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42화 (44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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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롤드컵 우승!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 스타의 탄생!

이 이상으로 롤판 팬들이 들뜰 일이 있을까 싶다.

과거가 살짝 애매하긴 하다

이러저러 사고 친 부분이 좀 많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히 닉값 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그 감동적인 우승 직후.

믿을 수 없는 스캔들이 터졌다.

호텔 사진까지 찍히며 일약 파문을 낳았는데.

─스캔들 관련 레전설 입장 표명!

유리야랑 호텔 간 이유-〉그럼 호텔에서 자지 길바닥에서 잘까?

소시지 먹여준 이유-〉먹여보고 싶어서

엉덩이 만진 이유-〉타격감

└킹격감! 솔직담백하네ㅋㅋㅋㅋㅋ

└담백함이 50년 전통 뚝배기 삼계탕급인데

└뚝배기 깨질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 쓰레기'

장본인이 개인 방송을 통해 해명했다.

가히 명쾌한 결론이다!

아하,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궁금했던 속을 탁 풀어주는 건 아니었다.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론은 호의적이다.

─뭐야, 그냥 악의적 편집이었네

레전설, 유리야 하루이틀 일이냐

평소에도 늘 하는 짓이었구만

└진짜 왜 난리 났나 이해 안됐는데

└인싸들 노는데 아싸들 열폭해서 갑분싸했자너~

└근데 오해 살 짓 한 건 맞음

└시기가 너무 묘했어ㅋㅋ

장본인이 완강하게 아니라고 한다.

들어보니 확실히 그럴 만도 하다.

섣부른 넘겨짚기였을 수 있겠다.

여론은 다시 이성을 찾는 쪽으로 기울었다.

아주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그것도 있겠지만 다른 두 가지가 더 크다.

─리야가 얼마나 순진무구한 아이인데

암, 그럴 리가 없지

└문제는 레전설 그 새끼가……

└에이, 설마~

└지금 레전설 주가가 얼마인데 그런 실수를 할까

평소 쌓은 이미지라는 게 있다.

학교에서 모범생이 사고 치면 선생님이 안 혼내는 거랑 비슷한 이치다.

띨빵한 이미지에 걸맞게 팬들의 신뢰가 높다.

결정적으로 레전설.

소위 말하는 밀어주는 스타다.

게임 관련 방송사들은 이미 스타 메이킹에 들어갔다.

여론을 좋은 쪽으로, 보다 유쾌한 쪽으로 조성해주는 것이다.

「레전설&유리야 스캔들 해프닝 전말!」

「레전설 열애? 전면 부정! 친분이 낳은 오해였다.」

「레전설, 유리야와 스캔들 ‘와전된 해프닝’ 친한 이들과 술자리 가졌을 뿐.」

정정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몸가짐이 중요한 연예계도 아니고, 지나친 과민반응이었다는 게 업계의 정설!

팬들의 반응도 그러면 그렇지.

Best Comment]- 에혀, 롤판 로맨스는 개뿔

Best Comment]- 아싸들아 웃어. 인싸들 노는데 분위기 씹창내지 말고^^

Best Comment]- 빡대가리야아!!

어떻게 보면 풀기 힘든 오해였다.

특히 여캠 관련해서는 없는 오해도 생기기 쉽다.

뚜렷한 물증까지 있었던 만큼 큰 화제로 불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레전설의 솔직담백한 대응과 유리야의 평소 행실이 합쳐져 쉽게 무마됐다.

그렇게 끝났어야 할 사태였다.

폭풍 전 소나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대형 포털 사이트.

그것도 전세계에서 불꽃이 튀고 있다.

* * *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가 미친 듯이 터진다.

열댓명은 되어 보이는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민다.

"CBS 송유혜입니다! 한 말씀만 해주시죠!"

"비켜! 고려일보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심정 어떻습니까?"

자신들끼리 몸을 격하게 몸을 부딪히면서도 망설임이 없다.

단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이토록 노력한다.

옆에서 본다면 한 마디 해주기 힘드나?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길 비켜주세요 길!"

매니저와 경호원들에 둘러 쌓여 기자들의 벽을 돌파한다.

당사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당황한 기색이다.

이토록 수많은 기자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

「탤런트 '달래' 스캔들 터졌다…… 프로게이머 레전설과 열애 사실 단독 보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아니다.

유명 신문사에 제보돼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다.

연예가중계에도 나오는 등 현재 엄청난 이슈덤에 오른 상태다.

처음에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유리야라는 선례가 있었으니 만큼 당연하다.

하지만 사진을 보니 이번에는 정말 빼도 박도 못해.

"키스를 나눌 정도면 확실한 거 아닙니까?! 입장 발표 속 시원하게 해주시죠!"

흥분한 한 기자가 적나라한 질문을 던졌다가 경호 요원들에게 밀쳐진다.

다른 기자들도 눈치를 볼 뿐 다 알고 있다.

그도 그럴게 사진이 퍼졌으니까.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지만 적나라하다.

안되어 있는 원본도 마음만 먹으면 구한다.

구할 수 있는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 기자다.

알 사람은 다 아는 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니 답답해 외칠 만도 하다.

경호원들에게 둘러 쌓인 채 전용 밴에 올라탄다.

지금 이 상황이 혼란스러운 듯 낯빛이 흙빛이다.

차가 출발한 후에야 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입을 연다.

"어휴, 한 마디만 해주지……."

"본인도 혼란스러울 거에요."

"데뷔한지 얼마 안된 파릇파릇한 신인이잖아요. 이제 겨우 2년 째인데."

여캠 달래.

이제는 모델 혹은 탤런트 달래가 더 친숙하다.

애초에 여캠이었다는 것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보다 더 유명한 건 여성 프로게이머.

워낙 독특한 캐릭터다 보니 금방 떴다.

특히 남성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2년만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Best Comment]- 유리야와 열애설 부정한 이유가 이거였구나^^

[Best Comment]- 아니, 여신님 어떻게 저런 놈의 주둥아리랑……

[Best Comment]- 레전설 씨발련아!!

팬들의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 뻔뻔한 레전설이 해명을 포기하고 잠수를 타버렸을 정도.

행방이 알려진 달래에게 기자들의 이목이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뜨거운 열애설이라니?

여자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진위 여부는 둘째 치고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는 힘들 일이다.

"후……."

매니저와 함께 전용 밴에 올라탄 달래가 짙은 한숨을 뱉는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흙빛 어렸던 낯빛은 어느새 본래의 얼굴을 되찾아있다.

"언니, 제 연기 어땠어요?"

"정말…… 이게 최선인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키스 사진.

익명으로 신문사에 제보한 건 매니저였다.

몰래 숨어 사진을 찍은 이조차 바로 그녀다.

다름 아닌 달래 본인에게 부탁 받아 저질렀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소속사의 허락이 떨어졌다.

해외 활동을 생각했을 때 수지타산이 맞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입장 발표는 위에서 맡기로 했고, 달래 너는 바로 해외 일정 소화하려는데 괜찮겠니?"

"그럼요. 저는 그쪽이 더 맞는 것 같거든요."

물론 해외에서도 난리가 났다.

달래는 해외 활동도 이전부터 지속해왔다.

한국과 달리 해외는 스캔들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아 일에 영향은 안 간다.

오히려 일거리가 더 쏟아져 내려올 정도다.

엮인 사람이 무려 레전설.

전세계적으로 20~3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지명도를 구가한다.

달래 또한 롤드컵 2회 우승에 빛나는 프로게이머다.

그런 둘의 사이는 소위 '스토리'를 만들기가 좋다.

특정 팬층에게 어마어마한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기도 하고……, 달래의 수완은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야.'

갑작스러웠던 프로게이머로의 복귀.

매니저로서 당연히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전속 계약이라는 큰 일거리를 물어오며 소속사에서도 크게 반겼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제 막 데뷔한 애송이의 매니저를 맡다니.

내심 있었던 불만이 쏙 들어가게 된지도 벌써 한참은 지났다.

"근데 정말 괜찮겠니?"

"뭐가요?"

"한동안은 국내 귀국하는 건 불가능할 거야. 쭉 해외에서 있어야 해."

한 가지 걱정은 되지만.

너무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고 있다.

국내 여론이 의식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만 활동을 하는 건 적지 않게 부담이 될 텐데.

그런 매니저의 물음에 달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그도 가고 있을 테니까요."

"뭐?"

대체 누가?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난감한 동문서답이다.

하지만 성훈과 하루이틀 알고 지내온 사이가 아닌 달래는 알고 있다.

'오빠 성격이면 슬슬 짐 쌌겠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면 도망간다.

과거에도 그로 인해 한 번 어긋났던 인연이다.

그조차 알고 있는 지금은 더 이상 놔줄 생각이 없다.

그렇기에 터트린 스캔들.

자신도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그래도 위협 정도로 가벼운 포옹 사건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리야 언니까지 건드리고 괘씸죄야.'

달래의 미소는 악녀와도 같았다.

* * *

롤드컵의 우승.

롤드컵을 또 우승!

몸값이 치솟게 되리란 건 자명하다.

하지만 국내 여론을 고려해 한동안은 LCK에서 활동할 예정이었다.

이었다, 과거형이다.

「유리야와 열애설 퍼졌던 '레전설' 이제는 달래? 팬들도 이제는 못 믿어.」

「The 킹갓 엠퍼러…… 가지가지 한다. 실력도 여성 편력도 닉값.」

「레전설은 어째서 매국노라 불릴까? 팬들이 뿔난 이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진다.

커뮤니티의 반응은 아예 감당이 안되는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활동을 하라는 건 어불성설.

결국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진다.

'씨바알…….'

이 두 글자 만큼 사람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한국어는 정말 오묘한 매력이 있다.

그런 한국과 멀어지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는 중이다.

국내 여론이 잠잠해지려면 한두 달로는 어림도 없다.

살면서 여러가지 사고를 쳐봤지만 이 정도의 대형 사고는 사이즈도 안 나온다.

'한동안 잠수나 타는 게 최선이겠지.'

저걸 뭐 어떻게 해명해!

변명을 할수록 더 추해지게 된다.

아예 한국을 떠나서 한동안 자숙을 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 결론지었다.

"그래서 왔어."

"하아……."

L.A 공항에 도착하니 하비가 마중을 나왔다.

보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저 싸늘한 표정.

'다른 쪽 성적 취향에 눈뜰 것만 같아.'

매도 당하고 싶다.

혼나고 싶다.

하비와 지내다 보면 그런 생각이 간혹 든다.

평소에는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가질 않는다.

하지만 아주 가끔 사고를 쳤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에요?"

"일단 재워줘. 집이 없어."

"하아……"

아, 살 떨려.

쓰레기를 보는 듯한 시선이 살 떨리게 매력적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화를 일부러 돋우게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비집에서 지내면서 해외 팀을 구해보면 어떻게든 될 거야.'

KTX와의 계약은 곧 종료된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중국이든 대부분의 팀들에서 오퍼가 들어왔다.

국내 스캔들 때문에 영향 받을 일은 없으니 골라잡으면 되는 입장이다.

반대로 말하면 강제된다.

해외 활동을 해야 하겠지만 뭐 인과응보지.

언젠가 한 번 터질 거라고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터질 줄은 몰랐다.

"달래는 괜찮아요?"

"지 앞가림 지 알아서 하겠지."

"하아……."

혼나고 싶은 여자.

한숨마저 매력적인 여자!

한동안 보낼 하비와의 일상은 아마 지루하진 않을 것 같다.

'너무 한숨 쉬게 하면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해야겠지.'

스캔들이 터지고 여자한테 도망 왔다.

내가 나를 봐도 정말이지 한심하다.

하비 입장에서도 매우 난감할 것이다.

하비 뿐만 아니라 리야도, 달래도 난감한 상황이겠지.

"이제는 저까지 꼬실 생각이에요?"

"뭐, 반쯤은."

"겨우 반요?"

요근래 생각해봤다.

책임에서 회피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정말 순수하게 아직 못다 이룬 일이 많다.

나 자신에게 완벽하게 만족하기 전까지는 이성 관계는 썸까지만 하기로 결론지었다.

리야에게도 좀 더 알아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무서워서 아직 안 꺼내봤다.

"하아……."

대답을 들은 하비가 한숨을 내쉰다.

싸늘한 눈초리와 표정이 가슴을 쿡쿡 찌른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원래 남자가 그래.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넓게 씨를 뿌리고픈 마음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일까?

한숨을 쉬는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기뻐 보였다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

지나온 2년.

있었던 일을 나열하라면 정말 책 10권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좋았던 일도 있고, 나빴던 일도 많고, 나쁜 일도 엄청 했고…….

사람 산다는 게 원래 좋은 일만 하고 살기는 힘들다!

민폐도 정말 많이 끼치고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가 없다.

만약 그날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못 잡았을 때의 미래를 아주 가끔 상상하곤 한다.

레전설의 재림[完]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12:45

달래의 속마음과 레전설의 생각 부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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