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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438화 (43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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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 몰렸다.

밴픽으로도, 게임 풀이로도 완벽하게 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Y T1은 SKY T1.

운영과 합류전의 과정에서 소소하게 이득을 챙긴다.

그 작은 이득을 부풀려 나갈 줄 안다.

유의미한 킬로 연결시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SKY 왕린님이 학살 중입니다!

이에 가장 혁혁한 공훈을 세운 일등 공신.

1,2세트 그토록 선전하고도 3,4세트에서 다 말아 먹은 왕린이다.

경기 초반과 달리 중반이 넘어가자 본래의 매서움을 보여주고 있다.

타악!

한 잔의 콜드 브루 라떼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경기 중에 마시는 건 결코 룰 위반이 아니다.

그 감미로움이 목을 타고 흐른다.

점점 본래의 실력을 회복해 나간다.

불리했던 게임에 여지를 만들어냈다.

한 가지 문제가 여전히 골칫거리이기는 하지만.

─적팀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레전설의 파루스.

KTX 롤러코스터의 넥서스답다.

결코 죽지 않으며 운영에도 발을 맞춘다.

아군이 잘린 사이 어느새 탑으로 이동해 1차 포탑을 부쉈다.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압박이다.

레전설을 잡지 않는 이상 승리도 없다.

"파루스는 내 선에서 처리하지."

왕린이 믿음직스럽게 단언한다.

잘 커봤자 포킹 챔피언은 포킹 챔피언.

붙어서 지지기만 하면 녹아 사라진다.

그럴 수 있는 판은 이미 깔아뒀다.

라인전 단계에서 박아둔 핑크 와드 하나가 빛을 발한다.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왕린이 뒷텔각을 예리하게 잡았다.

하늘에서 불바다 미사일이 떨어진다.

미니언과 함께 파루스를 녹여버린다.

물론 순순히 당해줄 리가 없다.

부패한 촉수가 왕린을 향한다.

그조차 상정해둔 내다.

「철벽 방어의 패기를 느껴라!」

점멸 차이.

가뿐하게 뛰어넘으며 불을 뿜는다.

체력바가 눈에 보일 정도로 달달하게 녹아난다.

─KTX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KTX 레전설님이 SKY 왕린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그 이상으로 철벽 방어가 숭숭 뚫려서 문제다.

파루스의 반항이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왕린의 파이어뱃이 역으로 처리 당하고 만다.

-그 뒷텔 장인이 또

-점멸까지 써서 죽으러 가네ㅋㅋㅋㅋㅋ

-여윽시 담당 일찐!

-왕린 굴욕의 날……

왕린이 텔레포트와 점멸까지 빠지며 죽고 말았다.

결과만 따지면 분명 그러하다.

하지만 그 설계는 해설진들이 격찬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뒷텔도 그렇고, 점멸이 없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노렸습니다. 생존기가 없는 파루스에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죽는 게 당연하잖아요?〉

클끼리 해설의 물음에 열에 아홉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심지어 점멸로 궁극기를 피하고 달려들었다.

보는 이들의 머릿속에도 녹아내리는 광경이 그려졌다.

그런데 카이팅.

리플레이 장면이 송출된다.

불길에 지져지는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유령검을 켜고 화살을 툭툭 쏜다.

쏘아지는 작살은 피하며 욱여넣는다.

후속타가 연결시키지 못한 파이뱃은 통한의 죽음을 맞이한다.

〈침착 그 자체! 이 선수라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살아 나올 거 같아요.〉

〈크하핰! 그런데 이게 웃어 넘길 상황이 아닌 게 파이어뱃 제압 골드 줬고, 스펠 다 빠졌고, 심지어 지금 레전설이 책 읽고 있거든요?〉

날카로웠을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그나마 살짝 승산이 보이려던 SKY T1.

감당할 수 없는 대형 사고가 찬물을 끼얹는다.

그보다 더 큰 건 어떻게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잡아내지 못했다.

정식 한타에 들어가면 과연 희망이 있을까?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은 머지 않았다.

선수들과 해설진, 시청자들의 관심이 용에 모인다.

곧 용이 젠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타에 SKY T1은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KTX가 용이 3스택인 것도 문제지만…….〉

아이언카이저의 존재가 SKY T1의 선택을 강제한다.

밴픽에서 이겼다.

그토록 부르짖은 이유 중 하나다.

물론 근거는 겨우 하나가 아니다.

쿠루룩!

용에 모이면 대치를 한다.

대치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건 포킹.

그 포킹의 정점에 있는 파루스의 화살이 매섭게 날아든다.

〈안 맞았어요. 다행히 안 맞았습니다!〉

〈지금 온 신경을 날아오는 화살 하나에 집중해야 돼요. 맞는 순간 전장 이탈입니다!〉

극방어구 관통력 세팅.

한 방, 한 방이 피를 말린다.

SKY T1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상대가 용을 먹기 전에 싸워야 한다.

강타 싸움 하다가 좀비 드래곤이라도 나오면 돌이킬 수가 없다.

어쩌면 실낱 같았을 이니시각이다.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그럼에도 명문팀이다.

세계 최고 클래스의 선수들이 모였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고로 그럴 듯한 한타를 여는데 성공했다.

불바다 미사일이 아름답게 깔린다.

갈리스타가 브라운을 냅다 던진다.

그 모든 것이 레전설의 파루스를 노리고 연계됐다.

〈탑캔치가 먹었어요. 이러면 어떻게 잡을 수가 없고, 결국 앞라인 싸움으로 귀결되는데……〉

나이즈와 갈리스타가 딜을 쑤셔 넣는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무너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앞라인이 두터운 정도가 아니다.

광우스타와 나루와 아이언카이저가 대놓고 몸을 댄다.

아무리 쳐도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 덩치들이 우글댄다.

쿠루룩!

그리고 뒤에서는 계속 쏘아진다.

레전설의 파루스.

한 대 스치자 갈리스타가 반피가 나간다.

앞라인도, 뒷라인도 전혀 싸움이 되지 않는다.

패전(敗戰).

딜러진 레벨 차이가 감당 안된다.

꽝! 붙는 한타가 성립될지 의문이다.

해설진들이 언급했던 두 가지가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다.

SKY T1이 할 수 있는 건 후퇴 뿐이다.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날아오며 한 명씩 쓰러진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진다.

어마어마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수렵.

마치 사냥을 하는 듯한 광경이다.

〈화살이, 아니 레전설이 날아옵니다!〉

-클끼리 이거 노렸다ㅋㅋㅋㅋ

-지금이니!

-아니, 겁나 잘 맞혀

화살이 날아간다.

단말마가 들려온다.

산개하며 도망가는 적들에게 인정사정이 없다.

「비술의 책+9」

공격력: +10

매 포인트마다 공격력 5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사냥감이 늘어날 때마다 책장도 넘겨지고 있다.

그조차 현재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사소하다.

마지막 사냥감을 노리고 시위가 당겨진다.

맞히는 순간 게임이 끝난다.

전세계 수천만 팬들의 이목이 모인다.

점멸과 함께 쏘아진 화살 한 방이 쐐기를 박는다.

─쿼드라 킬!

KTX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마무리……!

각이 좁혀졌다.

어쩔 수 없었다.

이유야 붙이려면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그런 사소한 부분이 아니다.

〈KTX의 넥서스가 누구냐? 대부분의 팬들이 레전설 선수를 떠올릴 겁니다. 반대로 그러면 SKY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일이다.

앞서 쓰러진 그 뒷텔 장인은 아닐 테니까.

테이커가 잡히고, SKY T1이 전원 마무리 당했다.

스타라, 최고라 칭송받는 선수도 무릎 꿇을 날은 온다.

그 자신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현실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전설은 항상 기대를 초월해요. 세상은 넓고, 뛰어난 선수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빛나는 선수, 세계 최고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선수는 없을 거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습니다.〉

클끼리 해설이 비장하게 말한다.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그 이유는 보는 이들 모두 어지간하면 눈치채고 있다.

용이나 바론을 치는 건 넌센스다.

미드 라인을 타고 쭉쭉 올라간다.

KTX 롤러코스터가 이 세상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꿈에 닿기 직전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

흔들리는 경기장.

3만 명이 넘어가는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가 이토록 비좁다.

단 하나의 팀을, 단 한 명의 선수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이조차 이 선수에게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전설.

아니, 그 이름대로 전설 이상으로 발돋움한다.

─블루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미드 2차는 옛적에 휑해진지 오래다.

고속도로가 뚫렸지만 KTX의 진격은 멈추지 않는다.

몸까지 대고 무자비하게 쌍둥이 포탑을 밀어버린다.

SKY T1이 전원 부활하기까지 5초 남짓.

가장 이르게 죽은 서포터와 원딜러가 부랴부랴 나온다.

유의미한 시간 끌기조차 안된다는 건 당사자들이 더 잘 안다.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가 없다.

되든 안되든 해야 한다.

해봤지만 당연히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KTX 롤러코스터가 SKY T1을 잡고, 처음으로! 처음으로 우승을! 세계에서 최고로 값진 롤드컵의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목청이 쩌렁쩌렁 울린다.

* * *

누군가 말했다.

한 분야에서 최고에 오르는 것보다, 최고를 지키는 게 더 어렵다.

'그다지 공감한 적이 없는 이야기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껏 뺏긴 적이 없었으니까.

위협을 받아봐야 공감대라도 형성되지.

결코 내가 공감 능력이 결여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이래 봬도 공감도 해봤어.'

공병 보직 중에 공사감독병이라고 있다.

내가 아는 공감은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긴 여정.

재작년 말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프로게이머로 데뷔한지도 벌써 2년이다.

시작은 사실 불안불안, 거의 최악이긴 했다.

'별의별 일이 다 있었지.'

떠올려보니 웃음이 나온다.

잼잼 듀오부터 시작해서 개성 넘치는 수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첫 안식처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KTX 롤러코스터도 참 사고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다.

작년 롤드컵 우승에 이어 한 번 더.

롤드컵의 우승을 거머쥐며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프로게이머로서는 이제 성공했다.

아, 최고라고 불릴 만한 위치에 올랐다.

그렇게 자뻑을 해도 크게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라-「성훈씨 우승 축하드려요! 바로 일 있어서 직관은 못 봤어요 ㅠ.ㅠ」

하비-「바쁘셔서 못 보겠지만 끝나면 연락 줘요?」

똥강아지-「선배 선배 선배 선배 선배 선배……」

.

.

.

수많은 인연에 비하면 그조차도 가볍다.

지난 2년은 내 인생 어느 시기보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여자들을 많이 만나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좋은 인연을 만들었다.

그 한 명, 한 명이 몸매랑 와꾸가 최소 A급…….

아니, 이런 속물적인 생각은 해탈한지 오래다.

아무튼 회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롤드컵의 우승.

세간에서는 난리가 났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생각 같은 걸 할 여유가 어디 있겠어.'

한 경기, 한 경기 초집중해서 치른다.

심지어 5전 3전승제의 마지막까지 갔다.

무슨 경기를 이렇게 오래 해?

중간에 그런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다.

없던 기운까지 쏙 빠져나간다.

우승이고 나발이고 아무런 생각도 안 난다.

물론 기쁘긴 한데 당장 쉬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 순위다.

'기뻐하는 건 다음 날에 해도 되는 거잖아.'

그냥 내가 그런 스타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고, 나로서는 당연하다.

그 정도로 잘했는데 우승을 못하면 고혈압으로 쓰러지지.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그러지 않았다.

우승 소감 등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다.

특히 나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져서 솔직히 귀찮았다.

'그런데 귀찮아도 할 건 해야지.'

과거의 철없던, 프로 의식 없던 내가 아니다.

선배 선수들의 말을 빌려 쓰는 거긴 한데 팬들이 있으니까 선수도 있을 수 있는 거다.

그런 입바른 소리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마치자 피곤이 쏟아진다.

정신머리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작년에는 방송도 하고, 수금도 하고, 파티도 했지만 이번에는 푹 쉬려고 했다.

'하지만 나 레전설, 의리 빼면 시체인 남자라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잊고 있었는데 까톡이 미친 듯이 오더라고.

그간의 노고도 치하 해줄 겸 어쩔 수 없이 이 한 몸 희생하였다.

일단 자기 변호를 하자면 그렇다는 소리다.

'좆됐다…….'

이름도 모르는 호텔 안.

리야가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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