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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아포칼립스-121화 (121/215)

121화

5.

4.

3.

2.

1.

“폭파.”

쾅!

불기둥이 솟았다.

폭발로 인해 화염이 폭풍처럼 번져 나갔다.

6서클 마법사의 파이어 스톰을 연상케 할 만큼 굉장한 위력이었다.

성전 앞을 가득 메우던 골렘 무리가 단 한 순간에 박살이 났다.

넘지 못할 큰 벽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마치 포탄에 맞은 집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골렘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가웨인의 등을 떠밀었다.

가웨인의 눈빛이 번쩍였다.

“역시 전부 계획이 있으셨군요, 주군.”

[‘태양의 기사 가웨인’의 충성심이 100%가 되었습니다.]

[가웨인의 완벽한 충성심으로 인해 특수한 능력이 개방됩니다.]

[*용섬격: 용의 힘을 빌려 일격에 적을 섬멸합니다. (모든 마나 소진)]

‘용섬격….’

전설 등급의 능력이자 검술의 수준이 인간의 한계치를 넘어서야 배울 수 있는 스킬.

과거 마정우가 열네 번째 라운드에서 겨우 얻었던 스킬을 가웨인이 얻게 될 줄이야.

내가 환한 미소로 그에게 속삭였다.

“적을 섬멸해라. 마몬은 내가 다시 신호를 주기 전까지 죽이지는 말고.”

“예.”

팟!

땅을 차는 소리와 함께 그가 전방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적들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전방에 있는 골렘들이 전부 쓰러지자, 뒤따라오던 악마 병사들이 겁을 먹고 걸음을 멈추었다.

골렘과 임프,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오던 헬하운드.

모두가 정지 상태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마몬의 죽음 메시지가 날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녀석은 분명히 살아 있다.

“…… 저기다.”

내 손가락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벌레 한 마리를 가리켰다. 화염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자그마한 진드기였다.

가웨인이 검을 휘두르자, 진드기의 몸에서 마몬이 튀어나왔다. 마치 끓는 주전자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듯 말이다.

샥-

검이 땅을 그어 진드기를 터트리고, 허공에서 멈추었다.

마몬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가웨인의 검날 위에 서서 내게 말했다.

“마법사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 봤는데?”

그럴 수밖에.

이번 라운드에 참여한 마법사는 0명. 대부분 목숨 지키기에 좋은 성기사와 사제 같은 직업만을 선택했었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생존율이 낮은 마법사는 조영기 같은 매니아들만 선택할 테니….

나는 낫으로 땅을 퉁퉁 치며 그에게 대답했다.

“마법사가 아닌가 보지.”

“…… 형제들이 전부 당할 만하네. 루시퍼 님이 예의주시하고 있으라고 하시기는 했는데, 너 사탄도 처리했다면서?”

“그건 어떻게 알았지? 너는 북쪽의 소식을 듣지 못할 텐데.”

“그쯤이야 뭐….”

시스템에서 따로 연락을 준 건가? 분명 사탄에 대한 건은 서브 이벤트기 때문에 다른 대악마들이 알지 못해야 한다.

가웨인이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마몬이 가볍게 뛰어오르며 격을 피했다.

다른 악마들과는 다르게 웃음기가 전혀 없다. 아까 그 소름 끼치는 웃음은 그저 전투 신호였던 것일까?

놈이 나뭇가지 같은 날개를 흔들자 강풍이 불었다. 지면에서 흘러나오는 지옥의 불길이 크게 번져 올랐다.

“김천재, 내가 제안 하나 하도록 하지. 지금이라도 루시퍼 님의 밑으로 들어오면 살려주도록 하마.”

“…… 네가 나를 살려준다고?”

“그래.”

나는 기가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죽을게.”

“…… 후회하지 않겠나?”

“후회할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나를 이기지 못하는데 말이야.”

조금 전 시체 폭발의 위력을 본데다가 자신의 병사들 절반이 한 방에 날아가 버린 놈이.

저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분명 녀석의 스킬은 타 생명체에 몸을 숨기는 ‘은신’과 쓰러진 골렘들을 다시 조립하는 ‘조합’이 끝이다.

물론 이 녀석 또한 내가 모르는 스킬 한 가지 정도는 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상대한 대악마들을 생각해보자면 말이다.

나는 마몬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아직 후방에 배치된 골드 골렘과 실버 골렘이 출격하지 않은데다가, 혹시라도 마몬 녀석이 사정거리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깐.

마몬이 나를 향해 천천히 날아왔다. 나는 쓰러진 몬스터 한 마리를 허공에 던진 후 주문을 외웠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을 시전합니다.]

[임프 1기에 대한 폭발이 이루어집니다.]

[카운트 시작 ‘5초’]

녀석과 나 사이에 몬스터의 시체가 폭발하며 큰 불꽃이 일었다.

쾅!

놈이 이동을 멈추고 나를 내려보았다.

“그렇군, 시체 폭발 스킬을 사용한 거였구나.”

“그래. 네가 너무 약해서 죽기 전에 한 번 보여줬어. 어떻게 죽었는지 정도는 알고 있으라고.”

“…… 오만하구나.”

“네 녀석에게 들을만한 이야기가 아닌데.”

“어리석은 녀석.”

마몬의 몸에서 가시처럼 뾰족한 어둠의 오라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를 주시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폭발로 인해 쓰러진 골렘들이 한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찌그러진 스틸 골렘들은 천천히 철판이 펴졌으며, 산산이 부서진 스톤 골렘들은 조각들이 모여들어 찰흙처럼 붙기 시작했다.

“…… 죽여.”

내 명령에 가웨인과 해골 병사, 그리고 베트남 플레이어들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골렘들이 다시 조립하지 못하도록 쉴 틈 없이 싸웠다.

부웅-

쿵!

부수고, 또 부수어도 골렘은 계속해서 재생했다.

나는 마몬을 지켜보며 녀석의 움직임을 살폈다. 아무리 대악마라고 하더라도 마나의 한계는 분명히 온다.

그때가 되면 녀석은 은신조차 불가능해질 테고, 나는 그 순간을 노려 녀석을 마무리하면 된다.

나는 기를 사방으로 펼쳐 주변을 경계했다.

마몬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일본 플레이어의 기습도 대비해야 한다.

골렘들을 계속해서 소생하던 마몬이 갑자기 주문을 멈추었다.

‘때가 왔나?’

싶어 공격할 준비를 하는데, 놈이 땅을 향해 빠르게 날아와 임프의 시체를 씹어 먹었다.

콰드득!

뼈까지 씹히는 소리가 났다.

그의 기이한 행동에 내 몸이 얼어붙었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마치 개조 좀비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하는 행동과 같았다.

[‘탐욕의 마몬’이 시체 흡입 능력을 사용합니다.]

[60초간 체력 재생력과 마력 재생력이 높아집니다.]

‘…… 뭐?’

피에 얼룩진 놈의 얼굴이 보였다. 머리 위로 보이는 생명력 게이지가 천천히 차올랐다. 아까 전 폭발로 한 칸은 깎아 냈었는데, 금세 풀피가 되었다.

“제길.”

나는 직감했다.

이 싸움은 생각보다 쉽지 않게 흘러갈 것 같다. 녀석과의 상성이 이렇게 좋지 않을 줄이야, 저런 식으로 나온다면 놈은 골렘을 무한히 살려낼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력에 한계가 있는 내 소환수들이 밀려날 것이 뻔하고.

“…… 후우.”

어쩔 수 없나?

놈을 처리할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앞서 소환한 베트남 플레이어들의 영혼을 풀어주고, 골렘들을 리바이브하여 다시 소생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다만 그럴 경우에는 베트남 플레이어들을 다시 살려낼 수 없다.

감염되지 않고 신체 훼손이 많지 않아야 마이클이 다시 살릴 수 있다.

지금 소환을 취소한다면 베트남 플레이어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즉, 베트남 플레이어 전원 다시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몬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늦었다. 인제 와서 루시퍼 님의 밑으로 들어올 생각은 말아라.”

“그럴 생각은 없고. 죽이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 말해라.”

“너는 루시퍼와 벨제붑 중 누구의 편이지?”

내가 던진 질문에 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눈이 매섭게 변하는 것으로 보아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인 것은 확실했다.

“당연히 루시퍼 님이지, 내가 어째서 벨제붑 같은 놈을 섬기려 한다고 생각하지?”

“지옥의 악마 중에서는 벨제붑이 제일 강하니깐.”

“벨제붑이?”

지금까지 굳어있던 마몬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가 박장대소를 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말이다.

“푸하하하! 벨제붑이 루시퍼 님보다 강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녀석은 루시퍼 님에게 패해서 지금 갇혀있는 것을 모르나.”

“루시퍼도 천사들에게 패해서 봉인되어 있지 않나?”

“그건 천사들에게 당한 거고. 벨제붑은 루시퍼 님에게 졌다.”

“그래?”

“당연하지. 녀석은 절대로 루시퍼 님에게 상대가 되지 못해.”

“왜지? 나는 벨제붑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녀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내게 말하면 안 될 이야기인가 보다.

“후우-. 그건 네가 알아서 뭐 하게?”

“…… 그냥. 벨제붑이 곧 루시퍼를 공격할 예정이거든.”

“뭐라고?”

“뭐긴. 그 있…. 아니다. 이건 네가 알 필요 없다.”

“말해라.”

“됐어. 너도 말 안 하는데 나라고 말할 필요가 있나.”

내가 얄미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마몬이 석연찮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정보를 교환하자는 말인가?”

“빙고, 생각보다 똑똑하네?”

“무엇이 알고 싶은 거지?”

“벨제붑이 루시퍼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녀석이 잡혀있는 왕좌를 누가 지키고 있는지.”

내 질문을 듣자 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이었다.

“…… 김천재.”

“말해.”

“벨제붑이 잡혀있는 왕좌를 누가 지키고 있는지 물어본 건가?”

“그렇지.”

마몬이 대화를 멈추고 한참 동안 제자리에서 날갯짓했다. 내가 대화를 다시 시작하려 하자 놈이 허공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우선 정보를 교환하자는 네 제안은 거절하도록 하지.”

“…… 왜지?”

“네 정보력은 제로에 가깝다.”

“제로?”

“그래, 벨제붑이 왕좌에서 나간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벨제붑이 왕좌에서 나갔다니?

일곱 번째 라운드의 두 번째 메인 흐름이 바로 녀석을 구출하는 임무인데 말이다.

혹시 리바이어던을 미리 처치해서 스토리의 흐름이 크게 엇나간 것인가?

아니지!

그렇다면 PC 버전에서도 똑같이 진행되었어야 한다. 리바이어던을 미리 처리하는 행동은 앞서 해보았던 작전.

그렇다면 리바이어던과 스토리의 흐름은 큰 관계가 없다.

“…… 루시퍼가 왕좌에서 나갔다고?”

“그래, 그런 것도 모르는 놈이 아까 뭐라고? 벨제붑이 루시퍼 님을 공격한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

“멍청한 놈, 혹시라도 무엇인가 알고 있나 싶어 대화해보았는데 시간만 날렸다.”

“……”

“네 말장난에 넘어간 내 형제들이 불쌍하게 여겨지는군. 그들을 대신해 내가 너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주마.”

마몬이 주문을 외웠다.

다시 골렘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내 소환수와 마몬의 악마들이 충돌하며 전장에 열기가 가득 찼다.

전투가 지속하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벨제붑이 부활했다면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마몬 녀석은 벨제붑이 루시퍼에게 전혀 상대가 안 된다고 단정을 지어 말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아는 벨제붑은 루시퍼에 맞먹는 오라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

알겠다.

내가 모르는 5년의 세월 동안 녀석들이 어떻게 변했을지 생각해보았다.

녀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답이 나왔다.

과거 지옥의 왕이었던 벨제붑과 현재 지옥의 왕인 루시퍼의 차이는 타고난 종족이 가지고 있는 힘.

벨제붑은 악마 속성을 가지고 있다. 루시퍼 또한 악마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타락 천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성스러운 힘 또한 사용할 줄 알 것이다.

즉-.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진 루시퍼에게 벨제붑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이게 내 답이다.

녀석과의 대화에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열다섯 번째 라운드를 끝낼 방법을 찾았다.

“고맙다, 마몬. 네 덕분에 루시퍼의 약점을 알게 되었어.”

“…… 뭐?”

“이제 알고 싶은 건 전부 알게 되었으니 죽어도 돼.”

“……?”

“죽어라, 마몬.”

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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