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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황폐한 마을 근방에 있는 사냥터는 사방이 모래로 덮여 있어 진짜 사막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열기가 느껴졌다.

[‘페르아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곳으로 눈에 익은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모여들었다.

전부 대머리다.

김천재의 명령으로 리 커우러나의 부하들이 전부 머리를 빡빡 밀었다.

멀리서도 구분하기 쉽게 하려고 했다나 뭐라나.

리 커우러나가 마정우에게 말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제부터 우리가 도와줄 테니, 십 레벨이 될 때까지는 여기서 사냥을 하도록 해.”

“…… 예?”

“너희도 네 번째 라운드로 가기 전에 힘을 길러놔야 할 것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왜 저희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마정우가 입에 담배를 물고 말을 이었다.

“불 있어?”

“여기 있습니다.”

리 커우러나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붙여 주었다.

치직. 치지직.

쓰읍-

푸후.

“천재가 오늘 하루만 너희 좀 키워달라고 하더라. 혼자 사냥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왜….”

“나는 모르지. 뭐, 둘 중 하나겠지만 말이야.”

“둘 중 하나?”

마정우가 겸연쩍게 웃으며 리 커우러나의 어깨를 툭 쳤다.

“인재 또는 동료.”

“인재…. 동료….”

“우리도 바빠서 오늘 하루만 도와줄 거니깐 열심히 해라.”

“…… 알겠습니다.”

리 커우러나가 굳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크게 호흡을 들여 마시더니 그룹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예? 예!

-알았슴다!

-대장, 근데 여기는 왜 온 겁니까?

“왜 오기는. 사냥터에 왜 왔겠냐? 사냥하러 왔지!”

리 커우러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먼 곳에서 마이클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그의 뒤로 먼지 폭풍이 일며 Z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막여우와 낙타, 거대 도마뱀이 쫓아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예, 옐로 몽키!”

마정우가 끌끌 거리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땅에 던졌다.

치직.

“자- 가자!”

마이클이 플레이어 무리에 도착하자 정우가 전방을 향해 크게 입을 벌렸다.

[광전사의 포효]

-쾅!

땅이 흔들릴 정도로 큰 파동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살기를 뿜으며 달려오던 Z 바이러스의 감염체들이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뒤로 자빠졌다.

정우가 도끼를 머리 위로 높이 들더니 모두가 들리도록 소리쳤다.

“지금이다!”

리 커우러나의 부하들이 서로 눈치를 슬쩍 보더니 이내 몬스터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워어어어어!!

마정우가 최전방에 서서 그들의 싸움을 도와주었다.

사막여우가 플레이어를 깨물려고 하면, 도끼의 등으로 놈의 입을 박살을 내서 공격할 수 없게 만들거나.

거대 도마뱀의 꼬리와 다리를 잘라내어 행동 불가능으로 만들거나.

낙타 녀석의 혹을 베어내 그 안에 있는 물을 생명력 회복제로 사방에 뿌렸다.

“쉬지 말고 싸워!”

-예!!

리 커우러나가 못 박힌 각목을 크게 휘둘러 낙타의 머리를 내리쳤다.

팍!

놈의 머리 위에서 황금색 빛이 한 바퀴 돌았다.

“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정우 선생님.”

“…… 선생님이랄 것까지야. 감사 인사는 나중에 천재한테 해. 야, 마이클! 천사의 찬가!”

후방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마이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유탄 발사기로 전장의 하늘을 가리키더니 천천히 검지를 당겼다.

“성부, 성좌, 성령의 이름으로, 성불하십시오!”

펑!

[천사의 찬가]

빛나는 원형의 구체가 하늘 높이 날아가더니.

콰광!

굉음과 함께 터졌다.

이어 백색의 빛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

몬스터에게 생명력을 잃은 플레이어들의 몸이 비에 닿자 천천히 회복되었다.

[플레이어의 생명력이 소폭 회복됩니다.]

비에 맞은 Z 바이러스의 감염체들은 산성 액체를 맞은 듯 몸이 녹아내렸다.

신성한 사제의 힘.

바로 부디스트 프리스트 마이클의 스킬이었다.

“잘했어 마이클.”

* * * * *

좀비 하우스의 최하단 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일 임무는 벌써 끝낸 지 오래, 불꽃 스켈레톤이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고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좀비 하우스]

[15F, 마지막 층]

계단을 내려가자 홀로그램 화면이 마지막 층에 도달했음을 나타내어 주었다.

임무도 끝났는데 왜 이곳까지 왔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좀비 하우스 최하층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별한 시체가 여기 있다.

내가 이곳으로 오는 임무를 받은 이유는 오로지 그놈 때문.

철컹.

옛 감옥으로 쓰던 곳이라 그런지 회색 벽돌과 그 입구를 막는 철창으로 만들어진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내가 아는 좀비 하우스의 마지막 층이라면, 저 끝 쪽에 오 박사의 비밀 연구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이곳은 Z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동물들을 연구하여 백신을 만드는 비밀 장소.

백신 연구에 실패하여 만들어진 놈이 바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중간 보스라고 부르는 소귀신 ‘우귀(牛鬼)’다.

그 시체가 여기 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철창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키이이이이익-

가까운 곳은 불꽃 스켈레톤이 환하게 비추어 줬지만, 먼 곳까지는 무엇이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 모두 스톱.”

내 명령에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먼 곳, 어둠 속에 가려진 무언가가 살기를 내뿜었는데.

그 기운이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크허어어어어.

고통을 최대한 참아내는 신음.

“……”

누구지?

일반적인 몬스터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놈의 목소리를 듣기만 했는데 심장 고동 소리가 귀에 울리듯 크게 뛰었다.

놈을 직접 맞닥뜨리지는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놈을 이기지 못할 것을 느꼈다.

이런 게 야생의 본능인가?

나보다 강하다.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손과 발의 떨림만으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공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강하게 떠올랐으니깐.

나는 유소라의 얼굴을 힐끗 본 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놈과 우리의 전투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 보기 위해서였다.

“…… 소라 씨.”

“네.”

“돌아갑시다.”

“왜요? 여기까지 왔는데….”

유소라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저 안에 뭐가 있어요. 저희만으로는 이 앞으로 더 이상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위험합니다.”

“…… 천재 씨가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한가요?”

“…… 예. 아마도요.”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PC게임이 아니라 진짜 내 목숨을 걸고 하는 전투를 도박처럼 진행할 수는 없으니깐.

여기는 한번 죽으면 끝이다.

다음은 없다.

유소라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천재 씨.”

“예.”

“어떻게 하죠?”

“뭘요?”

“…… 처처처 천재 씨가 말한 괴물. 벌써 저희 근처에 와 있는 것 같은데요.”

뭐?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꽃 스켈레톤 덕분에 환하게 비쳐 있어 못 볼 곳은 없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아직 여기까지는 오지 못했어요. 놈이 오기 전에 빨리 돌아가죠.”

“아, 아니요. 왔어요.”

“예? 어디요?”

“여여여여여, 여기요.”

“여기?”

나를 바라보던 유소라의 시선이 천천히 천장을 향했다. 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우리 둘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인간 모습의 검은색 생명체가 천장에 달라붙어 있었다.

공포 영화의 귀신을 본 것처럼 깜짝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그것도 잠시, 놈의 형체를 인지하게 되었을 때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완벽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피부가 무광의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사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검게 물들었다.

심지어 손톱, 발톱과 눈동자의 흰자위까지 없이 전부 검은색이었다.

놈이 긴 혀를 내밀어 자신의 얼굴을 핥았다.

입에서 초록색 액체가 떨어져 내렸는데.

치지직-

땅에서 태우는 소리가 났다. 액체가 떨어진 곳의 지면이 검게 그을린 것으로 보아 놈의 강한 산성의 소화액인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독백했다.

“리바이브.”

역시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되어 통하지 않는 것인가.

“…… 돌연변이, 아니 개조구나.”

“뭐, 뭐라고요 천재 씨?”

“…… 개조 좀비. 오 박사 이 새끼가 벌써 그 연구를….”

“개조…. 좀비?”

-쿠웨에에에엑!!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개조 좀비 녀석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쿵!

“저놈을 막아라!”

[불꽃 스켈레톤이 ‘김천재’님의 명령을 인지합니다.]

스켈레톤이 화염을 태우면서 달려가 개조 좀비와 붙었다.

-쿠허어어억!

불꽃 스켈레톤이 개조 좀비를 부여잡고 땅을 뒹굴었다.

이 틈이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유소라의 손을 잡고 계단 위를 향해 달렸다.

“달려요!”

“처, 천재 씨.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골반을 삐걱대며 다리에 쥐가 난 사람처럼 달리지를 못했다.

나는 억지로 유소라의 손을 당기며 위층을 향해 속도를 내었다.

‘제길.’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왜 개조 좀비가 여기 있는 거지?

아니, 그 전에 앞서 오 박사는 신체 개조 약을 벌써 개발한 것인가?

이곳 유토피아의 플레이어 상태로 보아, 아직 열 번째 라운드에 도달한 이가 없을 텐데 말이다.

삐빅.

“마정우, 응답 바람.”

대답이 없다.

하긴 휴대용 무전기로 이렇게 깊은 지하에서 지상까지 송신이 될 리가 없지.

나는 위층을 향해 도망가면서도 계속해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했다.

놈이 만들어진 이유를 알아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전부 외웠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내려왔으면 도망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15층부터 1층까지 쉬지 않고 뛰어가기에는 체력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아-. 하아-. 처, 천재 씨. 조금만. 조금만 쉬었다 가요.”

“쉬면 죽어요.”

위층을 향해 달리는 길, 박규환에게 계속해서 명령했다. 최대한 빨리 이곳으로 오라는 긴급 명령.

‘리턴’ 주문이 없는 이상 그가 전속력으로 오더라도 여기까지 이십 분 이상은 걸릴 텐데.

지금 정해야 한다.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함정을 만들어 대항할지.

아니면 이대로 좀비 하우스 밖까지 전속력으로 도망갈 것인지.

“…….”

우선 뛰자.

나는 올라가는 길목 길목에 스켈레톤을 소환하여 배치해 놓았다.

잠깐이지만 놈의 행동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아…. 하아….

유소라가 돌 뿌리에 걸려 자빠졌다.

털썩.

“죄, 죄송해요.”

“…… 아니에요.”

때마침 나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느꼈다.

계속해서 달렸더니 숨이 가쁜 것은 둘째치고 정강이가 저렸다.

[시스템 메시지]

[경고! 불꽃 스켈레톤 1기 사망]

[현재 남은 불꽃 스켈레톤 0/1]

“벌써?”

그래도 십 분은 막아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투가 너무나도 빠르게 끝나 버렸다.

“네?”

“아, 아니에요.”

지금 유소라에게 불꽃 스켈레톤이 죽었다고 말해줘봤자 혼란만 가중된다.

나와 유소라는 회복 캡슐을 한 알씩 깨물어 먹었다.

와작!

“뛸 수 있겠어요?”

“…… 해야죠.”

그녀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는지 보이는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두두두두두두두-

[시스템 메시지]

[경고! 스켈레톤 1기 사망]

[현재 남은 스켈레톤 5/6]

[현재 남은 스켈레톤 4/6]

[현재 남은 스켈레톤 3/6]

.

.

.

.

[현재 남은 스켈레톤 0/6]

오는 길목에 세워 둔 스켈레톤도 전부 전멸했다. 더 만들고 싶었지만 뼈가 부족하여 불가능했다.

지금 내 마나로 리바이브 주문을 사용한다면 일으킬 수 있는 좀비는 열 마리.

최대한 머리를 써서 시체를 아껴 써야 한다.

“규환아…. 빨리…. 빨리….”

규환이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좀비 하우스]

[10F, 마지막 층]

-크헤에에에엑!!

놈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졌다.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울려서 들리는 것으로 보아 한 개의 층 또는 우리와 같은 층에 있었다.

도망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나는 오는 길에 잡았던 좀비 시체 사이로 몸을 숨겼다.

유소라가 코를 부여잡고 구역질을 해댔다.

-우웩.

“참아요. 저놈은 눈이 나쁘고 코가 발달한 놈이라. 이렇게 숨어있으면 못 찾을 거예요.”

“우, 우웩. 하아…. 차, 참아볼게요.”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포착한 나는 유소라의 고개를 눌러 숙이게 했다.

좀비의 시체에 바짝 붙게 말이다.

-쿠웨엑. 쿠웨엑.

놈이 입에서 정체 모를 초록색 액체를 게워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시선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향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

나와 유소라는 숨을 죽이고 놈이 지나가기를 바랬다.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거기 누구 계십니까!

다른 플레이어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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