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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스켈레톤 소환.”

[시스템 메시지]

▶스켈레톤 소환 (마나 소모: 2)

-시전자의 레벨 수 만큼 뼈를 매개체로 해골 병사를 소환.

남은 마나: 22

닭 뼈가 번쩍이더니 눈앞으로 스켈레톤 전사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지금은 소환 레벨이 낮아 어린아이만큼 약하지만, 저들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 눈앞에 움직이는 뼈다귀가 걸어 다닌다면 얼마나 무섭겠는가.

그것도 내가 사는 건물 안에서 말이다.

[소환 목록]

-좀비(일반) 2/2 : 전투 중

-스켈레톤 전사(일반) 2/2 : 명령 수행 중

“계단 위로 가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위층으로 쫓아 보내버려.”

스켈레톤 병사가 내 명령을 인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스켈레톤 전사가 뼈 소리를 내며 빠르게 걸어갔다.

‘제대로 가고 있나?’

시야가 공유되지 않는 점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복도의 형태는 뻔하다.

일자형 복도.

10초가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뭐, 뭐야! 저거 뭔데!

-괴물이다!! 괴물이야!! 모두 뛰어!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복도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발걸음이 점점 멀어지자 정우 녀석이 내게 말했다.

“이제 가도 될 것 같은데?”

“가자.”

우리가 재빠르게 올라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401호.

문이 열려있어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잘 정리된 카메라와 사진들. 화장대에 올려져 있는 여성 화장품을 보아 여자가 사는 집인 것 같다.

킁킁.

좋은 냄새가 난다.

정우 녀석이 서랍들을 전부 열어 금으로 보이는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 뭐하냐? 도둑이야?”

“아니. 나중을 위해서 투자하는 거지.”

“금을?”

“어. 제작 아이템.”

아!

역시 야만 전사 플레이어라 그런지 나와 하는 생각이 달랐다.

아이템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네크로맨서에 비해 방어구가 최우선인 그에게는 금붙이들이 많이 필요하다.

금이 제작 아이템의 화폐니깐.

401호의 수색을 마친 우리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복도를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스켈레톤을 피해 옥상까지 올라갔나 보다.

우리는 순서대로 4층에 있는 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문이 열려있는 세 개의 방은 순식간에 끝났고.

복도 끝에 있는 404에 도착하니 또 텅 비어있는 방이었다.

가끔 건물주 딸이 와서 쓴다고 들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할 만큼 너무나도 깨끗했다.

“김천재, 뭐 좀 찾았냐?”

“아니. 아…. 목마른데 수도꼭지에서 물이 안 나오네.”

“물이 안 나와?”

“어. 2층도 안 나오고 3층도 안 나오고. 위로 올라오면 조금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와.”

정우 녀석이 못 믿겠다는 듯 내 옆으로 와 수도꼭지를 돌렸다.

끼익. 끼이익.

“…… 진짜 멸망의 땅이네.”

“세면대 물이라도 마실까? 화장실은 물이 나오던데.”

“화장실은 물이 나온다고?”

“어. 화장실 물은 옥상 물탱크에서 쓰잖아.”

정우가 몰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랬냐?”

“어, 근데 마셔도 되는 물인지는 모르겠네.”

“씻어도 되면 마셔도 되겠지.”

라고 하며 화장실 수도꼭지를 돌렸는데 물이 탁하다. 아까는 치약을 풀어서 몰랐는데 녹물이 흐르고 있었구나.

“마실래?”

“죽으라고?”

“후우…. 됐다. 어제 맥주 좀 남겨 놓을걸. 어떻게 물 사놓은 집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냐.”

“요즘에는 다들 정수기 쓰니깐.”

“여긴 정수기도 없잖아.”

그렇다.

서울에는 아리수가 나온다며 건물주가 정수기를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물론 진짜 이유는 주방에 구멍을 뚫어야 설치할 수 있다는 기사 말에 하지 않은 것이다.

자기 건물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강한 늙은이다.

“아 됐다. 빨리 튜토리얼 끝내고 이 건물에서 나가자.”

“잠깐만 기다려, 침대 밑 좀 보고. 가끔 이 안에 숨겨둔 보급 아이템이….”

정우가 고개를 숙여 침대 밑을 보았다.

회사원 좀비 한 마리가 매트리스에 짓눌려 꿈틀거리고 있었다.

-키에에에엑!

“…… 천재야.”

“왜?”

“여기 네 친구 있는데?”

“뭐?”

내가 침대 밑을 보았다.

“…… 저놈은 왜 저기 있대?”

“나야 모르지.”

“죽여. 경험치라도 얻게. 아, 밖으로 던져라. 그게 제일 깔끔하겠다.”

“알았어.”

정우 녀석이 회사원 좀비 녀석의 옷을 잡아끌었다.

나와는 다르게 타고난 힘과 통뼈를 가져서 그런지 전직을 하지 않았는데도 힘이 강했다.

끌려 나온 좀비 녀석이 정우를 깨물려 했으나 이빨이 사슬 갑주에 막혔다.

“키에에에엑!”

“꺼져!”

팟.

정우 녀석이 회사원 좀비를 창문 밖으로 던졌다.

이어 정우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빛이 한 바퀴 돌았다.

“너 레벨 올랐나 보다.”

“어. 상태창 보니깐 2 됐네.”

“야만 전사로 전직하려면 레벨이 몇 개나 필요하지?”

“다섯 개.”

“금방 하겠네.”

그나저나 4층 전체를 수색한 결과치고는 수확이 너무나도 적었다.

가난한 원룸건물이라서 그런지 첫 번째 털었던 여자 집 말고는 금붙이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전투에 쓸 만한 물건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방어력이 높은 의류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죄다 낡아빠진 옷들만 걸려 있어 착용할 수가 없었다.

치직-. 치직-.

나는 옷들을 전부 집어 시스템 창이 뜨는 것들만 찢기 시작했다.

셔츠부터 바지, 치마, 자켓.

전부 찢어버렸다.

띠링!

[‘재봉사의 분노!’ 칭호 획득]

-칭호를 획득한 자가 더는 옷을 찢지 못하도록 장착한 방어구들이 단단해집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이 딱딱해졌다. 마치 셔츠에 풀을 발라놓은 것처럼 말이다.

[‘김천재’ 플레이어님의 방어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좋아.”

“……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옷 찢어서 칭호 얻을 생각을 하냐. 나는 좀비 새끼들이 어디서 덤벼올까 걱정돼서 아무것도 안 떠오르는데.”

“그러게, 나도 모르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순서들이 저절로 떠오르네.”

“…… 네크로맨서 무기는 구했냐?”

“아니. 그냥 집에 있는 식칼이랑 야구 방망이 들고 나왔어.”

“다른 방에도 쓸 만한 건 없었고?”

“어. 딱히 없던데.”

정우가 주먹에 찢어진 천을 칭칭 말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나는 전직하기 전까지 이 도끼로 버텨야겠다.”

“좋지, 그게 이 건물 안에서 구할 수 있는 무기 중에는 최선일 거야.”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튜토리얼에서도 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오나?”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튜토리얼에서 무슨 치료제야, 그냥 뒤지는 거지.”

“흐음….”

“운이 좋으면 감염돼서 죽어도 언데드로 전직할 수 있을 거야. 좀비나 구울 같은 거.”

“…… 언데드로 살 바에는 그냥 죽는 게 낫지 않아?”

“그건 아무도 모르지. 살고 싶으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

아까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경험해보니 언데드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미칠 것 같았으니깐.

“그런가?”

“그렇지.”

* * * * *

달그닥.

나는 찬장에 놓여있는 복숭아 통조림 하나를 뜯어 정우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앞으로 계속 움직이려면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

[시스템 메시지]

[과일 섭취로 인해 생명력이 소폭 회복됩니다.]

[과일 섭취로 인해 마나가 소폭 회복됩니다.]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빨간색 생명력 게이지가 8할이었는데, 조금씩 올라가며 9할까지 올라갔다.

케릭터의 반응 시스템은 ‘멸망의 땅’과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음식을 어느 정도 준비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복숭아를 씹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음식 섭취로 생명력 회복, 이것도 게임하고 똑같네.”

“여긴 그냥 게임이라니까.”

“게임치고는 너무 생생하잖아.”

“요즘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이 정도도 못 하겠냐?”

“…… 맞다고 하더라도. 나는 게임을 한다고 동의한 적 없어.”

진지한 내 표정과는 다르게 마정우가 사람 좋은 얼굴로 대답했다.

“없든지 말든지. 우선 살고 봐야지.”

“너는 참 천하태평이다.”

“아닌데? 아까 말했잖아. 언제 어디서 좀비가 덤벼들지 몰라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

“오히려 네가 천하태평인 것 같은데? 아까 좀비 보고서도 아무런 반응도 없던데.”

“나도 놀랐어.”

“뭐래, 진짜 놀랐으면 콧구멍이라도 벌렁거려봐라.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더구만.”

별 이야기도 아닌데 정우와 함께 대화를 나누니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좀비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떠올리기만 하더라도 팔에 닭살이 돋을 정도 기괴한 모습이니깐.

달카닥.

나는 다 먹은 통조림 깡통을 바닥에 던진 후 옷소매로 입을 닦아냈다.

“다 먹었냐?”

“어, 이제 윗 층으로 이동해볼까?”

“좋지, 아 잠깐만!”

나는 식칼로 손끝을 살짝 베어 피를 내었다. 그리곤 찢어진 천에 흡수시킨 후.

야구 방망이와 식칼의 날에 조금씩 발랐다.

[‘네크로맨서’의 피로 인해 무기가 언데드 속성을 갖게 됩니다.]

[*언데드 속성: 인간 종족에게 30%의 피해를 추가로 줍니다.]

손에서 흐를 때는 붉었던 피가 천천히 굳으며 검게 바뀌었다. 마치 붓으로 먹을 찍어 바른 것처럼 야구 방망이와 식칼이 검게 칠해졌다.

“김천재, 내 도끼도 해주면 안 되냐?”

“문제없지. 잠깐만 너도 손 좀 대봐.”

“내 손?”

“어, 네 피도 필요해.”

“내 피는 왜?”

“…… 그냥 손가락 좀 줘봐.”

내가 정우의 손가락 끝을 땄다. 이어 아까 내 피를 흡수했던 천 위로 정우의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스으으윽.

네크로맨서와 인간의 피가 섞인 천으로 비상용 도끼를 닦아내자.

번쩍!

빛이 반짝이더니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히든 조합이 실행됩니다,]

[‘도살용 도끼’를 획득했습니다.]

-날 끝이 길어져 고기를 도살하기에 좋은 도끼입니다. (공격력+16)

도끼를 쥐고 있는 정우가 입을 쫘악 찢어 웃었다.

“와! 이거 조온나 가벼운데?!”

“좋지?”

“이 도끼 만드는 건 또 어떻게 알았냐?”

“이 게임 정보는 전부 외우고 있으니깐, 이 정도는 껌이지.”

“하…. 넌 정말 1위 할만 했다.”

* * * * *

땡그랑!

갑자기 허공에 공간이 열리더니, 뿔이 달린 투명한 병 하나가 복도에 떨어졌다.

검은색 액체가 들어있다. 누가 보더라도 의심쩍은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병’이 튜토리얼 라운드에 등장합니다.]

[게임에 참가하신 플레이어 여러분들은 신속히 병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

병이 어떤 존재인지는 설명해주지 않고 우선 찾으라는 이야기만이 적혀 있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복도를 걷던 누군가가 병을 주웠다. 둔해 보이는 목소리의 남성이 독백했다.

“……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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