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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휴식을 마친 우리는 팀을 나누어 일일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일일 임무: 좀비 하우스 방문, B+급 이상의 중형 좀비를 다섯 마리 이상 처치하시오. (0/5)]

최대한 많은 제니를 모아 물건들을 구입 해놔야 다음 라운드에서의 생존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나는 정우에게 말했다.

“소라 씨랑 좀비 하우스에 다녀올게.”

“그래. 그럼 나는 리 커우러나랑 부하들 데리고 마을 근처에서 사냥한다.”

“알았어. 위험할 것 같으면 무전을 칠 테니까 대기하고 있어.”

“알았어. 무리하지 말고.”

터벅. 터벅. 터벅. 터벅-.

모래밭을 걸어 마을에서 조금 멀어지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황야의 모래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플레이어의 이동 속도가 감소합니다.]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거친 모래바람이 우리를 향해 불어왔다.

숨겨진 이벤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플레이어의 시야를 최대한 좁게 만드는 하나의 시스템 장치다.

나는 유소라를 옆으로 바짝 붙인 후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갔다.

“소라 씨, 멀어지면 찾기 힘드니깐 딱 붙어서 따라오세요.”

“아, 알았어요. 퉤. 옛!”

입술을 살짝만 벌렸는데도 모래가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언뜻 보면 황무지처럼 보이지만 이 근처에는 많은 던전이 플레이어들을 대기하고 있다.

물론 와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장소긴 하지만 말이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모래밭을 걷다 보니 오아시스처럼 물이 고여있는 곳에.

회색 시멘트로 만들어진 집 하나가 나왔다.

“천재 씨, 저기가 좀비 하우스에요?”

“예.”

“…… 그 군인 아저씨는 왜 안 데려왔어요?”

“마이클이요?”

“아뇨! 그 도깨비 가면 쓴 엄청나게 강한 군인 아저씨요.”

박규환.

박규환도 데려왔었으면 좋겠지만, 그는 내게 받은 특수 임무를 수행 중이라 오지 못했다.

혹시라도 마을 내에 머더러(Merderer) 플레이어가 존재하는지 알고 싶어서 감시를 맡겼다.

“그 사람은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에요.”

“임무…?”

“예.”

그가 없어도 이곳은 나 혼자 처리할 수 있다. 많이 와본 곳이라 적의 상태는 전부 알고 있으니깐.

나는 유소라에게 안심하라는 말을 한 후 ‘좀비 하우스’ 안으로 진입했다.

끼이이익.

시멘트 집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빈 방 안에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계단이 보였다.

그 앞에 처음 보는 플레이어 여럿이 앉아 있었다.

전부 기사 클래스를 선택했는지 강철로 된 갑주와 짤막한 검과 원형의 방패를 들고 있었다.

-모래가 들어오니 문을 닫아 주시지요.

끼이이이익. 쿵.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말했다.

“여기는 어쩐 일로?”

NPC가 아닌데도 딱딱한 대화를 하는 자였다.

플레이어가 사냥터에 왔는데 어쩐 일로 왔냐는 그의 질문은 곧.

‘이곳은 위험하니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라는 의미로 들렸다.

유토피아 근처에서 제일 만만한 사냥터 중 한 곳이 이런 평가를 받게 된다니.

기가 찰 노릇이군.

“일일 임무를 하러 왔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먼저 들어가시지요.”

“그쪽은…?”

“이미 한 번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길을 찾지 못해서 지도를 구해오기 위해 잠시 대기 중입니다.”

좀비 하우스의 지도.

미로처럼 복잡한 이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수로 준비해야 할 물건이다.

물론 모든 지형을 외우고 있는 내가 있다면 필요 없지만 말이다.

“그럼 저희 먼저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조심하시죠. 어젯밤 이곳에 Z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나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돌연변이라…… 조심하도록 하지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 클래스로 보이는 자가 편안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 한 말씀만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말하세요.”

“저희가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제 생각에는 이 ‘좀비 하우스’에 나오는 놈은 돌연변이가 아니라….”

그가 소리가 들릴 정도로 침을 크게 삼켰다.

꿀꺽.

“아마도 Z 바이러스의 감염자 플레이어인 것 같습니다. 돌연변이였으면 후각을 이용해서 벌써 이곳까지 도착했을 테니까요.”

생각보다 몬스터에 대해 이해력이 높은 자다.

돌연변이의 움직임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뭐,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으니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가 내게 고개를 살짝 내려 인사했다. 나도 그에 맞춰 목례를 했다.

지하로 내려가기 전, 그의 갑옷에 있는 문장을 슬쩍 보았다. 왕궁 기사단들만 할 수 있다는 황금 팔콘이었다.

저 문장을 벌써 획득한 자들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강해지는 것에만 집중했던 나에게 저런 명예스러운 문장은 생소했다.

특정한 임무를 순서대로 완료해야지만 받을 수 있는 것이었기에.

‘…… 보통 인물이 아니군.’

“소라 씨, 갑시다.”

“네.”

[‘좀비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제한 인원 2/10]

제한 인원이 열 명 중 두 명에서 그친 것으로 보아 이곳으로 들어온 자는 유소라와 내가 끝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유소라가 내 옆에 바짝 붙어 팔짱을 끼었다.

“천재 씨. 여기가 어디라고요?”

“좀비 하우스. 저희 일일 임무에 나와 있는 곳이 여기예요.”

“아….”

등골이 싸늘할 정도로 음침한 기운이 느껴지고 습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또옥-!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물방울 하나가 유소라의 등 뒤로 떨어졌다.

“꺄아아악!”

“왜, 왜요?”

“죄… 죄송해요. 갑자기 물방울이 목덜미에 떨어져서….”

“…… 다음부터 소리는 지르지 마세요. 여기는 입구여서 다행인데, 안에서 소리 지르시면 몬스터들의 목표물이 될 거예요.”

유소라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계단의 끝에 도착하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둠과 함께 살기가 느껴졌다.

나는 준비해놓은 토치를 주머니에서 꺼내었다.

탁.

소리와 함께 토치에 불이 붙었다.

전방을 비추자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하급 좀비들이 보였다.

인간뿐만 아니라 Z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들도 있었다.

이곳의 주민이었던 자들로 보이는 좀비들이 있었지만, 크게 위협이 될 만한 상대들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좀비일 뿐.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니깐.

“소라 씨. 이 토치 들고 있어요.”

“알았어요.”

“혹시라도 좀비들이 저를 뚫고 소라씨에게 오면, 그 토치 휘둘러서 처리하면 돼요.”

“네에!”

준비를 마친 나는 아기용의 송곳니를 들고 좀비를 향해 달렸다.

다다다다!

제일 처음 휘두른 일격이 썩은 인간 좀비의 머리를 단방에 박살을 냈다.

샥- 팍!

소형 몬스터에다가 낮은 등급이라 너무나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키에에에엑!

좀비들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나는 송곳니를 빠르게 휘둘러 놈들의 머리만을 빠르게 쳐냈다.

방어력이 낮은 좀비들을 일격에 보내려면 머리를 공격하는 것이 제일 간단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팍! 팍! 팍! 팍!

어느 정도 인간 좀비들을 처리하자 뒤에서 눈치를 보던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들이 달려왔다.

놈들은 좀비가 아니라 그저 Z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만 한 생명체.

자신들의 영역에 찾아온 나를 적으로 인식했는지 살기를 내뿜었다.

빠르게 달려온 강아지를 발로 걷어찬 후.

퍽.

-깨갱!

땅을 기듯 몰려서 달려오는 생쥐들을 향해 송곳니를 크게 휘둘렀다.

부웅-

송곳니의 날카로운 쪽이 땅을 긁어내며 녀석들을 날려 보냈다.

투두두두두두!

-찌지직 찍!

단 방에 생쥐들 머리 위에 있는 빨간색 게이지가 회색이 되었다.

“후우. 이 정도면 됐으려나.”

나는 상체를 일으켜 세운 후 숨을 고르며 나지막이 주문을 외웠다.

[스켈레톤 소환]

내가 아기 용의 송곳니를 흔들자 쓰러진 좀비들의 뼈가 분리되며 스켈레톤 열댓 마리가 일어났다.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이곳이 초반이라 생각하여 마나를 아껴 쓰겠지만.

나는 절대 아니다.

네크로맨서의 특성상 마나를 사용해야 하는 곳에서는 확실하게 사용해야 하기에.

[시스템 메시지]

▶스켈레톤 소환 (마나 소모: 2)

남은 마나: 51

[소환 목록]

-박규환(군인) 1/1: 임무 수행 중

-스켈레톤(하급) 10/10: 명령 대기 중

‘마법사가 두 마리라….’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켈레톤 전사 다섯 마리. 궁수 세 마리. 마법사 두 마리.

어린 용의 송곳니가 형광 빛을 내었다. 조합 조건을 갖춘 소환수가 모였다는 신호이다.

물론 초보자라면 이 신호를 보더라도 조합하지 못한다.

무엇과 어떻게 조합해야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처럼 조합법을 전부 외운 자는 다르지만.

나는 스켈레톤 전사 다섯 마리와 마법사 두 마리를 따로 빼내고 그들의 머리를 어린 용의 송곳니로 한 대씩 쳤다.

툭. 툭. 툭.

일 곱 마리의 스켈레톤을 전부 치자 송곳니에서 형광 빛이 뿜어져 나와 스켈레톤의 몸을 감싸 안았다.

이어 녀석들의 뼈가 재조립되듯 흩어져 날리더니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투다다다다닥!

“…… 좋아.”

유소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내 스켈레톤을 보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녀가 처음 보는 형태의 스켈레톤이었다.

기존의 스켈레톤보다 두 배 이상 큰 덩치에 뼈의 색상이 유리처럼 투명했다.

스켈레톤 전사와 마법사의 조합.

마법사 스켈레톤이 사용하는 네 가지의 속성 중 한 가지를 무기에 적용한 형태의 마전사.

[‘원소 스켈레톤’ 조합 성공!]

[스켈레톤의 속성을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 [▶물] [▶풀] [▶바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선택지다.

나는 불이라 적힌 홀로그램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신규 영입: 불꽃 스켈레톤 (전사)

레벨: 17

생명력: 760/760

마나: 0/0

체력: 20 공격: 60

방어: 31 속도: 26

▶화골(火骨) (마나 소모: 0)

-스켈레톤 전사의 몸이 항시 고열을 내뿜습니다.

▶불타는 머리 (마나 소모: 0)

-머리 위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며 주위를 환하게 비춥니다.

화르르륵!

스켈레톤의 머리 위에 불꽃이 붙으며 몸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박규환만큼 강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있는 좀비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아무리 좀비들이 성장했다고 한들, 하급 사냥터라 불리는 이곳에서 상대할만한 소환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꽃 스켈레톤이 두 주먹을 꽉 쥐자 뼈가 더욱더 붉게 타올랐다.

“크어어어-.”

입을 열자 담배 연기처럼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가자. 목표는 이곳의 마지막 층. 지하의 끝으로 향한다. ”

[불꽃 스켈레톤이 ‘김천재’님의 명령을 인지합니다.]

* * * * *

‘좀비 하우스’ 최하층에 있는 자그마한 감옥.

사 면이 철창으로 되어있는 이곳에 갈색 망토를 쓴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드디어 완성되었나?”

“…… 완벽하지는 않지만. 반응은 확실하게 왔습니다.”

“그래? 오 박사는 뭐라고 하던가?”

“그 사람이야 뭐…. 저와 사이가 좋지 않은 분이라-.”

“…… 알겠네. 그럼 이 물건이 세상에 나온 것은 자네와 나만이 알고 있는 것에서 끝내도록 하지. 알겠나?”

“…… 예.”

망토를 쓰고 있는 자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워프라고 생각될 정도로 키가 작은 남성이었다.

그가 돌침대 위에 쇠사슬로 묶여있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정신은 들었는가?”

“으…. 왜…. 내가 여기에….”

Z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몸이 갈변하고 있는 젊은 청년이었다.

망토를 쓴 자가 아무 말 없이 사슬에 묶여있는 남성의 입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쏟아 부었다.

-꿀꺽.

처음 한 입은 크게 마시고.

-쿠웩!

나머지는 뱉어냈다.

“뭐, 뭐야. 이게! 으…. 목이 매워….”

“…… 어떤가?”

“무, 무슨 소리야. 어떠냐니? 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

“…… 바로 반응이 와야 하는데 말이야.”

망토를 쓴 자가 팔짱을 끼고 사슬에 묶인 자를 보았다.

사슬에 묶인 젊은 청년이 갑자기 초록색 액체를 토해내더니 비명을 질러댔다.

“크아아아악! 살려, 살려줘!! 이 미친! 나한테 뭘 먹인 거야!!”

젊은 청년의 몸이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빵처럼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망토 남성이 그를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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