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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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김천재
직업: 네크로맨서
레벨: 12
생명력: 260/260
마나: 13/50
체력: 19 공격: 21
방어: 18 속도: 19
▶리바이브 (마나 소모: 3)
-시전자의 레벨 수 만큼 죽은 자를 소생하여 언데드로 만듭니다.
▶스켈레톤 소환 (마나 소모: 2)
-시전자의 레벨 수 만큼 뼈를 매개체로 해골 전사를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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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의 레벨은 12.
30레벨부터 중수라고 부르는 이 게임에서 12레벨은 초수 중에 초수에 속한다.
20레벨이 넘어서부터 기본을 알고 있는 자라고 칭하니깐 말이다.
“후우.”
일반적으로 초수의 레벨로는 준중형 이상급 괴물과의 정면 승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앞에 있는 적은 대형 중에서도 초대형.
멸망의 땅 후반부, 도심을 호령하는 상위 랭커들 또한 스누펜과의 정면승부는 꺼려했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인간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근력.
나무늘보만큼 느린 놈의 움직임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이 문제다.
“소라씨, 주사기 준비해주세요.”
“어떤 색으로요?”
“푸른 색.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군인의 도검을 빌려 손가락 끝을 살짝 베어냈다.
피가 한 두 방울 정도만 떨어질 정도 말이다.
또옥.
내 손가락 끝으로 뭉친 피 한 방울이 한강에 떨어졌다. 위급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다.
피 냄새를 맡은 좀비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강에 살고 있는 Z 바이러스의 감염체는 스누펜 하나가 아니니…….
핏방울이 떨어지고 몇 초가 흐르자.
보그르르르르-
보트 밑에서 거품이 끓어오르며 무엇인가가 도착했음을 나타냈다.
펑!
강아지만 한 검은색 물체가 수면을 뚫고 날아올랐다.
어둠에 가려져 눈으로 식별하기는 힘들었으나 나는 놈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한강의 진짜 주인, 강에 버려진 좀비의 시체를 뜯어먹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버린 놈들이다.
잠시 날아올랐던 검은 물체가 중력에 의해 다시 강으로 떨어졌다.
풍덩!
‘왔구나.’
“소라씨.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네!”
유소라가 허공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나와라, 푸른 자의 피를 담은 바늘이여.”
사파이어 색상의 빛이 유소라의 손안에서 휘몰아치더니 파란색 홀로그램 주사기가 만들어졌다.
심호흡을 크게 한 유소라가 내 팔뚝을 잡고 조심스럽게 바늘을 꽂아 넣었다.
치이익.
푸른색 액체가 혈관을 타고 천천히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
박하사탕을 먹었을 때 입이 화한 것처럼 온몸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머리 어딘가에 박혀있던 길이 뻥 뚫린 듯 기분이 좋아지며 눈이 번쩍 뜨였다.
심장 박동수가 점점 느려지며 긴장감이 해소되었다.
액체가 몸에 들어오는 동안 눈을 감으니, 맑아진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유소라’ 플레이어로부터 푸른 피를 수혈 받았습니다.]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을 모두 통달한 삼장법사 (三藏法師)의 힘이 활성화 됩니다.]
[활성화 시간: 30분]
머리 위로 파란색 마나 게이지가 빠른 속도로 차올랐다. 유소라가 내게 놓아준 재생력 상승 주사 덕분이다.
조금 전 베어냈던 손가락의 끝도 풀로 붙인 듯 달라붙으며 회복되었다.
“소라씨, 뒤로 물러나세요.”
“네.”
내가 한강 물에 손을 담그고 주문을 외웠다.
“리바이브.”
[시스템 메시지]
▶리바이브 (마나 소모: 3)
-시전자의 레벨 수만큼 죽은 자를 소생하여 언데드로 만듭니다.
검은색 글씨로 되어 있는 선택 목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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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선택]
-잉어 / 162마리
-붕어 / 45마리
-장어 / 1마리
-자라 / 7마리
-배스 / 81마리
-쏘가리 / 10마리
##
“……”
내가 자라 일곱 마리와 배스 다섯 마리를 선택했다.
어두운 물속으로 형광색의 생명체 열한 마리가 보였다. 녀석들의 소환주인 나만이 볼 수 있는 특별한 빛이다.
[소환 목록]
-박규환(군인) 1/1 : 대기 중
-자라(일반) 6/12 : 대기 중
-배스(일반) 5/12 : 대기 중
배스와 자라 둘 다 크기가 전부 30센티 이상 되는 성체였다.
스누펜의 위치를 확인한 내가 놈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목표는 스누펜. 출발해라.”
푸그르르르르-!
보트 밑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내 눈에만 보이는 형광색의 빛이 스누펜을 향해 빠르게 헤엄쳐 나아갔다.
김준철 소령이 내게 물었다.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 기다리면 알게 될 거예요.”
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자라와 배스들이 원을 그리듯 빠르게 헤엄을 치며 스누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닥터 피쉬가 인간의 발에 붙은 각질을 떼어먹듯 말이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내 소환수들은 각질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적의 살점을 전부 뜯어먹어 놈을 무의 존재로 되돌리는 중인 것.
스누펜의 머리 위에 있는 빨간색 막대기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펑!
육지 근처에서 물이 크게 솟구쳐 올랐다.
-키에에엑!
스누펜이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왔다.
녀석이 내 소환수들을 떼어 내어보려 물갈퀴를 흔들었다. 스치기만 했는데 배스들이 생명력을 전부 잃었다.
“…… 스켈레톤 소환.”
쓰러진 배스의 뼈에서 스켈레톤 병사들이 일어났다. 놈들이 스누펜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키에에엑!
스켈레톤 병사들이 놈의 몸을 기어오르며 시선을 분산시켰다.
자라들이 빙글빙글 돌며 스누펜의 다리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김준철 소령님!”
그의 이름을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고개를 끄덕였다.
삐빅.
“전원 전방에 있는 괴물을 사격하도록 하라!”
-알파, 수신.
-로메오, 수신.
-브라보, 수신.
-델타, 수신.
보트를 타고 있는 도깨비 가면의 군인들이 소총을 들고 스누펜을 조준했다.
탕! 탕탕탕탕!
총구에 불이 올랐다.
이어 강 건너편 아파트에서 기관총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
펑! 소리가 들리더니 축구공 만한 포탄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쉬유우우우웅-
쾅!
정확하게 눈에 명중했다.
-키에에엑!
스누펜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물갈퀴를 휘둘렀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그중 한 방이 물의 표면을 내리쳤다.
촤아악- 팡!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놈이 만들어낸 충격으로 인해 강 안에 있던 물고기들이 전부 기절한 것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스템 메시지]
[경고! 자라 7기 사망]
[현재 남은 자라 0/12]
[시스템 메시지]
[경고! 배스 5기 사망]
[현재 남은 배스 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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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목록]
-박규환(군인) 1/1 : 전투 중
-스켈레톤(하급) 5/5 : 전투 중
단 한 방에 자라 전부가 전멸했다.
놈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파도가 출렁거리며 보트를 흔들었다.
내가 손에 물을 담그고 다시 소환수들을 만들어 냈다.
유소라의 능력으로 재생력이 높아진 동안에는. 무한한 마나로 리바이브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스켈레톤 소환.”
자라의 뼈가 스켈레톤이 되었다. 놈들이 스누펜의 몸을 기어 올라가며 공격했다.
“리바이브.”
내 주문에 각종 물고기가 일어났다. 잉어부터 시작해서 붕어, 장어까지.
내가 살려내면 스누펜이 죽이고.
끝없는 싸움이었다.
수 십, 수 백, 수 천.
끝임 없이 만들어지는 내 병사들이 스누펜의 생명력을 천천히 깎아 내렸다.
녀석의 양 팔과 다리는 이미 내 스켈레톤이 달라붙어 잘라내고 있고.
다리는 물고기들이 만신창이를 만들었다.
나는 김준철에게 소리쳤다.
“모두 왼쪽 다리만 노리세요!”
김준철이 내 말을 무전기에 전달했다.
-전원 왼쪽 다리만 노리도록!
이어지는 전투 속 쏟아지는 총탄과 포탄이 놈의 무릎을 꿇게 했다.
쿠구웅.
-키에에에에엑!!!!
머지않아 놈의 머리 위에 있는 체력 막대기의 빨간색이 바닥을 드러냈다.
상대방의 체력을 볼 수 없는 NPC들은 이 상황을 모르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번 라운드도 끝을 보게 될 것이다.
모두 내 계획에 의해서 말이다.
철컥. 철컥.
어느새 탄을 전부 소비한 군인들이 자세를 낮추고 검을 꺼내 들고 있었다.
김준철 소령 또한 탄을 전부 사용했는지 당황스런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김천재씨. 더 이상의 사격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 수고하셨어요. 혹시 수류탄 가지고 계신가요?”
“예. 전원 두 발씩 보급 받았습니다.”
“한 발만 주세요.”
그가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을 멈추더니 조끼를 열어 수류탄을 인계해 주었다.
“……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군인 NPC가 일반인에게 수류탄을 인계해 줄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런데도 내가 김준철 소령에게 탄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신뢰’.
이 게임에는 수치로 표시가 되지 않지만, 신뢰도에 따라 NPC와의 대화가 달라졌다.
즉, 내 신뢰도는 군인에게 탄을 건네어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오너라.”
장어 한 마리가 물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내가 놈의 입안으로 수류탄을 집어넣으며 다시 명령했다.
“내가 생각한 위치로 가.”
장어가 입을 닫더니 물속으로 빠르게 헤엄쳐 들어갔다.
놈이 움직이는 동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명령을 받은 장어 두 마리가 놈의 무릎을 파고 들어갔다.
좀비가 되어 썩어버린 스누펜의 피부를 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부비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는데, 손가락으로 두부를 찌르듯 쉽게 뚫을 수 있던 것이다.
-키에에엑!
장어 두 마리가 녀석의 살점을 파고들며 헤엄쳐 위로 올라가.
스누펜의 목젖 앞에 도착했다.
팍! 팍!
장어들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그 중 한 마리가 입을 벌리자 내가 준 수류탄이 보였다.
“안전클립 제거.”
뒤따라온 장어가 수류탄의 안전클립을 입으로 깨물어 빼내었다.
틱.
“안전핀 제거.”
이어 수류탄 손잡이 옆에 달린 핀을 빼내고.
탁.
“손잡이 제거.”
톡.
손잡이가 튕겨져 나갔다.
“가라!”
장어가 다시 스누펜의 살점을 파고 들어갔다.
내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3.
2.
1.
“…… 아디오스.”
쾅!
굉음과 함께 스누펜의 목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살점이 터져 나가며 놈의 생선 얼굴이 뒤쪽으로 기울었다.
부우우웅-
뒤로 쓰러지던 목이.
콰직.
부러지며 생선 얼굴이 강으로 떨어졌다.
퍼벙!
모두 숨을 죽이고 녀석을 지켜보았다.
바닥을 기고 있던 스누펜의 체력 게이지가 회색으로 변했다.
김준철 소령이 침을 꿀꺽 삼켰다.
유소라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나와 스누펜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입 꼬리를 올렸다.
[두 번째 라운드 클리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게임 내 최단 시간 임무 수행 완료 보상으로 추가 경험치가 지급됩니다.
머리 위에서 황금빛이 다섯 바퀴 돌았다.
김준철 소령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목이 날아간 스누펜의 몸을 보았다.
스누펜의 몸뚱이가 톱으로 밑둥이를 잘라낸 나무처럼 천천히 넘어갔다.
스르르르르르.
이어 물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펑!
놈이 강 속으로 사라졌다.
[시스템 메시지]
[이벤트 완료]
[보상: 5,000 제니]
[‘멸망의 땅’을 지켜보는 제3의 눈이 김천재님의 플레이를 놀라워합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무너트린 자!’ 칭호를 획득합니다.]
[소환 레벨이 +1 증가합니다!]
[소환 레벨 ‘5’ 달성]
[하수인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많이 긴장했었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내 턱 끝에 고여 있었다.
유소라가 소매를 길게 빼내어 내 땀을 닦아 주었다.
“수고하셨어요.”
“…… 뭘요.”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며 머리가 띵했다. 눈을 살며시 감자 강의 북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아!!!!
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그들에게 흔들어 주었다.
-저…… 정말 놈을 잡은 건가?
-만세! 만세!! 만세!!!
-야! 봤어? 봤냐고? 드디어 강의 주인이 사라졌어!
-신이시여……, 드디어 이런 날이……. 흐으윽…….
김준철 소령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천재씨. 수고하셨습니다.”
모아이 석상처럼 굳어있던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수고는요.”
“천재씨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작전 이었습니다.”
내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의 등을 툭 쳤다.
“…… 담배 있어요?”
김준철 소령이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하나 꺼내어 전부 내게 주었다.
“전부 가지십시오.”
“고마워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자 김준철 소령이 불을 붙여 주었다.
치직. 치지직.
쓰읍-
푸후-.
하얀 연기가 내 얼굴을 가렸다.
나는 허리춤에 있는 무전기를 켰다.
삐빅.
“정우야.”
삐빅.
“말해.”
“…… 가자. 유토피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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