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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1층 접견실>

이 저택의 집사라 불리는 자가 다리를 절며 작전 과장에게 다가갔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말해.”

“도깨비 부대의 작전 과장님 맞는지요?”

“맞으니깐 말하라고.”

“…… 혹시 강수은 씨를 알고 계시는가요?”

작전 과장의 동공이 커졌다.

그가 눈치를 보듯 주위를 둘러보더니 집사에게 가까이 붙었다.

“너 뭐야?”

집사가 작전 과장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전 과장님. 저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신다면 제 연구의 산물인 ‘현자의 돌’을 과장님께 넘겨드리지요.”

“…… 네가 그 물건을 만들어 냈다고?”

“예. 오 박사님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못 믿겠다면 전화해보시지요.”

작전 과장이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너, 대체 누구냐.”

“…… 과거에. 오 박사님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자라고 해두지요.”

“오 박사님과 함께?”

“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를 이 저택에서 나가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노효만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마정우가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십니까?”

작전 과장의 표정이 굳었다.

“…… 모르셔도 되는 일입니다.”

“같이 작전을 실행하고 있는데. 몰라도 되는 일이라뇨?”

“개인적인 일입니다.”

“범인과 개인적인 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굉장히 불쾌하군요.”

“피차 마찬가지네요. 저자와의 대화 내용을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김준철 소령에게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노효만이 석연찮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별일 아니라는데 왜 그러시는 겁니까?”

“별일인지 아닌지는 들어보면 알겠지요. 말씀해주세요. 무슨 대화를 나누고 계셨습니까?”

마정우와 노효만 사이에 팽팽한 기류가 흘렀다.

마정우는 그를 몰아붙이듯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말 안 하실 겁니까?”

“…….”

집사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야기는 제가 먼저 꺼냈습니다.”

“…… 무슨 말을 했는데?”

“당신들, 이 저택에서 무슨 증거를 발견했다면서 김준철 소령님을 찾아가셨다면서요?”

“그렇지.”

“저택에는 언제 오셨었길래 증거를 찾았다는 거죠?”

마정우가 혀를 찼다.

“뭐?”

“당신들이 증거라고 말하는 물건들을 언제 이곳에서 가져 가셨냐고요? 혹시 밖에서 만들어온 가지고 온 물건 아닙니까?”

“언제? 장난치냐?”

“허허. 꾸며낸 이야기에 놀아날 만큼 작전 과장님은 바보가 아닙니다. 진짜로 이 저택에 오셨었다면 증거를 대어 보시죠.”

처음 이 이벤트를 수행하는 플레이어들은 저택에 방문했었다는 증거를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 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다.

마정우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대답했다.

“뭐 어디에 어느 방이 있었는지 말해줄까?”

“그건 이 마을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빵집 아가씨에게만 물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만?”

“우리가 이 저택에 온 적이 없으니 증거를 대라. 이 말인가?”

집사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예.”

마정우가 유소라에게 턱짓했다.

유소라가 접견실의 기둥 아래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더니. 립스틱으로 그려놓은 엑스 표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우씨. 찾았어요. 여기, 이거. 제가 가지고 있는 립스틱이랑 같은 색상이에요.”

모든 이의 시선이 립스틱 그림으로 향했다.

유소라가 붉은 립스틱을 꺼내어 들었다.

마정우가 팔짱을 끼고 집사를 바라봤다.

“보이냐?”

“…… 저 표시가 어떻다는 거죠?”

“어떻냐고? 우리가 오전에 왔을 때 그려놓은 표시야. 왔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며?”

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허…. 저 표시를 지금 그렸는지 아까 그렸는지 어떻게 압니까? 저런 색상의 립스틱은 흔하디흔한데요.”

“그렇지? 그럼 이건 어때. 내 장화로 만들어 놓은 자국이라서 다른 신발로는 못 만드는 색상인데.”

마정우는 자신이 땅에 만들어 놓은 검은 자국을 보여 주었다. 평범한 검은색이 아니라 갈색과 회색이 섞인 무늬였다.

이 또한 집사가 시치미를 떼었다.

“허허. 저 무늬도 지금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저도 제 신발로 땅을 쳐볼까요?”

“…… 여우같은 새끼. 그럼 이건 지금 만들 수 없는 건데 어떤지 한 번 봐라. 마이클! 껌 어디에 뒀어?”

마이클이 카페트를 주위를 둘러보더니 카펫에 진득하니 눌어붙은 껌을 가리켰다.

“여기 있어요우.”

마정우가 껌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봐라, 껌이 굳어있지? 이 정도 굳으려면 시간이 꽤 걸려.”

“굳은 껌을-”

“굳은 껌을 던져 놓았다? 노노. 잘 봐, 굳은 껌은 카페트에 이렇게 달라붙지 않아. 굳지 않은 껌이 달라붙은 후 말라야 이렇게 되는 거지.”

껌을 뜯어냈다.

치이이이이익.

카페트의 실이 터지며 같이 딸려왔다. 작전 과장이 마정우와 집사를 번갈아 보더니, 이마를 부여잡았다.

집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떨었다.

“아, 아니! 무슨 껌 하나로 이곳에 왔었다는 증거라고 하는 겁니까? 당신들이 버린 껌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있지. 이 껌 안에 넣어뒀거든.”

마이클이 씨익 웃더니 껌을 비틀어 안에 들어 있는 탄피를 꺼내었다.

“여기 있어요우. 탄- 피- 이.”

모두의 시선이 집사를 향했다.

거짓말을 들킨 집사가 그대로 굳었다. 작전 과장이 그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완성되었다.

삐빅.

김천재의 무전이 들려왔다.

-1층 집사를 중앙으로 데리고 나와.

“알았다.”

삐빅.

* * * * *

저택 안에 있는 모두가 1층의 중앙으로 모였다.

도깨비 가면을 쓴 군인들이 주위를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누구 방구 꼈냐?

-아니. 어? 바닥에 이거 기름 아니냐. 왜…?

-이 노란 가루들은 뭐야? 저쪽 방에도 뿌려져 있던데.

-응? 계단하고 위층에도 기름이 뿌려져 있어. 노란 가루는 포대로 버려져 있던데?

‘리 커우러나가 제대로 준비했구나.’

나와 김준철이 계단을 내려오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계단 밑, 포승줄에 묶인 집사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나는 집사를 보며 김준철에게 말했다.

“이 자가 진범입니다.”

“이 망할 자식이….”

“장유를 이용해서 연구비를 충당하고. 집안일을 할 사람을 고용한다는 명목 하에 생체 연구를 했어요. 연구에 대한 기록은 제가 드린 책에 있으니 천천히 읽어보시고요.”

김준철이 손바닥을 크게 휘둘러 집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팍!

“너는 편히 죽지 못할 줄 알아라.”

집사가 불쌍한 목소리를 내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 연구 결과는 모두 오 박사에게 양도하도록 하겠습니다….”

“닥쳐. 네 놈이 살아있으면 이곳에서 죽은 원혼들이 떠나지를 못해.”

“…….”

나는 집사의 앞에 다리를 쪼그리고 앉아 그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어.”

“…….”

“허가하지 않은 연구를 진행하다가 오 박사 연구실에서 쫓겨났었지? 손재근, 손. 박. 사. 맞지?”

집사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 어떻게 내 이름을?”

“글쎄?”

[‘손재근’ 박사가 궁지에 몰렸음을 느낍니다.]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음을 인지한 ‘손박사’가 최후의 수단을 준비합니다.]

갑자기 손박사 주위로 결계가 쳐지며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게 되었다.

NPC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뿐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김준철과 작전 과장이 오늘 일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나를 중심으로 우리 그룹이 전부 모였다.

“정우야. 소라씨랑 마이클 데리고 밖으로 나가.”

“알았어. 라이터는 있지?”

“어? 어.”

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켜보았다.

치직. 치지직.

“켜진다. 됐어.”

“그럼 조심하고. 못 할 것 같으면 그냥 포기하고 나와. 다시 진행하면 되니깐.”

내가 멋쩍게 웃으며 정우의 등을 툭 쳤다.

“걱정하지 마, 인마. 내가 누구냐?”

“성공 확률이 너무 낮으니까 그러지. 여기는 난이도도 높아진 데다가…. 한 번 죽으면 끝이잖아. 여긴 게임이 아니야.”

“…… 알았어.”

마정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유소라와 마이클을 데리고 나갔다.

포승줄에 묶여있는 손재근 박사가 손을 뒤틀어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더니 주사기 하나를 꺼내었다.

보라색 액체가 들어 있었다.

그는 땅을 긁어 주사기의 뚜껑을 벗기더니 조심스럽게 자신의 발목에 찔러 넣었다.

치이이익.

나는 손을 뻗어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가 있는 것처럼, 결계에 막혔다.

“후우.”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번 이벤트의 성공과 실패는 단 한 순간에 끝난다.

보라색 액체가 전부 주입되자 손재근이 오한이 온 사람처럼 몸을 떨었다.

이어 땅에 쓰러졌다.

털썩.

김준철이 그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았다. 감긴 눈을 뜨게 만들어 동공을 살피고. 맥박과 심장박동수를 체크 하였다.

“…… 뭐지?”

나는 NPC들의 행동을 살피기만 하였다.

작전 과장 놈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내가 아는 스토리와는 다르게 녀석이 손재근이 아니라, 떨어져 있는 주사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김준철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주사기를 주위 자신의 건빵 주머니에 넣었다.

‘…… 빙고.’

손재근의 몸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타이트하게 몸을 잡고 있던 셔츠와 조끼가 찢어지며 상체가 골렘처럼 부풀어 올랐다.

손재근이 순식간에 거인으로 해변 장유와 동급의 크기를 가지게 되었다.

놈이 보라색 액체를 입에서 뚝뚝 떨어뜨리며 걸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크허어얼. 이 빌어먹을 자식들.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완성할 수 있었는데!!”

[‘손재근’ 박사가 X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메인 이벤트의 두 번째 스토리 흐름이 시작됩니다.]

[손재근 박사를 물리치고 이 마을에 평화를 가져오십시오.]

‘…….’

나는 모두가 들리도록 크게 소리쳤다.

“모두 이 저택에서 나가세요!!”

갑작스러운 내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는 김준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다른 군인들에게 명령했다.

“전원 철수하도록 해라!”

그의 한 마디에 모든 부대원이 재빠르게 저택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특공대원들이라서 그런지 움직임이 굉장히 신속했다.

나는 빠져나가는 그들과 반대 방향인 손재근을 향해 걸으며 아기 용의 송곳니를 꺼내 들었다.

“손재근, 미안하지만 너는 내 손에 죽어줘야겠어.”

“…… 멍청한 놈. 내가 맞은 주사는 본래 가진 신체 능력을 백배 이상 끌어내는 X 바이러스의 변종형이다. 지금 내 힘이면 탱크도 맨주먹으로 부술 수 있어.”

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가 생체 연구에 사용한 사람들. 전부 이 밑 지하실에 있지?”

“…… 그렇다면?”

나는 땅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리바이브

[시스템 메시지]

▶리바이브 (마나 소모: 3)

-시전자의 레벨 수만큼 죽은 자를 소생하여 언데드로 만듭니다.

남은 마나: 0

[소환 목록]

-박규환(군인) 1/1 : 전투 중

-좀비(하급) 18/18 : 전투 중

마나를 전부 소진하기는 했지만 18마리의 좀비가 내 손에 들어왔다.

성공이다.

손재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바이브?”

쿠구구구궁.

발밑에서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렸다.

-크허어어어어어!!

좀비들이 단체로 신음을 뱉으며 지상으로 달려오는 소리다.

나는 아기 용의 송곳니를 어깨에 걸치고, 방긋 웃어 손재근을 보았다.

“죽어라.”

-키에에에에엑!!!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하급 좀비들이 손재근을 향해 달렸다.

“뭐, 뭐야!”

손재근이 커다란 두 팔을 휘둘러 좀비들을 쳐냈다. 그것도 서너 마리, 이어서 달려오는 좀비들이 그의 손과 발을 잡고 매달렸다.

-키에엑!

-크하아아악!

아기 용의 송곳니 버프 덕분인지 하급 좀비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꽤 강했다.

“이 미친 새끼들. 어디서 튀어나온 좀비…. 뭐야? 하준이? 동철이? 저, 전부 내 실험체-”

콰직!

좀비 한 마리가 괴물로 변한 손재근의 발목을 물었다.

손재근이 강하게 저항하며 후문을 향해 뛰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진입.”

후문에서 열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철컹.

끼이이이이익.

“일도양단(一刀兩斷).”

발도술 자세의 박규환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샥-

파박!

검이 손재근의 양쪽 팔목을 순식간에 베어냈다.

“크아아아아악!!!”

나는 좀비들에게 손재근을 포박할 것을 명령했다.

모든 좀비가 거머리처럼 그의 몸에 붙어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임무를 수행을 마친 박규환이 다시 문밖으로 나갔다.

쾅!

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철컹.

손재근이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문고리를 쥘 수 없었다.

손과 발에 좀비들이 붙어있지만 않았더라도. 문을 박살을 내서 나갔을 텐데.

놈이 비명을 질러댔다.

“크하아악! 놔! 놓으라고 이 개새끼들아!”

내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어 불을 붙였다.

“끝이다.”

치직. 치지직.

나는 저택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며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깊게 들여 마신 후.

쓰읍-

꽁초를 뒤로 던졌다.

화르르르르륵!

바닥에 뿌려져 있는 기름에 불이 붙었다.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빠르게 퍼져나간 화염이 손재근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크아아아악! 살려 줘!”

-키에에엑!

-크하악!

나는 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저택 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쿵.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저택 앞을 보니 백여 명 가까이 되는 플레이어가 모여 있었다.

그들의 앞으로 천천히 걷는 순간.

콰광! 콰과과광! 쾅!

저택에서 불꽃이 치솟아 오르며 검은 연기가 일었다. 마치 포탄이 터지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큰 굉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등 뒤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 완료.’

내가 환하게 웃으며 정우에게 중지를 들어 올렸다.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시스템 메시지]

[난이도 S+ 메인 이벤트 성공!]

[숨겨진 임무 최초 성공!]

[히든 스토리 최초 성공!]

[이벤트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지급하도록 합니다.]

[역대급 플레이를 보여준 ‘김천재’ 님의 스토리가 ‘멸망의 땅:라스트 게임’ 사자의 서에 새로이 기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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