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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아포칼립스-120화 (120/215)

120화

서쪽으로 돌아온 나는 몰려오는 골렘들을 상대하며 마몬을 기다렸다.

악마 중에서도 대형에 속하는 크기, 비홀더와 견주어도 될 만큼 커다란 덩치의 몬스터들이었다.

“가웨인, 임프 시체들은 전부 한곳에 쌓아둬.”

“알겠습니다.”

마몬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려면 앞으로 한 시간은 걸린다. 전투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나는 성전 안으로 발을 돌렸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성전의 끝에 도착하자 미카엘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

그녀는 아직도 라파엘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내고 있었다.

검날의 8할이 벌써 뽑혔다.

나를 발견한 유소라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천재 씨!”

그녀의 외침에 마이클과 김연희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나는 그들을 불러모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일본이 배신한 것까지는 모두 알겠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미카엘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본 플레이어가 여기까지 올 확률은 낮아요.”

마이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재 킴?”

“응? 말해.”

“천재 킴 말대로라면 일본 사람들. 이곳에 올 수 있어요우.”

“…… 왜지?”

“놈들이 하는 짓이 화전양면전술 아님니까?”

“그렇지.”

“그럼 다른 플레이어들을 속인 후, 이곳에서 대기하며 악마들을 막으려 한 것 아니겠슴니까?”

“……”

“이번 게임은 저 봉인만 풀리면 끝난다고 했잖아요우. 화전양면전술의 핵심은 확실한 타이밍과 함께 신속하게 메인 타겟을 처리하는 것.”

내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너무 놀라웠다.

“마…. 마이클.”

“네엡?”

“너 원래 이렇게 한국말을 잘했냐?”

내가 놀란 점은 마이클의 전술적 해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어눌하고 천천히 말하던 마이클이 너무나도 진지한 눈빛으로 정확한 발음을 내었다는 것.

마이클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군사 작전, 나는 프로임니다.”

“오…. 좋아. 녀석들이 네가 말한 만큼 똑똑한지는 모르겠는데, 우선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움직이자.”

“네엡.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미카엘을 슬쩍 본 후 작게 속삭였다.

“일본 쪽에서는 우리가 서쪽 일을 알고 있는지 몰라.”

“그래서요우?”

“…… 녀석들의 작전을 역이용하도록 하자. 네 말대로라면 녀석들은 분명 이곳으로 올 거야. 그럼 그 때를 노려서-”

* * * * *

동쪽에 도착한 마정우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본 측의 배신을 알려주기도 전에 그들이 전멸해 있었다.

벌써 계단 앞까지 도착한 악마들이 아우성을 치며 들어오려 했다.

다행히도 아직 결계가 뚫리지 않았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마정우가 히든카드를 사용했다.

“천사의 부름!”

[‘천사의 부름’을 시전(1/3).]

[백색의 게이트를 열어 신성한 힘을 가진 무리를 부릅니다.]

공간이 뒤틀리며 게이트가 열렸다. 그 안에서 하얀 날개를 가지고 있는 천사들이 몰려나왔다.

그들은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악마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적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수의 천사들이었다.

“휴우.”

마정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사의 부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더 늦었다가는 악마들이 성전까지 진입할 기세였다.

주변을 둘러본 마정우가 중국인들의 시체를 뒤집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살아있는 자가 있는지 보기 위해, 생명력 게이지를 한 명씩 확인했다.

“…… 없네.”

살아있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의 몸을 확인해보니, 예리한 날붙이에 깊게 베인 상처들이었다.

상처의 깊이가 위쪽은 깊고 아래쪽은 얕았다. 즉 당기며 베는 검술을 가진 자에게 당했다는 말.

“일본 놈들이 맞구나.”

마정우는 김천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본 놈들의 소행임을 알아냈다. 그는 무기에 대한 일가견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 녀석은 어디에 있는 거지.”

중국인 시체를 전부 들춰본 마정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들의 핵심 멤버인 드루이드 플레이어와 왕천마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고민하기도 전에 골렘의 포효가 들려왔다.

-쿠어어어!

천사의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한 방향에서 몰려오는 모든 악마를 막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정우는 생각을 멈추고 우선 눈앞에 있는 적들을 쓰러뜨리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마정우는 도끼에 붉은 오라를 불어넣더니, 전장을 향해 달렸다.

“흐아아압!”

마정우가 높게 날아올라 강철 골렘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쾅!

도끼날 자국 그대로 골렘의 머리가 찌그러졌다.

“전부 드루와, 이 시벌럼들!”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는 마정우를 멀리서 누군가가 지켜보았다. 성전의 높은 기둥 뒤, 그림자에 숨어있는 사무라이 복장의 플레이어.

놈이 옷소매에서 수리검을 꺼내더니 날 끝을 초록색 액체가 담긴 병에 찍었다. 그는 병에 담긴 액체가 매우 위험한 물건인 듯 조심스럽게 다뤘다.

준비를 마친 사무라이가 마정우의 뒤를 조준했다. 눈동자가 향하는 방향으로 보아 목을 노리는 것이 틀림없다.

그가 손에 오라를 모아 손을 등 뒤로 당기더니, 이내 전방을 향해 날렸다.

쉬익!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수리검이 마정우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사무라이가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공격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찰나,

캉!

쇠봉이 날아와 수리검을 튕겨냈다.

“어딜!”

푸른 도포를 입은 남성이 긴 머리를 흩날리며 달려왔다.

“…… 왕천마?”

마정우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왕천마는 화가 난 표정으로 땅에 꽂힌 쇠봉을 빼내며 말했다.

“김천재의 친구인가.”

“그렇지. 살아있었냐?”

“그래.”

왕천마가 고개를 돌려 수리검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사무라이가 재빨리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어이, 어떻게 된 거야?”

마정우는 알면서도 물어봤다.

“어떻게 되기는! 빌어먹을 일본 새끼들이 우리를 공격했지.”

왕천마가 쇠봉에 오라를 집중시키더니 사무라이가 숨어있는 기둥을 향해 던졌다.

얼마나 강하게 던졌는지 주변이 찌그러져 보일 정도로 공명했다.

쾅!

쇠봉이 기둥을 뚫고 들어가 사무라이의 몸을 뚫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왕천마가 이빨 사이로 바람 새는 소리를 내었다.

칫.

“너희는 일본 놈들에게 공격당하지 않았나?”

“그래.”

“오호라…. 그럼 순서대로 공격하고 있다는 거군.”

“……”

“근데 이곳에는 왜 왔지?”

마정우가 도끼를 어깨 위에 짊어지며 말했다.

“일본이 배신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왔는데, 벌써 당했네.”

“뭐?”

“베트남이 너희보다 먼저 공격당했어.”

“…… 이런 미친놈들이. 베트남 쪽도 피해가 큰가?”

“전멸, 전부 죽었어. 너희도 거의 다 죽었잖아.”

왕천마가 바닥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보며 분노를 끌어 올렸다.

“대체 왜! 일본 새끼들이 갑자기 배신하는 이유가 뭐지?”

마정우가 코를 후비며 대답했다.

“몰라, 나는 천재가 하는 말은 전달하러 왔을 뿐이야.”

“천재가 하는 말?”

“그래. 일본 측에서 배신했으니 조심하라고.”

“…… 일찍도 알려주는구나.”

“우리 쪽에서는 최대한 빨리 움직인 거야.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알려주자면, 이번 보스를 잡은 후에 우리는 일본 플레이어 사냥을 시작할 거야.”

“…… 마지막 보스는?”

“리바이어던은 벌써 끝났으니 신경 쓸 필요 없잖아? 첫 번째 스토리 흐름이 끝나면 나머지는 천사들이 알아서 할 테고.”

이야기를 듣던 왕천마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혹시 그 전투에 우리도 끼워 줄 수 있겠나?”

“우리?”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드루이드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없어진 줄 알았던 놈이 나무의 형상으로 주위에 숨어있었다. 불이 붙어 있어서 지옥의 조경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머리에 불이 붙은 드루이드였다.

“아뜨뜨!”

녀석이 머리에 붙은 불을 끄며 마정우에게 말했다.

“저희도 일본 플레이어 사냥에 끼워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왕천마와는 다르게 공손한 놈이다.

마정우가 그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 천재한테 물어보고, 내가 다시 이쪽으로 오도록 하지. 오케이?”

* * * * *

[‘마몬’(이)과 성전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전원 대악마 중 한 명인 ‘탐욕의 악마’ 마몬을 맞을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내 시야에 마몬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대악마들과는 다르게 확연한 차이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작다.

아주 작다.

물론 인간보다는 크지만 앞선 타 대악마들과 비교해서 굉장히 작은 크기였다.

농구선수 중 센터를 맡은 자의 키 정도라 표현하면 되려나? 대략 이 미터 정도라고 생각된다.

검은 피부에 여섯 개의 눈이 달린 인간, 마몬 녀석이 성전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녀석의 나뭇가지 같은 날개가 흔들릴 때마다 잿가루가 사방에 퍼졌다.

언데드로 부활한 베트남 플레이어들이 녀석을 향해 동시에 덤벼들었다.

-우워어어어어!

그들을 발견한 골렘들이 서로 몸을 붙여 벽을 만들었다. 그저 옆으로 한 걸음씩 붙였을 뿐인데 성벽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높은 방어 요새가 만들어졌다.

쿠궁!

“모두 멈춰, 다시 후퇴한다.”

내 명령에 베트남 플레이어들이 뒤로 슬금슬금 걸어왔다.

이 중에 마법사라도 있었으면 정면 돌파를 해볼 텐데, 무리다. 전부 근접 계열의 능력을 사용하는 자들이었다.

하긴, 마법사가 게임 초반에 살아남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니 극소수의 직업이겠지.

‘조영기만 있었어도….’

벽 뒤에서 마몬의 사악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키키키키!”

소름이 끼쳤다.

몸이 찌릿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녀석이 다른 대악마보다 강한 것은 절대 아니다. 싸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5년의 세월 동안 강해졌어도, 고유적인 능력은 똑같을 테니 말이다.

나는 녀석들이 성전에 붙을 때까지 계속해서 기다렸다. 움직이는 골렘 벽이 성전을 향해 다가온다.

쿠궁-. 쿠궁-. 쿠궁-.

스켈레톤 병사들이 계단 앞에 바짝 붙어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 앞으로 가웨인이 내 명령을 기다렸다.

“주군.”

“…… 기다려.”

아직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더 이상 다가오면 진영을 펼치기 힘들어집니다. 놈들 영역 내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가웨인.”

“예.”

“닥치고 기다려.”

가웨인이 고개를 떨구었다.

[‘태양의 기사 가웨인’의 충성심이 소폭 하락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충성심이 떨어지는 것은 상관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완벽하게 처리하여 결과로 보여주면 되니깐.

나는 계속해서 골렘들의 진격을 기다렸다. 성전 바로 앞에 도착할 때까지.

결계 앞에 도착한 마몬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네놈들이 미카엘과 함께 성전을 탈환했다는 인간인가.”

여섯 가지의 원소를 사용하는 대악마, 마법사 마몬.

나는 그를 올려보며 대답했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을 시전합니다.]

[임프 100기에 대한 폭발이 이루어집니다.]

[시체의 수가 많아 위력이 매우 강하니 인근 지역에서 벗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카운트 시작 ‘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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