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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우리가 남산 타워 반대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우와 다른 이들이 우리엘을 박살 내놓은 후였다.

[시스템 메시지]

[‘대천사 우리엘’이 사망합니다.]

[남산을 감싸 안은 성스러운 기운이 점차 사라집니다.]

정우가 우리엘의 창을 가져와 지군에게 물었다.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나?”

“흐윽…. 야메로! 이런 싸움은 모 야메룽다! 내 사랑 우리엘이 이렇게 사망하다니.”

지군 녀석이 우리엘의 창을 보더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정우는 어이가 없어 헛기침하며 다시 물었다.

크흠-.

“시끄럽고 이건 누구 전용 아이템이지?”

“……”

“빨리 대답 안 해?”

“…… 그건 마법사가 사용하면 좋은 무기야. 마력을 흡수해 성스러운 빛의 날로 바꾸는 형태니까.”

조영기가 ‘우리엘의 창’을 넘겨받았다.

그가 마력을 주입하자 날 끝이 길어지며 성스러운 힘을 내뿜었다.

“오오! 이거 굉장한데? 정말 내가 써도 되는 거냐?”

지군이 생색을 내었다.

“내가 네게 특별히 선사하는-”

나는 손바닥으로 지군 등을 찰싹! 때리며 말을 이었다.

“정우가 구한 건데 왜 네가 생색을 내.”

“아야…. 등 찢어지는 줄 알았다.”

“지팡이나 빨리 소라 씨한테 주고 사용법 알려줘.”

“…… 야레야레, 이 바카야로가 나를 너무 막대 하는군.”

내가 손바닥을 다시 한번 들자, 지군이 유소라에게 지팡이를 빠르게 건네주었다.

“이, 이 지팡이는 치유계열 직업의 모든 스킬 레벨을 증가시켜주고, 잠재된 스킬 하나의 봉인을 풀어주는 무기야.”

유소라가 싱긋 웃으며 지팡이를 받았다.

“고마워요.”

“유어 왤컴. 어여쁜 아가씨-”

“하하…. 재밌는 분이네요.”

“아가씨를 보는 것만큼 재밌는 건 없죠. 내 인생의 행복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팍!

정우가 지군의 옆구리를 강하게 한 대 치더니 그를 끌고 갔다.

“야 시끄럽고 물어볼 거 있으니깐 이리 와봐.”

“아악! 이 미친놈들! 이래서 너희들이랑 같이 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이 폭력 듀오!”

조영기와 유소라가 무기를 테스트하고 있는 동안,

우리 셋은 다음 전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정우는 자신만 신급 무기가 없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지군을 쥐 잡듯이 밀어붙였다.

“나는 언제 구할 수 있냐고?”

“야레….”

“야레라고 한 번 만 더 하면 진짜 죽는 줄 알아라.”

“…… 그, 금방 구해줄 테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다, 다음에 미카엘하고 가브리엘이 있잖아? 미카엘의 검은 네가 갖게 될 거야.”

마정우가 지군의 멱살을 잡고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또 다른 새끼 주면 넌 진짜 죽는다.”

“아…. 알았다고.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

정우는 전투를 좋아하는 만큼 장비 욕심도 굉장하다. 그러기에 게임 초반에도 황금 아이템을 일찍 준비하기 시작했었다.

자신의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보다 더욱 좋은 아이템을 유소라와 조영기가 가지고 갔으니.

화가 날 법도 했다.

나는 정우에게 담배를 한 대 건네어 주며 말했다.

“고?”

“…… 고.”

정우가 무심한 얼굴로 담배를 잡아들었다.

“지군, 내가 너를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야.”

“……”

“알지?”

그의 대사에서 학창시절 일진이 떠올랐다.

“모르겠고. 나 좀 그만 괴롭혀.”

“…… 쓰읍, 푸후-. 미카엘의 검은 무조건 내 거야. 알겠어?”

“알겠다고! 어차피 형 아니면 쓸 사람도 없다고요.”

아참, 지군은 아직도 우리가 형인 줄 알고 있구나.

“그래. 미카엘의 검은 형이 쓸 테니, 너는 저번에 말한 메타트론의 무기를 사용하도록 해.”

“알았다고요. 근데 가브리엘의 성력 지팡이는 누가 사용하지?”

“그건 저번에 본 마이클이라는 애가 사용하면 될 거야. 마이클도 치유 능력자거든.”

“오오…. 같은 그룹에 치유 능력자를 두 명이나 두셨다?”

“한 명은 치유계열이지만 버프 전문가였어. 지금 저기 있는 소라 씨가 버프 전문.”

지군이 밝은 얼굴로 손가락을 튕겼다.

“아하! 알겠어. 근데 이 그룹 완전 좋네! 버프, 치유, 물리, 마법 없는 게 없어.”

“다 좋은데. ‘알겠어.’라고? 갑자기 반말하네?”

“…… 알겠어요.”

“형님이라고도 붙여.”

“…… 행님.”

내가 웃음을 찾으며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 * * * *

부우웅- 카강!

조영기의 우리엘의 창이 마정우의 검을 밀어냈다.

근력 능력치가 세 배 이상 차이나는 데다가,

이 게임 내에는 직업 보정치라는 게 있어 같은 레벨이면 마법사가 전사만큼의 물리적인 힘을 절대 낼 수 없다.

예를 들어, 내 힘 능력치가 9999여도, 캐릭터 간의 보정치가 적용되면 정우의 999가 더 강하다는 뜻.

그런데 물리적인 힘으로 마법사가 전사를 눌렀다?

“…… 이런 시이바알!”

정우가 화를 내며 지군을 보았다.

지군이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내 눈치를 보았다.

“자, 잠깐만. 미카엘의 무기는 금방 구할 수 있으니 진정하라고. 저, 저 게이트에 들어가서 그냥 쓱싹하고 죽여서 빼앗아 오면 돼!”

“그게 그렇게 쉽게 된다고?”

“무, 무조건이야.”

나는 푸하하하! 웃으며 정우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진정해. 금방 구해줄게.”

“…… 으. 저번에는 제일 먼저 무기를 구해서 몰랐는데 이렇게 되면 기분 정말 더럽구나.”

“너만 그래.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안 쓴다고.”

“…… 후우.”

정우를 진정시킨 나는 유소라의 새로운 능력을 보았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물고기들이 한층 더 커져 30센티는 되어 보였다.

커다란 영혼 물고기 수십 마리가 허공에 날아다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마치 아쿠아리움에 온 듯한 기분이다.

“소라 씨, 새로운 능력은요?”

“어…. 패시브라고 적혀 있고, 이 물고기들이 상대방의 영혼을 갉아먹는다고 되어 있어요.”

“……?”

상대방의 영혼을 갉아먹는다고?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다.

강한지 약한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는 척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에게 말했다.

“그건 나중에 때가 되면 사용하도록 하죠.”

“…… 네!”

우선 새로운 능력 확인은 끝냈다.

준비를 마친 우리는 남산 타워 앞에 만들어져 있는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크윽….”

악마가 만든 게이트라서 그런지 열기가 강하고 걷는 내내 살갗이 따끔했다.

게이트 건너편으로 도착했을 때는 낯익은 풍경이 우리를 반겼다.

모두가 좋아했다.

[시스템 메시지]

[‘메카니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 시간부로 ‘에이도스’가 김천재 님의 움직임을 파악합니다.]

메카니아 도시로 통하는 입구, 바로 그 거대한 기계 문 앞이었다.

“좋아, 에이도스. 메카니아 근방을 전부 탐색하도록 하고. 악마와 천사들이 발견되면 내게 보고해.”

[‘에이도스’가 김천재 님의 명령을 하달합니다.]

[로봇 기체들이 메카니아 섬 전역에 대한 수색을 시작합니다.]

쿠릉! 소리와 함께 신형 로봇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외관을 보니 덩치가 전에 비해 조금씩 더 작아진 것 같은데, 장착된 무기가 늘어났다.

양쪽 다리에 달린 미사일과 양팔에 달린 화염방사기만 보더라도 두 배는 늘어났으니….

굉음과 함께 녀석들이 메카니아 전역으로 날아갔다.

나는 빠르게 도시 안으로 들어가 컨트롤 타워로 향했다.

가는 내내 메카니아의 시민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김천재 님이시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식사는 하셨나요? 안 하셨으면 저희 가게에서 고기라도 좀 구워 먹고 가시지요!

내가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저는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식사는 조금 전에 하고 와서 괜찮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우리가 컨트롤 타워에 다다랐을 무렵, 이 도시의 문명을 빠르게 이끌어 올린 강대원이 우리를 향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천재 씨!”

“총독님, 아니 대표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그냥 편하게 승현 아버지라고 부르세요.”

“하하…. 그럼 승현이 아버지. 혹시 로봇 기체들이 출동하신 것은 보셨나요?”

“…… 예, 보았습니다. 에이도스가 김천재 님의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권한을 주었더니 명령을 공유하는구나.

나는 머리를 긁적인 후 그에게 말했다.

“맞아요. 지금 이 근처에 악마들이 바글거려서 어쩔 수 없이 출동시켰습니다.”

“……!! 그, 그 괴물들이 말입니까?”

“예. 저번보다 더 많은 수의 악마들이 이 근처에 있어요.”

강대원이 이를 바드득거리며 내게 대답했다.

“드디어 저희가 복수할 시간이 온 겁니까?”

“…… 예. 제가 저번에 말씀드린 때가 왔어요.”

“후우-, 그럼 저희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컨트롤 타워의 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신호하기 전까지 모두 무장 상태를 유지해주시고. 신호하면 결계를 작동시키세요.”

“간단하군요. 전투 준비 태세 아닙니까?”

“맞아요. 희생자를 최대한 줄이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시죠?”

강대원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도시 봉쇄 계획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천재 씨의 은혜에 보답할 기회이자…. 저희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니까요.”

“든든하네요. 저희는 마물들의 원흉인 놈들의 우두머리를 찾아 도시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어…. 위험한 것 아닙니까?”

나는 일부러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위험한 건 안이나 밖이나 똑같습니다. 녀석들의 목표는 메카니아 탈환이잖아요.”

“…… 근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편하게 물어보세요.”

“악마들이 굳이 저희를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이지요? 도시라면 이곳 말고도 굉장히 많을 텐데요.”

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한 이유가.

악마들이 철의 요새라 불리는 메카니아를 지배한다면, 루시퍼가 힘을 되찾을 때까지 천사들의 견제를 받지 않는다.

그 외에도 멸망 계획을 실행시키기에 제일 좋은 장소니……

“우선 제일 큰 이유는 위치 때문이에요. 인간이 만든 문명 중에는 제일 높은 수준의 방어벽이 있어서요.”

“제일 높은 수준의 방어벽….”

“예, 맞아요. 이곳을 점령하면 그들은 난공불락의 요새를 갖게 됩니다.”

”….”

“저희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야 하고요.”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저희가 무너지면 전부 큰일이 나는 것이군요.”

“그렇죠.”

메카니아는 그룹 외 다른 플레이어에게 공유되는 마을이 아니다.

즉- 우리 그룹 혹은 같이 임무를 진행했던 플레이어만이 현재 이곳에 올 수 있다.

즉- 마지막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진다면 우리 쪽에서는 손해가 막심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전투가 더욱 힘들 테고,

그럴 경우 루시퍼를 이길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과거, 우리는 이 사실을 몰라 열다섯 번째 라운드를 메카니아에서 치렀고,

우리는 루시퍼에게 패배했었다.

‘폐허가 된 마을’로 녀석을 이끌었으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라운드였는데….

그때 우리는 너무나도 정보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 그럼 저희는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나는 모두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격전을 준비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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