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101화 (101/215)

101화

[‘조영기’ 플레이어의 몸에서 혼이 빠져나갑니다.]

[그의 혼은 이승을 방랑하며 새로운 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여섯 번째 라운드에서 조영기의 혼이 사라집니다.]

털썩.

조영기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나는 그를 내려보며 잠시 묵념을 해주었다.

“알고 있었구나.”

내가 고인물인 걸.

어느 정도는 예상하였다.

내게 우호적으로 바뀌는 그의 행동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모른 척해주다니.

‘남자답네.’

조영기의 곁으로 모두가 모였다. 다들 놀란 얼굴이었다.

그가 걱정돼서 모였다기보다는 어째서 이 자가 쓰러졌지? 하는 표정이었다.

정우가 내게 물었다.

“조영기가 선택되었었나?”

“…… 어.”

“근데 왜 아닌 척 한 거지?”

“그건 나도 모르겠네.”

김연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조영기를 일으켜 세웠다.

“어이 아저씨. 왜 이래?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묵묵부답이다.

당연히 대답할 수 없었다.

김연희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조영기를 흔들었다.

“일어나 보라고! 장난치지 말고! 아저씨, 영기 아저씨! 우리 일곱 번째 라운드가 끝나면 같이 엘프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잖아. 가서 같이 길드 만들기로 했잖아!”

그랬었나?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나를 따라다니며 게임의 끝을 보려 할 줄 알았는데, 다시 엘프 마을로 돌아가려 했다니. 현실보다 이곳이 낫다고 판단한 건가.

‘후우….’

갑자기 조영기의 몸 근처로 결계가 쳐지며 우리의 몸이 뒤로 튕겨졌다.

김연희가 공처럼 떼구루루 굴러 내가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어 결계를 향해 휘둘렀다.

캉! 캉!

“야 이 x발! 영기 아저씨 데려가지 말라고!!!”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칼날은 결계 위로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그 누가 덤비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 일터.

시스템이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 낸 결계를 플레이어가 뚫을 방법은 없으니 말이다.

“안돼!!!”

[‘미카엘’의 영혼이 조영기의 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타이탄의 몸속에 있는 미카엘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 시작하는구나.’

대 천사 중 한 명이자 용맹함의 상징인 미카엘, 고귀한 그녀의 자태에 우리가 무릎을 꿇었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그녀를 전부 표현할 수가 없었다.

미카엘은 황금빛을 뿜으며 조영기와 하나가 되었다.

아니, 그저 조영기의 살덩이를 쓸 뿐 같은 존재가 된 것은 아니었다.

외관은 조영기지만 속에는 미카엘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미카엘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나를 꺼내준 건가?”

“…… 예.”

미카엘이 손바닥을 펼쳐 내 머리 위에 얹었다.

“고맙군, 선물이다.”

몸에서 황금빛이 흘러나왔다.

내가 사용하는 검은 오라와 같이 휘몰아쳤다.

[‘김천재’님의 그룹이 골든 오라 사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천상의 힘을 가진 골든 오라는 플레이어에게 보이지 않는 막을 형성하여 적의 공격을 막아줍니다.]

나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금색의 오라를 보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 뭘.”

깡패 같은 조영기의 몸에서 저런 아우라를 뿜어내니, 엄청난 위압감이 들었다.

미카엘의 본 모습보다 말이다.

미카엘은 하늘로 날아올라 메카니아를 둘러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인데, 왜 그런지는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명분을 만드는 시간.

모든 것을 확인한 미카엘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자네가 이곳에 있는 악마들을 처리했나?”

“예.”

“혼자?”

“아뇨, 이곳의 사람들과 함께요.”

나는 검지로 탑을 가리켰다.

“이곳의 사람들이라….”

“무슨 문제가 있나요?”

“…… 악마들은 물러갔지만, 놈들의 기운이 이곳에 남아있군.”

“기운이 남아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나는 알면서도 물어봤다.

혹시나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대답을 할지 떠보기 위해서였다. 스토리의 흐름이 바뀐 만큼 미카엘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미카엘이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놈들이 다시 올 수 있다는 거지.”

알면서 왜 물어봐? 라는 표정 같다.

“그렇군요.”

“이 도시를 지키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

“너희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악마들을 상대하는 실력이 출중한 것 같은데 나와 함께 악마들을 추격할 생각이 있는가?”

[‘대 천사 미카엘’이 김천재 님의 그룹에게 제안합니다.]

[YES / NO]

당연히 예스를 선택해야 한다.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려면 미카엘의 힘을 빌려 지옥으로 넘어가는 게이트를 열어야 하니 말이다.

나는 그녀에게 대답하기 전 김연희에게 그룹을 제안했다.

대화로는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에게 손짓한 후 시스템으로 걸었을 뿐이다.

[‘김연희’ 플레이어가 김천재 님의 그룹에 합류합니다.]

김연희가 미카엘과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그룹을 승낙했다.

이로써 일곱 번째 라운드에 갈 준비가 되었다. 조영기와 함께하게 되었더라면 내가 과거에 만든 초월자 그룹의 힘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남은 인원이 김연희뿐이었으니.

“YES,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대 천사 미카엘’이 당신의 그룹에 축복을 내려 줍니다.]

[악마 저항력 50% 상승]

-모든 악마로부터 받는 대미지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현 시간부로 여섯 번째 라운드에서 제한되었던 스킬의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각 직업의 고유 스킬 또한 사용이 가능해지며, 공격 스킬 같은 경우에는 ‘악마’ 계열 몬스터에게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 * * * *

미카엘이 손을 뻗자 지면이 갈라지며 황금 검이 튀어나왔다.

그녀가, 아니 그가 황금 검으로 허공을 가르자 공간이 베어지며 또 다른 차원을 보였다.

“모두 준비되었나?”

나는 우리 그룹원들을 뒤로 바짝 세운 후 대답했다.

“예.”

“이 공간은 앞으로 열흘 동안 열려있다. 그 후에는 닫힐 거야.”

“…… 열흘?”

“그래.”

열흘.

내가 PC게임에서 일곱 번째 라운드에 머물렀던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짧으면 이틀, 길면 닷새 정도로 끝내는 이벤트였는데.

“…… 알겠습니다.”

미카엘이 열은 게이트 안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내가 사용하는 어둠의 기운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앞선 플레이어들은 알 수 있겠지만, 몬스터의 오라는 날카로운 형태. 내 파도 같은 오라와는 전혀 달랐다.

게이트 안으로 포효하고 있는 악마들이 보였다.

고블린보다 조금 강하다고 알려진 임프와, 오우거만큼 강력한 힘과 더욱 큰 덩치를 가진 비홀더였다. 지옥의 입구를 지키는 악마답게 혐오스러운 외관이 눈에 띄었다.

일반 난이도였다면 쉽게 처리했을 놈들인데.

저렇게 보니 생각보다 위험해 보이네.

미카엘은 이쪽 세계로 넘어오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악마들 앞에 서서 말했다.

“느껴지나? 악마의 힘이.”

“예.”

“안에는 강한 놈들이 득실거리니 조심하도록 하고. 나와 떨어지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앞만 보며 나아가도록 해라.”

“알았어요.”

미카엘이 조영기의 몸을 황금빛으로 만들더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떠나고 난 후 나는 그룹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같은 게이트지만 도착지가 다를 수 있으니…. 무슨 말인지는 다들 알고 있지?”

다들 내 질문에 작게 대답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게임에서 제일 힘들다고 알려진 마의 일곱 번째 라운드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유소라가 ‘사자의 서’를 내게 보여주며 물었다.

“이거 제가 가지고 있나요? 잃어버릴까 봐요.”

“쉽게 잃어버릴 물건이면 애초에 시스템이 주지 않았을 거예요. 잃는다면 그것 또한 정해진 흐름이니 그대로 가져가도록 하세요.”

“…… 알겠습니다.”

“소라 씨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제가 알려준 대로 움직이도록 하시고요.”

“네엡!”

정우가 내 어깨를 툭 치더니 먼저 안으로 향했다.

“성전에서 보자.”

“어, 먼저 도착하면 어디서 기다려야 하는지 알지?”

“당근. 너도 조심하도록 하고.”

“……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어이구, 그러세요?”

정우가 실실 웃으며 악마들이 보이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이후의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이 게이트는 플레이어에게 다음 라운드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차피 출발점은 서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되니 말이다.

뒤이어 마이클이 들어갔다.

언제나 해맑은 그의 표정이 내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

다음으로 유소라가 들어갔다.

그녀는 내게 수련을 받아서 그런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천재 씨, 먼저 성전에 도착하면 미카엘을 찾아가면 되는 거 맞죠?”

“예. 위험할 것 같으면 그 근처에서 대기하시고요. 아마 성전 안에는 미리 도착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유소라가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김연희가 게이트를 보며 망설였다. 여기까지 와서 가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을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는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안 들어가? 네가 들어가야 내가 마지막으로 가지.”

“…… 무섭네.”

“뭐가?”

“저기 보이는 녀석들.”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 실력이면 충분해,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그러다 죽으면?”

“방심하지만 않으면 그럴 일 없어. 소라 씨도 혼자 들어가는 거 봤지?”

“무서워.”

인제 와서 무섭다니.

“……”

“우리 이 게임에서 나갈 수 있는 거 맞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 대답은 의문형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정우 삼촌이 남겨 놓은 메세지를 보았으니,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김연희가 멋쩍은 듯 발끝으로 땅을 강하게 팍! 치더니 게이트 안으로 향했다.

그리곤 넌지시 말을 던졌다.

“김천재…. 영기 아저씨는 죽은 게 맞지?”

“죽었어.”

“…… 아까 그 미카엘이라는 놈을 다시 죽이면 돌아올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나는 김연희의 등을 떠밀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빨리 안으로 들어가. 늦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기다려야 해.”

“……”

김연희는 원망하는 눈으로 몇 초간 나를 째려보더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를 떠나보낸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쓰읍, 푸후-.

그리곤 이번 라운드의 보상으로 받은 속성 책을 사용하였다.

[‘김천재’플레이어가 속성(강철) 능력을 습득합니다.]

[‘네크로맨서의 강철 속성’ 스켈레톤 전사의 속성이 강철로 바뀝니다.]

“…… 쩌네.”

강철 스켈레톤이라.

쓰읍, 푸후-.

담배 끝이 타오르며 하얀 연기가 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나는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 후 작게 독백했다.

“‘에이도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메카니아에 침입하는 적들을 전부 처리하도록 한다. 악마뿐만 아니라, 인간까지도.”

[‘에이도스’가 김천재님의 명령을 하달합니다.]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