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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설이 뛰어온다 -->
장고 끝에 악수 난다.
흔히 듣게 되는 속담이다.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험을 볼 때.
3번 고르려다 2번 찍었는데 답이 3번이었다!
한 번 정도가 매 시험 높은 확률로 반복하게 된다.
우리나라 시험 구조 자체가 시간이 촉박하다.
모르고 알고 이전에 한두 개는 찍을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천재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시험은 운적인 요소고, 애초에 바둑과 관련된 속담이잖아요?〉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바둑과 관련된 속담이다.
상대의 노림수를 계산해서 내린 결론.
그렇다면 의아한 일이다.
오래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 짧게 고민한 것보다 안 좋을 수 있나?
잘되지는 않더라도 최소 평타는 쳐야 되지 않을까?
곱씹을수록 의아한 속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게 고민을 많이 하면 사람 심리의 허점을 꿰뚫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요?〉
〈중국집에서 뭐 시킬까 고민하다가 국물 때문에 짬뽕 시켰는데 볶음밥 시킨 친구에게 짬뽕 국물 서비스 나오면 손해 보는 기분이 좀 들잖아요?〉
-ㅋㅋㅋㅋㅋ
-클끼리 드립 욕심
-중국집이 왜 나와!
-짬뽕 국물은 ㅇㅈ이지
시험 문제와 달리 세상 일은 뚜렷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상대의 대처에 따라 달라진다.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SKY T1은 레전설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어떻게든 캐리력 있는 픽을 뺏자.
그러면서 라인 스왑까지 대비하자.
노림수 자체는 지극히 이상적이다.
문제는 KTX 롤러코스터도 그 의도를 알아챘다.
바둑이나, 롤이나 사람과 사람이 겨루는 게임인 만큼 판단 또한 변할 수 있다.
쿠루룩!
날아간다.
미니언을 시원하게 꿰뚫고 지나가 닿는다.
파루스의 관통 화살이 나이즈의 체력바에 생채기를 낸다.
〈레전설이 가져가면 정말 무서운 챔피언 중 하나입니다. 아이언카이저의 아쉬운 측면을 대신해줄 수 있기 때문에 조합적 시너지도 굉장히 좋아요.〉
비원딜.
아이언카이저의 빈 자리를 메꾼다.
부족한 타워링과 AD딜을 보충해줄 수 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조합 시너지를 높혀 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이즈를 상대로 상성에서 우위에 선다는 게 크다.
촤락!
오염된 화살비가 퍼부어진다.
사거리가 짧은 나이즈는 피하지 못했다.
체력이 갉아먹히는 것만으로도 큰 압박이다.
나이즈의 카운터는 포킹 챔피언.
그 극한인 파루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Y T1은 밴하지 않았다.
구루룩-!
파루스의 약점을 꿰고 있기 때문이다.
랙싸이가 미드 갱킹을 날카롭게 노린다.
점멸만 교환해도 다음 턴에 나이즈의 점멸 호응으로 100% 잡을 각이 나온다.
〈탑캔치가 먹고 빠지면 잡을 수가 없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돌아가네요.〉
KTX 롤러코스터가 선택한 조합.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꺼내 드는 그것이다.
레전설이 정글몹까지 몰아먹으며 완벽하게 독성장한다.
〈달래 선수가 나온 시점부터 어느 정도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SKY T1이 생각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불안했던 달래 선수의 정글 기용도 해결이 된 셈이죠?〉
레전설에 대한 저격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결국 다른 한쪽의 나사가 풀리고 만다.
물론 후속 대책을 논할 수 있다.
몰아먹기 전략이 선보여진지도 오래 전이다.
분석을 하고, 대비를 할 만한 시간이 차고 넘친다.
최근 롤드컵 무대에서는 나올 기미가 안 보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1,2레벨부터 카정 가서 견제하면 의외로 쉽게 무너집니다. SKY T1도 당연히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밴픽이다.
나이즈와 랙싸이를 가져갔다.
이 시점부터 SKY T1은 몰아먹기 조합을 훼방할 수 없었다.
1,2레벨에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 챔피언이니까.
그러면 최소 갱킹으로 무너뜨려야 한다.
그조차 조합이 단단해서 뚫기가 힘들다.
뚜웅-!
아이언카이저의 3타가 내려쳐진다.
라인을 쭉쭉 푸쉬하며 주도권을 휘어잡는다.
KTX 롤러코스터가 봇라인을 사정 없이 압박한다.
〈0티어와 1티어 챔피언을 쌍으로 가져갔습니다. 라인전 치트키 치고 하는 느낌일 거에요.〉
〈치트키 크하핰!〉
-치트키 맞지
-진짜 누굴 때려도 안 죽을 듯
-갱킹 잘못 왔다간 갱승 ㅈㅈ
-6레벨 찍는 순간 더 노답이야!
롤드컵 밴률 9할 5푼에 빛난다.
아이언카이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답이 없는 OP챔피언이다.
그런데 가장 시너지 좋은 1티어 서포터 광우스타까지 뒷받침해준다.
본래라면 SKY T1이 가져왔을 픽이다.
탑캔치 선픽을 보고 방심하고 말았다.
서포터를 후순위를 미룬 판단이 결과적으로 큰 스노우볼을 불러일으켰다.
〈살아남은 1티어 픽인 갈리스타와 랙싸이를 가져온 건 당시의 시점에서는 타당했습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사실이에요.〉
김은준 해설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던 밴픽의 순간을 되짚는다.
처음부터 몰아먹기 조합을 준비해온 건지.
중간에 선택이 바뀐 건지는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였다.
광우스타까지 가져오자 조합 완성도가 눈부시다.
KTX 롤러코스터가 이상적인 조합을 갖추며 반쯤 이기고 시작했다.
〈저희가 웬~만하면 밴픽에서 승기가 넘어갔다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구도는 KTX 롤러코스터에게 너무 웃어주고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무대.
롤드컵의 결승이라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심지어 마지막 접전인 다섯 번째 세트의 자리다.
팬들이 안타까워 할까 봐도 한쪽의 우세를 점치기 뭣하다.
김은준 해설이 워낙 직설적이기 때문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냥 대놓고 보인다.
-OP를 너무 내줬어……
-미드 바텀이 답이 없다ㅋㅋ
-딴 건 몰라도 아이언카이저랑 광우스타 같이 주면 안되는데
-교수님의 유산이 여기서!
물론 조합에서 우세해도 갱킹의 성공으로 바뀔 수 있다.
그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문제다.
서로 안정적으로 성장만을 지향한다면.
〈확실히 다른 건 몰라도 딜러진 레벨 차이가 감당이 안될 것 같긴 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극단적으로 말씀드려서 동성장했을 때 꽝! 붙는 한타가 성립될지 의문일 정도에요.〉
김은준 해설이 쐐기를 박는다.
* * *
상대의 밴픽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덕분에 OP란 OP는 싹 다 가져올 수 있었다.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와구-!
달래가 자꾸 나를 먹는다.
뭔가 지는 기분이라서 탐탁지 않다.
실상은 이동과 생존의 의미이기는 한데 아무튼.
쿠루룩!
촤락!
한 번의 스킬 소나기에 미니언 웨이브가 녹아내린다.
깔끔하게 처리하고 보라색 강타로 유령.
아래 있는 레드까지 먹고 다시 라인에 복귀한다.
'이렇게 안정감 있는 게임도 오랜만이네.'
성장만 해도 이길 수 있다.
이 감각이 뭔가 오랜만인 기분이다.
누군가 한 명 없을 뿐인데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나만 느끼는 건 아닌 듯하다.
탑라인에 갱킹이 들이닥쳤다.
파이어뱃의 궁극기가 깔리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된다.
꾸웡!
쿠와앙!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갱킹을 예상한 분노 조절.
기가 나루로 변신하며 스턴을 걸고 궁극기로 밀쳐낸다.
킹인의 나루가 깔끔하게 도주에 성공한다.
1,2세트의 부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가진 바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킹리적 갓심이 안 들 수가 없구나.'
물론 내가 왕린을 조져 놓은 덕도 있다.
벤치에서 쉬면서 멘탈을 바로잡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황신의 가호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돈빈으로서는 다소 불합리할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심정은 어쨌건 당장 이기는 게 중요하다.
와구와구-!
달래에게 이번에는 크게 따먹힌다.
아니, 먹힌다.
탑캔치의 궁극기가 시전됐다.
그 안에 먹히면 함께 이동할 수 있다.
순식간에 봇라인 1차 뒤쪽으로 이동한다.
눈치챈 상대는 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탑캔치가 여러모로 그냥 좋아.'
이런 좋은 픽을 무더기로 내줬다.
게임의 승기가 굳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소와 같은 변수도 없으니 마음껏 날뛰어준다.
* * *
─퍼스트 블러드!
KTX 레전설님이 SKY 황금수염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조합부터 유리하다.
동성장을 해도 승기가 굳는다.
해설진의 적나라한 평가가 오갔던 마지막 세트다.
-어휴, 검은수염 모드 됐네
-4인 다이브는 어쩔 수 없지 ㅠ.ㅠ
-레전설이 더블 킬 먹음ㅋㅋㅋㅋ
-넹, 게임 터졌구연~
안 그래도 유리한 KTX 롤러코스터가 선취점과 함께 하나의 킬을 더 가져간다.
SKY T1에게는 이 이상 없을 악보다.
심지어 손해가 킬 두 개 정도가 아니다.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경기를 관전 중인 도도갓이 크게 소리칠 만도 하다.
"디스 이즈 강철동료매앤~!"
-너 내 동료가 돼라!
-검은수염 동료잼ㅋㅋㅋ
-이러면 타워도 그냥 부수겠네
아이언카이저의 궁극기에 의해 노예가 됐다.
아니, 동료가 된 갈리스타까지 합세하자 순식간이다.
봇라인 1차 포탑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어떻게 보면 대각선의 법칙.
탑라인 갱킹을 실패한 대가다.
하지만 SKY T1도 당연히 계산이 있었다.
해설진들이 설명을 덧붙인다.
〈뱅기 선수가 빠르게 탑을 따고 봇라인 시팅까지 할 생각이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시도도, 판 짜기도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결국 한 끗 차이로 어긋났고…… 이렇게 되면 용까지 나가겠는데요?〉
The Jungle.
소환자의 전장을 지배하는 건 뱅기의 특기다.
탑라인 시도가 실패하며 묘해지긴 했으나 아직이다.
꾸웨에에엑-!
기괴한 울음소리가 고막을 찌른다.
랙싸이가 궁극기를 발동했다는 신호.
땅굴을 파놓은 지역으로 순간 이동한다.
탑라인의 왕린도 라인을 밀고 텔레포트를 탄다.
용 트라이를 막아낸다면 다시 턴이 넘어온다.
SKY T1은 이번 용에 사활을 걸었다.
나루의 체력을 빼놓았기 때문에 막을 만하다.
해설자들도 입을 모아 동조하고 있다.
오직 도도갓만이 살기를 눈치챘다.
"안돼! 그의 앞에 더 다가가서는!"
지난 롤챔스, 그리고 롤드컵 8강 무대에서 연이어 겪었다.
도도갓은 레전설에게 죽도록 당한 희생양이다.
관전의 시점으로 보자 더욱 명확하다.
콰라락-!
점멸과 함께 쏘아진다.
부패한 촉수가 랙싸이를 옭아맨다.
맏따의 광우스타가 점멸 쿵쾅으로 호응까지 했다.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텔레포트를 탄 파이어뱃이 도착하기까지 4초 남짓한 시간.
고작 그 절반 사이에 이루어진 참사다.
랙싸이가 삽식간에 죽어버렸다.
트라우마를 자극할 만도 하다.
"레전설……, 모두를 죽인다. 미친 반응 속도, 미친 킬각. 그에게 남은 건 살생 뿐이다. 자비가 없는 남자 노자비맨!"
-노자비맨!
-자비가 없으니까 NO자비맨임?
-어, 도도갓 떨고 있는 거 같은데……
-당해본 입장에서 무섭나 보다ㄷㄷ
머리를 부둥켜안은 채 부들부들 떤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솔로랭크도 아니고 대회 무대.
타인의 앞에 선다는 게 이토록 긴장될 수 있다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 첫 번째 독후감 감상문 발표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런 도도갓의 심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경기는 진행된다.
〈레전설 선수 지금 얼마 들고 있죠? 코어템 하나값 정도는 있을 거 같거든요?〉
〈돈도 돈이지만 레벨이…… 너무 압도적입니다. 딜러진의 레벨 차이가 순간적으로 3까지 벌어졌습니다.〉
미드는 물론이고 봇라인도다.
아이언카이저.
경험치를 나누지 않고 고스란히 먹을 수 있다.
클끼리 해설의 예고와 말대로 딜러진의 레벨 차이가 극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용까지 먹혔다.
SKY T1에게는 최악의 악보다.
〈제가 장난삼아 걷고, 뛰는 것에 이어 이제 날아온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는데 이제는 진짜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 날아오는 걸 한 대라도 맞는 순간 퇴각! 퇴각밖에 없습니다.〉
정비까지 마친 KTX 롤러코스터가 몰려온다.
좀비 드래곤을 앞세우고 미드 라인을 압박한다.
그 의도를 알아챈 SKY T1이 모여들긴 했으나.
쿠루룩!
날아온다.
피할 수 없다.
레전설의 화살이 야수의 심정으로 꿰뚫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속작 소개는 완결 후기에 나옵니다. 저도 아직 못 정해서……