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45화 (45/215)

45화

투두두두두두-

비가 창을 통해서 방안으로 들어왔다.

드르륵.

쿵.

나는 창문을 닫고 유소라에게 물었다.

“치료는 끝났나요?”

“네. 독은 영혼 물고기들이 전부 먹었어요.”

“잘했어요. 마이클, 힐 좀 부탁해.”

마이클이 망토 여자에게 신성 주문인 힐을 사용했다.

바닥이었던 그녀의 생명력 게이지가 천천히 올라가더니 오 분도 안 되어 끝까지 충전되었다.

회복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나는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어이. 어이!”

어깨를 계속해서 흔들자 망토 여자가 눈을 떴다.

“어…. 어…. 어?! 여긴?”

그녀가 벌떡 일어나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엉덩이 걸음으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망토를 뒤적거리며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망토 안에 무기는 우리가 전부 빼놨다.”

“…… 너희는 누구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네. 너는 누구지?”

망토 여자가 눈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천천히 굴리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나는 가볍게 손등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팍!

“뭐 하는 거야?”

“나를 납치하다니.”

“납치? 무슨 개 소리야. 비 오는데 거리에 쓰러져있길래 데려왔더니.”

“비…. 거리에 쓰러져?”

“그래. 요 앞 골목에서 당신이 우리한테 걸어와서 쓰러졌잖아.”

그녀가 태권도 포즈로 우리를 경계하며 벽 쪽으로 바짝 붙었다.

“내가?”

“하…. 참. 납치하려면 당신을 꽁꽁 묶어서 구석에 박아놨겠지. 치료해주고 하나밖에 없는 침대에 눕혀 놨겠어?”

망토 소녀가 우리를 한 명씩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경계를 푼 듯 주먹을 내리고 내게 다가왔다.

“나를 구해준 건가?”

“NPC야? 왜 그렇게 딱딱하게 말해.”

“…… 우선 사과부터 하도록 하지. 구해줘서 고마워.”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나를 올려 보았다.

유소라보다 키가 작은 것 같은데 꽤 귀엽게 생겼다.

‘한국인인가?’

나는 턱을 쓸어 만지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지?”

“……”

“아. 적국이더라도 살려줄 테니 너무 경계하지 마.”

물론 목숨만 살려줄 뿐 사지가 멀쩡히 나가기는 힘들겠지만.

“그건 왜 묻는 거지?”

“같은 편인지 아닌지 보려는 거지.”

망토 여자가 고민하는 듯 입술을 앙다물더니 수초 후 내게 대답했다.

“한국. 한국인이다.”

나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어? 당신 한국인이야?”

“음? 너희들도 한국인인가?”

나는 손을 뻗어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맞아. 오자마자 한국인을 만나고…. 운 좋네. 내 이름은 김천재. 이 그룹의 리더야.”

망토 여자가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김리아 라고 한다.”

겨우 이름 하나를 말하는데 굳건한 얼굴을 보였다.

정우가 턱수염을 만지며 김리아에게 말했다.

“이거 당신 주머니에서 꺼내 놨던 거. 드루이드 맞지?”

“…… 맞아.”

“근데 당신. 왜 이렇게 우리를 경계하는 거지? 네 번째 라운드의 이벤트가 시작됐나?”

“…… 아니.”

“그럼 왜?”

김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살피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지?”

내가 대답했다.

“어디긴 정복자의 무덤이지.”

“그래. 그럼, 여기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고?”

“뭐. 나라별 대항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 일본 놈들이 지금 성의 주인이던데. 혹시 놈들이 당신을 쫓고 있던 거야?”

“맞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인 플레이어 사냥을 하는 거지.”

“한국인 사냥….”

쾅! 쾅! 쾅!

누군가 우리 방문을 두드렸다.

나는 문구멍으로 밖을 살폈다.

이 여관의 주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누구십니까.”

“여, 여관 주인인데. 잠깐 문 좀 열어보시죠.”

“무슨 일인데요?”

“…… 이 안에 현상 수배자가 있다는 말이 있어서. 확인차 왔습니다.”

나는 뒤로 돌아 김리아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가 매서운 시선으로 나뭇가지를 꽉 잡았다.

“그런 자는 여기 없습니다.”

“알았으니깐 잠시만 문을 열어주시지요.”

“…… 기다리세요.”

내가 정우의 어깨를 툭 쳤다.

그가 씨익 웃으며 도끼의 손잡이를 잡아들더니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방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이클. 소라 씨랑 리아씨 지켜.”

“알았어요우.”

유소라와 김리아가 마이클의 뒤로 몸을 숨겼다.

정우가 문고리를 잡아 천천히 열었다.

끼이이이익-

“들어오시죠. 아저-”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칼날이 튀어나와 정우의 복부를 찔렀다.

쉬익!

팍!

정우의 사슬갑옷에 칼날이 막혔다.

“…… 뭐하는 짓이냐?”

정우가 칼날을 잡아 비틀며 문을 강하게 치며 나갔다.

쾅!

검은 복장의 남성 네 명이 있었다. 만화에서 보았던 닌자들이 입는 옷이었다.

“으아아아아!”

정우가 가까운 닌자의 목을 잡아 벽에 던지고.

쿵!

뒤이어 달려온 닌자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닌자가 칼등으로 도끼를 막으려 했는데.

캉!

[무기 깨기 발동!]

칼날이 깨지며 그대로 닌자의 몸을 두 동강 내었다.

털썩.

남아있는 두 명의 닌자가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저 새끼.

-세 번째 라운드에서 온 놈 맞아? 어떻게 저런 힘이.

정우가 씨익 웃더니 한 놈을 향해 도끼를 던졌다.

부웅-부웅-

콰직!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도끼가 닌자의 상체에 그대로 박혔다.

남아있는 닌자 한 명이 덤벼봤지만, 정우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기가 없더라도 녀석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힘이었다.

퍽!

정우의 로우킥이 놈의 다리를 절게 만들고.

팍!

반원을 그리며 날아간 주먹이 닌자의 턱을 돌렸다.

털썩.

“…… 후우! 상황 종료. 천재야, 끝냈다.”

“잘했-”

와장창!

갑자기 방 창문이 깨지며 닌자 한 명이 더 들어왔다.

‘뭐지?’

이놈만 이마에 별 마크가 붙어 있었다.

나는 용의 송곳니를 휘둘렀으나.

팍!

놈이 발차기로 막아냈다.

굉장한 놈이다. 온 힘을 다해 밀어내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버티고 있다.

창을 깨고 들어온 놈의 시선이 방 밖에 쓰러진 닌자를 향했다.

“보통 놈들이 아니었나.”

“뭐냐. 너희들은.”

“…… 곧 알게 될 거다.”

마정우가 쓰러뜨린 닌자 몸에 박혀있는 도끼를 빼내더니.

팍!

방안을 향해 달려왔다.

“비켜. 김천재!”

별 마크를 지닌 닌자가 그대로 발을 비틀어 내 송곳니를 튕겨냈다.

이어서 날아온 발차기가 내 가슴을 밀쳐냈다.

팍!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등에 달린 검을 빠르게 휘둘러 정우의 도끼를 막아냈다.

캉!

김리아가 소리쳤다.

“저, 저놈. 한조! 일본 플레이어의 리더에요!”

우리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이 녀석이 일본 쪽 플레이어의 리더라고?

보통 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일본의 리더인 줄은 몰랐다.

키이이이이익-

역시 야만 전사.

한조가 정우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나는 소리쳤다.

“마이클!”

“오케이.”

탕-!

마이클이 권총을 발사했다.

닌자 놈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기회를 잡은 나는 송곳니의 뾰족 한 면으로 놈의 가슴을 찍었다.

팍!

송곳니를 힘으로 밀어 벽에 붙이는데.

펑!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일며 놈이 사라졌다.

녀석이 사라진 자리에 두터운 통나무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 뭔데?”

“어? 김천재. 이거 뭐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 직업이 진짜 닌자였나?”

“허….”

김리아가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조금 전 우리와 싸웠던 한조라는 사나이가 쩔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저기! 한조가 저기 있어요!”

나는 그녀의 옆으로 빠르게 달려가 창밖을 보았다.

“저 자식이 일본 쪽 리더 플레이어라고요?”

“예.”

정우가 놈을 쫓으려 창밖으로 뛰어내리려 했다.

나는 그를 잡아 다시 방안으로 당겼다.

“그만!”

“왜? 지금이 기회야.”

“…… 아니. 지금 나가면 우리가 죽을 수도 있어.”

“뭐?”

나는 고개를 들어 반대편 건물의 옥상을 보았다.

주황색 소림사 복장을 한 대머리들이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 뭐야 저 새끼들은.”

“여기는 적이 너무 많아. 장소를 이동해야겠다.”

* * * * *

김리아의 안내로 숙소를 이동하게 되었다.

여관이나 펍에서 제공하는 숙소보다 질이 많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유소라가 소리쳤다.

“바퀴! 바퀴벌레!”

나는 바퀴벌레를 발로 밟았다.

팍!

“그냥 벌레예요.”

“버, 벌레. 너무 싫어요.”

“……”

오래된 절로 보이는데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곳이었다.

거미줄이 이곳저곳에 쳐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살 것 같지는 않은 장소.

김리아가 부처상 뒤, 땅에서 나무판자를 열더니 지하로 이어져 있는 계단을 보였다.

“여기로 내려가면 돼요.”

“…… 이 안에 한국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다고요?”

그녀가 해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네.”

“몇 명이나 있는데요?”

“지금 서른 명 조금 넘게 있어요. 당신들까지 합치면 마흔 명 정도 될 것 같아요.”

마흔 명.

너무 적다.

적어도 같은 나라 플레이어가 백 명 이상 거주해야 하는 네 번째 라운드에서 마흔 명이라니.

후우-

계단 밑으로 내려가는 내내 지하실의 습하고 퀴퀴한 냄새와 각종 벌레가 우리를 반겼다.

아무리 일본군을 피해 숨어있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이 좋지 않다니.

찍찍!

“꺄아아아아악!”

생쥐 한 마리가 다리 사이로 지나가자 유소라가 비명을 질렀다.

“끼요호오옷!”

마이클이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앙!”

김리아가 손사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정우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생쥐를 걷어찼다.

팍!

“다들 뭐 하는 거야? 쥐 새끼 한 마리 때문에 왜 이래. 김리아, 여기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면서 당신도 같이 소리 지르면 어떻게 해요?”

김리아가 일그러진 얼굴로 내게 대답했다.

“하아…. 하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깐 저도 놀라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자. 됐으니깐 내려갑시다.”

“…… 김천재. 너 괜찮냐?”

“왜.”

“아까부터 계속 가슴을 만지고 있잖아. 그리고 너 생명력이 삼분의 일이나 깎여있어.”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는데 생명력 때문에 감출 수가 없었다.

아까 한조라는 놈을 상대할 때 맞은, 단 한방의 발차기.

뼈가 부러진 것 같다.

“괜찮아.”

“…… 문제 있으면 말해.”

“그래.”

-누구냐.

우리가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계단 밑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김리아가 대답했다.

“리아에요….”

-오! 리아구나. 근데 다른 사람들 목소리가 들린다?

“…… 네. 이번에 도착한 한국 플레이어들이에요.”

-…… 한국 플레이어? 확실하냐?

김리아가 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스파이는 아니겠지?

“…… 아닐 거에요.”

-그래?

“예! 그…. 사이코 한조. 제가 놈에게 쫓길 때 도와준 사람들이에요.”

계단 밑의 남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이코 한조?! 녀석이 너를 쫓았나?

“예. 내려가서 이야기하죠.”

* * * * *

비가 천천히 내리기 시작하자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직도 어둡기는 하지만.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으- 차! 으- 차!

지친 목소리로 일정하게 뱉어내는 구호가 들렸다.

-빨리 이동 안 하냐!

찰싹!

채찍이 땅을 쳤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손과 발에 쇠고랑을 찬 채 일본 병사들에게 잡혀가고 있었다.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공사장에서 일용하는 죄수들 같다.

중국인들 사이사이로 한국인 플레이어도 있었다.

그들은 어딘가에서 일을 하다 왔는지 얼굴부터 다리까지 새까매져 있었다.

탄광을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까만 가루가 많이 묻어 있었다.

선두에 일본군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허겁지겁 내려와 거수경례했다.

“하, 한조님!”

피투성이의 사이코 한조가 쩔뚝거리며 다가왔다.

그가 수도승으로 보이는 대머리의 수급을 땅에 던졌다.

털썩.

“무카이. 후우…. 무전기. 무전기를 좀 빌려주겠나.”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