니, 다섯 명의 특급 소환수.

불카누스까지 내 앞에 모였다.

모두가 입을 닥치고 있는데 불카누스가 코를 파며 내게 짜증을 냈다.

“아 뭐야! 드라마 보고 있었는데!”

“닥쳐 불카누스. 너는 어차피 도움도 안 되니까 건물 안에서 쉬고 있어.”

“예, 예. 고맙습…. 어? 저건 또 뭐야.”

불카누스가 메타트론의 살기를 느끼더니 건물 안으로 꽁지 빠지게 도망갔다. 정말 대장장이 기술이 없었으면 절대 내 소환수로 들이지 않았을 놈이다.

-크어어어어!

본 드래곤이 날아올랐다.

그 여파로 메타트론의 몸이 튕겨 나갔다.

“박규환, 가웨인, 아레스. 너희 전부 지상으로 내려가 시민들을 보호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본 드래곤, 너는 게이트 입구에서 넘어오는 천사들을 처리하도록 한다.”

-쿠워!

“그리고 지군, 너는…. 내가 메타트론을 상대하는 동안 틈을 타서 사슬 능력을 쓰도록 해.”

지군이 얄미운 표정으로 검지를 흔들었다.

“야레야레, 천재 쿤. 혼자서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 좀 닥치고 도와! 못 이겨서 도우라는 게 아니라 편한 길로 가자는 거야.”

“오이오이…. 알겠다…. 랄까?”

게임이 종료되면 저 녀석만큼은 내가 꼭 찾아가서 크게 한 대 때려준다.

부우우우웅-

드래곤에 밀려 날아갔던 메타트론이 다시 복귀했다.

“저 녀석은….”

“알고 있나? ‘어둠의 땅’의 진짜 주인.”

“분명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사라졌었지. 너희들이 모르는 곳으로 말이야.”

“……”

“자, 그럼 다시 게임을 시작해볼까? 강력한 치천사님.”

* * * * *

얼마 동안 싸웠냐고 물어본다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해가 지고 밤이 올 때까지 싸움이 이어졌으니, 못해도 반나절은 전투가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메카니아의 절반이 쑥대밭이 되었을 때, 게이트를 넘어오는 천사들이 확연히 줄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그들의 수장 메타트론의 숨통을 내가 잡았다.

털썩.

모든 날개가 잘린 메타트론이 땅에 누워 하얀 피를 흘렸다.

“크윽…. 김천…. 재.”

“당신 패턴은 전부 알고 있다고.”

“어떻게….”

“스킬도 단조롭고, 패턴도 단순하고. 공격력은 쓸 만하나 내가 맞을 일이 없으니 전혀 쓸모가 없었어.”

“……”

“죽기 전이라서 말해주는 건데. 네가 사라지면 나는 이 친구들과 함께 성역을 없앨 거야.”

“……?!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가 메타트론의 목에 날붙이를 들이밀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

쓰읍, 푸후-.

하얀 담배 연기가 메타트론의 얼굴을 가렸다.

“무슨 소리긴. 성스러운 존재들이 멸망하는 소리지.”

“…… 이런 미친!”

“당신은 천사치고 입이 너무 더러워. 그 입부터 다물게 해야겠군.”

내가 담배를 메타트론의 입안에 던진 후,

-커헉!

턱을 걷어차 입을 다물게 했다.

퍽-!

이어 낫을 녀석의 갑주 사이에 박아넣은 후,

콰직!

“이제부터 내가 너를 벌해주마.”

“크흐윽-.”

주먹으로 얼굴을 난타했다. 처음에는 캉캉! 소리와 함께 투구가 찌그러졌고,

이후에는 파박! 캉, 퍽! 소리가 나며 찌그러진 투구 사이로 내 주먹이 녀석에게 명중하는 소리가 났다.

팍! 팍! 팍!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주먹세례를 맞던 메타트론의 생명력 게이지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색상이 일곱 번 바뀌었다.

이 게임의 최강 보스인 루시퍼 이상의 생명력을 가진 놈이었다.

나는 녀석이 반격할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마무리를 지었다. 메타트론은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되는 적이니까.

[시스템 메시지]

[‘천상이 지배자, 신의 대리인. 치천사 메타트론이 현 시간부로 ‘멸망의 땅: 라스트 게임’ 내에서 사라졌습니다.’]

[임무 수행 절대 불가의 영역을 뛰어넘으신 김천재 님에게 시스템이 ‘악의 지배자’ 타이틀을 선사합니다.]

*악의 지배자(타이틀)

-게임 내의 신성한 모든 존재가 김천재 님을 적으로 돌리기 시작합니다.

-게임 내의 악한 존재들이 김천재 님을 아군으로 인식합니다.

-플레이어의 종족 타입이 악마로 바뀌며 모든 종족에게 15%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 처음 보는 타이틀이다.’

모든 종족에게 15% 추가 대미지라니. 소환수에게도 적용되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하다.

말이 15%지, 1000의 대미지면 150이 더 들어간다는 말 아닌가?

허허….

-우와아아아아! 김천재 님이 적장을 물리치셨다!!!!

시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정말이냐? 이제 이 싸움은 끝난 거야?

-진짜라고! 진짜야! 저기 저 위를 봐!

-역시 김천재 님….

내 승리를 확인한 지군이 코끝을 만지며 말했다.

“역시 넌 최강이야.”

“…… 염병, 내가 사슬 스킬 쓰라고 했냐 안 했냐.”

“쏘리, 타이밍을 못 잡았어.”

“…… 타이밍을 못 잡기는. 무서워서 숨어있었겠지.”

“헤헤…. 들켰나?”

“다시 한번 벌레로 변해서 숨어있으면 그때는 내가 직접 죽인다.”

“아, 알았다고.”

“후우-.”

[성스러운 존재 ‘아누’의 봉인이 풀리며 천상의 주인이 바뀝니다.]

‘…… 응?’

메타트론의 죽음과 함께 하늘을 뒤덮었던 게이트가 닫혔다. 그 후로 천사들은 인간계로 넘어오지 못했다.

남아있는 천사들도 메카니아의 병력에 의해 전부 전멸했고, 우리는 승리의 깃발을 올렸다.

-만세! 김천재 님 만세!!!

* * * * *

캉! 캉! 캉! 캉!

모루 위 날붙이를 불카누스가 열심히 때려댔다.

“후아-. 후아-. 후아-. 크으으으.”

“아직이냐?”

내 질문에 녀석이 짜증 섞인 소리를 내었다.

“앞으로 이틀은 더 걸릴 테니, 나중에 오십쇼!”

“…… 그렇게 오래 걸려?”

“아니, 이런 물건은 대체 어디서 구해오는 겁니까? 너무 단단해서 망치가 견디지 못할 정도라고요!”

“…… 수고해.”

나는 제련 중인 불카누스를 뒤로하고 공방에서 나왔다.

이곳은 메카니아의 수장인 강대원의 작업실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우리들의 제조 공방으로 바뀌어버렸지만 말이다.

나는 불카누스에게 다섯 개의 신급 무기 제련을 맡긴 후, 곧장 폐허가 된 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이쯤 되었으면 리 커우러나에게 부탁해놓은 일들이 전부 완료되었을 테니, 직접 마무리를 지으러 가야지.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정우야, 너는 좀 따라와야겠다.”

“…… 응? 나는 왜. 지금은 좀 쉬고 싶은데.”

“폐허가 된 마을만 금방 다녀올 거야. 게이트 통해서 움직이니 금방이야.”

“…… 내가 직접 가야 하는 일이야?”

“어. 누구를 좀 데리러 가거든.”

“누군데?”

내가 마법 발사하는 시늉을 하며 입으로 피슝! 소리를 내었다.

“리나. 이번에 조영기 대신 싸워줄 마법사.”

“…… 어?! 그 여자 찾았어?”

“아마도,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거야. 아니라면 김연희가 메카니아로 도움 요청을 했을 테니까.”

정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투구를 벗고 머리와 수염을 다듬었다.

“잠깐만, 오 분만 있다가 출발하자.”

역시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나왔다. 저번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포착했었는데, 설마가 역시나였다.

정우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하는 행동은 뻔하니까. X랄 친구인 내가 모를 리가 없지.

“예, 예. 그럼 나는 화장실 다녀올 테니 준비 끝내고 기다려라.”

“어! 먼저 가면 안 된다.”

* * * * *

퍼걱, 퍼걱! 퍼거걱!

깊은 동굴 속, 벨제붑의 정수를 가지고 있는 곤충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키야아아악!”

곤충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뱉었다. 그의 시중을 드는 여러 악마들이 흘러내리는 타액을 닦아내고, 그녀의 몸을 주물러 긴장을 완화 시켰다.

-저…. 저 알은 왜 저렇게 큰 거지?

-여왕님! 괜찮으십니까? 여왕님!

-누, 누구 루시퍼 님에게 가서 알려라. 알이 곧 나온다고!

호들갑을 떠는 그들과는 다르게 알을 출산 중인 곤충이 손을 저었다.

“흐으윽…. 아니…. 다…. 루시퍼 님은 지금 바쁘시니…. 부르지 마라….”

“여왕님!”

“이제 곧 태어날…. 마왕께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크윽….”

타조 알 정도의 크기인 다른 악마들의 알과는 다르게, 마왕을 품고 있는 알은 사람 머리통, 아니 그 이상.

마치 공룡이 태어나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커다랗다.

벨제붑의 정수를 가진 곤충은 계속해서 심호흡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이마에 박힌 검은 기운이 알로 흘러 들어가며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기운이 알에 흡수되었을 때.

“크윽…. 크윽…. 키야아아악!”

비명과 함께 알을 낳던 사마귀의 숨이 멎었다.

콰직, 콰지지직.

-마…. 마왕의 알이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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