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3화 (3/215)

3화

[시스템 메시지]

[‘김천재’ 플레이어님 ▶네크로맨서◀ 로(의) 전직을 축하드립니다!]

너무나도 큰 고통에 잠시 정신이 나갔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머리에 들어왔다.

나는 네크로맨서가 되었다.

[‘네크로맨서’ 직업의 능력치를 부여받습니다.]

[스킬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직업 전용 아이템 착용이 가능해집니다.]

“…… 후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눈앞에 있는 좀비들을 전부 때려눕힌 후였다.

좀비 다섯이 동시에 덤벼들었지만 내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언데드(Undead) 몬스터 중에서도 최하급에 속하는 좀비, 전직을 마친 플레이어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상대였다.

마치 다 큰 성인이 어린아이를 제압하듯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다시 생각되었다.

’진짜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건가. ‘

너무나도 생생해서 믿을 수가 없었다. 게임이라면 그저 놀랄 뿐,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좀비들의 시체 썩은 내, 너무나도 짙게 풍겼다.

“후우….”

나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후 담배를 한 개비 꺼내어 물었다.

미칠 듯이 뛰어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치직.

담뱃불을 붙이고.

쓰읍.

깊게 들이마신 후.

푸후-

길게 내뱉었다.

하얀 연기가 내 앞을 가렸다. 잎 타는 냄새가 방안에 퍼지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우선… 상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상태창

이름: 김천재

직업: 네크로맨서

레벨: 2

생명력: 160/160

마나: 24/30

체력: 9 공격: 10

방어: 10 속도: 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멸망의 땅에서 보여주는 네크로맨서 처음 전직 상태와 똑같았다.

단 하나의 오차도 없었다.

체력과 속도가 9면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보다 좀 더 나은 상태.

공격과 방어가 10이면 격투기 중급자와 같은 수준의 신체.

총합 기초 체력이 좋고 운동을 좀 하는 수준이다.

전사보다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 신체 능력치지만 마법사보다는 나았다.

물론 마나 부분에서는 마법사보다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 스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리바이브 (마나 소모: 3)

-시전자의 레벨 수 만큼 죽은 자를 소생하여 언데드로 만듭니다.

▶스켈레톤 소환 (마나 소모: 2)

-시전자의 레벨 수 만큼 뼈를 매개체로 해골 전사를 소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킬 또한 기본으로 지급되는 스킬 들이었다.

나는 담배를 피우는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우선 나의 다섯 가지 감각은 전부 살아있다.

VR 게임이 아무리 고통을 동반한다고는 하지만, 프로그램이 주는 고통의 최대 설정치는 따끔거리는 정도.

아까 좀비에게 물렸을 때 느낀 통증은 그 이상, 아니! 내가 살면서 경험해본 고통 중 제일 컸다.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이었다.

심지어 식칼로 심장을 찌를 때도 악에 받쳐 움직였을 뿐,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충격이었다.

쓰읍.

푸후-

‘진짜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건가.’

나는 쓰러진 좀비 두 마리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주문을 외웠다.

“리바이브.”

▶리바이브 (마나 소모: 3)

-시전자의 레벨 수 만큼 죽은 자를 소생하여 언데드로 만듭니다.

일반적인 회사원 복장의 좀비 두 마리가 꼭두각시처럼 몸을 끼익 거리며 일어났다.

초점 없는 눈동자와 입에서 흘러내리는 초록색 액체가 역겨웠다.

“…… 목록.”

[소환 목록]

-좀비(일반) 2/2 : 명령 대기 중

똑같다.

역시 이곳은 ‘멸망의 땅’ 게임 안이 틀림없다. 게임 속 설명되어있는 회사원 좀비와 똑같이 생긴 것은 둘째치고, 섬세한 행동까지 같았다.

“엎드려.”

내 한 마디에 좀비 두 놈이 머리를 지면에 바짝 붙이며 엎드렸다. 설날에 용돈을 받기 위해 절을 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 오케이.”

명령 확인을 마친 나는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걸었다. 우선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을 해야 했다.

-키에에에엑!

아래층에서 좀비의 울음이 들려왔다. 굶주리지 않는 이상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놈들인데, 저 정도 소리면 굉장히 흥분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앞서 소환한 좀비 두 마리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계단 앞에 도착하자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좀비들이 보였다.

모두가 비슷한 얼굴과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소환한 좀비와 저 녀석 중 누가 더 강할까?

“……”

부웅-

콰직!

내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맞은 좀비가 뒤로 고꾸라지며 뒤로 쓰러졌다. 놈의 뒤를 따르던 좀비들도 도미노처럼 순서대로 자빠졌다.

“공격.”

내 명령에 수하에 있는 좀비들이 달려갔다. 쓰러진 좀비들을 물어뜯으며 싸웠다. 누가 더 강한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른 능력치는 모르겠지만 근력 면에서 내 좀비들이 조금 더 앞섰다.

두 마리가 몸통 박치기를 했는데, 다섯 마리가 밀렸으니 말이다.

좀비들이 뒤엉켜 싸우는 장면을 보던 나는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끼이익.

방망이를 앞세워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이곳에는 좀비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모든 방에 좀비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

“…… 좋아.”

나는 수하에 있는 좀비들이 계단을 막는 동안, 집안에서 책상과 장롱을 끄집어냈다. 전직하기 전의 내 힘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능력치가 오른 지금은 가능했다.

이삿짐 아저씨 수준의 힘은 거뜬히 낼 수 있으니 말이다.

방에서 나온 가구들을 계단에 쌓아두고,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남겨 두었다.

그리곤 내 좀비들을 불러들였다.

“이곳을 막아라. 아무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 * * * *

위층에 정우를 데리러 올라간 옆집 여자는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지금쯤이면 도착하고도 남아야 할 시간인데, 아직도 이 층에는 나만이 있었다.

혹시 위층에도 좀비가 나타난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멸망의 땅이라면 당연히 초반에는 강력한 몬스터가 나오지 않을 터, 아무리 강하다고 해봤자 일반 좀비 중 한 마리다.

사람들이 여럿이라면 좀비 한두 마리 정도는 쉽게 처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운동선수가 좀비가 되었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도 있긴 한데….

쿵!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 물에 치약을 풀었다. 그리곤 플라스틱 바가지로 그 물을 퍼 창문 밖으로 쏟았다.

촤르르르륵!

치약 물에 맞은 좀비들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었다.

-크아아악!

그들 중 몇은 몸이 녹아내려 제자리에서 쓰러졌다.

“…… 설정 확인 완료.”

나는 창문을 닫고 불을 끈 후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최대한 많은 양의 치약 물을 만들어 복도에 뿌리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치약 물이 마르기 전까지는 좀비들이 이곳까지 걸어오지 못할 테니깐.

촤륵!

다른 방에 있는 치약까지 전부 끌어 모았다. 전부 쓰다 말은 치약들이라 양이 많지는 않았다.

’복도가 이렇게 길었었나? ‘

치약 물로 복도를 메우던 도중, 복도 전체를 메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나는 작전을 바꾸어 아까 장롱으로 막아둔 계단 밑으로 치약 물을 흠뻑 뿌렸다.

계단을 올라오려는 좀비들의 발이 ’치지지직!‘ 소리와 함께 타들었다.

내 좀비가 그 위에서 손톱을 휘둘러 녀석들을 떨어뜨렸다.

-키에엑!

완벽하다.

이제 밖에서 침입하는 좀비들은 한동안 이곳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 * * * *

좀비에게 아이템을 주면 사용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막대기를 주어 보았다.

아직은 단계가 낮은 좀비라 그런지 무기를 쥘 수 없었다.

주먹질의 힘을 보아 근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시스템이 막아놓은 것 같다.

“…… 아쉽네.”

나는 좀비들을 그대로 두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다른 층에서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위층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직 내가 있는 층도 확실하게 탐색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칵.

주방의 수도꼭지를 틀어 보았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다. 화장실에서는 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쪽 수도 라인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끼이이익.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제 먹다 남긴 두부와 볶은 김치가 들어 있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잠들기 전, 기억하는 시간 동안의 물건은 그대로 있다는 것.

다만 두부와 김치 상태가 생각보다 오래되어 보였다. 냉장고 안에 있는데도 쉰내가 날 정도니 말이다. 어제밤까지만해도 괜찮았던 김치가 이 정도로 바뀌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된 거지?

“…우선 이건 못 먹고.”

나는 냉장고를 닫은 후 옷장을 살폈다. 이대로 피에 젖은 잠옷을 입고 움직일 수는 없으니, 활동성이 높은 트레이닝 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벼운 운동화까지 신자, 완전한 전투 준비가 완료되었다.

[‘트레이닝복 세트’ 착용]

[방어력 +1 순발력 +1 유연성 +1]

“좋아.”

1씩밖에 오르지 않아 낮은 능력치로 보이지만, 초반에는 이 만큼 효율적인 아이템이 없다.

좀비의 공격력이 4 미만인 것을 생각하면 방어력이 1만 추가되더라도 플레이어가 받는 데미지는 최소한 25% 이상 줄어든다.

“가볼까.”

식칼은 허리춤에 걸쳐놓고, 야구 방망이는 직접 들었다.

문밖으로 나가자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썩은 내와 함께 복도를 가득 메웠다.

삐걱- 삐걱-

열려 있는 다른 집 문이 천천히 움직였다. 긴장한 상태로 옆집 여자의 방을 확인해보았다. 일반적인 20대 여성이 사는 방이었다.

알록달록한 화장대와 함께 깔끔하게 정리된 침구류,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모르겠지만 명품 가방 하나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끼이익.

냉장고를 열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인스턴트커피만이 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생수는 있을 줄 알았는데….

‘응?’

시선을 돌리던 내게 치킨 박스 하나가 보였다.

‘…… 뼈?’

다 먹은 상자다. 쓰레기 버리기 전까지 냄새가 날까 봐 안에 넣어둔 것 같은데, 덕분에 요긴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스켈레톤 소환.”

우드드득!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 병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소환 방식이 조금 달랐다. 조립 완구처럼 뼈들이 변신할 줄 알았는데.

그냥 뼈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한 마리의 해골 병사가 되었다.

[스켈레톤 병사 1기를 소환합니다.]

호리호리한 중학생의 체격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멸망의 땅 게임에서 표현한 것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 해볼까.’

부웅-

허공을 가른 내 주먹이.

콰직!

스켈레톤 병사의 머리를 부수었다. 온 힘을 다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 처참하게 부서질 줄은 몰랐다.

‘약하네.’

얇은 판자를 치는 느낌과 함께 해골 병사의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

[‘스켈레톤 병사’ 1기가 사망합니다.]

“…… 앞으로 두 번.”

나는 또다시 스켈레톤 병사를 일으켜 세운 후, 머리를 박살내어 부서트렸다.

콰직! 콰직!

[‘스켈레톤 병사’ 1기가 사망합니다.]

[‘스켈레톤 병사’ 1기가 사망합니다.]

총 세 번의 스켈레톤 병사를 쓰러뜨리자.

[시스템 메시지]

[‘장인 정신, 제대로 나올 때까지 만든다!’ 칭호를 획득합니다.]

[소환 레벨이 +1 증가합니다!]

[소환 레벨 ‘2’ 달성]

[하수인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좋아.”

소환 레벨이 증가한 후, 다시 스켈레톤 병사를 일으키자 전보다 조금 더 체격이 커진 놈이 나왔다.

아까는 무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뼈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단도를 쥐고 있었다.

과일 깎는 칼 정도 수준의 무기였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깐….

“후우.”

다다다다다!

갑자기 누군가 복도를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긴장한 상태로 방 안에 몸을 숨겼다. 좀비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김천재!”

“응?”

로그인 더 아포칼립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