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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이어 폭탄과 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전원 고개를 숙여! 꽉 잡아라!”

펑!

솟구쳐 오른 한강 물이 바람을 타고 퍼지며 보트를 적셨다.

“이런 X발! 왜 우리를 쏘는 거야!”

피융-

탕탕!

쏟아지는 포탄 속 보트 머리에 있는 군인이 소리쳤다.

“소령님,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다! 전진하도록 한다!”

김준철 소령과 대화를 하던 군인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목청 놓아 소리쳤다.

“위험합니다! 저들은 이미 저희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대로 돌파해라!”

“전부 죽습니다!”

“죽음이 두렵나?”

김준철 소령이 정색하며 조타수를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부하가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 무섭지 않습니다.”

“그럼 이대로 돌파한다. 현재 거리가 어떻게 되는가!”

“약 삼백 미터 남았습니다!”

“지금 물러나면 어차피 다 죽는다! 도착하면 은폐할 곳을 향해 진격하도록 한다!”

병사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피유우우우웅-

포를 높게 쏘아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엉덩이에 불이 붙은 듯 불꽃을 쏟아내며 날아오는 초록색 타원형 물체가 하나 보였다.

잠깐 눈을 껌뻑이는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콰광!

유람선의 앞머리에서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박살난 배의 파편들이 한강으로 쏟아져 내렸다.

순간 배가 휘청거리며 쓰러질 듯 방향을 틀었다.

김준철 소령이 그들에게 반격하려 소총을 들었다.

철컥.

그리곤 무전기를 켰다.

삐빅.

“전원 사격 준비!”

도깨비 마스크를 쓴 자들이 빠르게 소총을 들더니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내가 김준철 소령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소령님.”

“…… 말씀하십시오.”

“저들이 노리는 건 저희가 아닙니다. 진정하세요.”

“그게 무슨-”

피융-!

펑!

우리가 탄 보트 옆에서 물이 치솟아 올랐다.

물살로 인해 보트가 뒤집힐 듯 흔들렸다. 유소라가 내 허리춤을 꽉 붙잡고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

나는 보트의 손잡이를 꽉 잡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소령님, 물 밑을 보세요!”

“물 밑?”

“물 아래를 보라고요!”

내가 시선을 피하지 않자 그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물 밑을 보았다.

“무엇을 보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둠 때문에 잘 보이지 않자 그가 짜증 섞인 소리를 냈다.

나는 다시 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에게 소리쳤다.

“자세히 보세요! 저기, 저 밑! 저거 안 보여요?”

“보이기는 뭐가 보이….”

김준철 소령의 얼굴이 마른 지점토처럼 굳었다.

“뭐…. 뭐야 저게…?”

물속에 있는 생명체를 발견한 김준철 소령이 말을 잃었다.

[시스템 메시지]

[이벤트 발생!]

[난이도: S]

[보상: 5,000 제니 ]

-힘을 모아 악귀(惡鬼) 스누펜을 물리치십시오.

그렇다.

강의 반대편에서 총탄을 쏟아내는 이유는 절대로 우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를 살려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태껏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수행 불가영역의 이벤트 주인을 상대로 말이다.

깊지 않은 곳에 눈을 껌뻑이고 있는 스누펜을 보기만 했는데도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심연(深淵)이라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어두운 한강 물속으로 슬쩍슬쩍 보이는 커다랗고 검은 눈동자.

그 크기가 우리가 타고 있는 보트만큼 컸기에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보그르르르-.

넓게 펼쳐진 보트들 사이로 거품이 올라왔다.

“저, 저게 무엇입니까?”

“돌연변이.”

“돌연변이?”

“…… 예. Z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돌연변이에요.”

Z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돌연변이 생명체 중 해상에서 제일 강력한 존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의 밑으로 놈이 지나갔다.

쿠르르르르-

놈의 움직임으로 인해 만들어진 물살이 보트들을 양옆으로 흔들었다.

잠깐이지만 순간 적막이 흘렀다.

강의 북쪽에서 날아오던 포탄과 총탄도 멈추었다.

놈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기에 그들도 사격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이번만큼은 플레이어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라운드이기 때문이다.

“…… 오는 건가.”

놈이 유람선의 앞에서 멈추었다.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강이 갈라졌다.

거대한 잠수함이 모습을 드러내듯 뾰족한 생선 대가리가 튀어나왔다.

피부의 표면이 매끄럽다기보다는 살점이 썩어 갈색으로 변하고, 너덜너덜했다.

놈이 입을 벌리자 거무튀튀한 오수(汚水)가 쏟아져 나왔다. 그 안으로 보이는 이빨이 톱처럼 날카로웠다.

“처… 천재씨….”

“…….”

머리가 반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물고기가 나오나 싶었는데, 아가미를 지나서부터 길게 뻗은 황색의 목이 보였다.

-크헤에에에엑!

물 밖으로 모습을 보인 놈의 몸은 삐쩍 마른 인간이었다.

아니지, 어인이었다.

등을 가로지르는 지느러미에. 손에 물갈퀴가 달렸으니 말이다.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놈을 지켜보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괴물.

모두가 숨을 죽였다.

어떻게 대항해야 할지조차 가늠 잡히지 않는 압도적인 크기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김준철 소령이 낮게 숨을 쉬며 고개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렸다.

녀석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내가 작게 속삭였다.

“김준철 소령님. 제가 신호 드리기 전까지 녀석과 싸우면 안 됩니다.”

김준철이 입을 뻐끔뻐끔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럼…. 어떻게….”

“우선 앞을 향해 달려야 해요.”

“…….”

“다른 보트에도 무전 하세요. 놈이 포효하는 순간, 육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가라고.”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기에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상황에서는 내 말을 믿는 것이 최선.

“…… 알겠습니다.”

삐빅.

무전기가 울렸다.

“전원 전방에 나타난 물고… 괴물…이 포효 시 무시하고 육지로 이동하도록 한다. 다시 전파한다. 전원 전방에 나타난 괴물이 포효 시, 무시하고 육지로 이동하도록 한다.”

무전을 끝낸 김준철 소령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내게 물었다.

“저기, 당신은 누구신데 저놈에 대해 알고 계신 겁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잠시 고민되었다.

“…… ‘문을 여는 자’. 그냥 ‘여는 자’라고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아요.”

“여는… 자?”

“예. 이름은 김천재입니다.”

충분한 소개였다.

이 게임의 플레이어는 모두 ‘여는 자’이니깐.

-키에에에에엑!!

스누펜의 포효를 신호로 모든 보트와 유람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앙-!

상대적으로 가속력이 빠른 보트가 유람선을 지나 달리게 되었다.

보트의 머리가 들릴 정도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물의 표면을 치는 충격으로 인해 엉덩이가 덩실거렸다.

유소라가 보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내 팔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죄, 죄송해요!”

“괜찮아요.”

김준철 소령이 총구로 괴물 녀석을 조준하며 내게 소리쳐 물었다.

“경고 사격정도는 괜찮겠습니까?”

모터의 진동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크게 소리쳐 대답했다.

“아뇨! 시선이 저희에게 돌아올 거에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우우우우우웅-

보트와 스누펜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놈이 커다란 생선 눈알을 굴려 유람선의 위치를 확인하더니 손을 높게 들었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펼쳐져 있는 놈의 물갈퀴가 반짝였다.

부웅-!

오 톤 트럭만큼 커다란 놈의 손바닥이 일직선으로 내려와 유람선을 노렸다.

“…… 그대로 달리세요!”

펑!

쉬유우우우웅-

강의 북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축구공만 한 포탄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와 놈의 손을 정확히 맞추었다.

쾅!

-키에에엑!

스누펜 등장 이후 두 번의 공격은 강 건너편의 군대가 막아준다.

굳이 내가 반응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유람선.

수많은 NPC와 스님 플레이어를 태운 유람선이 너무나도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아까 전의 충격 때문인지 배에 문제가 생겼나 보다.

두두두두두두두!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연발로 날아오는 총탄이 스누펜의 허리춤을 시작으로 등지느러미를 타고 올라가 머리를 난사했다.

놈이 고통스러운 듯 몸을 휘저었다.

“…… 어?”

놈을 지켜보던 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듣도 보도 못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스누펜 녀석이 다시 한강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푸우웅- 덩!

놈이 물 안으로 들어가는 여파로 파도가 크게 넘실거렸다.

-어어어어!

보트가 뒤집힐 뻔했다.

다행히도 조타수의 뛰어난 운전 실력 덕분에 잠시 멈추는 것으로 끝났다.

김준철 소령이 다른 보트들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다시 출발 신호를 내렸다.

“가자.”

우웅. 우웅. 우우우우우우웅!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두가 고개를 내밀어 보트 밖을 보았다.

녀석을 처음 발견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물속이 캄캄했다.

스누펜이 보이지 않자 모두 불안한 눈빛을 지었다.

나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디에 숨은 거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손바닥을 이용해 배를 침몰시키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놈이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다니.

나는 침착하게 호흡하며 눈을 부릅떴다.

각성하지 않은 군인들보다 전직을 마친 내 시력이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

.

.

.

.

.

“저기구나.”

찾았다.

육지에 설치된 가로등 빛 덕분에 물속에서 반짝이는 스누펜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눈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몸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으로 덮인 한강 물의 색으로 묻혔기 때문이다.

“김준철 소령님!”

“말씀하십시오!”

“모든 보트의 이동을 멈추도록 하세요. 지금 당장이요.”

김준철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전기를 켰다.

삐빅.

“전원 이동을 멈추고 자리를 유지하도록 해라! 전원 이동을 멈추고 자리를 유지하도록 해라!”

그의 명령과 함께 보트들이 전부 이동을 멈추었다.

움직이고 있는 배라고는 우리 뒤로 따라오고 있는 유람선뿐이었다.

“김천재씨, 무슨 일입니까?”

“녀석이 육지 앞에 대기하고 있어요.”

“육지 앞에?”

“예. 저기입니다.”

내가 검지로 우리가 서 있는 곳과 육지 사이를 가리켰다.

김준철 소령이 야간 투시경으로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의 눈에 어둠 말고 다른 물체가 보일 리 없었다.

“저한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요.”

“보이지 않을 거예요. 저도 빛에 스치는 모습을 잠깐 봤으니까요.”

김준철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제가 다시 말씀드리기 전까지 기다리세요.”

“그냥 기다리면 되겠습니까?”

“예.”

엔진을 끄고 잠시 기다려 보았지만, 놈이 움직이지 않았다.

돌발 상황이 있었지만 내가 아는 행동 패턴 내에서 움직였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지는 답이 나왔다.

내가 유소라의 손을 잡았다.

“소라씨.”

“예?! 아, 네.”

“주사기를 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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