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160화 (160/215)

160화

대화를 모두 마친 고티가 떠났다.

우리는 그에게서 넘겨받은 정보를 토대로 지군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군 녀석이 메타트론을 노리고 있다. 이 말이지?”

나는 다 태운 담배를 땅에 문지르며 정우에게 대답했다.

“그렇지. 꼭 써보고 싶었던 메타트론의 무기를 노린다고 했잖아.”

“하…. 참. 그 돼지 녀석은 예전부터 이상한 포인트에 꽂혀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랑 같이 움직였지. 그 포인트가 적에게 꽂히면 집요하게 공략하니까.”

“…… 흐음.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냐?”

“뭘.”

“지군 찾기. 그 녀석은 변장의 달인이잖아?”

정우의 말이 맞다.

우리끼리 변장의 달인인 그를 찾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터. 게다가 고티 말을 들어보니 그는 천사들 사이에 숨어있다고 했다.

성전 주위에만 적어도 수천의 천사들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정식적인 루트로 움직이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할 수가 없다.

“…… 그럼 반대로 생각해볼까?”

“뭐?”

“어차피 녀석의 목적은 메타트론의 무기잖아? 그럼 우리가 먼저 메타트론의 앞을 지키고 있는 거지.”

“…… 스토리가 공유될까?”

“당연하지. 열한 번째 라운드부터는 국가 간의 오픈 월드니까.”

“그렇다면 뭐…. 나야 상관없긴 하지. 근데 메타트론 앞을 지키고 있으면 이번 임무는?”

메타트론 앞에서 그를 기다린다.

지군을 찾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무작정 그를 기다린다면 스토리 라인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우리가 임무에 실패해야 미카엘과 메타트론 사이에 분열이 생겨 싸울 명분이 생기니 말이다.

지군 한 명 찾자고 임무에 실패하기에는 보상이 너무나도 아깝다.

“…… 네 말이 맞네.”

“하! 그냥 빨리 임무를 끝내 버리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고 싶은데.”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너도 알겠지만 지군을 찾으면 우리에게 큰 전력이 될 거야.”

아주 큰 전력.

악마와 천사 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거사의 시작을 그에게 맡기고 싶다.

작전 하나는 나보다 뛰어난 놈이니까.

“…… 잠깐만?!”

내가 천천히 왼손을 들어 턱을 잡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는데, 그중 하나가 내 눈앞에 멈추듯 생각이 굳었다.

“마정우! 넌 정말 천재야.”

“…… 응?”

“아까 뭐라고 했었지?”

“네 말이 맞다고.”

“아니 그 후에.”

“빨리 임무를 끝내고 다음 라운드로 가자고?”

내가 정우의 어깨를 흔들었다.

“바로 그거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

“우리가 강제로 임무를 종료시켜버리면 지군도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거야.”

“…… 그래?”

“그렇지. 녀석은 메타트론의 무기를 노리고 있는데, 우리가 그 경로를 차단한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어?”

정우가 눈썹을 천천히 움찔거리더니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아…! 녀석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방해한다. 이거지?”

“그렇지.”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김연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기, 미안한데 그 메타트론의 무기라는 게 뭐야? 참다 참다 너무 궁금해서 한 번 물어본 거니까, 화는 내지 말고.”

정우가 김연희를 스윽 보더니 자리를 떠났다. 이제는 대놓고 그녀가 싫다는 표시를 내었다.

“메타트론의 무기, 창이야.”

“…… 창?”

“그래, 창. 사냥꾼들이 제일 좋아하는 무기가 뭔 줄 알아?”

“사냥꾼…. 활? 도끼?”

대화의 흐름만 보아도 창이라는 대답이 바로 나올 텐데, 김연희도 참 특이한 여자다.

“창이야.”

“창? 웬 창?”

김연희는 역시 암살자 클래스 하나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지, 외의 직업군에 관해서는 문외한이구나.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그냥 대화를 끝냈다.

* * * * *

“이곳이 루시퍼의 흔적이 있는 곳인가?”

잊혀진 계곡, 그 중간에 있는 동굴 앞에 천군과 우리가 모였다.

“맞아.”

내 대답에 미카엘과 우리엘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지면에 그려져 있는 주문진을 보고 내게 물었다.

“정말이군, 이 장소는 어떻게 찾았지?”

“샐래맨더, 불꽃의 정령이 도와줬어.”

“샐래맨더? 너는 정령들과도 교류하는가?”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거짓말은 아니니까.

“알수록 굉장한 인간이군.”

“칭찬이면 고맙고.”

“…… 잠시 둘러보도록 하지.”

미카엘이 주문진을 손바닥으로 훑더니 글자들을 하나씩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돌발 임무가 시작됩니다!]

[‘대천사 미카엘’ 님이 주문진을 해석하는 동안 ‘우리엘’과 함께 잊혀진 계곡을 방어해 주십시오.]

“…… 음?”

나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원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잊혀진 계곡을 방어하라니? 대체 어떤 존재로부터 막으란 말인가.

쿠궁! 쿠궁! 쿠궁!

땅이 흔들렸다.

황급히 동굴 밖으로 나가보니 벨제붑의 부하였던 거구의 악어와 코끼리들이 잊혀진 계곡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앞서 상대한 수는 두 마리.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놈들은 열댓 마리가 넘었다.

“흐음…. 정우야.”

“왜?”

“설마 저걸 막는 게 임무인가?”

“그런 것 같은데, 너무 쉬운 거 아닌가?”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녀석들이 약하다거나 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 몬스터.

말벌이 개미를 학살하는 것만큼 쉽다.

우리엘이 날아오르려는 순간 내가 손을 뻗어 막았다.

“잠시만요.”

“…… 왜 그러지?”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네가?”

나는 좋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 후 본 드래곤을 불렀다.

먼 곳에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거구의 괴물들이 뒤로 돌아 울음이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상공에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본 드래곤이 입을 크게 벌리더니,

콰드드득!

거대한 악어의 머리를 깨물어 뜯었다.

콰직!

-키에에에엑!

우리엘이 본 드래곤의 전투력을 확인하더니 놀란 듯 입을 떡하니 벌렸다.

“저, 저 녀석은 어디서 나온 거지?”

“제 부하예요.”

“…… 네 부하?”

“예.”

악어와 코끼리들이 본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결과는 뻔했다.

그저 꼬리를 크게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녀석들이 전부 풍선처럼 날아갔다.

쿠궁!

이어 본 드래곤의 학살 타임이 시작되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찢고 뜯고 갈겼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을 했다.

“굉장해….”

유소라가 넋을 놓고 보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강함과는 전혀 다른 레벨의 전투다.

마정우가 코를 파며 내 옆으로 오더니 넌지시 물었다.

“저 녀석, 쓸모가 많네.”

“덩치가 커서 아무 곳이나 못 들어가는 거 빼고는 참 좋아.”

“리콜도 가능해?”

“어, 다만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 되어야지만 가능한 것 같아.”

특정한 스킬 몇몇을 제외하고는 절대 막을 수 없는 강함.

본 드래곤은 이 게임 내에서 먼치킨에 가까운 존재라 단 한 마리밖에 풀리지 않는다.

그것도 운영진에게 선택된 존재만 사용 가능함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 다시 봐도 만족스럽네.’

* * * * *

전투가 끝나자 우리엘이 창을 머리 위로 들어 빛을 사방으로 쏘았다.

[‘대천사 우리엘’이 승리의 빛으로 잊혀진 계곡을 덮습니다.]

[현 시간부로 하급 악마들의 출입이 불가능해집니다.]

전투가 생각보다 빨리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이 모든 일을 마쳤다며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저 시간벌기용, 혹은 시스템상 유저들이 부족한 레벨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장치였나 보다.

미카엘이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김천재.”

“…… 예?”

“아무래도 너는 인간계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알고 있지만 물어보았다.

“왜요?”

“루시퍼와 그 부하들이 지상으로 내려간 것 같아.”

전부 알고 있지만 놀란 척을 했다. 아무리 시스템이라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반응이 좋을 것 같아서다.

[‘대천사 미카엘’이 김천재 님의 반응을 확인하며 스토리의 속도를 조정합니다.]

[루시퍼와 그의 부하들의 스토리 진행 속도가 느려집니다.]

‘역시.’

얼굴 인식 시스템이 확실하게 살아있구나.

나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지상 어디로 내려갔나요?”

“대경성이라는 곳 근처에 도착했더군. 인간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산속에 숨어있어.”

“대경성 옆 산이라….”

“우리는 메타트론과 대화를 나눈 후 너희와 합류하도록 하겠다.”

응?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천사들도 지상에 내려온다는 말이에요?”

“이번만큼은.”

“메타트론이 허가할까요?”

“…… 그건 아직 모른다.”

천사들이 지상 대전에 합류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 봤는데, 이건 또 어떤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는 걸까.

사실 이제는 ‘멸망의 땅’ 스토리와 상관없이 이 게임의 끝마무리다.

루시퍼만 잡으면 끝나는 게임에서 더 이상 무엇을 하려 한단 말인가?

뭐….

천사들이 도와준다면 나야 좋기는 한데. 일의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라 찝찝하다.

천사들이 먼저 멸망해야 하는데….

“우선 알았습니다. 그럼 메타트론하고 대화를 나누러 가도록 하세요. 저희는 지상으로…. 가! 아니라!”

“……?”

“미카엘, 우리엘. 혹시 지금 지옥에 있는 천병들을 전부 집합시켜 주실 수 있나요?”

우리엘이 내 옆으로 날아왔다.

“천병들은 왜?”

“무엇 좀 확인해봐야 할 일이 있는데, 그들이 필요해서요.”

“무슨 일인데?”

나는 근처에 있는 천병들을 한 번씩 둘러본 후 그에게 대답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천사들의 수를 세어보면, 한 명이 더 많을 거예요. 악한 힘을 가진 자가 그들 사이에 숨어있습니다.”

우리엘이 콧방귀를 끼며 내게 말했다.

“악의 힘을 사용하는 자 중 천사로 변할 수 있는 자가 있다고?”

“예, 그리고 그가 당신들의 우두머리. 메타트론의 목을 노리고 있어요.”

“……!!!”

미카엘이 두 눈을 부릅뜨며 내게 물었다.

“메타트론을 노리는 놈? 벨제붑의 부하인가? 아니면 루시퍼의 부하?”

“아니요, 인간입니다.”

“인…. 간?”

“예.”

그들은 내 말을 믿지 못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미카엘이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내쉬더니 답했다.

“그럼, 루시퍼의 흔적도 찾아 주었는데 그쯤이야. 우리엘, 지금 지옥에 있는 천병들을 전부 이곳으로 집합시켜 주게나.”

내가 손을 뻗었다.

“아뇨! 성전 앞으로 모이게 해주세요. 그쪽이 더 넓으니 찾기 쉬울 거예요.”

* * * * *

미카엘과 우리엘이 지옥에 있는 천병들을 전부 모았다. 하늘을 메우고 있는 천사들의 수가 몇인지 세기도 힘들 만큼 굉장했다.

“각자 자신의 좌, 우측에 있는 병사들의 얼굴을 보고 기존에 있는 자인지 확인해보도록 해라.”

천사들은 정신이 공유되기 때문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그 점을 이용해 지군을 단번에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아니지, 찾을 방법을 구상해보았다.

아직 찾은 건 아니니까….

천사들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자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리 그룹은 그들을 보며 혹시라도 빠진 인원이 있나 확인했다.

“하나…. 둘…. 셋…. 넷….”

시간이 한 참 흘러 모두가 포기하려던 그때.

-너는 누구냐!

서로 모르는 자가 나왔다.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